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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신체여, 감사하다. (感谢身体): 刘齐 ㅡ3/3 인류의 평등, 인류의 협동, 인류의 품위 이런 것들은 일찍이 정치 강령이나 사회 선언을 강조하기 전에 덧붙이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이미 완벽하게 신체 각 부위의 관계 사이에서 실현되고 있다. 조물주는 인류의 신체를 교재 삼아 끊임없이 인류에게 교육해왔던 것이다. 애석한 것은 말을 타고 말을 찾거나, 보물창고에 들어가 보물임을 인식하지 못하다가, 너무 늦게 정신을 차리다보니 이해한 것이 너무 작은 것이다. 규칙대로라면, 결국 내가 세상을 떠날 때는 아마 어떤 기관이 쇠약해져서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내가 이 기관을 원망할 리는 없다. 오히려 배로 감사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이미 있는 힘을 다했기 때문이다. 일테면, 나무통에서 가장 얇은 판재가 다른 판재가 받는 압력보다 훨씬 큰 압력을 받.. 더보기
신체여, 감사하다. (感谢身体): 刘齐 ㅡ2/3 보통 키인 나의 몸은 손이 닿는 표층 단위 빼고도, 번거롭고 많은 내부 기관을 갖추고 있어, 손바닥으로 어디서부터 문지르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마음에서 우러난 감사를 한다. "맨 처음" , 대뇌에 감사한다. 대뇌 야말로 "맨 처음" 중에서도 꽃이다. 이 감사하라는 신호도 대뇌에서 나왔으며, 나는 그 말에 따랐다. 마치 모 단체, 모 상호가 이름에 교묘하게 명목을 끌어다 붙이는 것처럼, 나 스스로 상을 내린 것이다. 괜히 남 좋은 일을 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 그래서 나는 감사해야 한다. 나의 이런 감사 대상은 나의 전체 정신활동과 함께 모든 것을 생산하고 있는 대뇌 본체이다. 새들은 둥지를 떠나면서 짹짹 울고, 산속 샘물은 구멍에서 졸졸 흘러내리면서 소리를 내어 감사의 말을 한다. 대뇌야, .. 더보기
신체여, 감사하다. (感谢身体): 刘齐 ㅡ1/3 미래의 어느 날, 만약 내가 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나는 반드시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다. 그것은 나의 신체에게 충심으로 감사하는 일이다. 나는 쇠약해진 두 손에 이 일을 맡겨서, 천천히 신체 각 부위를 주무르게 하고, 나의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게 할 것이다. 고맙다. 오관(五官: 시각,청각,미각,후각,촉각)이여. 너는 나에게 평범하지만, 뭇 사람들과 다른 얼굴로, 의지와 감각과 생각을 가지고 이 세상을 살게 해 주었구나. 코야 고맙다. 입아 고맙다. 귀야 고맙다 ---- 귀, 너는 정말 잘해주었다. 시시각각 아무 때나 귓불을 간질이며 들려오는 바스락 거림 소리까지 들을 수 있게 해 주었구나. 어렸을 때, 복이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시시 때때로 귀를 잡아당겨 그걸 크고, 길게 만들려고 시도했었지... 더보기
우쩐(乌镇)의 물에 비친 그림자 (乌镇的倒影) : 张抗抗 - 4/4(끝) 그렇다면, 문학이라는 자양분 속에서 회화(绘画)가 자라났다는 말인가? 혹은, 회화의 채묵(彩墨)이 흑백의 단조로운 문자에 알록달록한 색을 입혔단 말인가? 나는 말한다. 목심의 문자는 회화의 물에 비친 그림자이며, 목심의 회화는 문학의 물에 비친 그림자이다. 물에 비친 그림자는 기껏 물 위에 나타날 뿐이다. 우연히, 또 하나의 거울이 된 것이다. 물에 비친 그림자는 물의 경지에 속할 뿐이다. 고향 우쩐의 물은 조용하고, 부드럽고, 평온하며 느릿느릿하다. 천년 도시의 여덟 갈래에서 오는 물----- 흑수의 물은 책을 만들게 했고, 수묵의 물은 그림을 그리게 했다. 목심의 시문(詩文), 회화 연구의 결정을 보면 물속에 녹아있고, 시원시원하고 날렵한 함의가 있다.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기는 것처럼 강인하게 한 .. 더보기
