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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대룩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11장 (2/7) 모친이 말했다. "내가 다 말했어요.  그래서 나를 핍박하는 거예요. 나도 괴롭힘을 당할 만큼 당했어요! 그 늙은 것이 천리(天理 :중국인들이 생각하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도덕법칙)를 어기는 거예요! ​말로야 목사는 여덟째를 모친에게 넘겨주면서 말했다. "이 애에게도 젖 좀 먹여. 모두 하나님이 보내준 애들이야. 너무 편애하면 안 돼!"​모친은 얼굴이 빨개져서 여덟째를 받아들고는 젖꼭지 하나를 그 애에게 물려주려고 했다. 나는 얼른 발로 그 애의 배를 밀었다.여덟째가 울음을 터뜨렸다.모친이 말했다. "봤죠? 이녀석이 저만 알아요. 당신이 양젖을 좀 가져다가 아이에게 먹이세요."말로야 목사는 여덟째에게 양젖을 배불리 먹이고 아이를 바로 온돌에 눕혔다.여덟째는 울지도 움직이지도 않고, 온순하기 그지없었다.​.. 더보기
대룩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11장 (1/7) 모친이 태어난 지 백일이 된 나와 여덟째 누나를 안고, 말로야 목사를 찾아간 때는, 그해 추석날 오전이었다.큰 거리에 면해있는 교회당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문에는 성령을 모멸하는 상스러운 말이 가득 쓰여 있었다.우리는 작은 골목을 따라 돌아서 교회당 후원으로 갔다.문 옆에 있는 짧은 말뚝에 뼈와 가죽만 남은 삐쩍 마른 젖산양이 미끄러워 매져 있었다. 산양의 얼굴은 매우 길어서 아무리 보아도 산양의 얼굴이 아니라 기다란 당나귀의 얼굴 또는 낙타의 얼굴이거나 늙은 증조모의 얼굴이었다.그놈은 머리를 치켜들고 음침한 표정으로 내 모친을 가늠해 고 보았다.모친은 한 발을 들어 발끝으로 그놈의 턱에 비볐다. 그놈은 구성지게 한번 울더니 바로 머리를 숙이고 풀을 먹었다.정원에서 우르릉쾅쾅하는 소리가 울렸고, 다.. 더보기
대룩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10장 (5/5) 마부가 울상을 지으며 일어났다.그는 앞으로 닥쳐올 곤란을 두려워하며 묘지 가장자리에 있는 마차를 바라보았다.마차 위에는 까마귀들이 빽빽하게 떼를 이루고 있었는데, 위아래로 오르내리며 날면서, 시끄럽게 깍깍거렸다.세 마리의 말은 땅에 엎드려 있었고, 입은 풀 더미에 감춰져 있었다.그들 등에도 까마귀들이 가득 앉아 있었다.마차 주위의 초지에는 까마귀들이 목을 뻗고 먹이를 삼키고 있었다.그중 두 마리는 한 토막의 번지르르한 먹이를 마치 줄다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서로 끌어당기고 있었는데, 한 놈이 후퇴하면 다른 한놈은 시적시적 전진했다. 한 놈이 전진하면 다른 한놈은 흥분해서 후퇴했다.어떤 때는 그들의 힘이 서로 똑같아서 잠정적인 교착상태에 있는 것 같았다. 그놈들은 초지를 발로 버티면서, 날개를 끌고, 목을 .. 더보기
대룩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10장 (4/5) 소나기가 지나가자, 잘게 부서진 구름 덩어리들은 급히 달아나 버렸다.구름 틈새로 보이는 하늘은 눈부시게 푸르렀고, 햇볕은 쨍쨍하기 그지없었다.  남아있던 우박은 순식간에 수증기로 변해서, 다시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다.우박에 손상된 밀은 어떤 것은 허리를 폈고, 어떤 것은 영원히 허리를 펴지 못했다.차가웠던 바람은 빠르게 뜨거운 바람으로 변했고, 밀은 빠른 속도로 성숙하여 일분 차이로 더욱 노래졌다. ​우리는 공동묘지 가장자리에 모여있다가, 쓰마팅 쩐장이 팔자걸음으로 묘지로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메뚜기는 그의 발 밑에서 날아올랐고, 메뚜기의 연두색 바깥 날개 안에서 분홍빛 안 날개가 반짝였다.쓰마팅은 한 무더기의, 노란색 작은 꽃잎이 만개한 들국화 옆에서, 발꿈치로 땅을 구르며 큰소리로 말했다."바로 여기.. 더보기
