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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대룩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11장 (3/7)

 

나귀

 

우리 집 당나귀가 말로야 집의 노천 맷돌 가는 곳에서  그의 접종 아들, 노새에게 젖을 먹이고 있을 때, 샤우에량과 그의 대원들은 열심히 그들의 수 나귀들을 씻겨주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은 툭별히 만든 쇠 빗으로 나귀의 갈기와 많지 않은 꼬리를 빗겨주고 나서, 견직 솜으로 그들의 털을 문질러 준 다음 밀랍을 칠해 주었다.

스믈 여덟 마리 나귀의 너저분했던 면모가 일신되었고, 스믈 여덟 명의 정신 또한 번쩍 들었으며 스물여덟 자루의 조총도 까맣게 반짝였다.

그들은 모두 허리에 두개의 조롱박을 차고 있었는데 하나는 크고 하나는 작았다. 큰 조롱박에는 화약이 담겨있었고 작은 조롱박에는 쇠 탄알이 들어있었다.

표주박은 모두 유동나무 기름을 세 번 칠해서 금빛으로 번쩍였다.

대원들은 황포 바지를 입었고, 검은천 덧 저고리를 입었으며, 머리에는 수수 대로 엮은 꼭대기가 뾰족한 팔각 전립을 썼다.

샤우에량의 전립 꼭대기에는 팔간 술을 장식하여 대원들과 구별하고, 그의 신분을 표시했다.

그는 만족하여, 나귀와 사람들을 휘둘러 보면서 말했다.

"형제들, 우리가 활기 있어야 사람들이 우리 검은 나귀 조총대의 위풍을 보게 되는 거야!" 이 말을 마치고 그는 한쪽 다리를 들고뛰어서 나귀에 올라타 나귀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때렸다.

검은 나귀는 바람처럼 내달았다.

말은 뛰는데 일등이지만, 나귀는 걷는 것을 본받을만하다.

말 위에 탄 기수는 위풍당당하지만, 나귀 등에 탄 기수는 쾌적하다.

눈 깜빡하는 사이에, 그들 앞에 우리 다란쩐(大栏镇: 대란진) 거리가 나타났다. 지금 거리는 보리 수확기의 거리가 아니었다. 보리 수확기의 거리는 먼지가 풀풀 났고, 말 한 마리만 달려도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었다. 지금의 거리는 한여름의 폭우가 내려서 길이 단단하고 매끄러웠다.

샤우에량의 나귀 부대는 길위에 오직 하얀 발굽 자국만 남겼고, 당연히 낭랑한 발굽 소리만 남았다..

샤우에량의 검은 나귀들은 모두 말처럼 편자를 박았는데 이것은 그가 창안한 것이다.

낭랑한 나귀 발굽 소리는 먼저 아이들을 끌어냈고, 다음으로 쩐 사무소의 재무담당 야오 넷째를 유인해 냈다.

그는 시기에 적합하지 않은 창파오(长袍 중국 고유의 웃옷)를 입고, 귀에는 여전히 꽃그림 연필을 꽂은 채 사무실에서 달려 나와서, 샤우에량의 나귀 머리를 올려다보고는 허리를 굽혀 인사하더니 만면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 "장관(행정 단위나 군대의 고급관리)님은 어디 소속이신가요? 오래 머무실 건가요, 이 니면 지나가는 길이신가요? 소인에게 시키실 일이 있나요?"

샤우에량이 나귀에서 뛰어내리더니 말했다.

"우리는 검은 나귀 조총대인데 교동(산동성 교래곡 동쪽 지방) 항일 총대의 별동대요. 상관의 명령을 받들어 다란쩐에 장기 주둔하면서 항일활동을 조직할  것이니, 당신은 우리에게 머물 곳을 배정해 주고, 나귀에게 먹일 사료를 준비해 주고, 밥 해 먹을 솥과 부뚜막도  마련해 주시오. 반찬은 좋지 않아도 되는데, 계란 부침개 정도면 충분해요. 하지만 검은 나귀는 항일을 위해 타고 다녀야 하니 반드시 잘 먹여야 돼요. 건초는 잘게 썰어야 하고, 체로 쳐야 하오. 혼합사료로는 콩깻묵과 밀기울을 써야 하고, 나귀가 마시는 물은 새로 샘에서 떠온 물이여야지 교룡하의 혼탁한 물은 절대 안 돼요."

"장관." 야오 넷째가 말했다. "이렇게 큰 일은 내가 결정할 수 없습니다. 우리 쩐장님에게 가서 물어봅시다. 아참, 안돼. 그 어르신은 방금 황군(皇军 :구 일본제국 군대)에 의해 유지회(维持会: 중국 항일 전쟁 초기일본이 점령한 곳마다 친일 중국인들을 앞세워 조직한 정치조직)  회장으로 임명되었어요."

"저런 씨발 놈!" 샤우에랑은 얼굴이 어두워지며 욕을 했다. "일본인을 위해 일한다는 건 바로 매국노의 개야!"

