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몇 명이 우르르 올라와 모친과 "가메다 대장"을 떼어놓았다.
가메다 대장은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 걸음아 날 살려라, 대문 안으로 도망쳤다.
모친은 식식 거리며 아직 분이 덜 풀린다는 듯 말했다.
"감히 내 딸을 희롱해, 감히 내 딸을 희롱하냐고?!"
둘째 누나가 화를 내면서 말했다. "엄마, 잘 나가던 극을 엄마 때문에 모두 망쳤어요!"
모친이 말했다."자오디야. 엄마 말 들어라. 우리 집으로 돌아가자. 이따위 극은 우리가 공연하면 안 돼."
모친은 손을 내밀어 둘째 누나를 잡아끌려고 했으나, 둘째 누나는 팔을 뿌리치며, 씁쓰레하게 말했다. "엄마, 여기서 날 망신시키지 마세요."
모친이 말했다."이건 네가 날 망신시키는 거야! 나하고 집에 가자!"
둘째 누나가 말했다. "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이때, 쓰마쿠가 높은 음정으로 노래하며 무대에 나타났다.
"철교를 파괴하고 말 타고 돌아온다. ---- "
그는 승마화를 신고, 군모를 쓰고, 손에 진짜 가죽 채찍을 들고 있었으며, 사타구니 밑에 상상의 말이라도 있는 것처럼 그는 두 다리를 구르며 앞으로 이동했다.
그가 상반신을 들썩들썩하며 두 손으로 있지도 않은 고삐를 잡아다니며 신나게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을 연출하자, 꽹과리, 북이 요란하게 두들겨졌고, 관현악기도 일제히 울었다. 특히 피리는 구름을 뚫고 비단을 찢는 소리를 내어서 사람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는데, 그건 공포 때문이 아니라 피리 소리의 느낌 때문이었다.
쓰마쿠의 얼굴은 쇳덩이 같이 차갑고 단단했으며, 곧 죽을 사람같이 엄숙했고, 조금도 교활하거나 천박한 끼가 없었다.
" ---- 갑자기 강 뚝 위에서 어지러이, 채찍질하며 급히 달려오는 말발굽 소리 --- 다그닥 다그닥 ---- 호금은 말 울음소리를 흉내 내어 울리는구나 ---- 힝, 힝, 힝 --- 마음은 바람처럼 화급한데, 발걸음은 이다지도 늦느냐! 한걸음이 반걸음 같고, 세 걸음이 두 걸음 같다 ----"
꽹과리, 북이 자지러졌다. 발 구르기, 걸음 옮기기, 새매 몸 돌리기 (몸을 돌리는 무술동작), 높이 솟아 다리 찢기, 늙은 소 숨 참기, 사자 공 굴리기 ---- 쓰마쿠는 무대 위에서 그의 절묘한 재주를 전부 연기해 보였다.
그가 엉덩이에 한 덩어리의 반 근 무게(250g)의 고약을 붙이고 있다는 건 상상도 하기 힘들었다.
둘째 누나는 급히 모친을 아래로 밀었다. 모친은 입으로 시끄럽게 떠들며, 아쉬움을 남긴 채, 원래 위치로 돌아왔다.
세명의 일본군으로 분장한 남자들이 허리를 굽히고 무대 가운데로 들어와 다시 둘째 누나를 번쩍 들려고 시도했다.
그 "가메다 대장"은 그림자도 안 보였다. 어쩔 수 없이 세 사람이 아쉬운 대로 둘은 상체를 들고, 하니는 양다리를 들어야 했다.
그는 화려하게 분장한 머리를 둘째 누나의 양다리 사이에 끼었는데, 그것이 되게 웃기게 보여서 관중들은 낄낄 거리며 웃었다.
머리통 하나가 양다리 사이에서 코와 눈을 움쩍거리니, 관중들은 더욱더 웃었고, 그는 더욱 흥이 났다. 결국 큰 웃음으로 발전했고, 쓰마쿠는 만면에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앞부분에 이어서 노래를 불렀다.
"갑자기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는구나. 일본 놈은 원래 흉폭한 미친놈들, 목숨 걸고 앞으로 돌격하자----손을 뻗어 개의 등을 잡는다 ---- 멈춰라!"
쓰마쿠는 손을 뻗어 둘째 누나 두 다리 사이에 머리가 끼어있는 "일본병"을 잡으며 소리쳤다.
이어서 격투장면, 원래는 4대 1로 싸워야 하는데 지금은 어쩔 수 없이 3대 1이 되었다.
악전고투 끝에 쓰마쿠는 "일본군"을 제압하고 "마누라"를 구해냈다.
일본군이 삿자리에 무릎 꿇고 앉자, 쓰마쿠는 둘째 누나를 잡아당겨, 환희의 즐거운 곡조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대문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가스등을 높이 받치고 있던 검은색 인간들이 갑자기 살아나 등을 받쳐 들고 대문 안으로 달려갔다.
빛이 갑자기 사리 지자, 우리 눈앞은 온통 칠흑 같은 어둠뿐....
이튿날 새벽, 진짜 일본군이 마을을 포위했다.
