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막 시작될 무렵부터 모친은 그녀의 시어머니 상관뤼스의 남색 비단 솜 저고리를 입기 시작했다.
이 솜저고리는 원래는 상관뤼스의 육십 세 생일날, 마을의 네 손자가 빙에 가득 찬 늙은 여인의 도움으로 바느질해서 만든 수의였는데, 지금은 모친의 겨울 옷으로 바뀌었다.
모친은 솜 저고리 앞섶, 정면의 젖 먹이는 곳을 가위로 잘라 두 개의 동그란 구멍을 내서, 두 개의 젖이 노출되도록 하여, 내가 아무 때나 빨아먹기 편하도록 했다.
가을에 일어났던, 모친의 두 젖이 참혹하게 유린당하고, 말로야 목사가 건물에서 투신 자살했던 일은 나를 분노하게 했지만, 늘 그렇듯이 재난이란 결국 지나기기 마련이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유방은 영원히 훼손될 수 없었다.
유방은 어떤 사람들처럼 영원히 젊고, 큰 소나무처럼 언제나 울창한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의 눈을 가리기 위하여, 또한 찬 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서 유즙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게 하려고, 모친은 솜 옷의 동그란 구멍 위쪽에 빨간 문발을 걸어 놓았다.
모친의 창조는 전통으로 변했고, 이런 포유복은 지금까지 여전히 다란(大栏) 시의 유행으로 남아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기껏해야 구멍을 더 동그랗게 뚫었다거나, 문발의 재질이 훨씬 부드러워지고 거기에 예쁜 꽃송이를 수놓았다든가 하는 것 정도였다.
나의 월동복은 잘 찢어지지 않는 작은 캔버스 천으로 만든 널찍한 면 포대기였는데, 포대기 입구는 끈으로 묶을 수 있게 했고, 자루 허리 부분에 두 개의 든든한 고리를 붙여 모친의 두 유방아래 묶을 수 있게 해서 모친이 나에게 젖을 먹일 때는, 그녀가 힘을 주어 배 근육을 조이면 포대키가 돌려지면서 나는 그녀의 가슴 앞에 가게 되어있었다.
포대기 안에서 선 자세에서 무릎 꿇은 자세로 바꾸면 내 머리는 그녀의 가슴에 바로 닿았다. 내가 머리를 오른쪽으로 기울이면 바로 그녀의 왼쪽 젖꼭지를 물 수 있고, 내가 머리를 왼쪽으로 기울이면 바로 그녀의 오른쪽 젖꼭지를 물 수 있었다. 이건 진정 좌우 내 마음대로였다.
하지만 면 포대기 역시 부족한 점이 있었다.
포대기는 내 두 손을 속박했고, 한쪽 유두를 물고 손으로 다른 쪽 유두를 지키는 것 같은 익숙한 행위를 하지 못하게 했다.
여덟째의 젖 먹을 권리는 이미 나에 의해 철저히 박탈당했다. 그녀가 모친의 유방에 접근하기만 하면 나는 곧바로 손으로 할퀴고 발로 차서, 이 눈먼 여자 아이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게 했지.
그녀는 지금 죽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누나들은 매우 불만이었다.
이 기나긴 엄동에 나의 젖 먹는 과정은 조마조마하고 불안에 휩싸여 있었다. 내입이 왼쪽 젖꼭지를 물고 있을 때, 나의 신경은 오른쪽 젖꼭지에 집중되어 있어서, 나는 언제나 털이 더부룩한 한쪽 손을 갑자기 동그란 구멍 속으로 뻗어서, 잠시 쉬고 있는 유방을 붙잡았다.
이런 초조한 심정의 지배 아래, 나는 빈번히 젖꼭지를 바꾸어서, 막 왼쪽을 빨아 즙액이 흘러나오게 했다가, 곧바로 오른쪽으로 가곤 했다.
오른쪽 갑문을 열었다가 신속히 입을 왼쪽으로 옮긴 것이다.
모친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나를 보다가, 왼쪽을 먹으며 오른쪽을 보고 있는 내 눈동자를 보고 바로 내 생각을 꿰뚫어 알았다.
그녀는 서늘한 입술로 내 얼굴에 뽀뽀하면서, 나에게 소곤거리며 말했다.
"진통(金童: 금동)이. 내 귀여운 보물. 엄마 젖은 너한테만 줄 거야. 누구한테도 안 줘."
모친의 말은 나의 초조한 마음을 덜어주었지만, 나는 결코 완전히 안심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털이 길게 난 손들이 바로 모친 옆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눈이 조금 내린 날 오전, 모친은 포유복을 입고, 따뜻한 포대기 속에서 움츠리고 있는 나를 업고, 누나들이 움에 빨간 껍질 큰 무를 날라다 넣는 작업을 지휘했다.
