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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대륙의 여인 <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15장 (5/5)

마차는 국도를 미끄러지듯 달려갔고, 빠르게 숲 너머로 사라졌다.

하지만 일곱째 누나의 울음소리, 말방울의 딸랑거리는 소리, 백작부인 유방의 향기는 영원히 내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모친은 그 몇 장의 분홍색 지폐를 들고, 그대로 하나의 진흙 조각상으로 변했고, 나도 진흙 조각상을 구성하는 한 부분으로 변했다.

이날 저녁, 우리는 길거리에서 노숙하지 않았고, 작은 객잔(客옛날식 여관)으로 갔다.

모친은 넷째 누나에게 샤오빙(饼烧 밀가루 반죽을 화덕에 구운 빵) 열개를 사 오라고 보냈다.

넷째 누나는 사 오라는 사오빙은 안 사 오고, 김이 무럭무럭 나는 수이지엔바오(水煎包 :밀가루 피에 고기와 야채를 넣어 만든 부침개)를 사십 개나 사 가지고 왔다. 거기에다 구운 돼지고기도 한 봉지 사 왔다.

모친이 화를 내면서 말했다. "넷째야, 이건 네 동생을 판 돈이야!"

넷째 누나가 울면서 말했다. "엄마, 얘들에게 한 끼라도 배불리 먹여요. 엄마도 한 끼 배불리 먹고요."

모친이 울면서 말했다. "샹디야. 이 부침개, 이 고기가 어떻게 엄마 목에 넘어가겠니?...."

넷째 누나가 말했다 "엄마가 안 먹으면, 바로 진통이 굶게 되는 거예요."

넷째 누나가가 권한 말은 대단히 효과적이어서, 모친은 눈물을 머금고 고기를 먹었다. 젖이 잘 분비되어야, 나도 먹이고, 상관라이디와 샤우에량의 여자 아기도 먹일 수 있을 테니까.

모친이 병이 났다.

그녀의 몸은 막 담금질하는 통에서 꺼낸 쇠 그릇같이 뜨거웠고, 비릿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우리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모친 주위에 둘러앉아 눈만 멀뚱멀뚱 뜨고 보고 있었다.

모친은 눈을 감고 있는데, 입술 전체에 투명한 물집이 잡혀있었다.

그녀의 입에서 많은 놀랄만한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한 번은 큰소리로 외쳤다가, 한 번은 작은 소리로 소곤거렸다.

또 한 번은 기쁜 어조로 말했다가 한번은 슬픈 어조로 말했다.

하나님, 성모마리아 님, 천사, 마귀, 상관쇼우씨(그녀의 남편), 말로야 목사, 환씨네 셋째, 위씨네 넷째, 큰 고모님, 둘째 외삼촌, 외조부,  외조모.... 중국 요괴, 외국 귀신,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 우리가 아는 사람의 이야기와 우리가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 이야기는 끊임없이 계속 모친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우리 눈앞에 어른거리고, 이야기되고, 실현되고, 환상으로 변하는....

모친의 병 중의 헛소리를 이해했다면 전체 우주를 이해한 것이나 같다.

또 모친의 병중 헛소리를 기록했다면, 가오미 동북향의 전체 역사를 기록한 것이나  같다.

피부가 늘어지고, 얼굴이 점 투성이인 객잔 주인이 모친이 외치는 소니에  놀라서, 그의 부실한 신체를 끌고 우리 방으로 허겁지겁 왔다.

그는 손을 뻗쳐 모친의 이마를 만져보더니 얼른 손을 움츠리고,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빨리 의사를 불러라. 곧 돌아가실 것 같다!"

그는 우리를 둘러보더니, 넷째 누나에게 물었다. "네가 제일 큰 애냐?"

넷째 누나가 고개를 끄떡였다.

"왜 의사를 부르지 않았니? 아가씨야, 어쩌자고  말도 안 하고?" 객잔 주인이 물었다.

넷째 누나는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객잔 주인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아저씨, 도와주세요. 우리 엄마 좀 살려주세요."

객잔 주인이 말했다. "아가씨야, 물어보겠는데, 너희들 남은 돈이 얼마나 있니?"

넷째 누나는 모친의 품에서 몇 장의 지폐를 꺼내 객잔 주인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아저씨, 이건 우리 일곱째 동생을 판 돈이에요."

