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은 둘째 누나에 대한 간섭권을 포기했고, 일체 모든 것을 그녀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모친은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조용히 지냈지만, 나는 그녀의 유즙 맛에서 그녀의 마음속에서 물결이 하늘을 찌를 듯 거세게 치고 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둘째 누나가 쓰마쿠를 따라가겠다고 난리를 친 그 며칠간, 모친은 나와 다섯 누나들을 데리고 우리 집 무를 저장한 움 안에, 남쪽 담장 밖 수숫대 쌓아놓은 곳으로 통하는 비밀통로를 팠다.
파낸 진흙은 일부는 거름 구덩이를 채웠고, 일부는 나귀 우리에 깔았으며 대부분은 수숫대 더미 옆에 있는 마른 우물을 메웠다.
음력 설은 평온하게 지나갔다.
정월 대보름날(元宵节: 원소절) 밤, 모친은 나를 업고, 여섯 누나들을 데리고, 거리를 장식한 등을 구경하러 갔다.
시골에서도 집집마다 등을 걸어놓기는 했지만, 모두 작은 등롱(중국 전통의 동그란 등)이었고, 복생당 대문에 걸어놓은 두 개의 물항아리만큼 커다란 홍등은 없었다.
그 등록 속에는 모두 내 팔뚝보다 더 굵은 하얗고 빛나는 양초를 꽂아 환하게 빛났으며, 동룡은 눈부신 광채를 뿜어냈다.
둘째 누나가 어디 갔는지 모친은 묻지도 관여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이미 우리 집안의 유격전사로서 어떤 때는 삼일째 들어오지 않다가 갑자기 들어오기도 했다.
섣달그믐 밤, 우리가 막 폭죽을 놓아 재물의 신을 영접하려고 할 때, 그녀는 몸에 까만 망토를 걸치고 돌아왔다.
그녀는 일부러 가느다란 허리에 바짝 잡아맨 소가죽 혁대와 거기 묵직하게 매달려있는 니켈 광이 번쩍번쩍 빛나는 육혈포를 으스대었다.
모친이 비꼬는 어조로 말했다. "생각지도 않게 상관 집안에서 여자 마적이 났구나!"
이 말을 하고 나서 모친의 얼굴은 울상이 되었으나, 둘째 누나는 오히려 입을 헤 벌리고 웃었다. 그녀의 웃음은 순정소녀(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소녀) 식이었고, 그것이 모친이 이 애를 빨리 구해내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고 느끼게 했다.
그래서 모친이 말했다. "자오디야. 난 네가 쓰마쿠의 첩이 되게 할 수는 없다."
상관자오디의 냉소의 웃음소리 ---- 이 냉소는 완전히 악랄한 기혼여인 식의 ---- 는 모친의 마음속에 막 타오르i려고 하던 희망의 불씨를 바로 꺼지게 했다.
정월 초하루, 모친이 그녀의 큰 고모에게 세배하러 가서, 라이디와 자오디의 일을 말하니 그녀의 큰 고모 ---- 오랜 시련을 겪어 경험이 풍부한 늙은 여인 ---- 가 말했다. "딸의 일은 그냥 내버려 둘 수밖에 없어. 다시 말해서 네게 샤우에량이나 쓰마쿠같은 사위가 생긴 건데 평생 걱정할 게 뭐 있니? 이 두 사람은 모두 하늘을 뚫고 나는 새매야!"
모친이 말했다. "내가 걱정하는 건 오직 그들이 온돌 위에서 죽지 않을까 봐 그러는 거예요."
노 부인이 말했다. "온돌에서 죽는 사람은 거지반 못난 사람들이야!"
모친은 우언가 더 말하고 싶었으나, 그녀의 고모는 귀찮게 하지 말라는 듯 손을 내저으며 파리를 쫓는 것처럼 모친의 말을 한 번에 날려 보냈다.
그녀가 말했다. "네 아들놈 좀 보여줘."
모친은 나를 면포대기에서 꺼내서 온돌 위에 놓았다.
