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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242p (전종서의 위성)

그후 네다섯 시간동안 로우쟈는  눈이 먼 적은 없었지만 두사람은 동시에 벙어리가 되어 밥도 먹고 일도 했으며 누구도 상대를 의식하지 않았다.

홍지엔은 자기가 큰 실수를 한것을 깨닿고 마음속으로 후회가 가득했다.  그렇다고 일시적이나마 굴복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오후가 되자 갑자기 내일 선박회사에 가서 선표 예약영수증을 내고 선표를 발급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났다.

이 예약증은 그저께 신메이가 자신에게 준 것으로 어디에 꺼내 놓았는지 기억나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로우쟈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서둘러 상자를 뒤집고, 주머니를 꺼집어내고 해도 이 종이조각이 도대체 보이지 않았다.

급한 나머지 땀을 뻘벌 흘렸는데 그 모습은 답답하기만 했다 (원문 표현 : 장강에서 앞의 물결은 아직 지나가지 않았는데 뒷 물결이 흔들리는 것처럼)

로우쟈는 그가 다급하여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긁고, 빨갛게 된 귀를 어루 만지자 그에게 물었다.

"뭘 찾아요? 선표 예약영수증 찾는거 아녜요?" 홍지엔은 몹시 놀라서 그녀를 보았고 갑자기 희망이 솟아나는 것 같았다.

 

그는 온화하고 정겹게 말했다. "어떻게 알았어? 그거 봤구나?"

로우쟈가 말했다 "당신 그 양복 주머니에 넣지 않았어요.

홍지엔이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나, 미치겠네! 미치겠어! 그 양복 어제 차방에 세탁하라고 보냈는데 야, 이거 어떻하지? 내가 얼른 쫏아가 봐야겠어!"

로우쟈가 핸드백을 열면서 말했다. "옷을 세탁하러 보내면서 먼저 신경을 안쓰고 배달꾼에게 덥석 그냥 주면 어떻해요?

다행히 내가 당신을 위해 꺼내 놓았는데 다 구겨진표가  한장 있더군요."

 

홍지엔은 너무 고마워서 어쩔 줄 모르며 말했다. "고마워! 고마워!"

로우쟈가 말했다 " 벼라별 수단을 다해서 가까스로 당신같은 남편을 얻었는데 감히 조심해서 시중을 들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녀는 말을 하면서 눈물이 글썽 하였다. 

홍지엔은 두손을 공손히 잡고 스스로 자기 잘못을 시인하며 그녀의 손을 잡아끌고 빙수를 사먹으러 나가자고 했다.

로우쟈가 말했다. "난 어린아이가 아니니 당신 먹을 것으로 날 달래려 하지 마세요.

벼라별 수단을 다해 (千方百计:천방백계)라는 이 네글자는 내가 죽어도 잊지 않을 거예요."

 

홍지엔은 얼른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고 더이상 넋두리를 못하게 했다.

얼덜결에  로우쟈는 그를 따라 빙수를 사먹으러 나갔다.

로우쟈는 오렌지 빙수를 빨아 마시며 수원완이 전에도 그렇게 화장을 하고 다녔냐고 물었다.

 

홍지엔이 말했다.

"서른이나 먹은 남의 집 며느리가 점점 더 야하게 입고 다니니 누구든지 속으로 비웃겠지.

내 눈에는 당신같이 귀여운 여자에겐 어림도 없어."

로우쟈는 고개를 까딱하며 미소를 지어 자기 남편 말을 믿을 수는 없지만 그 말을 믿고 싶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씬메이가 그녀가 지금 무척 세속적으로 변했다고 하는 거 들었지?  예전의 고상한 풍모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

일 년있다 오니까 돈만 아는 여자가 되었고 전혀 대갓집 규수 같지가 않아."

 

로우쟈가 말했다. "어쩌면 그여자 하나도 변한게 없는지도 몰라요.

그녀의 부친도 탐관오리 하는 맛을 잘 아는데,그게 딸에게도 당연히 유전 되었을거 아녜요.

계속 그녀의 본성 속에 잠복해 있다가 지금 그녀가 시집을 가고 나서 마음 속으로 거리낄 것이 없어지니까 바로 본성이 들어난 거예요.

내 생각으론 속된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고 그녀는 너무 천한 거예요. 

자기 남편도 있으면서 씬메이와 사통하려고 드는게 대갓집 규!수는 무슨 대갓집 규수!

내 눈엔 첩네집 딸로 밖에 안보이네!

나같이 이렇게 못생기고 가난한 마누라도 비록 당신이 혐오하겠지만 자기 분수를 잘 알아서 절대 당신에게 흉이 되지 않을 거예요.

만약 당신이 그여자에게 장가를 갔더라면 자오씬메이를 위해 그의 첩을 부양하는 꼴이 되었을 거예요."

 

홍지엔은 그녀의 말이 지나치게 악의에 차서 하는 말인줄은 알았지만 그저 끄떡끄떡 부화뇌동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쑤원완을 형편없이 짓밟으면서 그들 두사람은 다시 사이가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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