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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대륙의 여인 <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14장 (5/6)

 

 

우리 집에 새의 신이 출현했다는 소식이 퍼져나가자, 매우 빠르게 가오미 동북향에 두루 알려졌고, 신속히 더욱 먼 곳까지 전파되었다.

약을 구하기 위해 오거나 점을 보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새의 신은 매일 열명만 보았다.

그녀는 자신을 정실 안에 가두었고, 치료를 위해 오거나, 점을 보러 온 사람은 창 밖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 새의 말 같기도 하고, 사람 말 같기도 한 목소리는 창문에 일부러 뚫어놓은 작은 구멍을 통해 흘러나왔는데, 점을 보러 온 사람에게는 잘 못된 길을 바로 잡아주었고, 치료를 위해 온 사람에게는 병을 보고 처방을 내려 주었다.

셋째 누나, 아니, 새의 신이, 내리는 약 처방은 기괴하기 짝이 없어서,  대부분 못된 장난 같은 색채로 충만했다.

그녀가 어떤, 위에 병이 난 사람에게 내린 처방은 이렇다.

꿀벌 일곱 마리, 말똥구리가 굴린 똥덩어리 한쌍, 복숭아나무 잎 한두 개, 계란 껍데기 반근(250g)을 갈아서 끓는 물에 타서 마셔라.

그녀가 어떤, 머리에 토끼가죽 모자를 쓴, 안질을 앓는 사람에게 내린 처방은 이렇다.

메뚜기 일곱 마리, 귀뚜라미 한쌍, 사마귀 다섯 마리, 지렁이 네 마리를 찧어서 반죽같이 만들어 손바닥에 발라라.

그 안질 환자는 창  구멍에서 흘러나온 처방을 주워서 들여다보다가, 대단히 불경스러운 표정이 되었고, 우리는 그가  낮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정말 새의 신이 맞긴 맞군. 처방이 몽땅 새의 먹이야."

그는 주절주절 거리며 갔고, 되레 우리가 셋째 누나대신 부끄러웠다.

메뚜기니, 귀뚜라미니, 모두 새의 맛있는 먹이인데, 어떻게 사람의 안질을 치료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터무니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 안질을 앓는 남자가 나는 듯이 되돌아와서 창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연신  마늘 찧듯 땅에 부딪치며 되풀이 해  말했다. "높으신 신선님, 용서해 주세요. 높으신 신선님 용서해  주세요....."

그 남자는 연신 용서를 빌었고, 셋째 누나는 집안에서 차갑게 웃었다.

나중에서야 우리가  듣게 된 것은, 그 말 많은 남자가 문을 나가자마자, 공중에서 급강하해서 내려오는 매가 사납게 그의 머리를 한 발로 긁었고, 그런 다음 그의 모자를 낚아채더니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다고 했다.

그밖에, 어떤 마음 씀씀이가 좋지 않은 남자가 요도염을 가장해서 창 앞에 꿇어앉아 진찰을 청했다.

새의 신이 창 안에서 물었다. "너는 무슨 병이 있느냐?"

그 사람이 말했다. "오줌이 시원치 않게 나오고, 물건이 뻣뻣하고 차가워요."

집 안에서는 갑자기 아무런 동정도 없었다. 마치 새의 신이 부끄러워 뒤로 물러나 앉았는 것 같았다.

그 사람은 성욕에 사로잡히면 무서운 것이 없어진다는 말처럼, 뜻밖에 눈을 창 구멍에 대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비명을 질렀다. 커다란 독 전갈 한 마리가 창 위쪽에서 그의 목 위로 떨어지더니 가차 없이 그에게 독침을 찌른 것이다.

그의 목은 빠르게 부어올랐고, 어찌나 부었던지 그의 두 눈은 쑥 들어간 두 개의 구멍  같았고, 장난감 물고기 같은 모양이 되었다.

새의 신이 조화를 부려, 나쁜 놈을 벌하고 좋은 사람은 손뼉 치게 만들었다. 동시에 그녀의 명성도 멀리까지 퍼졌다.

그다음 날부터, 약 처방을 받거나  점을 보러 온 사람들은 모두 아주 먼 다른 성(省) 말투를 쓰는 사람들이었다.

모친이 다가가 물어보고, 그들이 어떤 사람은 동해에서 왔고 어떤 사람은 북해에서 왔다는 것을 알았다.

모친이 그들에게 어떻게 새의 신이 현신한  소식을 알았냐고 묻자, 이 사람들은 뜻밖에 눈을 크게 뜨고 멍하니 할 말을 잃었다.

그들은 비릿하고 짠 냄새를 풍겼는데, 모친은 우리에게 이게 바로 바다 냄새라고 했다.

타향 사람들은 우리 집 정원에서 노숙했다.

그들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새의 신은 누가 뭐래도 자기 식대로 했다. 매일 열 명의 병자만 보고 나면 바로 뒤로 물러났다.

새의 신이 물러 나면, 동쪽 사랑채는 죽음 같은 정적에 싸였다.

그러면 모친이 넷째 누나에게 물을 들고 들어가게 했고, 대신 셋째 누나가 나오게 했다.

