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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대룩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11장 (1/7)

 

 

모친이 태어난 지 백일이 된 나와 여덟째 누나를 안고, 말로야 목사를 찾아간 때는, 그해 추석날 오전이었다.

큰 거리에 면해있는 교회당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문에는 성령을 모멸하는 상스러운 말이 가득 쓰여 있었다.

우리는 작은 골목을 따라 돌아서 교회당 후원으로 갔다.

문 옆에 있는 짧은 말뚝에 뼈와 가죽만 남은 삐쩍 마른 젖산양이 미끄러워 매져 있었다. 산양의 얼굴은 매우 길어서 아무리 보아도 산양의 얼굴이 아니라 기다란 당나귀의 얼굴 또는 낙타의 얼굴이거나 늙은 증조모의 얼굴이었다.

그놈은 머리를 치켜들고 음침한 표정으로 내 모친을 가늠해 고 보았다.

모친은 한 발을 들어 발끝으로 그놈의 턱에 비볐다.

그놈은 구성지게 한번 울더니 바로 머리를 숙이고 풀을 먹었다.

정원에서 우르릉쾅쾅하는 소리가 울렸고, 다시 말로야 목사의 컹컹하는 기침소리가 났다.

모친은 문에 달린 철제 걸쇠를 뽑았다. 문에서 삐걱 소리가 나면서 약간 틈이 벌어졌다.

모친은 나를 안은채  몸을 숙이고 안으로 비껴 들어갔다.

말로야는 대문을 잠그고 돌아서더니 길고 긴 팔을 뻗어 우리를 품 안에 껴안았다. 그는 진짜 우리 지방 사투리로 말했다.

"우리 사랑하는 피붙이 덩이...."

이때, 샤우에량(沙月亮)은 그가 막 조직하기 시작한 검은 나귀 조총대를 인솔하고, 우리가 장례를 마치고 돌아왔던 그 길을 따라 신바람 나게 마을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길 양편 중, 한 편은 밀을 베어낸 자리에 심은 가을 수수가 높이 자라 있었고, 한 편은 묵수하(墨水河)  강변에 널리 퍼져있는 갈대밭이 있었다.

한여름의 무더운 햇볕과 감미로운 빗물은 모든  식물을 미친 듯 자라게 만들었다.

가을 수수는 잎은 풍성했고, 줄기는 굵고 실했으며 사람 키보다 더 컸으나 아직 이삭이 패지는 않았다.

갈대는 검고 번지르했고, 줄기와 잎에는 하얀 솜털이 가득했다.

계절은 추석, 비록 바람 속에서 가을 냄새를 맡을 수는 없지만, 하늘은 벌써 짙푸른 가을 하늘이었고, 햇볕은 벌써 아름다운 가을 햇볕이었다.

샤우에량 일행은 28명. 모두 한 가지 색으로 검은 나귀를 타고 있었다.

이 나귀들은 우리엔(五莲) 현, 남쪽 구릉지대의 특산품이다.

그놈들은 키가 크고 비대했으며, 다리가 씩씩하교 힘찼다. 나귀의 속도는 말보다 못했지만 인내럭은 말보다 나아서 산을 넘고 울을 건너는 장거리를  능히 갈 수 있었다.

샤우에량은 팔백여  마리의 나귀 중에서 스믈 여덟 마리의 거세하지 않고 목소리가 우렁찬, 생기발랄한 청춘의 검은 나귀를 조총대가 탈 나귀로 골랐다.

스물여덟 마리의 검은 나귀가 작은 길을 걸어가니  한 줄의 검은색 흐름이 생겨났고, 마치 물이 흘러가는 것 같았다.

길 위에는 우윳빛 안개가 덮여 있었고, 나귀 몸에는 햇볕이 반사되고 있었다.

쩐(镇) 시내의 파손된 종루와 전망대 가 보이자 제일 선두 나귀를 탄 샤우에량은 고삐를 끌어당겨서 나귀 걸음을 세웠다. 그러자 뒤쪽 나귀는 고집을 부리며 계속 가려고 했다.

