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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대룩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10장 (2/5)

중국 농촌의 장례 (본문과는 아무 관련 없음)

 

 

고우 셋째(苟三)와 야오 넷째(姚四)는 허리를 굽히고 우리 집 정원으로 들어섰다. 그들을 따라 들어온 사람들은 쩐(镇: 현 밑의 행정 단위)의 건달들이었다.

그들은 쓰마팅 쩐장의 수족으로서 쩐장이 공무를 집행할 때, 의장대이자 수행원이었으며, 쩐장의 위풍과 권력은 그들을 통해 표출되었다.

야오 넷째는 가생이가 나달 나달 한, 종이로 엮은 장부를 들고, 귀와 머리 사이에는 예쁜 꽃무늬 연필을 꽂고 있었다.

고우 셋째는 상관후루의 시체를 뒤집어서, 팅팅부어 시꺼메진 일굴을 빨간 구름이 꽉 끼어있는 하늘을 향하게 했다.

그는 긴 중국 사설로 창을 하며 말했다.

"상관후루---- 두뇌가 깨져서 죽었다 ---- 시체 주인은---"

야오 넷째는 손가락에 침을 묻혀 호적부를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결국 상관집안이 속한 페이지를 찾아냈다.

그런 다음, 귀에서 연필을 꺼내 들고, 한쪽 다리를 구부리고 한쪽 다리로 지탱한 채, 호적부를 무릎에 올려놓고, 연필 끝을 혀 끝에 찍은 다음 상관후루의 이름을 지워버렸다.

"상관쇼우씨----"  고우 셋째의 목소리에서 갑자기 좀 전의 낭랑함이 사라졌다. "----  목이 잘려 죽었다 ----" 모친이 엉엉 울기 시작했다.

쓰마팅이 야오 넷째에게 말했다. "적어. 적으라니까. 잘 안 들려?"

하지만 야오 넷째는 기껏 상관쇼우씨의 이름  위에 동그라미를 그릴뿐, 그의 사인을 기록하지 않았다.

쓰마팅이 징 채를 휘둘러 그의 머리를 때리며 욕을 했다.

"니미 시발, 너 죽은 사람에게서 감히 뜯어먹으려고 그래? 너 내가 글씨를 모르는 줄 알고 속이려드냐?"

야오 넷째는 울상이 되어 말했다. "어르신, 때리지 마세요. 저는 마음속에 적어 놓았어요. 천년 동안은 잊지 못할 거예요."

쓰마팅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네가 어떻게 그렇게 명이 기냐? 네가 천년을 살 수 있다니 네가 남생이(乌龟: 마누라가 바람난 남자라는 욕)냐, 아니면 거북이( 王八: 아비를 모르는 잡놈이라는 욕)냐?"

"아이고 나으리! 그냥 예를 든 것뿐이에요. 나으리, 이건 말다툼인데 ---- 누가 감히 나으리와 말다툼을 하겠어요?" 

쓰마팅은 다시 징채로 야오 넷째를 때렸다.

"상관 ----" 고우 셋째가 상관뤼스  앞에서 고개를 돌리고 모친에게 물었다. "당신 시어머니 성이 뭐요?" 모친이 고개를 저었다.

야오 넷째가 연필로 장부를 두드리며 말했다. "성이 뤼(吕)야!"

"상관뤼스 ----"  고우 셋째가 소리치며, 몸을 숙이고 그녀의 몸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상한데. 상처가 없어." 그는 중얼거리며 상관뤼스의 백발로 가득한 머리를 밀어 움직여 보았다.

그녀의 입에서 가늘고 약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고우 셋째가 급히 허리를 폈는데, 너무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는 연달아 뒷걸음치며, 입으로는 어버버버 하며 말했다.

"어떻게....  어떻게 시제가 되어...."

상관뤼스는 아주 천천히 눈을 떴다.  마치 갓 태어난 영아같이 시선이 산만했고, 눈에 초점이 없었다.

모친이 소리쳤다. "어머니!"

모친은 나와 여덟째를 누나 둘의 품에 맡겨놓고, 할머니 옆으로 두 발작 뛰다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모친은 할머니의 시선에 초점이 생겼다는 걸 깨달았던 것이다.

초점은 내 몸에 맞춰졌고, 나는 큰 누나의 품 안에 있었다.

쓰마팅이 말했다. "제수씨, 숙모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잠깐 정신이  맑아진 모양이오. (원문: 回光返照)  내가 보기에 아기를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남자애 맞아요?"

할머니의 시선이 나는 매우 불편해서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쓰마팅이 말했다. "손자를 할머니에게 보여주어 그녀가 안심하고 세상을 떠나게 하는 게 좋겠소."

모친은 큰누나의 품에서 나를 받아, 무릎을 꿇고 무릎걸음으로 할머니 옆으로 가서 나를 그녀의 눈앞에 들어 올리고는 울면서 말했다.

"어머니 나도 어쩔 수 없었어요. 나도 지금 겨우 걷는 거예요...."

나의 엉덩이 아래에 있는, 상관 뤼스의 눈동자에서 갑자기 밝게 빛나는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그녀의 복부에서 우릉우릉 소리가 몇 번 나더니 악취가 퍼져 나왔다.

"됐어. 기체가 빠져나갔으니 이제 정말 끝난 거야." 쓰마팅이 말했다.

모친은 나를 안고 일어나, 수많은 남자들 앞에서 옷섭을 걷어 올리고  젖꼭지를 내 입에 밀어 넣었다.

묵직한 유방이 내 얼굴을 덮었고, 나는 울음을 그쳤다.