그런 다음 다시 다섯째 누나에게 밥을 들고 들어가게 하여 넷째 누나가 교대하여 나오도록 했다.

이렇게 개천 물 흐르듯 잠시도 멈추지 않게 했는데, 이건 보고 있는 참배자들의 눈을 어지럽게 하여 신 내린 아가씨가 누구인지 근본적으로 알 수 없게 하기 위함이었다.

셋째 누나는 새의 신 상태를 벗어나 방에서 나와서도, 기본적으로 하나의 사람이기는 했으나, 이상한 표정과 동작을 하는 것이 적지 않았다.

그녀는 매우 말을 적게 했고, 눈을 가늘게 떴으며, 쭈그리고 앉아 있기를 좋아했고, 맑고 시원한 물을 마셨으며, 거기다가 매번 물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똑바로 목을 쳐드는 것이 조류가 물을 마시는 전형적인 방식이었다.

그녀는 양식(粮食)을 먹지 않았다. 사실은 우리 역시 양식을 먹지 않았는데, 그건 우리 집에 한 톨의 양식도 없었기 때문이다.

치료를 위해 점을 보러 온 사람들이 새의  습성을 감안하여, 우리 집에 가져온 것은 메뚜기, 누에 번데기, 두충, 풍뎅이, 개똥벌레 같은 종류의 육식 이거나 삼 씨, 소나무씨, 해바라기씨 같은 채식들 뿐이었다.

우리들은 당연히 이런 식품들을 제일 먼저 셋째 누나에게 먹게 했고, 셋째 누나가 먹다 남긴 것을 모친과 누나들 그리고 쓰마 집안의 꼬마가 나누어 먹었다.

우리 누나들은 모두 효성스러워서, 누에 번데기 하나, 두충 한 마리라도 양보하면 언제나 얼굴이 귀까지 빨개졌다.

모친의 젖 양은 매우 적어졌지만 유즙의 질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이때의 새의 나날에, 모친은 내게 젖을 끊는 시도를 했으나, 그치지 않고 우는 나의 반항에 못 이겨 그만 포기했다.

우리 집에서 끓는 물도 주고 편의를 제공한 데 대한 감사로, 당연히 훨씬 중요한 것은 새의 신이 그들을 위해 근심을 덜어주고 재난에서 구해준데 대한 감사지만, 해변에서 온 사람이 떠나기 임박해서 건어물 한 자루를 우리에게  남겨 주었다.

우리는 너무 고마워서 이들을 강둑 위까지 가서 배웅했다.

이때 우리는, 평온하게 흐르는 교룡하에, 큼직한 돛대가 있는 수십 척의 어선들이 정박해 있는 것을 보았다.

교룡하 역사에서 기껏 있었던 것은 몇 개의 커다란 나무 함지가 전부였고, 그것은 홍수 때, 갑자기 물이 불어나면 사용했다.

우리 집 새의 신 때문에 교룡하와 탁 트인 큰 바다가 직접 연계가 이루어진 것이다.

절기는 시월 초순, 강에는 짧은 시간이나마 힘 있는 서북풍이 불었다.

해변에서 온 사람이 배에 오르자 화다닥 하며 천을 여기 저기 기운 커다란 회색 돛이 올라갔고, 배는 천천히 강 한가운데로 이동했다.

선미의 커다란 노가 뻘을 휘젓자 강물이 혼탁해졌다.

은회색 갈매기가 떼를  지어, 얼마 전에 따라왔던 어선으로 날아와서, 지금 다시 어선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놈들은 높고 찢어지는 소리로 우짖으며 어떤 때는 낮게  날고 어떤 때는 높이 날기도 했는데, 몇  마리는 거꾸로 날거나 공중에 그대로 체공하는 비행 묘기도 부렸다.

마을에서 온, 강둑에 서있는 사람이 많았는데, 그저 시끌벅적한 것을 보려고 온 것이지만, 어쨌든 본의 아니게 멀리 떠나는 내객을 환송하는 성대한 장면이 조성되었다.

그 어선들은 돛을 올리고, '어기여차' 노 젓는 소리를 내며, 점점 멀어져 갔다.

그들은 교룡하(蛟龙河)에서 운량하(运粮河)로 들어가고, 운량하에서 백마하(白马河)로 들어가서, 백마하에서는 곧바로 발해(渤海)로 들어가게 되벼, 전체 운항 일정은 21일이 걸린다.

이런 지리학 지식은 냐오얼한이 18년 후, 나에게 알려준 것이다.

이처럼 아주 먼 곳에서 가오미 동북향을 방문한 손님은 그야말로 조금은 정화(郑和명나라 때 아프리카까지 원정한 함대 대장)나 서복(徐福진시황 때 불로장생 약을 구하러 간 신하)의 옛이야기가 재연되는 것 같았고, 이는 가오미 동북향 역사에 빛나는 한 획을 그은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일어나게 된 원인은 바로 우리 상관 집안의 새의 신때문이었다.

이 영광은 모친 마음에 있는 참담한 구름을 희석시켰지만, 그녀는 아마, 집안에서 다시 짐승의 신, 물고기의 신 같은 것이 출현하기를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근본적으로 그런 생각조차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