나는 무가 어디서 오는지에는 관심이 없었고, 무의 형상에만 관심을 가졌다. 그것들의 뾰족한 머리 부분과 맹렬히 팽창하기 시작하는 뿌리 부분은 유방을 떠올리게 했다.
여기서 번지르르하고 반짝 거니는 요술 호리병 말고도, 하얗게 반짝이는 작은 흰 비둘기 말고도, 빨간 껍질 큰 무까지 추가하더라도 그것들은 각각 자기만의 색채, 표정, 온도를 갖고 있었다.
그것들은 모두 유방과 비슷한 데가 있고, 모두 다른 계절, 다른 심리상태 아래 유방의 상징물이 되었다.
하늘이 맑았다 흐렸다 했고, 작은 눈꽃이 바람에 날렸다 멈췄다 했다.
누나들은 얇은 옷을 입고 있어서, 으슬으슬한 약한 북풍에도 목이 움추러들었다.
큰 누나는 광주리에서 무를 꺼내는 일을 맡았고, 둘째와 셋째 누나는 광주리 안의 무를 들어 올리는 일을 맡았고, 넷째와 다섯째는 움 속에 웅크리고 앉아 무를 펴 놓는 일을 맡았다. 여섯째와 일곱째는 알아서 독립행동을 했다.
여덟째는 노동능력이 없으니, 혼자 온돌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여섯째는 매번 네 개의 무를 들고 무 더미에서 움 입구에 갖다 놓았다. 일곱째는 매번 두 개의 무를 무 더미에서 움 입구에 갖다 놓았다.
모친은 나를 업고 움과 무 더미 사이를 오가며 일하는 것을 살펴보며, 명령하고, 잘못된 것은 비평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을 얘기했다.
모친의 모든 명령은 작업 진도를 높이고, 능률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모친의 모든 비평은 작업 방법을 개선, 무를 건강하게 보관해서 온전히 월동을 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모친의 모든 명령에 대해서 누나들은 소극적 태도를 취했다.
모친의 모든 비평에 대해서 누나들은 불만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모친의 모든 생각에 대하여 누나들은 무감각한 태도를 취했다.
나는 지금까지도 우리 집 정원에 어떻게 갑자기 그렇게 많은 무가 나타났는지 잘 모른다.
나는 나중에서야 모친이 그해 겨울에 왜 그렇게 많은 무를 저장했는지 겨우 알았다.
운반작업이 막 끝났을 때, 바닥에는 아직 열댓 개의 모양이 불규칙한 , 기형 유방 같은 작은 무들이 남았다.
모친은 움 입구에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히고 손을 길게 뻗어 움 속에 있던 상관상디와 상관펀디를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나는 나는 두 번 기울어져 거꾸로 섰고, 모친의 겨드랑이 안에서 희미한 햇볕 속에 흩날리는 작은 눈꽃송이를 보았다.
마지막으로 모친은 깨진 물항아리를 가져다가 ---- 항아리 안에는 못쓰게 된 솜과 겨를 잔뜩 쑤셔 넣은 ---- 움의 둥그런 입구를 막았다.
누나들은 일자 대형으로 벽에 붙어 서서 추녀 아래 주르르 섰는데 마치 새로운 명령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모친은 다시 한차례 생각을 말했다. "무얼로 너희들 솜 옷을 만들어 주지?"
셋째 상관링디가 말했다. "솜과 천으로 만들지요."
"그걸 말이라고 해? 내가 말하는 건 돈이야. 어디서 그런 많은 돈을 마련하지?"
둘째 누나 상관자오디가 불만스럽게 말했다. "검정 나귀와 새끼 노새를 팔면 되죠 뭐."
모친이 반박했다. "겅정 나귀와 새끼 노새를 팔면 내년 봄에 뭘로 농사를 지어?"
큰누나 상관라이디는 줄곳 침묵하고 있었다. 모친이 그녀를 보자 그녀의 머리는 바로 숙여졌다.
모친은 근심스럽게 그녀를 보며 말했다. "내일 너하고 자오디가 새끼노새를 끌고 말시장에 가서 팔아오너라."
다섯째 상관펀디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놈은 아직 젖을 먹어요. 우린 왜 밀은 안 파는 거예요? 그렇게 밀이 많은데."
모친이 동쪽 사랑채를 힐끗 보니, 사랑채 문이 닫혀있었다.
창 앞에 있는 한가닥 철사 위에는 말리려고 널어놓은 조총 대장 샤우에량의 양말 한 켤레가 걸려있었다.
새끼 노새가 정원으로 껑충껑충 뛰어 들어왔다.
그놈은 나와 같은 해, 같은 월, 같은 날 태어났고, 나처럼 수컷이다.
나는 기껏 모친 등에 업혀서, 면 포대기 속에 있는데, 그놈은 벌써 자라서 제 어미만큼 크다.
"그래. 내일 이놈을 팔자." 모친이 말을 하면서, 거처하는 방으로 걸어갔다.
우리들 뒤에서 쩌렁쩌렁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양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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