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의 말소리가 떨어지는 그 순간, 샤우에량은 쓰마팅과 술잔을 부딪쳤다.
그들은 주연 자리에서 여러 사항들을 의논하여 결정했다.
조총대의 검은 나귀들은 교회당에 집중시키고 거기서 먹인다.
조총대 대원들은 가가호호에 분산시켜 머물게 하고, 조총대 본부는 식사 후, 샤우에량이 직접 가보고 선정한다.
샤우에량은 야오 넷째의 안내로, 네 명의 나귀부대원의 호위를 받으며 우리 집 정원에 들어섰다.
그는, 물 항아리 옆에 서서, 물 항이리 속에서 천천히 흘러 기는 흰 구름과 푸른 하늘, 거기에 비치는 자기 그림자를 보며 머리를 빗고 있는 큰 누나 상관라이디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먹고사는데 부족함이 없고, 상대적으로 조용한 여름 철, 큰 누나의 몸에는 중대한 변화가 나타났다.
그녀의 가슴은 벌써 높이 솟아올랐고, 건조했던 머리칼은 검고 반짝반짝 윤기 나게 변했으며, 허리는 가늘고 부드러우며, 탄력 있게 변했고, 엉덩이는 팽창하여 위로 솟았다.
백일 사이에 그녀는 누렇고 삐쩍 마른 소녀의 껍질을 벗어버리고, 나비같이 아름다운 아가씨로 탈바꿈한 것이다.
큰 누나의 하얗고 높은 콧날은 모친과 빼닮았고, 풍만한 유방과 생기발랄한 엉덩이 역시 모친과 빼닮았다.
물항아리 속의 부끄럼 타는 처녀를 마주하고 있던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우울한 빛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머리칼을 손으로 쓸어 올리고 , 나무 빗을 빗었는데, 날아갈듯한 미모가 물속에 비치며 괜한 시름에 잠겼다.
샤우에량은 그녀를 보자마자 단번에 깊이 빠져버렸다.
그는 야오 넷째에게 확고히 말했다.
"여기가 바로 검은 나귀 조총대의 본부요."
야오 넷째가 물었다. "상관 라이디, 네 엄마는?"
큰 누나가 대답도 하기 전에 샤우에량은 손을 흔들어 야오 넷째를 물리쳤다.
그는 물 항아리 옆으로 가서, 큰 누나를 바라보았고, 큰 누나도 그를 바라보았다.
"어이, 작은 동생. 나 일지?" 그가 물었다.
큰 누나는 머리를 끄떡이면서, 얼굴 양쪽에 에 홍조가 떠올랐다.
큰 누나는 돌아서서 방으로 뛰어갔다.
5월 5일 후, 그녀들은 바로 상관뤼스와 상관후루가 쓰던 방으로 방을 옮겼고, 일곱 자매가 기거하던 동쪽 사랑채는 양식창고로 다시 만들어 밀 세 가마 여섯 말을 넣어 놓았다.
샤우에량은 우리 큰 누나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와서, 온돌 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여섯 누나들을 보았다.
그는 친근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 무서워하지 마라. 우리는 항일 부대야. 백성들을 괴롭히지 않아. 내가 지휘해서 작전했던 상황을 너희들도 보았을 거야. 그 전투는 용맹, 비장하고, 웅대 격렬했던, 만고에 빛날 전적이야. 어느 날엔가 인민들이 그걸 연극으로 만들어 나를 찬양할 거야."
큰 누나는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땋은 머리 끝단만 만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5월 5일을 회상했고,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 자기 몸에 걸쳤던 다 찢어진 의복을 한 조각 한 조각 찢어 내던 정경을 회상했다.
"작은 동생, 아니 큰 언니. 우린 인연이 있는 거야!"
그는 의미심장하게 말하면서 돌아서서 정원으로 갔다.
큰 누나는 문 어귀까지 따라가, 그가 동쪽 사랑채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다시 서쪽 사랑채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서쪽 사랑채에서 그는 상관뤼스의 녹색 눈동자에 깜짝 놀랐고, 코를 막으며 뒤로 물러났다.