객잔 주인은 돈을 받으며 말했다. "아가씨, 나와 같이 가자. 너를 데리고 의사를 부르러 갈 테니까."

일곱째 누나와 바꾼 분홍색 지폐를 모두 써버리자, 모친은 눈을 떴다.

"엄마가 눈 떴다. 엄마가 눈 떴어!"

우리들은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며,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모친은 손을 들어, 우리들  얼굴을 하나하나 어루만졌다.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우리들이  말했다.

"외할머니, 외할머니." 쓰마 집안 불쌍한 꼬마도 더듬더듬 말했다.

"애는? 애 말이야...." 모친은 한 손을 뻗으며 말했다.

넷째 누나는 담비가죽 외투 속에 감싸있는 아이를 안고 와, 모친이 만져보게 했다.

모친은  그 애를 쓰다듬으며, 눈을 감았다.

두 방울의 눈물이 눈가에서 주르르 흘러나왔다.

객잔 주인이 환호하는 소리를 듣고 들어와서는 울상이 되어 넷째 누나에게 말했다. "아가씨, 나도 마음이 모진 놈이 아니야. 나도 가족을 거느리고 있어. 이십 며칠 동안의 방값, 밥값, 등촉비...."

넷째 누나가 말했다. "아저씨, 아저씨는 우리 집의 큰 은인이에요. 아저씨에게 진 빚은 내가 꼭 갚을 거예요. 그저 잠시만 우리를 내쫓지 말아 주세요. 엄마가 아직 낫지 않아서...."

1941년 2월 18일 오전, 상관상디는 돈뭉치 하나를 큰 병에서 갓 나은 모친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엄마, 객잔 주인에게 빚진 돈은 내가 모두 갚았어요. 이건 남은 돈이에요...."

모친이 놀라서 물었다. "상디야. 너 어디서 이 돈이 생겼니?"

넷째 누나는  처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엄마, 동생들 데리고 우리 집으로 돌아가요. 여긴 우리 집이 아니지 않아요...."

모친의 얼굴이 창백해지며 넷째 누나의 손을 잡고 물었다. "상디. 엄마한테 말해라...."

넷째 누나가 말했다. "엄마. 내가 나를 팔았어요....  값은 아직 더 얘기하고 있는데, 주인아저씨가 흥정을 도와주고 있어요...."

기생집 포주가 가축을 검사하듯 넷째 누나의 전신을 검사하더니 말했다. "너무 말랐어."

객잔 주인이 말했다. "사장님, 쌀 한 부대면 금방 살찌울 수 있어요!"

포주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말했다. "이백윈이야. 내가 인심 쓴 거야. 덕을 베푼 거라고!"

객잔 주인이 말했다."사장님. 이 아가씨의 엄마가 병이 났는데, 동생들도 많고, 조금만 더 쳐주세요...."

포주가 말했다. "아이고, 금년에는 남을 도와주기 어려워!"

객잔 주인이 사정했다.

넷째 누나는 무릎을 꿇었다.

포주가 말했다. "그래 좋아. 난 마음이 약해서.... 이십 원 더 줄게. 최고로 비싸게 쳐 준거야!"

모친의 몸이 휘청거리며, 천천히 땅으로 넘어졌다.

이때, 목쉰 여인이 문밖에서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가씨. 가자. 우린 너를 기다리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아."

넷째 누나가 무릎을 꿇고 모친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절을 했다.

그러고 나서 일어나 다섯째 누나의 머리를 만지고, 여섯째 누나의 얼굴을 톡톡 치고, 여덟째 누나의 귀를 잡아당기고, 황급히 내 얼굴을 추켜들더니 뽀뽀했다.

그녀는 내 어깨를  붙잡고, 힘주어 흔들며, 격정이 넘치는 얼굴이 되었는데, 풍설 가운데 피어난 매화 같았다.

"진통아, 진통아." 그녀가 말했다. "너 잘 자라고, 빨리 자라거라. 우리 상관 집안은 모두 너만 의지하고 있다!"

그녀는 말을 마치고, 집안을 한번 둘러보있다.

닭 울음 같은 흐느낌 소리가 그녀의 목에서 터져 나왔다.

그녀는 입을 가리고 마치 토하러 나가는 것처럼, 우리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