야오 넷째가 말했다. "우리 쩐장은 전혀 유지회 회장이 될 생각이 없었어요. 그 집안은 좋은 밭 만도 백 경(2백만 평)이나 되고  노새와 말도 떼를 이루고 있습니다. 먹을 걱정, 입을 걱정이 없는데, 이런 쓸데없는 일을 하게 된 것은 순전히 강요받아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거예요.

다시 말해서 이 회장이란 걸 결국 누군가 하게 되는 건데, 남에게 하라고 하기보다는 그래도 우리 주인 어르신이 하는 게 낫다고...."

"나와 같이 그를 만나러 갑시다!" 샤우에량이 말했다.

나귀 부대는 쩐 사무소 문 앞에서 쉬게 했다.

야오 넷째는 샤우에량을 데리고 녹생당 대문에 들어섰다.

녹생당의 주택은 한 줄에 열다섯 간인데 모두 일곱 줄이 있었고, 정원은 서로 통하고 문들은 서로 연결되었으며 여러 겹으로 겹쳐있어서 미궁에 들어온 것 같았다.

샤우에량은 침대에 엎드려 상처를 치료하고 있는 쓰마쿠와 싸우고 있는 쓰마팅을 보았다.

5월 5일, 그날 스마쿠가 다리에 불을 질렀을 때, 그는 일본인은 태워 죽이지  못하고, 오히려 자기 엉덩이에 화상을 입었다.

상처는 오래도록 낫지 않았고, 욕창으로 변했다.

그는 지금 침대에 엎드려 엉덩이를 높이 쳐들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형, " 스마쿠가 두 손으로 침대를 받치고 고개를 든 채, 이글이글한 시선을 하고 말했다. "머저리 같이, 정말 머저리 짓을 했어. 이 유지회장이란 일본놈의 개이고  유격대의 나귀인 거야. 이건 쥐가 풀무에 들어간 격이나 마찬가지로 양 쪽에서 천대받는 심부름꾼이 되는 거야. 다른 사람이 안 하는 걸 왜 하필이면 형이 하는 거야?"

"택도 없는 소리!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쓰마팅은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일본군이 내 배에 총검을 들이 민 거야. 일본 관헌이 마진롱(马金龙) 통역관을 통해서 나에게 말했어. 당신 동생 쓰마쿠가 마적 샤우에량과 결탁해서 다리에 불을 지르고 매복하고 있다가 황군에게 중대한 손실을 입혔다. 우리 황군은 원래 녹생당을 불태워버리려고 했으나 당신이 성실한 사람인 것을 감안, 한번 봐주기로 한 것이다. 내가 유지회장이 된 것은 반은 네가 나를 끌어들인 거야."

쓰마쿠는 형에게 반박할 말이 없어서 괜히 욕했다.

"이런 빌어먹을. 언제나 좋아지려나!"

"제일 좋은 것은 네가 나와 영원히 헤어지는 거야. 그래야 네가 나한테 화를 덜 입힐 테니까."

쓰마쿠는 식식거리며 말하면서, 뒤돌아 가려고 하다가 샤우에량이 문  앞에서 미소짓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야오 넷째가 앞으로 나서서 말을 하려고 하는데, 샤우에량이 먼저 말했다. "쓰마 회장님. 제가 바로 샤우에량입니다."

쓰마팅이 미처 제때 반응을 못하고  있을 때,  쓰마쿠는 벌써 침대에서 몸을 돌리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그 빌어먹을 샤우에량이오? 별명이 중놈이라고 하는?"

"소생은 지금 검은 나귀 조총 유격대 대장입니다." 샤우에량이 말했다.

"쓰마 둘째 주인님, 다리에 불을 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날 우리의 협력은 완벽했습니다."

"씨발" 쓰마쿠가 말했다. "아직도 살아있소? 당신이 무슨 새총을 쏘았구먼!"

"매복전을 한 겁니다!" 샤우에량이 말했다.

"매복전, 매복전 이라고? 남에게 밟혀 묵사발이 되는 거로군!"

쓰마쿠가 말했다. "만약 이 어르신의 방화가 없었다면....  흥!"

"제가 화상치료를 잘하는 민간요법을 아는데, 조금 있다가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샤우에량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쓰마팅은 야오 넷째에게 분부했다. "연회를 열어서 샤 대장을 대접해 드려라."

야오 넷째가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유지회가 막 설립되어서 돈이 한 푼도 없는데요."

쓰마팅이 말했다. "넌 어째서 이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냐? 황군은 우리 집안의 황군이 아니고 전체 쩐 팔백호의 황군인 거야. 조총대 역시 우리 집안의 조총대가 아니라 전체 쩐 백성들의 조총대인 거야. 집집마다 양식도 걷고, 밀가루도 걷고 돈도 걷으면 되는 거야. 모두의  손님은 모두가 접대해야 하는 거야. 술은 우리 집 것으로 하지 뭐."

샤우에량이 말했다. "쓰마 회장님. 정말 양쪽 비위를 잘 맞추고 능수 능란하십니다."

쓰마팅이 말했다. "방법이 없지 않아. 말로야 목사가 말한 것처럼'나 같은 놈이 지옥 안 가면, 누가 지옥 가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