쓰마팅 쩐장이 선포했다. "상관뤼스. 상관후루의 처, 상관쇼우씨의 모(母)는 남편과 아들이 죽었기 때문에 장이 끊어져 죽었다. 이제 됐으니, 들어 올려 내가라!"

몇 명의 시신 수습대원이 쇠 갈고리를 들고 왔다.

그들이 막 쇠갈고리를 상관뤼스의 몸에 걸려고 하는데, 그녀는 뜻밖에 늙은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기어 나왔다.

태양 빛이 그녀의 퉁퉁 부은 큰 얼굴을 밝게 비췄는데, 레몬 같기도 했고 설에 먹는 떡 같기도 했다.

그녀가 차갑게 웃으며 담장에 등을 기대어 자리 잡고 앉으니, 마치 무거운 작은 산 같았다.

쓰마팅이 말했다. "숙모, 정말 명이 길겠어요."

쩐장의 수행원들은 모두 소주를 뿜은 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시체에서 나는 냄새를 막았다.

그들은 문짝을 하나 메고 있는데, 문짝 위에는 아직도 희미하게 대련 글자가 남아있었다.

네 명의 건달 ---- 그들은 현재 쩐(镇) 공무소의 시신 수습대원이다 ----그들은 바쁘게 쇠 갈고리로 상괸후루의 사지를 걸어서, 그를 문짝 위에 올려놓았다. 두 명의 건달이 하나는 앞에 하나는 뒤에서 문짝을 메고 대문 밖으로 나갔다.

상관후루의 한쪽 팔이 문짝 아래로 축 늘어져서 시계추처럼 흔들흔들했다.

"문 입구 아줌마들 좀 비켜주시오!" 문짝을 메고 가던 건달 하나가 큰소리로 웨쳤다.

두 명의 건달이 앞으로 달려갔다.

"여기 손 씨 큰고모, 땜장이의 마누라다!"

"이 사람이 어째서 여기 죽어있지?"

어떤 사람이 골목에서 큰소리로 의문을 나타냈다.

"우선 그녀를 차에 실어."

골목 안이 온통 시끌시끌했다.

문짝이 상관쇼우씨 옆에 놓였다.

그는 죽기 직전의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푸른 하늘을 향해 호소하는 듯, 목 없는 시체 속에서 투명한 기포가 뭉텅이 뭉텅이 뿜어져 나왔는데 마치 그 속에 게 소굴이 감춰져 있는 것 같았다.

시신수습  대원들은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

그중 한 명이 말했다. "이렇게 하자. 위로 들어 올리자."

그는 말을 하면서 바로 쇠갈고리를 들어 올렸다.

모친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를 쇠갈고리에 걸지 마세요!"

모친은 나를 큰 누나 품에 밀어 넣고, 울부짖으며 남편의 머리 없는 시신 옆으로 달려들었다.

그녀는 머리 덩이를 주워 보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이 그것에 접촉하는 순간 바로 움찔하여 돌아왔다.

"형수, 그만 됐어요. 그의 머리를 형수가 어떻게 붙여놓을 수 있겠어요? 마차에 가서 보기나 하세요. 어떤 사람은 개들에게 뜯어 먹혀서 다리 한 짝 밖에 남지 않은 사람도 있어요. 이 정도도 괜찮은 셈이에요!"

입을 수건으로 막았기 때문에 그 건달은  우렁우렁 말했다.

"비키세요. 당신들 모두 등을 돌리고 보지 마세요."

그는 거칠게 모친을 잡아 일으켜 세우더니, 모친과 누나들과 함께 밀어버렸다.

그는 또 우리들을 일깨웠다. "모두 눈 감으세요!"

모친과 누나들이 눈을 떴을 때, 정원 안에 있던 시신들은 벌써 모두 밖으로 끌려나갔다.

우리들은 시신들이 그득 쌓인 마차를 따라 먼지가 펄펄 날리는 큰길을 걸어갔다.

세 마리의 말은, 첫날 오전 큰 누나가 보았던 그대로였다.

한 마리는 살구 빛, 한 마리는 대추빛, 한 마리는 황록색이었다.

그놈들은 기가 죽었고, 몸의 색채도 선명하지 않았다.

끝에서 끌어당기는 살구색 말은 한쪽 다리를 절름거렸고 걸을 때마다 머리를 뻗었다.

마부는 채찍을 늘어뜨리고, 손으로 끌대를 잡고 있었다.

그의 머리는 양쪽은 검은색, 가운데는 흰색이어서 마치 산까치 같았다.

큰 거리 양편으로 열댓 마리의 개들이 흥미로운 눈으로 마차 위의 시신들을 바라보고 있었지.

마차 뒤로 흐트러지는 먼지 속을 피살자 가족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우리 뒤에는 쓰마팅 쩐장과 그의 수행원들이 있었다.

그들 중 어떤 사람은 삽을 메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쇠 갈고리를 들었고, 또 어떤 사람은 꼭대기 끝에 한 뭉치의 빨간 헝겊 가닥을 비 끌어 맨 장대를 들고 있었다.

쓰마팅은 동라를 들었는데, 매번 수십 걸음 갈 때마다 한 번씩 두드렸다.

징 소리가 한번 울리면 피살자 가족들은 일제히 곡을 했다.

그들은 곡을 하면서도 매우 시큰둥한 것같이 보였다. 징소리의  왱왱거리는 여음이 사라지면 곡성도 바로 끝났기 때문이다

마치 죽은 친지를 위해 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쩐장이 억지로 맡긴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곡을 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