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하필이면 꿈속, 어린 시절의 평원에 내렸다.
한차례, 한차례 연이어 비는 한여름의 강한(江汉) 평원에 내렸다. 저수지인지 저수지 경계인지 강물이 넘쳐났다. 양수기는 작업을 멈추었고 농사짓는 밭은 물바다가 되었다. 확실치는 않지만 물고기 꼬리가 그 안에서 펄떡인 것 같기도 했다. 물의 경계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밭 사이의 도로에 닿았다. 한 줄기 물결 띠가 점점 높이 기어 올라왔고 믈고기들이 전에는 사람들이 다녔던 도로를 헤엄쳐 다녔는데, 그건 그놈들이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던 곳이었다.
강한 평원이 까마득히 멀어졌다. 10년 이상, 나와 떨어져 있었고, 북경에서 천 km 이상 떨어진 곳이다.
나는 여름날 평원에 내리는 비를 좋아했다. 여러 해 전, 나는 우레 소리가 우르릉 쾅쾅하는 중 옷이 몽땅 젖어 버린 채, 양수기 부근을 지키며 물고기를 기다렸다---- 물고기들은 벼락이 내리칠 때, 줄줄이 큰 소리를 내면서 기적처럼 물 흐름 위를 날아올라 "푸우" 소리를 내며 내 발 근처에 떨어져 아가미를 퍼덕거릴 것이다.
여러 해 전, 나는 작은 물고기도 환상(幻想)을 가지고 있었을 거라고 자주 생각했다. 빗물로 가득찬 스펀지 같은 구름 덩이를 보이지 않는 손이 쥐어짜서 물을 하늘 가득 채워놓으면, 물고기들은 하늘을 훨씬 넓은 자기네들 수역으로 삼는다. 빗 속의 물고기마다 환상을 품을 수 있는데, 그건 물고기의 환상이며 동시에 나의 환상이기도 했다. 물고기들은 감춰져 있던 날개를 달았다.
나는 그곳에서 밤새워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세월을 보냈다. 평원의 비옥한 들판에는 작은 벌레들이 작고 가느다란 날카로운 소리로 나를 따라 울어댔다. 그놈들은 저마다 나에게 불안한 한밤중, 자기 생명의 하찮고 덧없슴을 알게 했고, 자기의 명운을 스스로 어찌해 보기 어려 위서,---- 매일 아침, 서재 마룻바닥에 움직이지 않는 작은 벌레들이 수북이 깔려 있었다.
가난한 소년이 유일하게 의지할 곳은 환상 밖에 없었다. 이것 외에는 혈혈단신 가진게 없었다.
2007년 이전에는 내 딸 ---- 베이베이(北北)라는 작은 아이는 이 세상에 없었다. 그보다 훨씬 전, 내 생활에 리민(李敏) ---- 나의 처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훨씬 전의 훨씬 전에는, 베이베이의 아버지도 없었고 엄마도 없었다.
우리 셋이 세상에 나온 것은 순전히 우연이다. ---- 한 무리의 흘러다니던 올챙이 가운데서 한 마리가 돌연 껍질을 벗고 나온 것이다. 가까스로 도착한 이 세상에는 너무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무엇 때문에 우리 셋은 한 가족이 되었을까? 이것은 아주 큰 연분(緣分) 때문이고, 내가 제일 사랑하는 연분이다.
우리는 세상에 와서 무슨 일을 할까? 사실 대다수의 사람은 세상에 와서 특별한 의미없이 단지 한 세상 살다가 간다. 인류라는 종은 계속해서 작은 고리로 연결된다. 하지만, 원래 이 세상에는 우리가 없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이 세상에 엄면히 있는 중이다. 장래에도? 장래에는 우리가 없어진다. 우리는 사라져 버린다. 나는 이 짧은 만남의 시간 속의 우리 셋을 소중히 여긴다. 나는 우리의 만남의 시간이 째깍째깍 카운트 다운하듯 지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언제나 몇몇 사람들은 세상에 대하여 자신의 영향을 남기고 싶어한다. 그들의 존재가 사회를 변화시키고, 세계를 변화시키고, 역사를 변화시키기를 기대한다.
생각해 보면, 모든 사람이 세상에 와서 모두 역사를 변화시킨다! 만약 내가 세상에 오지 않았더라면, 적어도 이 세상에 베이베이는 없었을 것이다. 만약 내 부모 중 한 사람이라도 세상에 없었다면, 갇힌 시골에서 생활하며, 지금처럼 책을 읽고 원고를 쓰는 내가 없었을 것이다. 나와 알고 지내는 우수한 소설가들, 그들도 나와 왕래하고 사귀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도 외주 었던 사람들을, 골치 아팠던 시절, 누가 도와주었을까? 나를 도와준 사람들 역시, 그들도 나를 도와주지 못했을 것이다.
