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한화(漢畵: 한나라 때 예술)를 펼쳐놓을 때는 마치 탁본을 읽을 때와 비슷하다. 나는 언제나 정성껏 손을 싹싹 문질러 깨끗하게 씻는다. 사실 손가락이나 손바닥은 이미 깨끗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는 것이 하나의 절차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여긴다. 마음속으로, 옛사람들 작품에 대한 경외감의 표시이고 또한 숭앙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하루 안에 몇 번으로 나누어 열람하게 되면, 곧 그만큼 여러 번 손을 씻는데, 손으로 탁본을 만질 때 훨씬 잘 느껴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탁본 중 어떤 것은 매우 커서 고르게 펴면 대청을 가득 채우기도 하는데, 둘둘 말면 다시 전처럼 한 묶음의 이불 같아진다. 접었다 폈다 하는데 적지 않은 노력이 든다 ---- 선지(宣纸안후이 성에서 나는 서화용 고급 종이)는 매우 연약하여 언제나 조심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귀부인을 부축하여 일으켜 세우려면 살그머니 해야지 힘을 주면 안 된다"라고 하지 않는가?
게다가 아무리 조심해도 마모가 일어나는데, 어떤 때는 종이 가루가 떨어지기도 하고, 어떤 때는 비단 올이 풀리기도 한다.
늘 손의 동작을 극도로 부드럽고 약하게 하지만, 마음속으로 감히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나는 장갑으로 격리시키고 하는 작업 방법에 계속 적응할 수 없어서, 고집스레 맨손으로 이러한 구시대의 보물을 다루었으며, 혹여 그것들을 다치게 할까 두려워했다.
이런 습관은 점점 굳어져서, 옛물건을 마주할 때는 대체로 이렇게 한다. 이런 옛 물건 들은 다시 만들 수 없다. 만약 어떤 사람이 손이 땀 투성이거나, 손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나는 같이 일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옛 물건은 모두 독특한 자기의 숨결이 있다. 적막하고, 부드럽고, 소박한데, 오늘날에는 이런 멋이 없다. 욕심 가득한 손으로 하루 종일 여러 가지 물질의 표면을 주무르면서, 조용히 옛 글씨본과 옛 비석을 읽고, 천천히 손에 들고 완상 하려면, 역시 먼저 손부터 씻어야 한다. 그래야 손의 온도를 일마간 냉각시킨다---- 이것은 길고 긴 시집살이와 똑같은데, 매우 정중해야 하고, 또 매우 필요한 일이다.
사람이 정신적으로 준비를 잘 하고나면, 이어서 손으로 전개하는 동작은 자기 할 일을 다하게 되고, 적어도 실수는 하지 않게 된다.
정신적 결벽, ---- 이것은 맑고 투명한 물로 손을 헹구게 만들고, 통상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생활습관 가운데 손 씻기가 요구되는 것은 식사 전이다. 밥을 먹을 때가 되면, 손을 깨끗이 씻어야, 불결한 세균이 손가락 끝을 따라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게다가 아무렇게나 씻어도, 안 씻는 것보다 청결하다.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항상 이렇게 생각한다. 이로 인하여, 식사 전의 손씻기는 언제나 하는 일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지속되는 결과가 만들어졌다.
시골 아낙네가 물이 부족하지 않은 조건에서, 아이들 손을 씻긴다면, 아마 생각하지는 않았겠지만, 이것은 자신의 노동 성과에 대한 존중이다. ----일 년 내내 갖은 고생을 다하다가, 결국 황금빛 결실을 얻고, 든든한 곡식 창고로 들어가는.
어느 때는 내가 손을 헹굴 때, 몇 개의 황금빛 작은 알갱이가 튀어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당연히 허리를 굽혀 그것을 주시었다.
이상한 것은 만일 새하얀 쌀알이 몇 개 떨어졌다면, 내가 그렇게 절박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좁쌀 색깔에 흡인되었고, 나는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그렇게 작은 것이, 또 그렇게 찬란하다니!
하느님이 그것들에게 이런 모양의 얼굴을 주니, 사람들은 그것들의 존재를 소홀히 할 수 없다. 그것들은 수확의 계절을 기다렸다가, 한바탕 바람처럼 와서, 아무 때나 진흙 갈라진 틈으로 떨어져, 다시는 곡식 창고로 돌아오지 않는다. 다행히 농부의 손발은 재빨라서, 그것들을 밭에서 가지고 돌아온다. 무수한 황금빛 알갱이들이 사람을 현기증 나게 하고, 그것들을 황금색 탑으로 쌓게 한다. 높은 곳의 좁쌀은 줄줄 흐르기 시작하는데, 마치 황금색 강이 흐르는 것 같다.
현재, 그것들은 천리 밖에서 내 앞까지 왔다. 매 알갱이마다 원대하게 보이는데 , 어찌 그들을 가볍게 여길 수 있겠는가?
사람이 손을 씻고 식탁에 앉는 것은 분명 신중하고 단정한 일이다.
노동의 결실에 대하여, 성실한 마음을 품고, 천천히 음미하면 얼굴 표정이 더욱 명랑해질 것이다. 게걸스레 먹어, 게눈 감추듯 없애는 것은 하나의 태도다. 오직 노동 결실의 재미는 섬세하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거칠고 볼품없다. 대체로 손을 씻는 절차가 있다면, 전체 행위가, 조금 억제되고, 조금 느릿느릿해진다. 그래서 보다 섬세하고 우아해지는 것이다. 소위 점잖다고는 것인데, 손 씻는 동작 역시 그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수필, 단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 씻기 (洗手) 3/4 朱以撤 (0) | 2022.09.30 |
---|---|
손 씻기 (洗手) 2/4 朱以撤 (0) | 2022.09.28 |
가장 멀면서, 가장 가까운. (十一) 끝 :(最远的,最近的) 指尖 (1) | 2022.09.12 |
가장 멀면서, 가장 가까운. (十) :(最远的,最近的) 指尖 (0) | 2022.09.08 |
가장 멀면서, 가장 가까운. (九) :(最远的,最近的) 指尖9 (0) | 2022.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