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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대룩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10장 (5/5)

빈세트 반 고호. 별빛

 

마부가 울상을 지으며 일어났다.

그는 앞으로 닥쳐올 곤란을 두려워하며 묘지 가장자리에 있는 마차를 바라보았다.

마차 위에는 까마귀들이 빽빽하게 떼를 이루고 있었는데, 위아래로 오르내리며 날면서, 시끄럽게 깍깍거렸다.

세 마리의 말은 땅에 엎드려 있었고, 입은 풀 더미에 감춰져 있었다.

그들 등에도 까마귀들이 가득 앉아 있었다.

마차 주위의 초지에는 까마귀들이 목을 뻗고 먹이를 삼키고 있었다.

그중 두 마리는 한 토막의 번지르르한 먹이를 마치 줄다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서로 끌어당기고 있었는데, 한 놈이 후퇴하면 다른 한놈은 시적시적 전진했다. 한 놈이 전진하면 다른 한놈은 흥분해서 후퇴했다.

어떤 때는 그들의 힘이 서로 똑같아서 잠정적인 교착상태에 있는 것 같았다. 그놈들은 초지를 발로 버티면서, 날개를 끌고, 목을 매우 길게 빼었다. 목 위의 털이 곧추서서 청자색 피부가 노출되었고, 두 개의 목은 아무 때라도 맘만 먹으면 흉강에서 빼낼 수 있는 것 같았다.

개 한 마리가 비스듬한 방향에서 달려와 창자를 빼앗아 갔으나, 까마귀는 물고 있는 것을 놓으려 하지 않아 초지 위를 뒹굴었다.

쩐장님. 못 하겠어요. 용서해 주세요! 마부는 쓰마팅의 발아래 무릎을 꿇었다.

쓰마팅은 진흙을 집어 들더니 까마귀들을 향해 던졌다.

까마귀들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는 피살자 가족들 앞으로 와서, 사정을 봐달라는 것처럼 우리를 보고 중얼거렸다.

"이렇게 합시다. 내가 보기에도 어쩔 수 없으니 모두 돌아갑시다."

가족들은 어리둥절했다. 모친이 먼저 무릎을 꿇자, 모두들 따라서 무릎을 꿇었다. 슬퍼 우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났다.

모친이 말했다. "쓰마 어르신. 제발 그들을 흙에 묻어 주세요!

여러 사람이 제가끔 말했다. "제발 도와주세요! 묻어 주세요!

우리 엄마예요! 제 아버님이에요! 우리 아이인데...."

쓰마팅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의 목에 있는 땀이 작은 강처럼 흘렀다.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우리에게 손을 내 젓더니, 그의 수행원들에게 돌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르신들, 형제들 여러분. 솔직히 말해서 여러분들은 이 쓰마팅으로 해서, 호가호위해왔고 , 남의 닭이나 개도 잡아먹었고, 치고받고 싸움도 했고, 과부네 집 문도 비틀어 따봤고, 남의 묘도 파 봤고, 사람으로서 못할 짓을 해온 거 아니오? 군사를 기르는 데는 천일이 걸리지만, 용병은 단번에 끝나는 거요. (원문: 养兵千日,用兵一时).

오늘 까마귀가 눈알을 쪼고, 뇌수른 쪼고 했으니, 우리가 이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해 정리해야 되지 않겠소?

나는 당당한 쩐(镇: 진)의 장이니 솔선수범해야 하오. 농땡이나 치고 얼버무린다면 조상 대대로 욕먹을 개자식이 되는 거요.

이일을 마치면 내가 여러분들에게 술 한잔 내겠소!"

"나 좀 일으켜 줘." 그는 마부의 귀를 잡아당기며 말했다."마차를 가지고 와."

"동료 여러분, 싸웁시다!"

이때, 밀의 황금 물결 속에서 세 개의 검은 점이 흘러오고 있었다.

가까이 와서 보니, 손 씨 큰고모의 세 벙어리 손자였다.

그들은 모두 웃통을 벗었고, 같은 색깔의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제일 큰 벙어리는 손에 한 자루의 유연한 장검을 들고 있었는데, 칼을 흔들자 휘익휘익하고 울렸다.

둘째로 키 큰 벙어리의 손에는 나무 자루의 허리에 차는 칼을 지녔고 제일 작은 벙어리는 한 자루의 가늘고 긴 칼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눈을 부릅뜨고 입으로는 "아아아"하며 손시늉을 해서 그들의 원망을 표현했다.

쓰마팅은 눈을 번쩍 뜨며 그들의 머리를 차례로 쓰다듬어 주면서 말했다.

