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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대륙의 여인 <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14장 (1/6)

 

 

바로 이어서, 따뜻한 봄, 꽃들이 활짝 피는 청명절(清明节: 24 절기 중 하나. 양력 4월 5일 전후. 중국인들도 이날 성묘 가는 풍습이 있음)이 되었다.

쓰마  집안의 19개의 사람 머리가 아직도 복생당 대문 밖, 나무틀에 걸려있었다.

나무틀은 굵고 큰 다섯 개의 똑바르게 자란 삼목으로 만들어졌는데, 모양이 꼭 그네 같았다.

사람 머리는 철사로 잡아 매서 가로 걸친 나무에 걸어 놓았다.

까마귀, 참새, 부엉이가 머리에 붙은  살을 거의 쪼아 먹었지만, 여전히 쓰마팅의 늙은 어머니의 머리와 쓰마팅의 두  바보 아들의 머리, 쓰마쿠의 큰 마누라, 둘째 마누라, 셋째 마누라의 머리와 세 여인이 낳은 아홉 딸의 머리, 그리고 때 마침 쓰마쿠 집을 찾아왔던 쓰마쿠 세째 마누라의 부모와 투 동생의 머리를 구분할 수 있었다.

큰 재난을 당한 후, 시골 마을은 활기가 전혀 없었고, 요행히 살아남은 사람들도 모두 귀신같이 대낮에는 어두운데 숨고 밤이 되어야 겨우 밖에 나와서 활동했다.

둘째 누나는 한번 가더니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그 후 어떤 기별도 없었다.

그녀가 던져두고 간 남자아이는 우리에게 끝없는 번뇌를 가져다주었다.

우리가 지하 통로에 숨어 있던 암울한 나날들, 그 애를 굶어 죽게 하지 않으려고 모친은 어쩔 수 없이 그 애에게 젖을  먹였다.

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눈을 크게 뜨고, 탐욕스럽게 내 것인 유방을 빨아먹었다. 그의 먹는 양은 놀라워서, 그가 두  유방을 쭉쭉 빨아먹고 나면 유방은 쪼글쪼글해진 가죽 주머니가 되었는데, 그는 여전히 입을 벌리고 홀짝홀짝 울었다.

그의 우는 소리는 까마귀 같고, 두꺼비 같고, 부엉이 같았다.

그의 눈초리는 승냥이 같고, 들개 같고, 산토끼 같았다.

그는 나의 불구대천(원문:不共戴天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는) 원수였다.

그가 모친의 유방을 강점했을 때, 나는 그치지 않고 통곡했고, 내가 유방을 되찾아 왔을 때는 그가 쉬지 않고 크게 울어댔다.

그는 울 때, 놀랍게도 눈을 뜨고 있었다. 그의 눈은 도마뱀 눈 같았다.

망할 놈의 상관자오디가 도마뱀이 낳은 요정을 안고 왔던 것이다.

둘을 먹여야 하는, 두 배의 괴로움 아래, 모친의 얼굴은 붓고, 창백해졌다.

나는 그녀의 몸에서 수많은 누르스름한 싹이 나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그것은 무 움 안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겨울 무 같았다

제일 처음 싹이 난 곳은 모친의 두 젖이었다.

거기서 나오는 유즙의 양이 점점 적어지더니, 나는 결국 속이 빈 무의 맛을 보았다.

쓰마 집 뻔뻔스러운 자식아, 너도 그 끔찍한 그 맛을 보았지?

자기 것은 자기가 아껴야 하지만, 나는 이미 아낄 방법도 없어졌다.

내가 안 먹으면 분명 그 자식이 먹을 테니까.

요술 호리병, 작은 비둘기, 도자기 꽃병. 너의 표피는 비짝 시들고, 수분이 감소했으며, 혈관이 파래지고, 젖꼭지는 거무스름해져서 힘없이 아래로 축 처졌구나!

나와 그 망할 자식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모친은 누나들을 데리고 용기를 내어 지하통로에서  햇볕이 고루 비치고 있는 인간 세상으로 돌아왔다.

우리 집 동쪽 사랑채에 있었던 밀은 모두 없어졌고, 나귀와 노새도 없어졌으며, 솥 사발 국자  같은 부엌살림도 모두 깨어져 조각 나 있었고 신불을 모셔두는 작은 방에 있던 도기 관음보살은 머리 없는 시체가 되어 있었다.