샤우에량이 고개를 돌려 대원들을 보면서 나귀에서 내리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얼굴을 씻고 목을 씻고 나귀도 씻겨주라고 명령했다.

그는 검고 비쩍 마른 얼굴에 엄숙하고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나귀를 내린 다음, 나른해서 어영부영하는 대원들을 매섭게 훈계했다.

그는 얼굴을 씻고 목을 씻고 나귀를 씻기는 것이 꽤 괜찮은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말했다. "지금 항일 유격대는 버섯 같이 아무 데서나 솟아난다. 우리 검은 나귀 조총대는 스스로의 독특한 풍모로 다른 유격대를 압도해서 가오미현 동북향 지역을 가반으로 점해야 한다. 백성들의 마음속에 신망을 세우려면,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주의해야 한다."

그의 설득으로 대원들의 각오는 금세 높아졌다.

그들은 모두 웃통을 벗고 옷을 갈대 위에 걸어놓고, 호숫가 얕은 곳에  서서 박박 머리를 밀어 닦고, 얼굴을 씻고 목을 씻었다.

그들은 모두 새로 머리를 깎아서 두피가 파랗게 빛났다.

샤우에량은 메고 있던 자루에서 비누를 꺼내, 작은 조각으로 잘라 대원들에게 나눠주었고 대원들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이 씻었다.

그는 자기도 물속에 들어가 비스듬하게 자홍색 큰 흉터가  생긴 어깨를 씻고 목에 있는 때를 밀었다.

그들이 목욕을 할 때, 검은 수나귀들은 어느  놈은 흥미 없다는 듯, 갈대 잎을 씹었고, 어느 놈은 수수잎을 씹었다. 또 어느 놈은 서로 상대방의 엉덩이를 핥았고, 어느 놈은 모르게 감춰둔 옥수수자루를 어떻게 하면 가죽자루를 뚫고 나오게 할 수 있을까 궁리하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검은 수나귀들이 각자 나름대로의 즐거움을 찾고 있을 때, 모친은 말로야의 품에서 빠져나오면서. 원망스럽게 말했다.

"나귀 같은 사람. 아이 눌려요!"

말로야는 하얗고 가지런한 이빨을 보이며 겸연쩍게 웃었다.

그는 우리를 향해 빨갛고 커다란 한 손을 내밀다가 조금 멈칫하더니, 다른 손을 뻗었다.

나는 손가락 끝을 몰고 입에서 쪽쪽 소리가 나도록 빨았다.

여덟째는 나무 인형처럼 울지도 떼쓰지도 않았고,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때어나면서부터 장님이었다.

모친은 한 손으로 나를 받치며 말했다.

"봐라. 이분이 너에게 웃고 계시지 않니."

그런 다음, 나는 그의 축 촉하고 커다란 두 손에 놓였다.

그의 얼굴이 내 얼굴을 향해 내려왔고, 나는 그의 머리꼭지에 있는 붉은 털과 턱에 있는 노란 털, 매의  부리 같은 커다란 코, 그리고 두 개의 반짝이는 가엽게 여기는 파랗게 빛나는 눈동자를 보았다.

순간, 내 등에 참을 수 없는 찌르는 통증이 발생했다.

나는 물고 있던 손가락을 뱉고, 입을 크게 벌리고 울기 시작했다.

등의 통증은 골수를 찔렀고 내 눈두덩이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다.

그의 축축한 입술이 내 이마에 부딪쳤다. 나는 그의 입술이 떨리고 있는 것을 느꼈고 그의 입에서 나는 매운 양파냄새와 양젖의 비리고 노린 냄새를 맡았다.

그는 나를 모친에게 건네주고, 부끄러 위하며 말했다.

"내가 애를 놀라게 했을까? 그래 내가 애를 놀라게 했나 봐."

모친은 여덟째를 말로야에게 넘겨주고, 나를 받더니 나를 토닥여주고 흔들어 주면서 중얼거렸다.

