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우에량이 실종 삼일 만에 그의 검은 나귀를 끌고 우리 집 정원에 다시 돌아왔다.
그의 나귀에는 두 개의 뚱뚱한 담자색 커다란 짐이 두 개 실려있었는데 포장한 틈바구니로 알록달록한 색갈이 보였다.
"수양어머니!" 그가 다시 부드럽게 불렀다.
모친은 뒤돌아서서 이 한쪽 어깨가 구부정한 남자의 까맣고 삐쩍 마른 얼굴 위에 떠오른 어색한 웃음을 보았다.
그녀는 확고한 어조로 말했다. "샤 대장. 내가 여러 번 말했지 않아요? 나는 댁의 수양 엄마가 아니라고."
샤우에량은 전혀 움추러들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수양어머니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좋은 분이시죠. 저를 마음에 안 들어하시지만 저는 어머니께 큰 효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말을 하면서, 두 명의 조총대원을 소리쳐 부르더니 나귀 등에서 짐을 내리고, 교당으로 끌고 가 여물을 먹이라고 지시했다.
모친은 증오심에 가득차서 수 나귀를 바라보았고, 나 역시 증오심에 가득 차서 검은 수 나귀를 바라보았다.
그놈은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서쪽 사랑채에서 흘러오는 우리집 암 나귀의 냄새를 맡았다.
샤우에량이 큰 짐덩이를 풀고, 여우가죽 외투를 꺼내 치켜들며 흩날리는 눈꽃 속에서 과시하니, 거기서 방출되는 열량은 눈 꽃을 일 미터 밖에서도 녹일 것 같았다.
"수양어머니." 샤우에량은 외투를 들고 모친에게 다가가면서 말했다.
"수양어머니. 이건 아들의 작은 효심이에요."
모친이 황급히 비켜섰지만 어쩔 수 없이 여우 옷이 덮여 씌워지는 결과를 피할 수는 없었다.
내 눈앞이 일 순간 어두워졌다. 나는 여우 가죽의 비린 냄새와 장뇌 냄새에 거의 질식할 뻔했다.
내가 다시 광명을 보았을 때, 나는 정원 안에 펼쳐진 동물의 세계를 발견했다.
큰 누나 상관라이디는 검은 담비 가죽 외투를 걸치고 목에는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여우 목도리를 두르고 있었다.
둘째 누나 상관자오디는 족제비 가죽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셋째 누나 상관링디는 검은 곰가죽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넷째 누나 상관샹디는 누르스름한 노루가죽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다섯째 누나 상관펀디는 얼룩 개가죽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여섯째 누나 상관니엔디는 양가죽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일곱째 누나 상관치우디는 흰 토끼 가죽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모친의 여우 가죽 외투는 땅바닥에 떨어졌다.
모친이 큰 소리로 말했다. "모두 벗어. 모두 벗으란 말이야!"
누나들은 모친의 말을 못 들은 체했다. 그녀들의 머리는 가죽 옷깃 속에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고, 그녀들의 손은 몸에 걸친 모피를 서로 만져보느라 바빴다.
그녀들은 모두 따뜻함에 놀라며 기뻐했고, 놀람과 기쁨 속에서 따뜻함을 느꼈다.
모친은 몸을 덜덜 떨며, 기운 없이 말했다.
"너희들 모두 귀머거리가 됐어?"
샤우에량은 마지막으로 보따리에서 두 개의 작은 가죽 저고리를 꺼냈다.
그는 그것을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었는데, 보기에 비단같이 광택이 나는, 고동색 바탕에 긴 검은색 반점이 있는 모피였다.
그는 흥분해서 말했다. "수양어머니, 이건 스라소니 가죽인데 가오미 동북향 사방 백리 안에서 오직 두 마리밖에 없던 스라소니예요. 겅라쉬엔(耿老栓) 부자 둘이서 삼 년 동안 공을 들며 겨우 이놈들을 잡았어요. 이건 수놈 스라소니 가죽이고 이건 암놈 스라소니 가죽이에요.
너희들 스라소니 봤냐?"
그는 찬란한 모피들을 입은 누나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누나들이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자 그는 바로 자문 다 답했다.
그는 마치 초등학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스라소니에 대한 지식을 가르치고 있는 것 같았다.
"스라소니는 고양이 같이 생겼는데 고양이보다는 크고, 표범같이 생겼는데 표범보다는 작다. 나무에 기어오를 수 있고, 헤엄도 치며, 뛰어오르면 한 장 높이까지 뛸 수 있고, 나무 끝에서 날아가는 작은 새를 잡을 수도 있다. 이놈은 한마디로 도깨비 같은 거야.
가오미 동북향에 오직 두 마리가 있었는데 무덤이 마구 널려있는 공동묘지에서 살았다. 이놈들을 잡는 건 하늘을 오르는 것만큼이나 어려웠지만, 결국은 잡혔지.
수양 어머니, 이 두벌의 스라소니 가죽조끼는 내가 진통과 위뉘 자매에게 주는 선물이에요."
