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이 말했다. "내가 다 말했어요. 그래서 나를 핍박하는 거예요. 나도 괴롭힘을 당할 만큼 당했어요! 그 늙은 것이 천리(天理 :중국인들이 생각하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도덕법칙)를 어기는 거예요!
말로야 목사는 여덟째를 모친에게 넘겨주면서 말했다. "이 애에게도 젖 좀 먹여. 모두 하나님이 보내준 애들이야. 너무 편애하면 안 돼!"
모친은 얼굴이 빨개져서 여덟째를 받아들고는 젖꼭지 하나를 그 애에게 물려주려고 했다. 나는 얼른 발로 그 애의 배를 밀었다.
여덟째가 울음을 터뜨렸다.
모친이 말했다. "봤죠? 이녀석이 저만 알아요. 당신이 양젖을 좀 가져다가 아이에게 먹이세요."
말로야 목사는 여덟째에게 양젖을 배불리 먹이고 아이를 바로 온돌에 눕혔다.
여덟째는 울지도 움직이지도 않고, 온순하기 그지없었다.
말로야는 내 머리 위에 있는 부드러운 노란 털을 보고, 눈동자 속에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모친은 그가 몰래 살펴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머리를 꼿꼿이 들고 물었다. "뭘 보는 거예요? 우리 둘이 모자간이란 걸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거예요?"
"그런 게 아니야." 그는 머리를 저었고 천진하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이 작은놈이 젖을 먹을 때는 꼭 늑대 같단 말이야."
모친은 뾰로통해서, 그에게 눈을 흘기면서 말했다. "누구 같다고요?"
말로야는 더욱 순진하게 웃으며 말했다. "설마 나를 닮았을라고? 내가 어렸을 때 어땠는지 알아?"
그의 시선은 토끼같이 흐리멍덩해졌고, 그의 머릿속에는 만리나 떨어진 곳에서 있었던 어렸을 때의 일이 반짝였다.
눈물 한두 방울이 그의 눈에서 떨어졌다
"어땠는데요?" 모친이 놀라서 물었다.
그는 쑥스럽다는 듯 몇번 헛웃음 치더니 굵고 큰 손가락 관절로 눈두덩의 눈물을 문질렀다. "별거 아니야." 그가 말했다.
"내가 중국에 오니까... 내가 중국 온 지 몇 년 되었지?"
모친은 빠르지 않게 대답했다. "내가 철들 때쯤, 당신은 여기 있었어요. 당신도 나 같은 시골뜨기예요."
그가 말했다. "그렇지 않아. 나는 내 국적이 있고, 나는 하나님이 파견한 사자야. 나는 진작 대주교가 나를 선교사로 파견한다는 문서도 갖고 있어."
모친이 웃으며 말했다. "말로야 선생님. 우리 고모부가 그러는데 당신은 가짜 서양인이래요. 당신이 갖고 있는 서류가 무어든지 모두 핑두( 平度 :산동성 현 이름) 현에 그림쟁이에게 부탁해서 만든 가짜래요
"
"엉터리없는 소리!" 말로야 목사는 큰 모욕을 당한 것처럼 펄쩍 뛰면서 욕을 했다. " 위따빠장(고모부의 별명 - 손이 크다는 뜻) 이런 나귀새끼!"
모친은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 "당신 그렇게 그를 욕하면 안 돼요. 그는 우리 고모부고, 나한테 크게 은혜를 베풀었단 말이에요."
말로야가 말했다. "그놈이 당신 고모부가 아니었더라면 내가 그 자식 자지를 뽑아버렸을 거야!"
모친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고모부는 한 주먹에 노새도 쓰러뜨릴 수 있어요."
말로야가 의기소침해서 말했다. "당신조차 내가 스웨덴 인이란 걸 안 믿는데, 누가 나를 믿기 바라겠어?"
그는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담뱃대를 꺼내더니 담배쌈지에서 담배를 꺼내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피우기 시작했다.
모친은 한숨을 쉬며 말 쌨다. "당신을 보고, 내가 당신이 정통 서양인이라는 걸 믿지 않을 리 있겠어요? 중국인이 어찌 당신처럼 생겼겠어요? 온몸에 털이...."