"울지 마라. 울지 마라. 이분이 누구니? 넌 누군지 모르지? 넌 이분이 무섭니? 오, 무서워하지 마라. 이분은  좋은 사람이고, 너의 친 .... 친절한 교부(教父)님이시다...."

등의 찌르는 통증은 여전히 계속되었다. 나는 목구멍이 모두 쉬도록 울었다.

모친은 옷섶을 걷어올리고 젖꼭지를 내 입에 밀어 넣었다.

나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것처럼 젖꼭지를 머금고 있는 힘을 다해 빨았다.

빨아서 치솟아 오른, 풀 냄새가 나는 유즙은 내 목구멍으로 흘러들어 갔다.

하지만 계속되는, 찌르는 통증에 나는 젖꼭지를 놔두고 큰 소리로 울었다.

말로야는 긴장되고 불안하여 두 손을 비볐다.

그는 벽 쪽으로 달려가서, 풀 뭉치를 뜯어내 내 눈앞에 흔들었으나 소용없었다. 나는 계속 울었다.

그는 담 모퉁이로 뛰어가서 힘들여 달덩이만큼 큰, 가생이에 빙 둘러 황금빛 꽃잎이 있는 쟁반 같은 해바라기를 떼어내  내 앞에 들고 와 흔들면서,  그것의 냄새를 맡게 했다. 

말로야 옥사가 바쁘게 뛰어다니는 와중에도  여덟째는 아무 소리도 없이 그의 팔꿈치 안에서 자고 있었다.

모친이 말했다. "착한 아기야. 빨리 보렴. 교부님이 너에게 달을 따다 주셨단다."

나는 달을 향해 한 손을 뻗었으나, 다시 한차례 등 쪽이 느닷없이 아파서 나는 다시, 한바탕 큰소리로 울었다.

"도대제 왜 그러지?" 모친의 입술이 창백해지며 얼굴이 땀 투성이가 되었다.

말로야가 말했다. "몸에 무슨 찌르는 게 있는 거 아닐까?"

모친은 말로야의 도움 아래 내 백일 기념으로 특별히 빨간 천으로 만든 작은 옷을 벗기고, 옷 주름 위에 꽂혀있는 바느질용 바늘을 발견했다.

내 등에는 찔려서 생겨난 바늘구멍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모친은 바늘을 뽑아서 벽 밖으로 던져버렸다.

"불쌍한 내 새끼...." 모친이 울면서 말했다. "나는 정말 때려야 해! 때려야 해!"

모친은 한 손을 올리더니 사정없이 자기 뺨을 한차례 때렸다.

이어서 다시 한차례 때렸다. 울리는 소리는 그렇게나 맑고 깨끗했다.

말로야는 그녀의 손을 잡은 다음, 그녀 뒤에서 팔로 우리들을 감싸 안았다.

그는 축축한 입술로 모친의 뺨, 귀, 머리키락에 키스하면서 낮은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당신을 원망하지 말아. 나를 원망해. 나를...."

그의 다정한 위로 덕에 모친은 평정을 되찾았고, 말로야의 작은 집 문턱에 앉아 젖꼭지를 내  입에 집어넣었다.

감미로운 유즙이 내 목구멍을 촉촉하게 적셨고, 등의 고통도 점점 사라졌다.

내입은 젖꼭지를 머금었고, 손은 유방을 쥐었다.

그러면서 한쪽 발을 발돋움을 했고, 발돋움을 하면서 다른 유방을 지켰다.

모친은 내 다리를 눌렀지만 그녀의 손이 떠나기만 하면 내 다리는 다시 발돋움을 시작했다.

모친은 의심스럽다는 듯 말했다. "애한테 옷을 입힐 때, 내가 여러 번 살펴봤는데 어떻게 바늘이 있을 수 있죠? 틀림없이 그 늙은 것이 한 짓일 거예요! 그것이 우리 두 모자를  증오하고 있는 거예요!"

말로야 목사가 물었다. "시어머니가 알았어? 우리 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