그는 조총대원에게 명령했다. "밀을 쌓아 바닥을 비워서, 내가 잘 자리를 만들어라."
큰 누나는 팔짱을 끼고 문 옆에 서서, 벼락을 맞아 불타버린 홰나무같이 어깻죽지가 구부정한 까맣고 삐쩍 마른 이 남자를 주시했다.
"당신 아버지는?" 그가 물었다.
담 모퉁이에 비켜있던 야오 넷째가 설명했다.
"얘 아버지는 5월 5일에 일보군, 아니 황군(黄军)에게 살해됐어요. 얘네 할아버지 상관후루도 같이 재난을 당했죠."
"뭐라고, 황군?! 이런 우리 질 왜놈의 자식들!"
샤우에량은 갑자기 격노해 소리쳤다. 그는 욕을 하면서 두발을 굴러 그의 일본군에 대한 원한을 표시했다.
그는 발을 구르며 말했다. "큰 언니, 당신 원수가 바로 내 원수야. 이 피맺힌 깊은 원한을 우린 반드시 복수해야 돼! 당신 집 가장은 누구야?"
"상관루스." 야오넷째가 면저 대답했다.
나와 여덟째 누나의 세례는 교당 안에서 진행됐다.
말로야 목사는 숙소 뒷문을 열고 바로 교당으로 들어왔다.
벽에 걸려있는 여러 오래되어 색이 바랜 유화 그림에는 벌거벗은 어린아이들이 그려 있었는데, 그들 모두 날개가 나 있었고, 껍데기가 빨간 큰 고구마 같이 통통 살이 쪘다.
나는 나중에서야 그들을 천사라고 부른다는 걸 알았다.
교당 제일 끝은 벽돌로 된 강단이었는데 단 위에는 묵직하고 단단한 대추나무로 조각한 남자가 걸려있었다.
조각기술이 너무 시원치 않았던지 혹은 대추나무 재질이 너무 단단해서 그랬는지, 이 걸려있는 남자는 기본적으로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것이 바로 우리들의 예수그리스도, 뛰어난 대 영웅, 대 선인(善人)이었다.
이밖에도 교당 안에는 아무렇게나 널려진 십몇 개의 긴 의자가 있었고, 그위에는 먼지와 새똥이 가득 쌓여있었다.
모친이 나와 여덟째를 안고 교당으로 들어가자, 떼를 이룬 참새들이 놀라 날아올랐다가, 창문에 부딪쳐 파바닥 소리가 울렸다.
교당의 대문은 큰길을 마주 보고 있었는데, 문틈으로 모친은 검은 나귀들이 큰길에서 빈번하게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았다.
말로야 목사는 두 손으로 커다란 나무 대야를 들고 왔는데, 대야 속에는 뜨거운 물이 반쯤 담겨 있었고, 물 에는 그물 형태의 수세미가 떠있었다. 대야 위로 김이 올라가서 그는 가늘게 실눈을 떴다.
그는 나무대야가 너무 무거워 허리를 굽혔다.
그의 머리는 힘을 쓰느라 앞으로 뻗쳐졌고, 두 다리가 꼬여서 지척지척했다.
한 번은 하마터면 고꾸라질 뻔했고, 나무대야의 물이 그의 얼굴에 튀었다.
힘들게 걸어와서, 그는 결국 세례용 나무대야를 두 손에 들고 강단에 올랐다
모친은 우리를 안고 걸어갔다.
말로야가 나를 받아 대야 안에 놓았다. 뜨거운 물이 내 발끝에 닿자 나는 두 다리를 움츠렸다.
순간 나의 울음소리가 넓은 교당 안에 울려 퍼졌다.
대들보 위에는 정교하고 예쁜 제비 우리가 하나 있었다.
제비 새끼가 우리에 웅크리고, 앉아 머리를 쏙 내밀고, 칠흑 같은 두 눈으로 나를 관찰했다.
