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물열차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을 때, 막 태양이 빨갛게 올라오고 있었다.
강 위가 온통 환해졌고, 강 양쪽 언덕의 나무들에는 금 유리, 은 유리가 맺혀있었으며, 커다란 철교가 조용히 엎드려 있었다.
쓰마쿠는 긴장한 나머지 연신 손을 비비면서, 입으로 중얼중얼하며 더러운 말들을 하고 있었다.
기차는 덜거덕덜거덕, 위풍당당하게 달려오다가, 철교에 앞에 이르자 천지에 울려 퍼지는 요란한 기적을 울렸다.
기차 머리에서는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고, 바퀴 사이에서는 하얀 안개가 뿜어져 나왔으며, 덜컹덜컹하는 거대한 울림은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고, 강에 단단히 얼어붙은 얼음마저 미세하게 흔들렸다.
대원들도 덜덜 떨며 불안해하게 기차를 바라보았고, 몽고말도 귀를 뒤로 젖혀서 풀어헤쳐진 갈기털에 착 붙였다.
기차는 정신없이 철교에 달려들었다. 거칠고 야만스럽게 달려들었지만, 커다란 다리 역시 산처럼 우뚝 솟아 움직이지 않었다.
그 일초 동안 쓰마쿠와 그의 대원들은 얼굴색이 잿빛으로 변했다가, 일초 후, 그들은 바로 얼음판 위에서 기뻐서 소리치며 껑충껑충 뛰었다.
비록 엉덩이 상처가 분명 심각했지만, 환호성을 제일 크게 지른 사람은 쓰마쿠였으며, 제일 높이 뛰어오른 사람도 쓰마쿠였다.
다리는 일초 안에 붕괴되었으며, 침목, 레일, 자갈, 진흙이 열차와 함께 떨어졌다. 기차 머리가 교각에 부딪치자, 교각 역시 비로 무너졌다.
그러자 귀청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큰 소리가 났다.
수십 미터나 솟구쳐 공중에 날아오른 얼음 조각과 자갈, 휘어진 철근골조, 끊어져 갈라진 침목이 잠깐 햇볕에 반짝였다.
그런 다음 수십 칸의 화물로 가득 찬 화차가 우르릉 쾅쾅 거리며, 덮쳐 왔다. 어떤 것은 강물로 처박히고, 어떤 것은 궤도 근처에서 기울어지며 탈선했다.
그러고 나서 수십 간의 화물이 만재된 차량이 장렬하게 빽빽이 몰려왔는데, 어떤 것은 물길 위로 곤두박질쳤고, 어떤 것은 궤도 엎어져 쓰러젔다.
즉시 연이은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은 강력한 폭약을 만재한 화물칸에서 시작하였고, 그것을 기폭제로 포탄, 총탄이 폭발했다.
강의 얼음이 진동으로 갈라지면서 강물이 솟아올랐는데, 그 강물 속에는 물고기도 있고, 새우도 있으며 등이 파란 자라까지 있었다.
갑자기 커다란 가죽 구두를 신은 다리 하나가 날아와 몽고말의 머리에 떨어지자, 말은 머리를 맞고 정신이 혼미해져서 두 무릎을 얼음 위에 꿇었고, 얼음 위에는 바로 두 군데 털이 붙었다.
한 개의 족히 천근 무게는 나갈 기차바퀴가 얼음을 찍자, 하늘로 물기둥이 솟았고 묽은 진흙물이 떨어졌다.
거대한 폭발 폭풍이 울리며 쓰마쿠의 귀를 먹게 했다.
그는 물끄러미, 몽고말이 썰매를 끌고 얼음판 위에서 대가리가 없는 파리처럼 무턱대고 돌아다니는 것을 바라보았다.
대원들도 모두 멍청히 서 있거나, 혹은 앉아있었는데, 어떤 사람은 귓구멍에서 검은 피가 흘러나왔다.