모친이 깜빡 잊고 움에 가져가지 않은 여우가죽 외투, 나와 여덟째 누나의 스라소니 가죽 저고리도 보이지 않았다.

누나들이 잠시도 몸에서 떼어놓지 않으려 한, 모피 옷들은 확보되었으나 모근이 썩어 여기저기 털이 빠져서, 이 옷을 입고 있으면, 그녀들이 전신이 나병에 걸린 들 짐승 같아 보였다.

시어머니 상관뤼스는 서쪽 사랑채 맷돌 받침대 아래에서 모친이 지하통로에 들어가기 직전에 던져 준 스무 개의 무를 모두 갉아먹고, 한 무더기의  조약돌같이 딱딱한 똥을 싸 놓았다.

모친이 들어가 그녀를 보았을 때, 그녀는 그때 딱딱한 똥덩어리를 집어던졌다.

그녀의 얼굴 피부는 얼어터진 무 같았고, 백발은 뒤엉켜서 밧줄이 되어서, 어떤 것은 곤두섰고 어떤 것은 등으로 늘어져있었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녹색 빛이 흘러나왔다.

모친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머리를 내저었고, 무 몇 개를 그녀 앞에 놓았다.

일본인 ---- 아마 중국인 ---- 이 우리에게 남겨 준 것은 오직, 움의 반쯤 되는 노란 싹이 난 속 빈 무뿐이었다.

모친은 절망했다. 그녀는 깨지지 않은 질항아리를 하나 찾아냈는데, 항아리 안에는 상관뤼스가 소중히 보관해 둔 비상(砒霜)이 담겨있었다.

모친은 이 빨간색 가루를 무 탕에 쏟아부었다.

비상이 녹자, 무 탕 표면에 색깔 있는 기름띠가 떠 오르며 비릿한 냄새가 한줄기 솟아올랐다.

그녀는 나무 국자로 무 탕을 저어 골고루 섞어 담은 다음, 천천히  부었다. 한줄기 혼탁한 액체가 나무국자의 깨진 틈을 따라 솥 안으로 들어갔다.

모친의 입 모서리가 괴이하게 실룩거렸다.

모친은 한 국자의 무 탕을 깨진 그릇에 붓고 말했다."링디야. 이 탕 그릇을 너희 할머니에게 갖다 주어라."

셋째 누나가 말했다. "엄마. 탕 속에 독약 넣었어요?"

모친은 머리를 끄떡였다.

"할머니를 독살하려는 거죠?" 셋째 누나가 물었다.

"우리 다 같이 죽자." 모친이 말했다.

누나들이 일제히 울기 시작하자 눈이 먼 여덟째 누나까지도 따라서 울었다. 그녀의 울음소리는 가늘고 약했으나, 두 개의 크고 검은 보이지도 않는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여덟째 누나는 처참한 가운데서도 제일 처참했고, 가련한 가운데서도 제일 가련했다.

"엄마. 우린 죽고 싶지 않아요...."  누나들이 애원했다.

나도 같이 칭얼거렸다. "엄마.... 엄마...."

모친이 말했다. "불쌍한 내  새끼들...."

그녀는 대성 통곡하기 시작했고, 울음은 오래 지속되었다.

우리들도 그녀를 따라 울었다.

모친은 큰 소리가 나게 코를 풀고는, 그 깨진 그릇과 함께 그릇 속에 있던 비상탕도 정원에 던져 버렸다.

그녀가 말했다. "안 죽는다! 죽는 것도 겁나지 않는데 무엇이 겁나겠니?"

모친은 말을 마치고, 허리를 바르게 펴더니 우리를 데리고 거리로 나가 먹을 것을 찾았다.

우리 가족은 마을에서 처음으로 거리에 나간 사람들이었다.

처음 쓰마 집의 사람 머리 늘 보았을 때는, 누나들이 여전히 얼마간  무서워했는데, 며칠 지나니 바로 본체만체하게 되었다.

쓰마 집안의 그 망할 자식은 우리 모친의 품 안에서 나와 멀리서 서로 뜻이 통했다.

모친은 전에 그 애에게, 사람 머리들을 가리키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불쌍한 놈, 잘 기억해 놔라."

모친은 누나들과 마을을 떠나, 만물이 소생하는 들판에서 하얀 풀뿌리를 캐내 깨끗이 씻은 다음, 찧어서 탕을 만들어 먹었다.

