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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대룩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11장 (4/7)

 

 

 

말로야 목사는 솥뚜껑을 열고 새 밀가루로 뽑은 국수를 팔팔 끓는 물에 넣었다. 그는 젓가락으로 국수를 몇 번 젓더니 솥뚜껑을 닫고 아궁이 앞에서 불을 때고 있던 모친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화력을 조금 세게 해."

모친은 그러겠다 하면서 황금색의 부드럽고 향기 나는 연한 밀짚을 아궁이에 넣었다.

나는 모친의 젖꼭지를 물고 아궁이 속에서 활활 타고 있는 불꽃을 바라보았다. 밀짚이 타면서 내는 피직피직 터지는 소리가 들렸고, 그것은 방금 내가 보았던 정경을 떠오르게 했지.

그들은 나를 체 위에 있는 소쿠리에 반듯이 눕혔지만, 나는 몸을 뒤집어 기어가서, 도마 앞에서 국수를 반죽하고 있던 모친에게 시선을 돌렸다.

모친이 허리를 굽히고 펼 때마다 두 개의 풍만한 요술 호리병이 그녀의 가슴 앞에서 튀어 올랐다. 그것들은 소리 없이 나를 불렀고, 나와 신비한 소식을 주고받았다.

어떤 때는 그것들의 빨간 대추 같은 머리가 한데 모여서 키스를 하기도 하고, 소곤소곤 둘 만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제일 많은 순간은 그들이 위아래로 튀어 오르는 것이었는데, 그럴 때마다 튀어 오르면서,  '구구구구'하는 새 우는 소리가 났다. 그것은 마치 두 마리의  흥에 겨운 흰 비둘기  같았다.

나는 그것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입술에서는 먹고 싶은 마음에 침이 흘렀다.

그것들이 갑자기 부끄러워하며 주저주저했고, 긴장하하면서 얼굴에 홍조를 띠고 어쩔 줄 몰라하더니, 촘촘한 땀 방울이 그들 사이에 있는 계곡 한 곳으로 모여 작은 개울을  이루었다.

나는 그들의 몸 위로 두 개의 파란색 광점이 이동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말로야 목사의 눈빛이었다.

그의 짙푸른 눈구멍 안에 노란 털이 난 두 개의 작은 손이 뻗쳐지더니 나의 식량을 강탈했다.

내 마음속에서 연달아 노란 불길이 치솟았다.

나는 입을 벌리고 울 준비를 했다. 뒤이어 발생한 일은 훨씬 무서웠다.

말로야 눈 속의 작은 손은 기어들었지만, 그의 팔에 달린 큰 손은 오히려 모친의 앞가슴으로  뻗쳐왔다. 그의 커다란 몸은 모친의 등 뒤에 섰다. 두 개의 흉측한 모양의 커다란 손이 모친 앞가슴의 두 마리 흰 비둘기를 덮어 눌렀다.

그의 손가락은 우악스럽게 그것들의 깃털을 만졌고 야만스럽게 쥐면서 그것들의 머리에 사이에 끼었다.

나의 가련한 요술 호리병! 나의 보드라운 흰 비둘기!

그것들은 푸드덕푸드덕 날개를 치며 단단히  몸을 움츠렸다.

움츠리고 움츠리다가, 더 이상 작아질 수 없게 되자, 그다음엔 다시 갑자기 팽창하더니, 날개깃을 퍼덕이면서 날개를 치고 날아오르기를 갈망했다.

아득히 먼, 끝없는 벌판을 향해 날아가 파란 하늘 속으로 들어간다. 천천히 모양을 바꾸는 구름과 벗하며, 산들바람에 목욕을 하고, 햇볕에 어루만져지면서, 산들바람 속에서 낮게 중얼거리며 햇볕 속에서 즐겁게 노래한다. 그런 다음 조용히 땅에 떨어져, 바닥 없는 깊은 심연에 떨어진다.

나는 큰소리로 울었고 눈물 때문에 내 두 눈은 혼미했다.

모친과 말로야의 몸이 흔들렸고, 모친이 끙끙거렸다.

"나 좀 놔줘요. 나귀 같은 사람. 애가 울지 않아요!" 모친이 말했다.