그는 큰소리로 고함쳤으나, 자기 목소리를 듣지 못했고, 대원들이 입을 벌리고 무어라 고함치는 것 같았으나 역시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쓰마쿠는 있는 힘을 다하여, 그의 썰매부대를 가까스로 어제 오전 그들이 파랗고 하얀 화염으로 얼음조각을 잘라주었던 곳까지 데려갔다.
내 둘째 누나는 셋째 넷째 누나들을 데리고 물을 또고, 고기도 잡으려고 다시 거기와 있었다.
어제 잘라내었던 얼음구멍은 밤사이에 다시 얼어 얼음층이 약 삼 센티정도 얼어 있었다. 둘째 누나는 자루가 짧은 망치와 끌로 얼음을 뚫었다.
쓰마쿠의 사람과 말이 이곳에 서둘러 도착하자, 몽고 말들은 앞다투어 물을 먹었다.
물을 먹고 몇 분 지나자 말들은 바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사지에 경련을 일으키더니 얼음판 위에 고꾸라졌고, 조금 있다가 모두 죽었다.
차가운 물이 말의 최대한도로 확장되었던 폐엽을 터뜨려 버린 것이다.
이날 새벽, 가오미 동북향의 모든 생명체: 사람, 말, 나귀, 소, 닭, 개, 거위, 오리.... 심지어 동굴에서 동면하던 뱀에 이르기까지 모두 서남방향에서 일어나 대폭발을 봄 우레가 생명을 깨우는 것으로 착각하고, 잇달아 동굴에서 기어 나왔다가, 모두 들판에서 얼어. 죽었다.
쓰마쿠는 그의 대원들을 데리고 마을에 와서 휴식을 취했다.
이것을 보고, 쓰마팅은 전 중국에 있는 더러운 말, 저주의 말을 총동원해서 그들을 욕했으나, 그들은 전부 귀가 먹어서 쓰마팅이 그들을 칭송하는 줄만 알았다. 쯔마팅은 욕을 할 때, 얼굴에 득의만면한 표정을 짓기 때문이었다.
쓰마쿠의 세 마누라는 그녀들 공동 남자의 엉덩이 화상과 동상을 치료하기 위해 각자 집에서 전해 내려오는 비방을 들고 나왔다.
언제나 그렇듯이, 큰 마누라가 그의 엉덩이에 고약을 붙이고 나면, 둘째 마누라가 십몇가지 진귀한 중국 약재를 다린 세정액을 가지고 와 고약을 뜯고 세정을 쌨고, 그러고 나서 셋째 마누라가 솔잎과 겨우살이 뿌리에 계란 흰자와 쥐 수염을 태운 재를 섞어 만든 가루약을....
이 같은 일이, 계곡에 물 내려오듯 그치지 않고 계속되자, 그의 엉덩이는 계속 말랐다 젖었다, 젖었다 말랐다 하며, 상흔 위에 다시 새로운 상흔만 더해질 뿐이었다.
하다 하다 안되니, 쓰마쿠는 그녀들이 치료한다고 달려들지 못하게 하려고, 면바지를 입고 가죽혁대를 둘을 찬다음, 세 마누라의 그림자만 보여도 도끼를 꺼내거나 총의 노리쇠를 잡아당겨, 겁을 주기까지 했다.
그의 엉덩이 상처는 좋아지지 않았지만, 귀는 청력을 회복했다.
쓰마쿠가 청력을 회복한 다음 제일 처음 들은 말은 형의 노해서 퍼붓는 욕설이었다.
"너 이런 개새끼, 마을 전체가 너 때문에 재앙을 만난 거야. 어떻게 되나 두고 보라고!"
쓰마가 그의 형과 똑같이 부드럽고 불그스레하며, 살은 두껍고 피부는 얇은 작은 손을 뻗어, 형의 아래턱을 잡았다.
그는 형의 깨끗마게 면도한 반질반질한 입술 위로 돋아난 수십 개의 꼬불꼬불하고 누르스름한 수염과 갈라진 피부를 보고 슬프게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
"나는 형과 한 아버지의 같은 종자야. 나를 욕하는 건 바로 형을 욕하는 거야! 욕할 테면 실컷 해봐!"