우쩐(乌镇)의 물에 비친 그림자 (乌镇的倒影) : 张抗抗 - 3/4 "천당"은 한층 연이어 한층, 합계 5개의 전문 전시관으로 되어있다. 벽과 바닥, 전시대와 전시품은 산뜻하고 정취가 가득했으며, 넓은 공간으로 여유로웠다. 마치 그가 여유로운 노년을 맞아 아담한 집에서 엎드려 창작에 열중하며, 즉시 새로운 책, 새로운 작품을 내놓을 것 같았다. 목심은 생전에 회화작품을 600여 점 남길 계획을 갖고, 예일대학 박물관이나 대영박물관에도 컬렉션으로 수십 점씩 소장되기 바랐다. 우선 첫째로 모국에 100점을 내놓았는데, 여기엔 그가 초기에 연습하던 스케치 작품들도 포함된다. 첫 번째 홀의 서벽에는 그가 그린 "문화혁명" 말기와 미국 여행 초기의 십여 폭의 노트 화가 전시되어 있고, 동벽에는 21폭의 석판화가 있는데, 1984년부터 1989년 사이에 제작된 것이다. 당시 린 펑.. 더보기
우쩐(乌镇)의 물에 비친 그림자 (乌镇的倒影) : 张抗抗 - 2/4 그곳은 미술관 같지 않고 오히려 문학관 같아 보였다. 철학과 사상이란 원래 문학과 예술 속에 살아있지 않던가? 목심 선생이 세상을 떠난 후, 문학 친필 원고를 수천 매 남겼는데, 개관전 때 50여 매 전시해 놓았다. 그밖에 그는 생전에 십여 가지 소설집과 수필집, 시집을 출판했는데 하나하나마다 정교한 금속 혹은 목제 전시 함안에 전시해 놓아 문물의 기상을 보여 주었다. 1930년대 초기, 순진무구한 글방 청년이 친척인 심안영 선생 집에서 서양문학의 명저들을 두루 섭렵, 독파하고, 태호(太湖) 바깥에 끝없는 바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쩐을 열십자로 관통하는 물길에 있는 동서남북 울타리들을 이 문학청년이 일제히 수문을 열어 젖힌 것이다. 작은 배가 천천히 여유롭게 대운하를 돌아, 그를 훨씬 .. 더보기
우쩐(乌镇)의 물에 비친 그림자 (乌镇的倒影) : 张抗抗 - 1/4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났다 ---- 맞은편 언덕 같은 것은 없었고, 온통 짙푸른 하늘이 그대로 지평선으로 떨어져 있었다. 하늘은 티 하나 없이 맑고 깨끗했으며, 지평선 가까이에서 감청색으로 변했고, 땅은 회녹색, 언덕은 청록색이었다. 강물 속에는 앞으로 뒤로 들쑥날쑥, 튀어나오고 쑥 들어가고 여러 겁으로 겹쳐진 물에 비친 그림자가 원 모습처럼 확실하게 보였고, 원 모습 그대로 굳어져 마치 넓은 양탄자를 거꾸로 걸어 놓은 듯... ㅡ 목심(木心) 선생의 에서 전재 ㅡ 그때는 허드슨 강변이 아니다. 우진(烏鎭)의 서쪽 편 풍경이다. 맞은편 언덕 같은 것은 없다: 물의 고향, 옛 도시, 석교, 긴 거리, 오래 된 집, 목선. 오래된 석교와 거리. 거기엔 한 덩이 한 덩이의 청석판이 쌓아 올려져 있는데, 혹은 .. 더보기
우리 셋 (我们仨 ) : 李昌鹏 비는 하필이면 꿈속, 어린 시절의 평원에 내렸다. 한차례, 한차례 연이어 비는 한여름의 강한(江汉) 평원에 내렸다. 저수지인지 저수지 경계인지 강물이 넘쳐났다. 양수기는 작업을 멈추었고 농사짓는 밭은 물바다가 되었다. 확실치는 않지만 물고기 꼬리가 그 안에서 펄떡인 것 같기도 했다. 물의 경계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밭 사이의 도로에 닿았다. 한 줄기 물결 띠가 점점 높이 기어 올라왔고 믈고기들이 전에는 사람들이 다녔던 도로를 헤엄쳐 다녔는데, 그건 그놈들이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던 곳이었다. 강한 평원이 까마득히 멀어졌다. 10년 이상, 나와 떨어져 있었고, 북경에서 천 km 이상 떨어진 곳이다. 나는 여름날 평원에 내리는 비를 좋아했다. 여러 해 전, 나는 우레 소리가 우르릉 쾅쾅하는 중 옷이 몽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