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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대룩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11장 (6,7/7)

 

 

 

말로야 목사는 일어서서, 뒷짐을 지고 폐허 분의 기의 교당 안을 급하게 걸었다. 그의 종종걸음은 그의 대뇌가 급회전하고 있다는 것을 외부로 표현하는 것이다.

고금동서의, 하늘과 인간의 명칭과 부호가 그의 머릿속에서 빙빙 돌았다.

모친은 말로야 목사를 보더니, 웃으며 우리에게 말했다.

"너희 교부님을 보렴. 저분이 어떻게 너희들에게 이름을 지어 주실까? 저분은 우리를 위해 애쓰고 있는 거야.

"매파의 일곱째 오빠의 입, 부고를 알리러 가는 토끼 다리처럼~~'"

모친은 가볍게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말로야가 놓고 간 물 바가지를 줏어들고 물을 떠서, 여러 번 내 머리에 부었다.

"찾았어!" 말로야 목사는  스믈아홉번째로 교당을 돌다가 굳게 닫힌 거리 쪽 대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우리에게 소리쳤다.

"뭐라고 부를 거예요?" 모친이 흥분해서 물었다.

말로야가 막 대답을 하려는데, 대문 쪽에서 와지근하는 소리가 났다.

문 밖에서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소리가 났고, 대문 전체가 흔들렸다.

어떤 사람이 바깥쪽에서 소리치며 시비를 걸자, 모친은 겁에 질려 물 바가지를 든 채 일어섰다. 

말로야는 문틈에 눈을 대고 밖을 살피고 있었는데, 우리는 당시 그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지 못했고, 그의 얼굴이 벌겋게 된 것만 보았을 뿐이다. 분노  때문에 그런지 아니면 긴장해서 그런 지 확실히 말할 수는 없으나 아무튼 그의 얼굴을 충혈되어 있었다.

그는 다급히 모친에게 말했다. "빨리 나가. 앞 정원으로 가."

모친은 허리를 굽혀 나를 안았고, 당연히 나를 안기 전에 손에 들고 있던 표주박을 버렸다.

물 박아지는 땅에 떨어지며 탁탁탁 소리 내며 튀었는데, 마치 짝을 찾은 숫 개구리 같았다.

여덟째는 나무 대야 속에 버려지자 엉엉 울었다.

대문의 나무로 된 빗장이 부서지며  둘로 갈라져서 문에서 떨어져 버렸다.

이어서 문짝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머리를 새파랗게 민 조총대원 하나가 포탄같이 튀어 들어왔다.

그의 머리는 말로야의 가슴에 부딪쳤고, 말로야가 연달아  뒷걸음질 쳐서 계속 벽까지 가서 넘어지게 만들었다.

그의 박박 깎은 머리 위는 엉덩이를 홀딱 벗은 천사 무리었다.

대문 빗장이 떨어질 때, 나는 모친 손에서 미끄러졌고, 무겁게 나무대야로 떨어지며 물보라를 일으켰고, 대야 안에 있던 여덟째를 내리쳐서  반쯤 죽도록 만들었다.

다섯 명의 조총대원이 한꺼번에 밀려 들어왔다.

그들은 교당의 상황을 보더니 흉폭한  기세가 다소 사라지는 것 같았다.

하마터면 말로야 목사와 부딪쳐 죽을 뻔했던 대원이 머리를 만지며 말했다. "어찌 사람이 안에 있는  거지?"

그는 나머지 네 명의 대원을 보았다.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교회가 폐쇄된 지 몇 년 되었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어떻게 아직 사람이 있는 거야?¡"

말로야는 가슴을 움켜쥐고, 조총대원들에게 걸어갔다.

그의 위엄을 갖춘 모습에 조총대원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난처함이 떠을랐다. 만약 말로야가 한바탕 서양말만 내뱉을 수 있었다면, 거기다 몇 번  팔뚝을 휘둘렀더라면, 조총대원들은 어쩌면 감히 제멋대로 날뛰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불쌍한 말로야 목사는  뜻밖에 전형적인 가오미 동북방 사투리로 말했다. "형제들, 뭐 하려는 거요?"

그는 말을 마치고 다섯 조총대원에게 허리 굽혀 인사까지 했다.