원래 세상에는 우리가 없었다.
우리는 구태여 세상에 와서, 하필 우리가 되었고, 굳이 많은 사람들과 어깨를 부딫히며, 하필 그중 몇 사람과 알게 된다. 나는 하필 베이베이의 엄마와 결혼하고, 굳이 베이베이를 낳고, 구태여 이 아이를 "베이베이"라고 부르게 힌 것이다.
우리 셋!
2007년, 나의 아이는 아내의 배 속에서 천천히 자라고 있었다. 아내는 채소를 먹고, 사골탕을 마셨고 거기서 아이가 자라나는 영양을 섭취했다. 그러니 우리들의 아이는 바로 이런 채소와 사골탕의 영양으로부터 자라닌 것이다. 이건 정말 재미있는 일인데, 하나의 알 수 없는 아이가 자라나는 가운데, 나와 아내는 그 애의 아버지와 엄마가 되는 것이다. 나는 아내를 배태하게 했고, 지금은 그 태가 천천히 나와 아내의 유전자를 생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아이는 현재 여전히 뚜렷한 용모를 가추고 있지 않으나, 우리는 아이의 몽모에 대하여 절대 낯설지 않았다. 한 구루의 나무는 그 씨가 어디에 심어졌든, 우리는 언제나 그 나무를 알아낼 수 있고, 결코 날아가는 새나 물고기로 변한 리 없다. 현재 나와 아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기껏 기다리는 일일 뿐이다. 바로 나와 아내의 아이가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하늘이 보내준 우리와 다르면서 우리를 대신해줄 그런 아이를.
---- 아이야, 나는 네가 나와 같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내가 바라지 않는 일을 할 때, 이런 일들이 생계를 위하여,부득이한 일이고 그것들을 문밖에서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안다. 나는 또 내가 얻고자 하는 많은 것들에 대해서, 설령 내가 바라는 것들이 나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줄 지라도, 저항했고, 이 또한 부득이한 일이었다. 살다 보면 부득이한 일들이 정말 많다.
겁을 내기 때문에, 혹은 의심과 근심 때문에, 자기 체내에 방화벽을 설치하는 것과 같다. 자기가 바라는 것은 언제나 자기로부터 멀리 떨어져있고, 얻기 쉽지 않으며, 얻기 쉬운 것은 적지 않은 감춰진 폐해가 있을 수 있다. 사실, 어떻게 괜찮은 일생을 보낼 것이냐 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에는 보이지 않는 칼끝이 숨어있다. 설마 침묵의 유랑자가 무엇을 위하여 시키지도 않는데 몰래 손선풍기를 돌리겠는가?
나는 네자신이 알고 즐긴다면, 네가 유쾌하게 살기를 바란다. 통상 즐거움이란, 불쾌감이 과장되는 데서 비롯된다. 네 아버지는 기쁨을 얻는 가운데, 너를---- 이건 하나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불쾌감이 조금도 과장되지 않은, 커다란 행복이다. 만약 반드시 과장된 결과를 말하라고 한다면, 나는 스스로에게 불만을 나타낼 것이다. 나는 네가 나와는 다른 인격과 미래를 갖게 될 것임을 안다.
네가 겨우 일곱 살 때, 네 아버지는 벌써 늙어버렸다. 이상이 마멸되었기 때문에, 그의 쾌락이 늙어버렸기 때문에.
나는 더이상 빗 속에서 날아온 물고기도 아니다. 물고기는 기껏 꿈속에서나 나타날 뿐이다.
네 엄마는 재미있는 여자다. 그녀와 네 아버지는 전에 같은 학교 학생이었다. 여러 해 전, 네 아버지가 빈털터리였을 때, 네 엄마네 집안 형편은 그보다 훨씬 나았고, 그들의 연애는 좋게 보이지 않았다. 어느 해, 네 엄마가 네 아버지의 시(詩)를 읽고 아버지의 옛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 네 아버지의 주소를 알았을 때부터 그들의 서신왕래가 시작되었다.
편지를 주고받은지 여러 해가 지나서 그들은 만났다.
한참 지난 다음, 네 아버지는 무미건조하고 낯선 북경에 갔다. 그때 수도는 황사는 심하지 않았지만, 모래바람이 심했다.
한참 지난 다음, 네 엄마도 북경에 가게 되었지.
너는 북경에서 임신되었지만, 후베이(湖北) 사람이다. 그래서 너의 아명을 베이베이(北北)라고 부른 것이다.
여기서, 우리 셋이..... 맞다, 우리 셋이 즐거운 생활을 함께 했지.
비가 하필 네 아버지 꿈속에, 그것도 어린 시절, 강한 평원에 내렸다.
우리 셋은 함께 유랑하고 있으면서, 고향을 느꼈다.
원재 <청년일보> 2016.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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