총명한 셋째 누나는 들쥐 굴을 파내서, 맛있는 들쥐를 잡았을 뿐만 아니라 그놈들이 저장해 놓았던 양식까시 파냈다.

누나들은 또 삼 노끈으로 어망을 짜서, 저수지에서 고생스럽게 겨우내 까맣고 삐쩍 마르게 변한 물고기와 새우를 건져냈다.

어느 날 모친은 시험 삼아 어탕을 한 숟가락 내 입에 넣어주었다.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 바로 뱉어버리고 큰 소리로 울었다.

모친은 이번에는 어탕을 한 숟가락 쓰마 집안의 그 망할 자식 입에 넣어 주었는데, 그는 뜻밖에도 멍청하게 꿀떡 삼켰다.

모친이 다시 한 숟가락 떠먹이자 그는 다시 삼켰다.

모친이 흥분하여 말했다. "아이고 잘한다. 이 원수가 결국 스스로 먹네. 너는?"

모친은 나를 보며 말했다. "너도 젖을 끊어야 돼."

나는 겁이 나서 모친의 유방을 움켜쥐었다.

우리는 마을 사람들을 대동하고 출동했다. 들쥐들은 이제까지 한 번도 없었던 대 재난을 만났다.

이어서 토끼, 물고기, 자라, 새우, 게, 뱀, 청개구리까지.

광활한 대지위에 살아있는 것은 독이 있는 두꺼비와 날개가 자란 날아다니는 새만 남았다.

만약 대량의 들나물이 제 때 자라주지 않았다면, 마을 사람들은 태반이 굶어 죽었을 것이다.

청명절이 지나간 후, 화사했던 복사꽃도 졌다.

들판에는 수증기가 모락모락 올라왔고, 토지는 눅눅해졌다. 파종을 기다릴 때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가축도 없고, 종자도 없었다.

우리가 소택지의 물웅덩이, 저수지, 호숫가의 얕은 물에서 헤엄쳐 다니는 살찐 올챙이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 마을 사람들은 유랑하기 시작했다.

4월 안에, 모든 사람들은 거의 떠났고, 5월이 되자 대부분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다.

환씨 셋째 아저씨가 말했다. "그래도 여기니까 들풀, 들나물로 기근을 때울 수 있지, 다른 곳에 가면 들풀, 들나물도 없어. "

6월이 되자, 많은 타향 사람들이 여기로 몰려왔다.

그들은 교회당에서 자거나, 쓰마 집의 깊숙이 자리 잡은 넓은 저택에서 자거나, 버려진 방앗간에서 잤다.

그들은 굶어서 미쳐버린 개처럼 우리의 먹을거리를 빼앗아갔다.

나중에서야 환씨 셋째 아저씨가 마을 남자들을 규합해서, 타향사람들의 활동을 몰아세우자고 제안하였다.

환씨 셋째 아저씨가 우리들의 영도자였고, 타향 사람들도 자기들의 영도자를 선출했는데----  눈썹이 짙고 눈이 큰 청년이었다.

그는 새를 잘 잡는 명수였다. 그는 허리에 두 자루의 새총을 끼고 있었고, 어깨에는 비스듬히 주머니를 하나 메고 있었는데, 주머니 안에는 점토로 빚어 만든 진흙 탄알이  들어있었다.

셋째 누나가 직접 눈으로 그의 절묘한 기술을 보았다

두 마리의 자고새가 교미하려고 공중에서 서로 쫏고 쫏기고 있었다.

그는 새총을 쏘았다. 원래부터 겨냥하지도 않았고, 그저 아무렇게나 진흙 탄을 쏜 것 같았다.

그러자 한 마리의 자고새기 수직으로 땅에 떨어졌는데, 하필이면 셋째 누나 발 앞에 떨어졌다. 자고새의 머리는 하도 세게 맞아서 부서져 있었다.

다른 한 마리의 자고새는 놀라서 소리 내며 하늘로 솟구쳤는데, 그가 다시 한방 쏘자 소리를 지르며 땅으로 떨어졌다.

그는 자고새를 줍더니 우리 셋째 누나 앞으로 왔다.

그는 셋째 누나를 보았다. 셋째 누나는 적대적인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환씨 셋째 아저씨가 벌써 우리 집에서 타향사람을 몰아내야 한다고 선전하고 타향사람들은 우리의 원수라고 선동했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은 셋째 누나 발 앞에 있는 자고새를 줍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기 손에 있던 자고새마저 던져버렸다.

그리고 그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