나는 공포스럽게 모친 큰고모의 좁고 작으며, 수많은 계곡과 산골짜기가 있는 얼굴과 쑥 들어간 눈구멍 속에 있는 두 개의 형형한 푸른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돌출한 눈썹 뼈에는 뜻밖에 눈썹이 하나도 없었으며 오히려 눈 언저리 주위에 노란 속눈썹만 빽빽하게 나 있었다.
그녀는 백골 같은 손을 뻗어 내 머리카락을 만져보고, 내 귀를 구깃구깃해 보고, 내 코끝을 잡아보았고, 심지어 손을 내 사타구니로 뻗어 내 고환까지 만져보았다.
나는 이런 모욕적인 어루만짐에 혐오가 극에 달해서 있는 힘을 다해서 온돌 구석으로 기어갔다.
그녀는 나를 덥석 잡더니 소리쳤다. "이 잡종놈아, 일어서봐!"
모친이 말했다. "큰 고모, 그 애는 칠 개월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일어설 수 있어요?"
노부인이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나는 칠 개월 됐을 때, 닭 둥지에서 계란을 꺼내다가 네 할머니에게 갖다 드렸어."
모친이 말했다. "큰 고모. 그건 큰 고모니까 그런 거죠. 큰 고모가 어디 보통 인물이에요?"
노부인이 말했다. "이 꼬마도 내가 보기에 보통 인물이 아니야! 말로야 그 사람이 아끼위 했겠다."
모친은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가 다시 하얘졌다.
나는 온돌 안쪽으로 기어가서 손으로 창틀을 덥석 잡고 두 다리를 쭉 펴고 일어섰다.
노부인은 손뼉을 치며 말했다. "봐라. 내가 일어날 수 있다고 했더니, 바로 일어나지 않니! 고개 돌려 이쪽 봐라. 잡종 놈!"
고모, 개는 이름이 진통이 인데, 왜 자꾸 잡종 놈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잡종인지 아닌지는 오직 엄마만 안다. 안 그러냐? 내 피붙이 조까 딸아. 그건 내가 널 사랑하니까 그런 거야. 잡종이라 하든, 개자식이라 하든, 주워온 놈이라 하든 짐승 새끼라 하든, 모두 너를 사랑해서 그러는 거야. 잡종놈아 이리 와라!"
모친의 큰고모가 소리쳤다.
나는 뒤로 돌아서서 두 다리를 덜덜 떨면서 모친의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을 보았다.
"진통아, 귀여운 내 새끼!" 모친은 두 팔을 벌리고 나를 오라고 하였다.
나는 모친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나는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모친은 나를 꽉 안으며 중얼댔다.
"우리 아들이 걸었어. 우리 아들이 걸었어!"
모친의 큰 고모가 엄숙하게 말했다.
"딸은 새떼야. 날아갈 때가 되면 남아 있으라 해도 남아있을 수 없는 거야! 너는? 내 말은, 그들이 모두 죽었는데 넌 어떠냐?"
모친이 말했다. "난 아주 좋아요."
노부인이 큰소리로 말했다. "좋으면 됐지 뭐. 모든 것을 하늘로 올라간다, 바다로 들어간다라고 생각하면, 아무리 나쁜 일이라도 산에는 올랐다는 생각이 들 테니 스스로 억울해하지 마라. 내 말 뜻 알아듣겠니?"
모친이 대답했다. "알아 들었어요."
작별 인사를 할 때, 노부인이 물었다. "너희 시어머니는 아직 살아계시냐?"
모친이 말했다. "살아계시는데, 나귀 똥 속에서 뒹굴고 있어요."
노부인이 말했다. "그 늙은이가 일생을 횡포하게 굴더니, 생각지도 못하게 그런 말로를 맞는구나!"
만약 모친과 그녀의 큰고모의 이번 밀담이 없었다면 나는 칠 개월 만에 바로 걷지 못했을 것이고, 모친도 흥이 나서 우리들을 데리고 큰 거리에서 등 구경을 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단조롭고 무미건조한 대보름을 보냈을 테고, 그렇게 되었다면 우리 집의 역사도 아마 현재 이런 모양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큰 거리에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지지만, 모두 낯선 얼굴들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단결되어 안정된 분위기가 넘쳤다.