말을 마치자 그는 바로 손을 풀었다.
쓰마팅은 말문이 막혔다.
그는 키 크고 덩치 큰 동생의 뒷모습을 보고,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징을 챙겨 들고 대문을 나가서, 굼뜨게 그의 전망탑에 기어올라가서, 서북 방향을 둘러보았다.
쓰마쿠는 대원들을 데리고 다시 철교로 가서, 휘어져서 꽈배기같이 된 레일과 빨간 칠이 된 기차 바퀴 그밖에 아무도 이름을 모르는 한 무더기의 쇠붙이들을 가지고 왔다.
그는 그것들을 교회당 대문 밖의 큰 거리에 진열하고, 고향 사람들에게 전적을 자랑할 것이다.
그의 입아귀에는 두 송이의 작은 거품이 걸렸다. 그는, 한번, 다시 한번 관중들을 향해서 그가 교량을 파괴하고, 일본군 열차를 전복시킨 경험을 강연했다. 그가 강연을 한번 할 때마다, 생생한 사소한 부분들이 늘어났고, 강의를 할수록 풍부해졌으며, 점점 재미있어졌다.
나중에 가서는 <봉신연의(중국 요괴 소설)>와 비슷해졌다.
둘째 누나 상관자오디가 쓰마쿠의 충실한 청중이 되었고, 그녀는 처음에는 청증이었다가 나중에는 신식무기의 목격자가 되었고, 마지막까지 가면 더욱 발전해서, 그녀는 목격자일 뿐만 아니라 다리 파괴 사건의 참여자가 되었다. 그녀는 계속 쓰마쿠를 따라 교각에도 기어 올라갔고, 그를 따라 교각에 세 떨어지기도 했고, 쓰마쿠가 엉덩이가 아파할 때는 그녀도 따라서 입을 벌려서, 마치 두 사람이 동일한 부위를 다친 것 같았다.
모친이 말한 것처럼, 쓰마 집안의 남자들은 모두 약간 실성한 자들이었다.
그 맹인 여자가 항아리에 앉아 떠내려 왔다는데, 용모가 비할 수 없이 뛰어났지만 두 눈이 멀었다는 것은, 말이 그렇지 누가 들어도 이해가 안 갔다. 그녀의 소리가 이해가 안 가는 게 아니라 그녀 말속에 있는 의미가 이해가 안 갔다.
그녀가 여우 혼령이 변한 사람이 아니라면 분명 정신병자일 것이다.
상상해 보라. 이런 여자의 후대가 어떻게 정상일 수 있겠는가?
모친은 진작부터 상관자오디의 마음을 알아치리고 있었고, 언니 상관라이디의 이야기가 매우 빨리 되풀이될 것을 예감했다.
그녀는 깊은 수심에 빠져, 딸아이의 칠흑 같은 눈동자 속에서 타오르는 무서운 격정, 그녀의 수치를 모르고 벌겋게 부어오른 두터운 입술을 보았다.
저 애가 어떻게 열일곱 살 여자 애일 수 있나? 저건 분명 발정난 어린 암소야.
모친이 말했다. "자오디야. 우리 시집갈 아가씨. 너 지금 몇 살 먹었지?"
둘째 누나는 모친을 노려보며 반박했다. "엄마는 나만할 때, 벌써 우리 아버지에게 시집왔지 않아요? 그러지 않았어요? 엄마 큰 고모가 열여섯에 쌍둥이를 낳았는데, 두 아기가 통통한 새끼 돼지 같았다고?!"
말이 이지경까지 이르자, 모친은 탄식밖에 나오지 않았다.
둘째 누나는 한술 더 떠 말했다. "난 엄마가 무슨 말하려는지 알아요. 그 사람은 벌써 마누라가 셋이나 있다고 할 거죠? 난 그의 넷째 마누라가 될 거예요. 그밖에 말하려는 것도 알아요. 그 사람 항렬이 엄마보다 더 높다고 그럴 거죠? 나하고 그 사람은 동성도 아니고, 같은 조상도 아니니 규범에 어긋난 것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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