내 울음소리 속에서 ---- 여덟째는 오히려 울지 않았다 ----  조총대원들은 낄낄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그들은 마치 원숭이를 보듯 말로야를 위아래로 훑어보았고, 입이 비뚤어진 조총대원은 손가락으로 말 목사의 귓구멍에 기다랗게 난 털을 잡아당기기까지 했다.

"원숭이다. 야하, 원숭이야." 한 조총대원이 말했다.

다른 조총대원이 말했다. "이 원숭이 좀 봐. 거기다 반반한 여편네까지 감춰 놓았네!"

"그러지 마세요!"말로야가 소리쳤다. "그러지 마세요. 나는 서양인이오!"

"서양인이라고? 너희들도 들었지?"  입이 비뚤어진 조총대원이 말했다. "서양인이 어떻게 가오미 동북향 사투리를 해? 내가 보기에 너는 원숭이와 인간이 교배해서 나온 잡종이야. 동지들 나귀를 끌고 들어와."

모친은 나와 여덟째를 안고 말로야 목사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가요. 이들을 건드리지 말고 가요!"

말로야는 집요하게 팔을 걷어붙이고 맞섰고,  있는 힘을 다하여 나귀들을 밖으로 밀어냈다.

검은 나귀들은 개같이 이빨을 드러내며 그에 대항해서 포효했다.

"물러서!" 조총  대원 하나가 말로야에게 어깨를 부딪치며 소리쳤다.

"교당은 신성한 곳이고, 하나님의 정토인데, 어떻게 당신들에게 여기서 노새를 먹이게 할 수 수 있소?" 말 목사가 항의했다.

"이 가짜 양놈!" 한 얼굴색이 창백하고, 입술이 보라색인 조총대윤이 말했다."우리 할머니가 그랬어. 여기 이 사람은 " 그는 대들보에 걸려있는 대추나무 예수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마구간에서 태어난 사람이래. 나귀는 말과 근친이니까 당신의 주님이 말한테 신세를 진 것은 나귀한테 신세른 진 것이나 마찬가지야. 말 우리도 산실이 될 수 있는 판에 교당이 어째서 나귀 우리가 될 수 없다는 거야?"

그 조총대원은 자기가 한 말에 대하여 자랑스러움을 느꼈는지, 득의양양하게 말로야 목사를 보며 웃았다.

말로야 옥사는 가슴에 십자를 그으며, 울면서 말했다.

"주여, 이 악인들을 징벌하소서.  이들이 벼락 맞아 죽게 하시고, 독사에 물려 죽게 하소서. 일본군의 포탄이 터져 죽게  하시고...."

"개 같은 매국노 새끼!" 입이 비뚤어진 대원이 말로야의 입을 때렸다. 그는 본래 말로야의 입을 때리려고 했으나, 잘못하여 높이 솟은 매부리 코를 때렸고, 새빨간 피가 말로야의 코끝을 따라 둑뚝 떨어졌다.

말로야는 구슬프게 울부짖으며, 두 손을 번쩍 들고, 십자가에 못 박힌 대추나무 예수를 향해 고함쳤다.

"주여, 전능하신 주여..., "

조총대원들은 고개를 들고, 먼저 먼지와 새똥이 기득 쌓여있는 대추나무 예수의 신체를 보았다. 이어서 말로야의 코피로 지저분해진 얼굴을 보았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시선은 모친 몸, 위아래로 훑었다.

모친의 신체에는 방금 한 떼의 달팽이가 기어간 듯 끈적근 적한 흔적이 남았다.

예수의 탄생지를 알고 있던 조총대원이 조갯살 같은 혀끝을 뽑아내어 보라색 입술을 핥았다.

스믈 여덟  마리의 검은 나귀가 교당으로  밀려들어왔다.

어떤 놈은 느릿느릿 산보를 했고, 어떤 놈은 벽에 대고 비벼대으며, 어떤 놈은 대소변을 마구 쌌고, 어떤 놈은 빈둥거렸고, 어떤 놈은 벽에 있는 먼지를 핥아먹었다.

"주여,!"  말로야가 구슬프게 울부짖었으나, 그의 주님은 역시 전과 다름없이 그대로였다.

조총대원들의 흉폭하게 나와 여덟째를 모친의 품 안에서 끌어내어 나귀 무리 속으로 던졌다.

모친이 어미 늑대같이 달려들었으나, 조총대원들에게 가로막혔다.

조총대원들은 모친에게 집적거리기 시작했는데, 그 입이 비뚤어진 자가 처음 모친의 유방을 만졌다.

