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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대룩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12장 (3/5)

 

 

큰 누나는 그 나이 또래에서 절대 어울리지 않는 독한 말을 했다.

"내가 당신네 상관네 집에서 가축처럼 일했으니, 그걸로 됐어요!"

그녀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모친은 깜짝 놀랐다.

모친은 찬찬히, 분노로 얼굴이 빨개진 큰누나의 얼굴을 들여다보았고, 또 여우꼬리를 단단히 잡고 있는 그녀의 손을 보았다. 모친의 손은 내 주위를 이리저리 만지더니 아궁이를 청소할 때 쓰는 대나무 빗자루를 찾아서, 그것을 번쩍 쳐들고 갈팡질팡하며 말했다. "네 말과 정 반대야. 정 반대. 내가 널 가만두나 봐라!"

모친은 몸을 솟그치더니 온돌에서 내려와 빗자루를 들고 큰 누나의 머리를 내리치려고 했다.

큰 누나는 머리를 쭉 내밀었을 뿐, 도망가거나 반항하지 않았다.

모친의 손은 공중에서 그대로 경직되어, 내려올 때는 이미 약하고 힘이 없었다.

그녀는 빗자루를 던져 버리고, 큰 누나의 목을 쓸어안고 울면서 말했다.

"라이디야. 우리는 샤씨 같은 사람과는 가는 길이 달라. 나는 내가 고이 기른 너를 불구덩이 속으로 던져 넣을 수 없어...."

큰 누나도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그녀들은 싫컷 울었다. 모친은 손으로 큰 누나  얼굴의 눈물을 닦아 주며 애원했다. "라이디. 엄마한테 대답 좀 해봐라. 샤씨와 내왕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큰누나는 확고하게 말했다. "엄마. 내가 마음속으로 원하는 대로 해게 해주세요. 나도 우리 집이 잘 되라고 그러는 거예요."

큰 누나의 시선은 온돌 위에 놓여있는 여우가죽 외투와 두벌의 스라소니 가죽 저고리에 내리 꽂쳤다.

모친이 확고부동하게 말했다.

"내일 아침, 이 옷들을 모두 벗어서 나한테 가져 와라."

큰 누나가 말했다. "우리  자매들을 모두 얼려 죽이려고  그러는 거예요?!"

모친이 말했다. "이 망할 놈의 모피 옷."

큰 누나는 문빗장을 뽑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기 방으로 가버렸다.

모친은 힘없이 온돌 가에 앉았고, 그녀의 가슴에서는 벌렁벌렁하며 탄식 소리만 새어 나왔다.

이때 샤우에량이 탁탁 발걸음 소리를 내며 창 앞으로 왔다.

그의 혀끝이 단단해지며, 입술도 부자연스러워졌다.

그는 부드럽게 창틀을 두드려,  완곡한 어조로 모친과 그의 혼인대사를 의논하고 싶었다.

하지만 알코올에 마비된 그의 중추 신경은 그의 바람과 행동이 서로 어긋나게 만들었다.

그는 우리 집 창문을 쾅쾅 소리 나게 두드렸고, 거기다 창호지까지 찢어놓아 정원의 차가운 바람이 들어오게 했고, 그의 입에서 나는 술 냄새까지 뿜어 들어오게 만들었다.

그는 사람을 혐오스럽게 하고 동시에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술주정꾼 어투로 소리쳤다. "어머니----! "

모친은 온돌에서 뛰어내려오면서, 잠시 멍했다.

그녀는 다시 온돌로 올라가 나를 창문에서 가까운 온돌 모퉁이에서 끌어다 놓았다.

샤우에량이 말했다. "어머니,  나와 라이디의 혼사는 .... 언제 하는게 ....  나는 좀, 기다릴 수가 없어서 ...."

모친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샤씨, 댁은 분수를 모르고 덤비는 거예요. 꿈 깨세요!"

샤우에량이 말했다. "무슨 말하시는 거예요?"

모친이 큰 소리로 외쳤다. "꿈 깨라고요!"

샤우에량은 갑자기 술이 깬 듯 또박또박 말했다.

"수양어머니. 나는 이제까지 남에게 굽신거리며 아쉬운 소리를 한 적이 없어요."

모친이 말했다. "댁한테 나에게 아쉬운 소리 하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샤우에량이 냉소적으로 말했다. "수양 어머니. 나 샤우에량이 하려고 마음 먹은 일은 이루지 못한 것이 없어요.... "

모친이 말했다. "그럼 나부터 죽여야 할 거예요."

샤우에량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당신 딸에게 장가가려는데 어떻게 장모를 죽인다는 거예요?"

모친이 말했다. "그럼 댁은 영원히 내 딸을 얻지 못할 거예요."

샤우에량이 웃으며 말했다. "처녀가 이미 다 컷는데, 엄마가 맘대로 결정할 수 있나요? 우리 걸으면서 생각해 봅시다."

샤우에량이 웃으면서 동쪽방 창문 잎으로 가서, 창호지를 뚫고 사탕을 가득 넣어주며 큰 소리로 말했다.

"어린 처제들아. 사탕 먹어라. 너희들의 샤씨 형부가 여기 있다. 너희들도 나처럼 잘 먹고 잘 살아야지...."

이날 밤, 샤우에량은 잠을 자지 않았다.

그는 정원에서 끊임없이 걸어 다녔으며, 한 번은 큰 소리로 기침을 했다가, 한 번은 휘파람을 불었다가 했다. 그는 휘파람을 대단히 잘 불어서 수십 종류의 새소리를 모방할 수 있었다.

그는 기침을 하거나 휘파람을 부는 것 말고도, 목구멍을 최대한도로 열어, 옛날 중국 전통극과 당시 유행하던 항일 가곡들을 불렀다.

그는 때로는 개봉부 정청에서 노해서 작두질하는 장면, 때로는 큰 칼로 귀신 머리를 내리치는 장면을 불렀다.

이 술 취한,  연애 중인 항일 영웅이  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모친은 문을 기로 지르는 막대기를 설치했으며, 막대기를 설치한  것으로도 안심이 안되어, 풀무, 옷장, 깨진 벽돌 등등, 일체의 옮길 수 있는 것들을 문 뒤에 쌓아 놓았다.

그녀는 나를 포대기 속에 넣어 등에 업고, 손에는 식칼을 들고, 집안을 왔다 갔다 했다. 동쪽 방에서 서쪽 방으로 왔다가, 또 서쪽방에서 동쪽 방으로 갔다.

누나들은 아무도 모피 외투를 벗지 않았고, 모두 한 군데로 동그랗게 뭉쳐서, 코끝에 땀방울을 매단 채 샤우에량이 내는 복잡한 음향 속에서 쿨쿨 잠을 잤다.

일곱째 상관치우디의 침이 둘째 싱관자오디의 족제비 가죽 외투를 적셨고, 새끼 양 같은 여섯째 상관니엔디는 검은 곰, 셋째 상관링디 품에 안겨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모친과 샤우에량의 투쟁은 시작할 때부터 지게 되어 있었다.

샤우에량은 동물 모피로 우리 누나들을 구워삶아, 우리 집에 광범위한 통일 전선을 구축해 놓았으나, 모친은 군중을 잃은 고독한 전사가 되어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