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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243p (전종서의 위성)

이번 싸움은 한여름의 폭풍우 같은 것이어서 싸울 때는 격렬했으나 금새 지나가 버렸다.

하지만 그 싸움 이후 두사람은 자기 성질을 억제하여 대화를 하다가 충돌이 일어 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되었다.

 

선상에서의 첫날 밤 두사람은 시원한 바람을 쏘이러 갑판에 올랐다.

홍지엔이 말했다. "작년에 우리가 처음 같은 배를 타고 내지로 들어 갈때는 올해 같은 배를 타고 되돌아오게 될줄은 생각도 못했어.그것도 부부로서 말야."

로우쟈가 대답대신 살며시 그의 손을 잡았다.

홍지엔이 말했다. "처음 내가 씬메이와 갑판에서 얘기하던 거 당신 얼마나 엿 들었어? 송직하게 말해봐."

로우쟈가 잠았던 손을 뿌리쳤다.

"엿듣긴 누가 일부러 당신들 얘기를 엿들어요! 당신네 남자들이 모여서 하는 얘기는 전부 듣기 싫은 얘기들 뿐이예요.

얘기 중에 갑자기 내 이름이 들려서 난 무서워서 달아나려 했어요 - "

 

홍지엔이 웃으며 말했다. "근데 왜 달아나지 않았어?"

로우쟈가 대답했다. "내 이름이 나왔으니 난 당연히 앞으로 나올 얘기를 들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홍지엔이 말했다. "우리가 그날 혹시 당신에 대해 나쁜 얘기를 하지는 않았어?"

로우쟈가 그를 한번 보더니 말했다. "그바람에 내가 당신에게 속아 넘어간거예요. 난 당신이 좋은 사람인줄 알았어요.

당신이 나쁘디 나쁜 사람인줄 누가 알았겠어요!"

이번에는 홍지엔이 대답대신 그녀의 손을 잡았다.

 

로우쟈는 오늘이 팔월 며칠이냐고 물었고 홍지엔은 무심코 2일이라고 대답했다.

홍지엔이 무슨 일주년이냐고 묻자 로우자가 탄식하며 말했다.

이제 5일만 더 있으면 바로 1주년이 되네요! "

홍지엔이 무슨 일주년이냐고 묻자 로우쟈는 실망하여 말했다.

"당신 어찌 잊을 수 있어요! 우리가 작년 8월 7일 아침에 자오씬메이가 초대해서 서로 알게 되지 않았나요?"

 

홍지엔은 국경일, 국치일을 을 잊어먹은 것 만큼이나 창피하기 짝이 없어서 얼른 아닌척 말했다.

"나도 기억해! 당신이 그날 무슨 옷을 입었는지도 다 기억해!"

로우쟈가 조금 안심이된듯 말했다." 내가 그날 흰색 바탕에 남색 꽃무늬가 있는 옷을 옷을 입었는데 맞죠?

나는 오히려 당신이 어떤 모습이었나 기억이 나지 않아요. 하지만 그날이 며칠인지는 당연히 기억해야죠.

이런게 서로 모르는 두사람이 만나서 천천히 사이가 좋아지는 소위 연분이란게 아닐까요?"

 

홍지엔이 이론을 발표하듯 말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이번에 같은 배를 탄 수 많은 사람들 중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지 않아.

그들의 누구인지도 모르고,무엇 때문에 앞의 배나 다음 배를 타지 않고 이배를 탔는지도 모르니까 우리가 그들과 같은 배를 타고 가는 것이 우연이라고 여기지.

만약에 우리가 그들의 사정과 목적을 안다면 바로 그들이 이배를 탄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고 우리와 똑같이 이배를 타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를 알게되겠지.

이런건 라디오를 켜는 것과 비슷해. 당신 라디오 다이얼을 한바퀴돌리는데 동쪽으로 돌리면 한 방송국의 경극이 나오고, 서쪽으로 돌리면 다른 방송국의 뉴 

스가 나오다가 또 외국 노래가 나오는가 하면 더 돌리면 농악이 나오다가 지지직 하면서 소리가 섞이게 되면 알 수 없고 기묘한 소리가 되지.

하지만 각각 하나의 부스러기 조각에 맞추어보면 각 방송국에서 방송하는 프로그램의 앞뒤 내용이 있고 결코 시끄럽지 않게되지.

당신이 어떤 방송을 들어야겠다고 하면 바로 그 프로를 이해하고 의미를 알게 되는거야.

우린 서로 왕래하고 모르는 사람을 약간이라도 알게되면 ---"

 

로우쟈가 얼굴을 찡그리며 크게 하품을 했다.

다른 모든 사람도 마찬가지겠지만 홍지엔도 다른 사람이 자기가 말을 할 때 하품을 하면 짜증이 났다.

하지만 그는 일년동안 최면같은 강의실 경험 때문에 더욱 짜증이 났고 얼른 입을 다물었다.

로우쟈는 미안한듯 알했다. "내가 피로해서 그래요. 말 계속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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