말로야의 얼굴에 소년 같은 미조가 떠 올랐다.
"나는 언젠가 돌아갈 거야." 그는 깊이 생각하면서 말했다.
"하지만 나에게 정말 돌아가라 하더라도, 당신과 같이 가지 않는다면 내가 꼭 가리라는 건 없어. "그는 모친의 얼굴을 보았다.
모친이 말했다. "당신은 갈 수 없어요. 나도 갈 수 없어요. 걱정 말고 여기서 지냅시다. 당신도 그렇게 말했지 않았어요?
사람이라면, 노란 털이 난 사람이든 아니면 빨간 털, 까만 털이 난 사람이든 모두 하나님의 어린 양이예요. 풀밭만 있다면 양은 거기 머무를 수 있어요. 가오미현 동북향에 이렇게 풀이 많은데 당신이 머물지 못할게 뭐 있어요?"
"머물 수 있지. 당신 같은 영지버섯이 있는데 내가 어딜 가겠어?"
말로야는 감개무량해서 말했다.
연자 맷돌을 돌리던 당나귀는 모친과 말로야가 대화하고 있는 틈에, 맷돌 위의 흰 밀가루를 훔쳐 먹었다.
말로야가 달려가 손바닥으로 한 대 때리자 나귀는 맷돌을 끌면서 일부러 쿵쿵거리며 돌았다.
모친이 말했다. "애들이 자니까 제가 밀가루를 체 칠게요. 당신 빨리 돗자리를 찾아오세요. 애들을 시원한 나무 밑에 누일게요."
말로야는 오동나무 아래 돗자리를 폈다. 모친은 시원한 자리 위에 나를 누이려 했지만 나는 입속에 그녀의 젖꼭지를 꽉 물고 놓지 않았다.
모친이 말했다. "이 애는 아무리 물을 부어도 차지 않는 밑 빠진 독 같아서 내 골수까지 모두 빨아먹을 것 같아요."
말로야는 당나귀를 다그쳤고, 당나귀는 돌 맷돌을 돌렸다. 돌 맷돌은 밀을 가루로 부수어 밀가루로 만들었고, 밀가루는 보슬보슬 맷돌 쟁반에 떨어져 쌓였다.
모친은 오동나무 아래 앉아 버드나무 소쿠리를 치받치고 지지대를 소쿠리 중앙에 놓은 다음, 밀가루를 가느다란 그믈 체 가운데 놓았다.
모친은 덜거덕덜거덕,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리듬이 분명하게 체를 잡아당겼다 밀었다 해서 밀기울이 체 안에 남도록....
햇볕이 커다란 나뭇잎 사이를 뚫고 체로 털어졌고, 내 얼굴로 떨어졌고, 모친의 어깨 위로 떨어졌다.
말로야는 나뭇가지로 당나귀 엉덩이를 때려서 그놈이 게으름을 부리지 못하게 했다.
이건 우리 집 나귀인데 새벽에 말로야가 맷돌을 돌리려고 빌려와, 나뭇가지에 얻어맞으며 빙빙 바쁘게 돌고 있는 중이다.
땀으로 그놈의 몸 색깔까지 짙어졌다.
문 밖에서 산양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바로 문짝이 부딪쳐 열리면서 우리 집, 나와 같은 날 태어난 새끼 노새가 문틈으로 수려한 머리를 내밀었다. 그러자 나귀는 거칠게 뒷발질을 했다.
모친이 말했다. "빨리 새끼 노새를 들여보내세요."
말로야가 달려가 힘껏 새끼노새의 머리를 밀어서 뒤로 밀려나게 하고, 쇠사슬로 굳게 걸려있던 빗장을 풀어서, 연결 고리를 벗기었다.
갑자기 한쪽에서 새끼 노새가 뛰어 들어오더니, 나귀 다리 사이를 뚫고 들어가 나귀의 젖꼭지를 입에 물었다.
모친이 감탄하며 말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이치는 똑같아요!"
먈로야도 고개를 끄떡이며 모친의 견해에 찬동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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