총소리, 포 소리, 전마(战马)의 힝 힝 거리는 소리에 우리들은 꿈속에서 깨어났다. 모친은 나를 안고 여섯 누나들을 데리고 무 움으로 도망쳤다.
어둠 속에서 축축하고, 음침하고 차가운 가운데를 한참 기어서, 넓은 곳으로 들어갔다.
모친은 콩기름 등에 불을 밝혔다. 창백한 불빛 아래, 우리는 마른풀 위에 앉아, 위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움직임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는데, 앞쪽 캄캄한 지하도에서 씩씩 숨을 헐떡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친은 쇠를 두들릴 때 쓰는 쇠 집게를 집어 들고, 숨을 훅 불어 동굴 벽 구석에 있는 등잔불을 껐다. 굴 속은 순간 캄캄해졌다.
나는 울기 시작했다. 모친은 한쪽 젖꼭지로 내 입을 틀어막았다.
나는 젖꼭지가 차갑고 경직되었으며, 탄력을 잃었고, 거기다 짜고 쓴 맛이 나는 것을 느꼈다.
씩씩거리는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고, 모친은 쇠 집게를 더 높이 치켜들었다.
이때 나는 둘째 누나 상관자오디의 결이 바뀐 목소리를 들었다.
"엄마. 때리지 말아요. 나예요....."
모친은 한숨을 내쉬더니, 쇠 집게를 높이 쳐들었던 두 손을 힘없이 내렸다.
"자오디야. 너 때문에 엄마가 놀라 죽는 줄 알았다." 모친이 말했다.
"엄마. 불을 켜요. 뒤에 사람이 있어요." 둘째 누나가 말했다.
모친은 힘들여, 가까스로 기름 등에 불을 붙였다.
창백한 불빛이 다시 동굴 속을 환하게 비췄다.
우리는 온몸이 진흙 투성이인 둘째 누나를 보았다.
그녀의 뺨 위에는 한줄기 핏자국이 있었고, 품 안에 포대기를 하나 안고 있었다.
"이게 뭐냐?" 모친이 놀라 물었다.
둘째 누나의 입술이 비틀어지며, 맑은 눈물이 그녀의 더러워진 얼굴 위로 흘러내렸다.
"엄마, " 그녀는 흐느끼며 말했다. "이 애가 셋째 첩의 아들이에요."
모친이 흠칫 놀라면서, 노해서 말했다. "어디서 안 고왔는지, 그리로 도로 안고 가거라!"
둘째 누나가 무릎걸음으로 몇 걸음 오더니, 얼굴을 들고 모친을 보면서 말했다.
"엄마, 제발 자, 자비를 베풀어 주세요. 그의 집 사람들은 모두 피살되었어요. 얘가 쓰마 집안의 한점 혈육...."
모친은 포대기 모퉁이를 들춰 올리고, 쓰마 집안 어린 아들의 까맣고 삐쩍 마른 긴 얼굴을 보았다.
이 녀석은 깊은 잠에 빠져있고, 이 녀석은 쌔근쌔근 숨을 쉬고 쉬고 있다. 이 녀석은 작은 분홍빛 입을 오물오물하는 게 꿈속에서 젖을 빨고 있는 가 보다.
나의 마음속은 이 녀석에 대한 증오로 충만했다.
내가 젖꼭지를 뱉으며, 큰 소리로 울자, 모친은 그녀의 더 차갑고 쓰고 떫은 젖꼭지로 내 입을 틀어막았다.
"엄마, 이 애를 받아 주겠다고 허락하실 거죠?" 둘째 누나가 물었다.
모친은 눈을 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둘째 누나는 그 애를 셋째 누나 상관링디의 품에 안기고, 엎드려 모친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울면서 말했다.
"엄마, 나는 살아 있어도 그의 사람이고, 죽어도 그의 귀신이에요. 제발 이 애를 구해 주세요. 딸은 평생 엄마의 큰 은혜를 잊지 않을 거예요!"
둘째 누나가 기어서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모친이 덥석 그녀를 끌어당기며 목쉰 소리로 말했다. "너 어딜 가?"
둘째 누나가 말했다. "엄마, 그는 다리에 큰 상처를 입고 연자방아 밑에 숨어 있어요. 그를 보러 가야 해요."
이때, 밖에서 말발굽 소리와 날카로운 총성이 들렸다.
모친은 몸을 옆으로 눕혀, 무 움의 입구를 막으며 말했다.
"엄마는 네게 무엇이든 다 해준다. 하지만 네가 나가서 죽게 할 수는 없어."
둘째 누나가 말했다. "엄마, 그는 다리에서 피가 그치지 않아요. 내가 가지 않으면 피를 많이 흘려 죽을 거예요. 그가 죽으면, 딸이 살아봐야 무슨 의미기 있어요?
엄마, 날 가게 해 주세요...."
모친은 마른 울음소리를 한번 내더니, 이내 입을 다물었다.
둘째 누나가 말했다. "엄마, 딸이 절할게요."
둘째 누나는 무릎을 꿇고 절을 하고는 얼굴을 모친의 무릎에 대고 잠시 있었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모친의 다리를 비껴놓고, 허리를 굽히고 밖으로 기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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