많은 아이들이 부지직부지직 불꽃이 떨어지는 폭죽을 들고 사람들 틈을 돌아다녔다.
우리는 복생당 대문 앞에서 멈춰 서서, 대문 양편에 있는 두 개의 커다란 등롱을 구경했다.
들롱의 옅은 노란빛이 대문 머리에 걸려있는 금빛 글씨의 편액을 비추고 있었다.
복생당 대문은 개방되어 있었고, 깊은 정원 안의 등불은 환하게 밝았으며, 간간히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왔다.
대문 밖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며 있었는데, 팔짱을 낀 채 조용히 서 있는 게 무언가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말 많은 셋째 누나 상관링디가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아저씨, 여기서 죽 나눠줘요?"
그 사람은 가부를 말하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뒤에 있던 어떤 사람이 말했다. "얘야. 섣달 초파일 때나 죽을 나눠주는 거란다.
셋째 누나가 돌아보며 물었다. "죽도 나눠주지 않는데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그 사람이 말했다. "곧 신파극이 열린다. 듣자 하니 제남부(济南: 산동성의 성도)에서 이사 온 유명 배우가 나온단다."
셋째 누나는 계속 수다를 떨려다가 모친에게 덥석 잡혔다.
드디어 복생당 넓은 정원에서 네 사람이 나왔는데, 저마다 손에 긴 장대를 들고 있었고, 장대 끝에는 검으티티한 철제 기구가 하나 매달려 있었다. 철제 기구에서는 눈부신 불꽃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는데, 어찌나 밝은지 대문 앞이 대낮같이 밝았다. 아니 대낮 보다 더 밝았다.
복생당 넓은 정원에서 멀지 않면 곳에 있는 폐허가 된 교회당 종루에 서식하는 비둘기가 밝은 빛에 놀라 허둥지둥 날아올랐다가 하얀빛을 보고 구구구구 울며 날아왔다가, 다시 어둠 속으로 가 버렸다.
사람들 틈에서 어떤 사람이 크게 소리쳤다. "가스등이다!
이때까지 우리는 이 세상에 콩기름 등, 석유 등만 있는 줄 알았다가 이렇게 눈이 쓰라릴 정도로 밝은 가스등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네 개의 등을 받쳐든 검은 사나이들이 "복생당" 대문 앞에 서서 사각형을 만드니 마치 네 개의 거무스레한 기둥 같았다.
대문 안에서 다시 몇 사람이 나왔는데, 둘둘만 원통 모양의 삿자리를 지고 나와서 네 명의 등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본보기를 보이고 있는 공터 중간까지 와서 힘껏 자리를 내 던졌다. 그러자 묵였던 자리 줄이 벗겨지면서 삿자리가 자동으로 펼쳐졌다.
그들은 허리를 굽히고, 자리 끝으머리를 끌면서 까만색 털이 더부룩하게 난 아랫다리를 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의 발걸음이 너무 빨라서 그리고 가스등 빛이 너무 강렬해서 우리들 눈에는 이미지가 겹쳐 보였고, 우리들은 한결같이 자리를 펴며 뛰어가는 사람들이 모두 네 개 이상의 다리가 있는 것처럼 보였고, 다리와 다리 사이를 투명하고 빛나는 거미줄 모양의 어떤 것이 끌어당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이 감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빠르게 뛰는 것은 마치 거미줄 위에서 어쩔 수 없이 발버둥 치는 작은 갑충 같아 보였다.
자리가 깔리자 그들은 허리 늘 펴고 관중을 향해 포즈를 취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분장이 잔뜩 칠해져 있어서 하나하나가 신기하고 알록달록한 짐승 가죽 같았다.
표범 가죽 같은 것도 있고, 꽃사슴 가죽 같은 것도 있고, 스라소니 가죽 같은 것도 있고, 절간에서 제상에 올린 과일을 훔쳐먹는 반점이 있는 오소리 가죽 같은 것도 있었다.
그런 다음 그들은 바로 두 걸음씩 뛰면서 뒤로 물러서서 복생당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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