그놈들의 부모는 깨진 창문으로 날아서 들락날락했는데, 큰 입에는 벌레를 물고 있었다.
말로야 목사는 나를 모친에게 돌려주고, 쪼그려 앉아 큰 손으로 대야 안의 물을 휘저었다.
대들보에 걸려있는 대추나무 예수는 자비롭게 우리를 주시했고, 벽 위의 천사는 참새를 쪼았다. 대들보에서 서까래로 쫏았고, 동쪽 벽에서 서쪽 벽으로 쫏았고, 구부러진 나선형 나무 계단에서 낡아빠진 종루 위로, 또 종루 위에서 아래로 쫒아서, 돌아와 벽 위에서 쉬게 했다.
천사들의 매끈매끈한 엉덩이에서 투명한 땀방울이 스며 나왔다.
나무대아의 물은 빙빙 돌아서 한가운데 오목한 소용돌이가 생겨났다. 말로야는 손을 뻗어 물이 식었는지 넣어보고 말했다.
"됐어. 이제 안 뜨거워. 그 애를 넣어 봐."
나는 그들에 의해 발가벗겨졌다.
모친의 젖은 충분했고, 젖의 질은 고급이어서 나를 보얗고 포동포동해지도록 재촉했다.
만약 내 얼굴의 울상이 분노 혹은 엄숙하게 웃는 얼굴로 바뀐다면, 만약에 내 등에도 두 개의 날개가 생겨난다면, 나도 바로 천사고, 벽 위의 그 작고 포동포동한 아이들은 바로 나의 형제인 것이다.
모친은 나를 나무대야 속에 넣었고, 나는 금세 훌쩍임을 그쳤다.
왜냐하면 따뜻한 물이 내 피부를 편안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대야 가운데 앉아 물을 가볍게 첨벙 대자, 찰싹짤 싹 하는 소리가 났다.
말로야는 그의 구리 십자가를 대야에서 꺼내 내 머리 꼭대기에 놓고 살짝 누른 다음 말했다.
"이제부터 너는 하나님과 제일 친한 아들이다. 할렐루야!"
그는 작은 표주박으로 물을 한 바가지 떠서 내 머리에 부었다."할렐루야"
모친도 말로야 를 따라 반복해 말했다. "할렐루야"
내 머리는 성수를 받았고, 나는 행복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모친은 얼굴 가득 위안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여덟째도 나무대야에 넣고, 수세미로 가볍게 우리들의 몸을 문질렀다.
말로야 목사는 울을 한 바가지 이어서 한 바가지 떠서, 우리들의 머리 위에 부었다.
그가 물을 부을 때마다 나는 밝은 웃음소리를 냈고, 여덟째는 소리 없이 몇 번 울었다.
나는 두 손으로 이 까맣고 삐쩍 마른 어린 누나를 괴롭혔다.
모친이 말했다. "아직 이름이 없어요. 당신이 애들에게 이름을 지어 주세요."
말로야 목사는 물 바가지를 놓고 말했다.
"이건 큰 일이야. 내가 잘 생각해 볼게."
모친이 말했다. "우리 시어머니가 그러던데 만약 남자 애를 낳으면, 그 애를 상관 개새끼라고 부리라고 했어요. 남자 애한테는 천한 이름을 지어주면 대개 잘 자란대요."
말로야 목사는 연달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건 안돼, 무슨 개새끼, 고양이 새끼라고 하는 건, 하나님의 뜻에 위배되는 거야. 그건 동시에 공자의 가르침에도 위배되자. 공자도 "이름이 올바르지 못하면 말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원문: 名不正则, 言不顺 : 대의명분이 옳지 않으며, 말에도 이치가 서지 않는다)라고 했거든."
모친이 말했다. "좋은 생각이 났어요. 당신 마음에 들지 모르겠는데, 그 애를 상관 아멘이라고 하는 건 어때요?"
말로야가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더욱 안돼. 그런 말 하지 마. 내가 생각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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