"이런 꼬맹이 잡놈" 말로야가 약간 화난 듯이 말했다.

모친은 나를 안고 허겁지겁 위아래로 흔들더니 미안한 듯 말했다.

"아이고, 금쪽같은 내 새끼. 억울해서 죽겠어? 내 살덩이 같이 귀여운 놈."

그녀는 말을 하면서 흰 비둘기를 내 얼굴 앞으로  보냈고, 나는 한스럽고, 급박하고, 겹겹이 내 하얀 비둘기를 물었다.

내 입은 매우 컸지만, 나는 여전히 작다고 의심했으며, 독사 입같이 남이 내 것, 내 하얀 비둘기를 삼키지 못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이 한스러웠다.

"천천히, 우리 아가" 모친은 가볍게 내 엉덩이를 때렸다.

나는 한 개를 입에 물고, 손으로 다른 한 개를 쥐었다.

그것은 한 마리의 빨간 눈을 한, 작은 흰 토끼였으며, 내가 그놈의 큰 귀를 쥐자 그놈의 심장이 뛰고 있는 것을 느꼈다.

말로야가 말했다. "이 꼬맹이 잡놈."

모친이 말했다. "당신이 이 애한테 세례를 해주면 좋겠어요. 세례를 하고 나서 이름도 지어 주고요. 그 애가 오늘로 딱 백일이 되는 날이에요."

말로야는 능숙한 솜씨로 밀가루 반죽을 하면서 말했다.

"세례?  어떻게 세례를 하는지 다 잊어먹었어. 내가 당신한테 수타국수 만들어 줄게. 이건 내가 회족(回族) 여인에게서 배운 거야."

모친이 말했다. "그 여자하고 어느 정도나 가까웠어요?"

말로야가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난 결백해."

"거짓말 말아요!" 모친이 말했다.

말로야는 낄낄 웃으며, 부드러운 국수를 잡아당겨 늘이고, 도마 위에  팍팍 때렸다.

"말해봐요!"  모친이 말했다.

파바바박, 그는 한바탕 때리더니 국수를 집어 들고 다시 잡아당기고, 늘이고 했다. 때때로 활을 쏘는 것 같이 잡아당기기도 하고, 때때로 뱀 구멍에서 뱀을 잡아내는 것 같은 동작도 취했다.

그는 서양인의 굼뜬 커다란 두 손으로 뜻밖에 숙련되고 솜씨가 뛰어난 중국 동작을 해서, 그걸 보는 모친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가 말했다. "어쩌면 나는 본래는 무슨 스웨덴 사람이 아닌지도 몰라. 지나간 일은 모두 한바탕의 꿈이야. 그렇지 않을까?"

모친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묻는 것은 당신과 그 검은 눈 여인의 일이에요. 말 돌리지 마세요."

말로야 목사는 두 손으로 국수를 납작하게 잡아 늘렸는데, 꼭 어린애가 장난치는 것 같았다. 국수를 흔드는가 싶더니 흔들면서 잡아다니다 놓았다 했다. 그가 손을 놓으면 밀짚만큼 가는 국수가 바로 소용돌이치며 하나로 뭉쳤고, 한번 털면 바로 말꼬리처럼 흐트러지며 느슨해졌다.

말로야가 그의 현란한 솜씨를 뽐내자 모친이 찬탄하며 말했다.

"이렇게 국수를 뽑을 수 있는 여인이라면 틀림없이 좋은 사람일 거예요."

말로야가 말했다. "좋다마다. 애 엄아, 터무니없는 생각 하지 마. 불이나 피워. 내가 국수 삶아 줄게."

"밥 먹고 나선 뭐 하죠?"  모친이 물었다.

"밥 먹고 나서 우린 바로 꼬맹이 잡놈에게 세례를 해주고, 이름도 지어 줘야지."

모친이 짐짓 화난 척하며 말했다. "당신과 회회족 여인 사이에 낳은 아들이나 꼬맹이 잡놈이에요."

* 회족(回族) :  중국의 아랍, 중앙아시아 계 소수민족. 인구 1000만 명 정도이며, 이슬람교를 믿고, 중국화 되어 중국어를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