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친에게는 이런 말들이, 청천벽력 같았으며, 마음속에 만감이 교차했다.
그녀는 놀라고 두려워하며 셋째 누나의 얼굴에 연이어 나타나는 요기(妖气: 요사스러운 기운)를 보고, 수만 가지 할 말이 입가에 떠올랐지만,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가오미 동북향의 짧은 역사에, 벌써 다섯 번의, 연애가 안 풀리거나 혼인을 했으나 결혼 생활이 화목하지 못했던 여성들이 여우, 고슴도치, 족제비, 오소리, 스라소니를 신주(神主) 삼아 신비스럽고 경외스러운 일생을 보내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새의 신이 우리 집에 출현하다니....
모친은 가슴가득 음산하고 찝찝한 느낌이 들었으나, 감히 한마디도 꺼내지 못했다. 바로 앞 전에 피 흘리는 교훈을 겪었기 때문이었다.
십몇 년 전, 나귀 행상인 웬진비아오(袁金标: 윈금표)의 젊 은 처 황진즈(方金枝: 방금지)가 한 젊은 연하남과 묘지에서 몰래 정을 통하다가 붙잡혀서, 웬(袁)씨 집 사람들에게 젊은 연하남은 그 자리에서 맞아 죽었고, 황진즈도 역시 심하게 맞아서, 수치심과 증오에 사무쳐, 비상(砒霜)을 마셨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사람들이 오줌똥을 입에 들이부어 모두 토하게 해서, 겨우 살아났는데, 황진즈는 깨어난 다음, 여우 신이 자기 몸에 붙었다고 하며 제단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하지만 웬씨 집에서는 허락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웬씨 집, 장작과 건초에서 자주 불이 났고, 웬씨 집, 솥, 사발, 국자, 함지 같은 부엌살림이 이유도 없이 갈라지고 깨지고 했다.
또 웬씨 집, 영감님이 술 주전자에 도마뱀을 쏫는가 하면, 마나님은 재채기를 하다가 뜻밖에 콧구멍에서 앞니 두 개가 튀어나오기도 했고, 집에서 만두를 솥에 삶는데 죽은 두꺼비가 한 대야 뜨기도 했다.
엔씨 집은 어쩔 수 없이 굴복했다. 여우 신을 위해 신주를 만들었고, 황진즈를 위해서는 정실(静室: 조용한 방)을 마련해 주었다.
새의 신을 위한 정실은 동쪽 사랑채에 설치했다.
모친은 넷째, 다섯째 누나를 데리고, 동쪽 사랑채 안에 있던 샤우에량이 남겨둔 잡동사니들을 깨끗이 치우고, 담벼락에 붙은 거미줄과 대들보에 쌓인 먼지를 걷어낸 다음, 창문 종이도 다시 발랐다.
또 북쪽 벽 모서리에 향을 피우는 탁자를 놓고, 상관뤼스가 그 해에 관음보살에게 제사를 지낼 때 쓰다 남은 세 개의 단향목에 불을 붙였다.
향 탁자 앞에는 당연히 한 폭의 새의 신선 그림이 걸려있어야 한다.
하지만 새의 신선이 어떤 모양일까?
모친은 셋째 누나의 의견을 물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모친은 셋째 누나 앞에 무릎을 꿇고 경건하게 물어보았다.
"신선님, 향탁 앞에 모셔놓을 신상은 어디 가서 구해야 되나요?"
셋째 누나는 눈을 감은채, 옷깃을 바로 하고 앉아, 뺨에 홍조를 띠고 있었는데, 마치 행복한 춘몽을 꾸고 있는 중인 것 같았다.
모친이 감히 총망스럽게 서둘러 물어볼 수 없어서, 더욱 경건한 태도로 다시 한번 가르침을 청했다.
셋째 누나는 긴 하품을 하고, 여전히 눈을 감은채, 지지배배 하는, 새의 소리와 사람의 말 사이의, 대단히 구별하기 힘든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 생길 거예요."
다음날 오전, 한 간사하고 흉악한 인상의 비렁뱅이가 왔다.
그는 왼손에는 대나무 통으로 만든 개 쫓는 막대기를 걸고, 오른손에는 가생이에 두 개의 이 빠진 곳이 있는 청자 사발을 들고 있었다.
그는 온몸에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어서 마치 방금 모래흙에서 구른 것 같아 보였고, 또 멀리 여러 지방을 편력하며 돌아다니고 있는 듯, 귀와 눈에도 가득 먼지가 쌓여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곧장 우리 집 안채에 들어와, 마치 자기 집에 돌아온 양 제멋대로 행동했다.
그는 솥을 열어, 야채 탕을 한 그릇 떠서, 후룩후룩 마시기 시작했다.
그는 탕을 다 먹자 부뚜막에서 아무 소리도 없이, 뾰족한 칼같이 예리한 두 눈으로 모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모친은 조금 불안했지만, 태연한 척 가장하고 말했다.
