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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필, 단편소설

바람이 석문(石門)을 지나갔다.(风从石门过)-1.午后茶 바람은 내 맘대로 한다.(风是我的随心所欲) ​ 날씨가 시원해졌다. 거리에는 더 이상 더위를 식히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달이 파란 하늘에 비스듬히 걸려, 조용히 외톨이 오후차(午后茶 :人名-직역하면 오후의 차)가 석문의 도로에 멍하니, 혼자 서있는 것을 내려다보았다. 성봉(成峰)의 집 문앞에 묶여있는 누렁이는 벌러덩 누워 눈을 감고 먹은 것을 되새김질하고 있었다. 만둔(满囤) 집,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개는 어느 구석에 엎드려 나쁜 궁리를 하고 있는지, 그림자도 안보였고, 기척도 없었다. 동쪽 거리 조문(兆文)의 피리 소리는 며칠째 계속 벙어리가 되었는데, 어머니 말로는 조문이 병이 나서 피를 토했다고 했다. 매일 이맘때쯤 인민공사 오 소창(소규모 공장)에서 늦게 돌아오는 춘구 큰형은 오늘 밤에는 하필.. 더보기
손 씻기 (洗手) 끝. 朱以撤 평범한 날에도 두 손이 바쁜 것은 날마다 대량의 물건을 만지는 탓이다. 만져야 하는 대상은 모두 온도가 있다. 차갑거나 뜨겁고, 거칠거나 섬세한데, 그것들의 느낌은 절기가 바뀔 때마다 변화한다. 만약 아무런 속박도 없다면, 모든 사람이 마주하는 물체마다 만져보고자 하는 욕망을 발산할 것이다. 사람들은 손으로 만져보고 마음속으로 파악하는데, 판단 역시 이로 인해 정확해진다. 내가 서예 작품전시회를 주관하던 기간, 적지 않은 사람이 손을 뻗어 한(漢)시대 예술품 탁본을 무거운가 가벼운가 만져보러고 하였다.---- 그들은 두 눈으로는 판단이 안되는지, 오직 손으로 느껴보려고 한 것 같다. 나는 많이 불안했다. 그들은 배움을 통하여 그들의 식견을 높이려하지 않고, 마치 손이 모든 의혹을 해결해 주는 것처럼 손을.. 더보기
손 씻기 (洗手) 3/4 朱以撤 나의 계산은 위(余) 선생의 지도로 점점 나아졌다. 여러 해동안 그는 내가 숫자와 공식을 사용해서 하나의 추상 왕국의 질서를 세우도록 도와주었고, 나를 산술 단계에서 수학 경계로 진입하게 했다. 일상생활에서는 근본적으로 이런 복잡한 논리와 추리가 필요 없고, 소학교 단계 정도 만계 산할 줄 알아도, 일상의 일을 처리하는데 충분하다. 단지 나 스스로 진취적 열정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그를 스승 삼았다.나는 문학적 재능이 있었지만, 우연히 계산에 재미를 붙이고, 스승의 가르침 아래 이방면에 많이 성장했다. 나는 원래, 수의 계산에 지나치게 우둔해서 문제가 주어지면, 실제 답안과는 언제나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위 선생에게는 식은 죽 먹기여서, 그는 여유 있게 숫자를 즐겼다. 하지만 그의 일상생활은 혼돈 투성.. 더보기
손 씻기 (洗手) 2/4 朱以撤 아주 오래전, 나와 농민 형제는 밭에서 일을 하고, 돌아오고 있었다. 생산대 아줌마가 벌써 밥을 지어놓았는데, 드물게 흰쌀밥이었다. 그 당시에 이런 행운을 만나려면, 생산 대장이 무더운 여름에 사람들이 수확과 모내기를 동시에 진행하기 너무 고생스럽겠다고 생각하고, 생산대의 양식을 풀어 모두에게 공짜 잔치를 한번 베풀어야만, 얻어걸리는 일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농기구를 던져놓고, 흰 쌀밥을 담은 나무통을 에워싸고, 나무주걱을 이손에서 저손으로 급하게 전했다. 사람들은 동작이 신속해야, 배불리 먹을 수 있고 ----- 배부른 것이 최고다라고 잔뜩 기대했다. 하지만 모든 아름다운 것은 인색하고, 유한한 것이다. 매우 빠르게, 흰 쌀밥 한통이 바닥을 보였다. 나는, 아직 배 불리 먹지 못한 사람이 밥공기를 들고.. 더보기