보라색 입술은 질투하면서 입 삐뚤이를 밀어내고, 두 손으로 나의 흰 비둘기, 나의 요술 호리병을 쥐었다.

모친이 울부짖었으며 보라 입술의 얼굴을 쥐어뜯었다.

보라 입술은 독살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모친의 옷을 두 갈래로 찠었다.

이어서 일어난 정경은 내 평생 동안의 말 못 할 괴로움이었다,

샤우에량은 우리 집 정원에서 내 큰 누나에게 친한 척하고 있었다.

고우 셋째 들은 한떼의 불량배 무리처럼 어슬렁거리며, 우리 집 동쪽 사랑채에서 밀을 옮겨 잠자리를 만들었다.

다섯 명의 조총대원이 모친을 바닥에 눌러 쓰러뜨렸다.

나와 여덟째는 나귀 무리 사이에서 목이 쉬도록 울었다.

말로야가 펄쩍 뛰어올라, 반으로 쪼개진 빗장을 줏어들고 한 조총대원의 머리를 내리쳤다. 한 조총대원이 말로야의 다리를 겨냥하고 총을 쐈다.

'꽝' 소리가 나며 한 무더기의 쇠 산탄이 말로야의 두 다리에 박혔고, 핏 방울이 분출했다.

문빗장이 그의 손에서 떨어지며, 천천히 그의 무릎이 꺾였다.

그는 머리 가득 새똥으로 덮인 대추나무 예수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스웨덴어 기도문을 낭송했다.

마치 그의 입에서 나비가 무리 지어 날아오르는 것 같았다.

조총대원들은 번갈아가며 모친을 유린했다.

검은 나귀들도 번갈아, 나와 여덟째의 냄새를 맡았다.

그놈들의 밝은 울음소리가 교당 천정과 부딪쳐 쓸쓸한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대추나무 예수 얼굴에 진주 같은 땀방울이 가득 맺쳤다.

조총대원들은 만족했다.

그들은 모친과 우리 자매 둘을 거리에 내던졌다.

검은 나귀들이 그들을 따라 거리로 몰려나오다가 암놈 나귀의 냄새를 맡고 마구 뛰었다.

조총대원들이 나귀를 쫏아 가는 그 시간, 말로야 목사는 총에 맞아 벌집이 된 두 다리를 끌고, 그가 무수히 올라갔던, 오랫동안 그의 두발에 닳아서 얇아진 나무 계단을 따라 종루로 기어 올라갔다.

그는 창턱을 잡고 일어서서, 깨진 무늬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것들을 보았다.

그는, 그가 수십 년  생활해 온, 곳곳에 그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가오미(高密) 동북향의 제일 큰 마을, 다란쩐(大栏镇: 대란진)의 전체 모습을 보았다.

가지런히 줄지어 늘어선 초가집들, 회백색의 널찍한 골목들, , 한그루 한그루 푸른 연기 같은 싱싱한 나무들, 마을을 둘러싸고 흐르는 반짝이는 강의 흐름, 거울 같은 호수, 갈대가 무성한 늪, 곳곳에 동그란 연못들이 박혀있는 황량한 초원, 들새들의 낙원으로 보이는 붉은 소택지(늪과 연못으로 둘러싸인 습한 땅), 하늘 끝에 맞닿아있는, 그림같이 평탄한 벌판, 황금빛 와우령(卧牛岭), 홰나무 꽃이 만개한 큰 모래 언덕(大沙丘)....

그는 고개를 숙이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죽은 물고기처럼, 하얀 배를 드러내고 거리에 누워있는 상관루스와 큰 소리로 울고 있는 두 핏덩이가 보였다.

거대한 비통(悲痛)함이 그의 마음을 낚아챘다.

눈물 때문에 그의 두 눈이 몽롱해졌다.

그는 다리에 흘러내리는 선혈을 손가락에 찍어 종루의 회백색 벽에 네 글자를 썼다.

진통  위뉘(金童玉女: 금동 옥녀)

그런 다음, 그는 크게 소리쳤다.

"주여! 저를 용서하소서!"

말로야 목사는 종루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날개가 부러진 커다란 새같이, 단단한 큰길 위에 거꾸로 처박혔다.

그의 뇌수가 노면에 튀었다. 그것은 한 무더기 한 무더기의 신선한 새똥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