"손님, 가난한 집이라 대접할 게 없네요. 싫어하지 않는다면 이거라도 드세요. "
모친은 둥글게 빚은 야채 한 개를 그에게 주었다.
그는 야채 빚은 것을 거절하고, 핏자국이 많은 갈라진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당신네 집 사위가 나에게 두 가지 물건을 갖다 주라 고했소."
이 말을 하고 나서도 그는 결코 물건을 밖으로 꺼내놓지 않고 말했다.
우리는 갈갈이 찢어진 그의 홑겹 옷과 홑겹 옷 찢어진 틈으로 드러나 보이는 조잡하고 더러운 회백색 비늘이 생겨난 것 같은 피부를 보았는데, 정말 그가 우리에게 줄 물건을 어디에 숨길 수 있는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모친이 궁금해서 물었다. "어느 사위요?"
교활하고 간악해 보이는 사람이 말했다. "나도 그가 당신 집의 어떤 사위인지 모르오. 난 그저 그가 벙어리고, 글을 쓸 줄 알고, 미얀마 칼을 쓸 줄 안다는 것만 알고 있소. 그가 내 목숨을 한번 구해주었고, 나도 그의 목숨을 한번 구해 주었소. 그러니 우리는 누가 누구에게 빚진 것도 없소. 그 때문에 나는 이 두 가지 보물을 당신들에게 줄 건지, 아니면 주지 말 건지 망설였소. 만약에 방금 전 내가 당신네 탕을 먹었을 때, 큰 형수 입에서 불손한 말이 나왔다면 나는 이 두 가지 보물을 내가 꿀꺽하려고 했소.
하지만 큰 형수가 불손한 말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겨우 남아있는 야채 단자까지 내게 주었소. 그러니 나는 그것들을 당신네에게 줄 수밖에 없소."
말을 마치고 그가 일어나더니, 이빨 빠진 사발을 솥 부뚜막 위에 놓으며 말했다. " 이건 비색 청자요. 자기 중에서 기린, 봉황에 해당하는 거고 천하에 어쩜 이것 하나밖에 없을 거요.
당신들 벙어리 사위는 절대 이것의 가치를 모를 거요. 그는 단지 한차례 재물을 약탈하고, 노획물을 나눌 때 그걸 차지했고, 당신네에게 갖다 주라고 했소. 이유는 단지 그것이 컸기 때문이오. 그리고 하나 더 있소."
그가 대나무 통을 땅바닥에 두드리자 대나무 통에서 통통소리가 났다.
"칼 있어요?" 모친이 부엌칼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가 칼을 받아, 대나무통 양 끝에 있는 보일락 말락 하는 가느다란 끈을 자르자 대나무 통이 활짝 열리며, 두 조각으로 갈라지고, 둘둘 말린 족자 하나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가 족자를 펼치자, 한줄기 곰팡 냄새가 퍼져 나왔다.
우리는 누렇게 된 견지(絹紙: 고급 종이의 하나) 한가운데 그려져 있는 한 마리의 커다란 새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 그려진 새는 뜻밖에 셋째 누나가 등에 지고 왔던, 그 고기 맛이 뛰어났던 큰 새와 모양이 똑같았다.
그림 속에서 그새는 머리를 들고 똑바로 서서, 크고 멀뚱멀뚱한 눈으로 우리를 경멸하듯 흘겨보고 있었다.
이 그림과 그림에 있는 새에 관해서 그 매 입에 매 눈을 한 그 사람은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다.
그는 족자를 말아 사발 위에 놓더니, 고개 한번 돌리지 않고 우리 집 안채에서 휘적휘적 걸어 나갔다.
물건에서 해방된 그의 두 팔이 아래로 내려져, 그의 큰 발걸음에 따라 햇빛 속에서 뻗뻗하게 흔들렸다.
모친은 한그루의 소나무 같았고, 나는 소나무에 붙은 혹 같았다.
다섯 누나들은 다섯 구루의 자작나무 같았다.
쓰마 집안의 그 남자아이는 작은 고무나무 같았다.
우리는 작고 작은 혼성림을 이루었다. 우리는 묵묵히, 너무나 현묘하여 이해하기 어려운 비색(密色) 자기 사발과 새 그림 앞에 섰다.
만약 셋째 누나의 킥킥하는 냉소적인 웃음소리만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어쩌면 정말 나무가 되었을 것이다.
셋째 누나의 예언은 영험했다.
우리는 공손하게 그녀에게 새 그림을 정실 안, 향 탁 앞에 걸겠다고 청했다.
이빨 빠진 사발도 기왕 이처럼 비범한 내력이 있는데, 보통 사람 어느 누가 감히 옆에 두고 사용하겠는가?
모친은 운이 트이면 생각도 영민해지는 것처럼, 사발을 향탁 위에 모셔 놓고, 사발 안에 청수를 담아 놓았다.
새의 신이 편히 마실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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