손 씻기 (洗手) 1/4 朱以撤 매번 한화(漢畵: 한나라 때 예술)를 펼쳐놓을 때는 마치 탁본을 읽을 때와 비슷하다. 나는 언제나 정성껏 손을 싹싹 문질러 깨끗하게 씻는다. 사실 손가락이나 손바닥은 이미 깨끗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는 것이 하나의 절차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여긴다. 마음속으로, 옛사람들 작품에 대한 경외감의 표시이고 또한 숭앙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하루 안에 몇 번으로 나누어 열람하게 되면, 곧 그만큼 여러 번 손을 씻는데, 손으로 탁본을 만질 때 훨씬 잘 느껴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탁본 중 어떤 것은 매우 커서 고르게 펴면 대청을 가득 채우기도 하는데, 둘둘 말면 다시 전처럼 한 묶음의 이불 같아진다. 접었다 폈다 하는데 적지 않은 노력이 든다 ---- 선지(宣纸안후이 성에서 나는 서화용 고급 종이)는 매우 연약하여 언제.. 더보기
가장 멀면서, 가장 가까운. (十一) 끝 :(最远的,最近的) 指尖 부모와 비교할 때, 나는 현재 점점 어린아이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들은 내가 할머니 연령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친은 거리에 앉아있다가, 나를 따라 집으로 돌아오면서 말했다. 오늘 어린아이 하나를 보았는데, 동글동글하고 통통한 게 꼭 우리 아들 어렸을 때 모습 그대로였다고 한다. 나는 버스를 타고 오다가도, 어린 아이 보기를 좋아한다. 그들의 조용하든가 혹은 불안한 시선 가운데 내가 친숙한 것이 있다. 이런 것들이 모두 과거에 그의 모습이다. 숫제 빨리 늙어버리기나 해라 했더니, 정말 손주나 안고 공원에 바람 쐬러 가게 생겼다. 그가 이만큼 어렸을 때, 그를 안고 어쩔줄 모르고 당황해하던 남편 역시 지금은 어린아이에 관심이 많아졌다. 정말 웃기는 일이다.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출근할 때 짬을 .. 더보기
가장 멀면서, 가장 가까운. (十) :(最远的,最近的) 指尖 사무실 동료가 나에게 다이어트를 위한 야채 탕 레시피를 알려주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 제일 맛없는 탕이었고, 차라리 한약 맛보다 못했다. 그때 그는 열살, 열 살배기가 내가 탕을 먹는 모습을 보고, 맛있는 것이나 맛없는 것이나 효과는 똑같다고 했다. 이 말에, 나는 탕 그릇을 내려놓았다. 맞다, 탐식이 모든 사람의 비만의 원인이다. 내가 탐식을 안 한다면, 초과 영양이 생길 리 없지 않겠는가? 그는 내가 경탄하는 사람이다. 경탄한다는 말은 내가 어떤 사람에게도 한적 없는 말이다. 그의 억제능력은 대단해서, 자주 나를 진땀 나게 한다. 식탁에서, 그의 먹는 모양은 우아하고, 먹는 양도 대단히 절제한다. 맛있는 음식일지라도, 한입 더 먹지 않고, 좋아하는 장난감일지라도,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달.. 더보기
가장 멀면서, 가장 가까운. (九) :(最远的,最近的) 指尖9 모친은 지금까지 내가 그녀의 옷을 사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단순히 내가 사주는 것뿐만 아니라 내 동생이 옷을 사주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그녀 스스로 옷을 사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한 번, 상징적인 일이 있었다. 새로 산 옷을 포장도 뜯지 않고 베란다에 던져 놓은 것이다. 둘째 날도 그 옷은 여전히 베란다에 있었고, 셋째 날, 넷째 날도 마찬가지였다. 일주일 후, 그 옷의 포장봉투 위에는 먼지가 보얗게 쌓였다. 나는 갑자기, 이상하게 슬펐다. 11월의 봉황거리, 작은 음식점에서 식사를 했다. 그가 주문한 것은 전부 전부 단맛 난 음식이었고, 나는 너 좋아하는 것만 시켰구나라고 말했다. 갑자기 나는 모친을 완전히 용서했다. 모든 생명은 단독의 개체이고, 전달하려고 하는 것은 모두 단편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