그는 말을 하면서 스라소니가죽의 작은 조끼를 모친의 팔 뚝 위에 놓았다.
그런 다음 허리를 굽히더니, 땅에 떨어져 있던 빨간 여우가죽 저고리를 주워서 탁탁 털더니 역시 모친의 팔뚝에 놓았다.
그러면서 사람을 감동시키는 말을 했다.
"수양어머니, 내 제면도 좀 살려 주세요."
그날 저녁, 모친은 안채 문빗장을 걸어 잠그고, 큰 누나 상관라이디를 우리 방으로 오라고 했다.
모친은 나를 온돌 위에 놓고, 위뉘와 나란히 있게 했다.
나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할퀴었고, 그녀는 울면서 온돌 모퉁이로 뒷걸음질 쳐 갔다.
모친은 우리를 돌볼 새가 없이, 이번에는 방문 빗장을 걸어 잠갔다.
큰 누나는 검은 담비가죽 외투를 입고, 여우 목도리를 둘렀는데, 어색하면서도 우쭐해하면서 온돌 앞에 섰다.
모친은 한쪽 다리를 들고 온돌에 훌쩍 뛰어올랐다. 그러면서 머리 뒤쪽의 비녀를 뽑고, 등잔불 심지를 뽑아 아 등불이 밝아지게 했다.
모친은 옷깃을 단정히 하고 앉아, 빈정거리듯 말했다.
"큰애야. 앉아라. 네 모피 외투 더러워질까 겁내지 말고."
큰누나는 얼굴이 빨개져서 입을 삐쭉 내밀며, 토라진 것처럼 온돌 앞 네모 의자에 앉았다.
그녀의 여우 목도리는 그녀의 목 위에서 교활한 턱을 쳐들었고 두 눈에서 진초록 광채를 뿜어대고 있었다.
정원은 샤우에량의 세상이었다.
그가 동쪽 사랑채에 진주한 후부터는 우리 집 대문은 잠겨진 적이 없었다.
오늘 밤은 동쪽 사랑채가 대단히 시끌벅쩍했다.
하얗고 밝은 가스등 불빛이 창호지를 뚫고 나와, 정원 전체를 밝게 비췄고, 불빛에 비친 눈꽃 그림자가 어지럽게 춤추며 날았다.
정원 안에서 발자국 소리가 소란스럽게 나더니, 대문이 삐걱삐걱 소리 냈고, 골목 안에서는 낭랑한 나귀발굽 소리가 연달아 났다.
사랑채에서는 남자들 웃음소리가 거칠고 크게 울렸고, 세 개의 복숭아 밭이니, 다섯 구루의 홰나무니, 일곱 송이의 매화, 여덟 필의 말이니 하면서 벌주 마시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생선과 고기 굽는 냄새가 여선 자매들이 있는 동쪽 방 창문을 넘어 들어와 그녀들이 군침을 삼키게 했다.
모친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큰 누나를 쏘아보았다.
큰 누나도 지지 않고 모친과 서로 응시했는데, 눈빛이 맞부딪치며 파란 불꽃이 튀었다.
"너 어떻게 생각하냐?" 모친이 위엄 있게 물었다.
큰 누나는 여우의 더부룩한 꼬리를 쓰다듬으며, 되물었다. "무슨 뜻이에요?"
모친이 말했다. "나한테 얼버무리려 하지 마라."
큰 누나가 말했다. "엄마,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모친은 상심한 어조로 바꾸어 말했다.
"라이디야. 너희 자매 아홉 중에서 네가 제일 맏이다. 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이 어미는 의지할 데가 없다."
큰 누나는 돌연 일어서더니, 한 번도 그래본 적이 없는 격분한 어조로 말했다. "엄마는 내가 어떻게 되길 바란다는 거예요? 엄마 머릿속에는 오직 진통이만 들어있고, 우리 딸들은 개똥만도 못하게 여기면서!"
모친이 말했다. "넌 얘기를 다른 데로 돌리지 마라. 진통이가 금(金)이면, 너희들은 적어도 은(銀)이야. 어떻게 개똥보다 못하게 여길 수 있겠니? 오늘 우리 모자간에 다 털어놓고 얘기해 보자.
샤씨는 너에게 선량한 척 거짓 호의를 베푸는 거야.(원문. 黃鼠狼给鸡拜年: 족제비가 닭에게 세배를 하다) 난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내가 보기에 그는 너를 마음에 두고 있는 거야."
큰 누나는 고개를 숙이고 여우꼬리만 만지고 있다가, 눈에서 반짝반짝 몇 방울의 눈물이 떨어졌다.
그녀가 말했다. "나는 저런 사람에게 시집갈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
모친은 전기에 감전된 듯 깜짝 놀라서 말했다.
"라이디야. 네가 누구한테 시집가든 내가 다 허락하는데, 샤씨에게 시집가는 것은 절대 안 된다."
큰누나가 물었다. "왜요?"
모친이 말했다. "그냥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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