"얘들아 잘 왔다. 너희들 할머니와 너희들 형제가 여기 마차 위에 있다. 우리는 그들의 장례를 치러주려고 하는데, 까마귀가 극성을 부리면서, 사람을 얕보고 방해한다. 저놈의 까마귀야 말로 일본 쪽발이 놈이나 다름없다. 얘들아 우리 저것들을 사정없이 무찌르자! 알아들었지?"

야오 넷째는 어디서부터 말을 끄집어내야 할지 몰랐지만, 그들에게 손짓 말을 했다.

눈물과 분노가 벙어리들 눈에 서 분출되었다.

그들은 칼을 휘두르며 까마귀들에게 돌진했다.

"이런 교활한 놈!" 쓰마팅은 야오 넷째의 어깨를 쥐고 흔들면서 말했다. "너 어디로 도망갔었어?"

"억울합니다. 쩐장님." 야오 넷째가 말했다.

"이들 삼 형제를 부르러 갔던 거예요."

벙어리 삼 형제가 마차에 뛰어올라, 끌채에 섰다.

칼빛과 피 그림자가 번뜩이자 산산 조각난 까마귀가 연달아 떨어졌다.

"모두 올라가라!" 쓰마팅이 고함쳤다.

사람들이 우르르 올라가 까마귀와 싸움을 벌였다.

욕하는 소리, 타격하는 소리, 까마귀가 비명 지르는 소리, 날개 퍼덕이는 소리,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뒤섞였다.

시체 냄사, 땀냄새, 피 비린내, 진흙 냄새, 밀 냄새, 들꽃 냄새도 함께 섞였다.

망가진 시신들이 무질서하게 흙 구덩이 안에 쌓였다.

말로야 목사는 높이 솟아오른 흙더미에 올라서서 기도했다.

"주님, 이 재난을 당한 고단한 영혼들을 구원해 주소서...."

목사의 짙푸른 눈에서 흘러나온 눈물방울은, 그의 얼굴에 난 몇 줄의 시퍼런 피딱지가 앉은 채찍 자국을 따라 흐르다가 그의 다 찢어진 검은 두루마기 위에 떨어졌다. 또 그의 가슴 앞에 있는 묵직한 청동 십자가 위에도 떨어졌다.

쓰마팅 쩐장은 말로야 목사를 흙더미 위에서 이끌어 내려면서 말했다. "선생님, 옆에 가서 좀 쉬십시오. 선생님도 죽다 살아나셨는데."

남자들은 구덩이를 흙으로 메우기 시작했다.

말로야 목사는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우리에게 걸어왔다.

태양은 이미 서쪽으로 기울어 그의 그림자는 땅 위에 길게 드리워졌다.

말로야 목사를 바라보면서 모친의 심장은 묵직한 왼쪽 젖 밑에서 불규칙하게 뛰었다.

태양이 붉은빛을 방출할 때, 하나의 거대한 봉분이 묘지 한가운데 나타났다.

쓰마팅 쩐장의 지휘 아래, 피살자 가족은 봉분 앞에 무릎 꿇고 머리를 찧으며 절을 했다. 그리고 의무처럼 맥없이 몇 번 곡을 했다.

모친은 피살자 가족들에게 쓰마팅과 그의 시체 수습대에게도 감사의 표시로 머리를 찧으며 절하자고 제의했다.

(원문: 磕头- 머리를 찧으며 하는 중국식 절 문화)

쓰마팅은 연달아 말했다. "아이고 됐어요. 됐어."

묘지를 다녀오는 장례행열은 빨갛게 지는 해를 보면서 돌아왔다.

모친과 누나들은 뒤쪽에 떨어져서 왔고, 말로야는 키 큰 몸을 휘청거리며 제일 끝에서 걸었다.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는 대오는 족히 일 리(중국 거리단위: 500m)는 되었다.

사람들의 짙은 그림자는 붉게 물든 노란 밀밭 위에 비스듬히 누웠다.

새빨간 황혼 녘의 끝없는 정적 속에서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울렸다.

밀 끝을 훑으며 지나가는 저녁 바람소리가 울렸다.

우리의 목쉰 곡성소리가 울렸다.

묘지 중앙에 커다란 일산처럼 서있는 큰 뽕나무 위에서 하루종일 잠들어 있던 통통한 부엉이의 잠든 눈이 갑자기 떠지며, 첫 울음소리가 슬프고 원망스럽게 길게 울렸다.

부엉이 울음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놀라고 살이 떨리게 했다.

모친은 발걸음을 멈추고 묘지를 돌아보았다.

거기서 해 질 무렵 멀리 보이는 푸르스름하고 흐린 기운을 보았다.

말로야 목사가 허리를 굽히고 나의 일곱째 누나, 상관치우디를 안아 올리며 말했다. "불쌍한 아이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수천수만의 곤충이 일제히 야상곡을 합주했다.

그 소리는 사면 팔방에서 밀물처럼 넘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