대룩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10장 (3/5) 마차를 따라가며 하는 곡소리는 끊어졌다 이어졌다 했다.길은 종루가 무너진 교회담장을 지나고, 5년 전 쓰마팅과 그의 동생 쓰마쿠가 시험해 보았던, 풍력으로 제분하던 제분소를 지났다. 제분소 상공에는 아직도 십여대의 낡아빠진 풍차가 우뚝 서서 와르릉 와르릉 소리 내고 있었다.우리는 이십년전 일본 상인 미루네 코오로 가 설립한 메이미엔 이종(美棉引种) 주식회사 옛터가 왼쪽에 방치되어 있는 큰 거리의 우측,  가오미현 현장  니우텅샤오(牛腾宵)가 부녀자들을 동원해서 전족해방 강연을 했던 쓰마 집안의 탈곡장을 지났다.마지막으로 묵수하변 도로를 왼쪽으로 돌아서, 계속 소택지까지 이어지는 평탄한 벌판에 들어섰다. 이따금 습한 남풍이 불어 시신이 부패하는 냄새를 불러일으켰다.길 옆 도랑 속, 강가 얕은 물속에 있는 .. 더보기
대룩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10장 (2/5) 고우 셋째(苟三)와 야오 넷째(姚四)는 허리를 굽히고 우리 집 정원으로 들어섰다. 그들을 따라 들어온 사람들은 쩐(镇: 현 밑의 행정 단위)의 건달들이었다.그들은 쓰마팅 쩐장의 수족으로서 쩐장이 공무를 집행할 때, 의장대이자 수행원이었으며, 쩐장의 위풍과 권력은 그들을 통해 표출되었다.야오 넷째는 가생이가 나달 나달 한, 종이로 엮은 장부를 들고, 귀와 머리 사이에는 예쁜 꽃무늬 연필을 꽂고 있었다.고우 셋째는 상관후루의 시체를 뒤집어서, 팅팅부어 시꺼메진 일굴을 빨간 구름이 꽉 끼어있는 하늘을 향하게 했다.그는 긴 중국 사설로 창을 하며 말했다."상관후루---- 두뇌가 깨져서 죽었다 ---- 시체 주인은---"야오 넷째는 손가락에 침을 묻혀 호적부를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결국 상관집안이 속한 페이지를 찾.. 더보기
대룩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10장 (1/5) 모친이 드디어 의식이 돌아왔다.그녀는 처음으로 나의 두 다리 사이에 있는 번데기같이 작은 음경을 보았다.암담했던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갑자기 광채가 발산되었다.그녀는 나를 안고, 마치 닭이 쌀알갱이를 쪼듯 나에게 뽀뽀를 했다.니는 쉰 목소리로 울면서, 입을 벌리고 유두를 찾았다.그녀는 유두를 내 입속에 밀어 넣었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빨았으나 유즙은 없었고 오직 피비린내뿐이었다.나는 큰 소리로 울었다.여덟째 누나가 내 옆에서 꺼이꺼이 울었다.모친은 나와 여덟째 누나를 함께 놓아두고는 손바닥을 짚고 일어나 온돌에서 내려갔다.그녀는 비틀비틀 물항아리로 가더니, 넙죽 엎드리고 노새같이 물을 먹었다.그녀는 무감각하게 정원 가득한  시신들을 보았다.어미 나귀와 그의 새끼 노새는 땅콩더미  주변에서 부들부들 떨.. 더보기
대룩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9장 (2/2) 상관뤼스는 순간 정신이 혼미하고 앞이 보이지 않아서, 머리를 온돌에 부딪쳤다.그녀는 온돌을 부여잡고 힘들게 일어났다.얼굴색이 석회같이 하얘진 며느리가  보였다.그녀는 고통스럽게 신음하며 산실을 나갔다. ​정원은 온통 죽음이었다.아들은 두 무릎을 꿇고, 피투성인 기다란 목을 땅바닥에 꽂고 있었고, 선혈은 구불구불한 작은 계곡 같이 땅 위를 흘렀다.놀란 표정이 그대로 남아있는 그의 머리는 단정하게 그의 신체 앞쪽에 우뚝 서 있었다.남편은 벽돌로 된 통로에 고꾸라져 있었다. 그의 한쪽 팔은 배  밑에 깔려있고, 다른 한쪽 팔은 앞으로 뻗고 있었는데, 뒤통수에 길고 넓게 갈라진 큰 상처가 있었으며, 하얗고 뻘건 것들이 벽돌 통로에 튀어 있었다.말로야 목사는 땅 위에 웅크리고 앉아, 손가락으로 연신 가슴에 성호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