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를 따라가며 하는 곡소리는 끊어졌다 이어졌다 했다.
길은 종루가 무너진 교회담장을 지나고, 5년 전 쓰마팅과 그의 동생 쓰마쿠가 시험해 보았던, 풍력으로 제분하던 제분소를 지났다.
제분소 상공에는 아직도 십여대의 낡아빠진 풍차가 우뚝 서서 와르릉 와르릉 소리 내고 있었다.
우리는 이십년전 일본 상인 미루네 코오로 가 설립한 메이미엔 이종(美棉引种) 주식회사 옛터가 왼쪽에 방치되어 있는 큰 거리의 우측, 가오미현 현장 니우텅샤오(牛腾宵)가 부녀자들을 동원해서 전족해방 강연을 했던 쓰마 집안의 탈곡장을 지났다.
마지막으로 묵수하변 도로를 왼쪽으로 돌아서, 계속 소택지까지 이어지는 평탄한 벌판에 들어섰다.
이따금 습한 남풍이 불어 시신이 부패하는 냄새를 불러일으켰다.
길 옆 도랑 속, 강가 얕은 물속에 있는 개구리 두꺼비들이 개굴개굴 울어댔고, 새까맣게 떼를 이룬 통통한 올챙이들로 강물의 색갈이 변했다.
평원에 들어선 후, 마차는 갑자기 속도를 내었다.
마차를 모는 "산까치(별명)"는 말에 채찍을 휘둘렀는데, 발을 절름거리는 말에게 마저 사정을 두지 않았다.
도로가 울퉁불퉁 평탄치 않아 마차는 심하게 흔들렸다.
마차 위의 시체들은 악취를 풍겼고, 마차 적재함 이음 부분에서는 액체가 흘러나왔다.
곡 소리는 완전히 그쳤다.
피살자 가족들은 모두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렸다.
쓰마팅은 수행원들을 데리고, 우리 옆에 있다가 일제히 앞으로 달려갔다.
그들은 모두 허리를 굽히고 앞으로 질주하여 우리와 마차를 뒤로 젖혔고, 또 코를 찌르는 죽은 사람냄새도 뒤로 젖혔다.
길 양편에서 열댓 마리의 미친개들이 짖어대면서 불쑥불쑥 튀어 올랐다.
그놈들의 몸은 바람에 흔들려 오르락내리락하는 밀의 파도 가운데서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졌다 해서, 마치 파도 속의 해표 같아 보였다.
오늘은 까마귀와 솔개의 성대한 축제 날이다.
가오미 동북향의 넓은 땅의 까마귀란 까마귀는 전부 모였는지, 마치 위로 검은 구름이 걸려있는 것 같았다.
그놈들은 펄럭펄럭 날갯짓을 하며, 위아래로 왔다 갔다 날면서 흥분해서 날카로운 소리를 냈고, 여러 가지 대형을 이루면서, 끊임없이 아래로 급강하하였다.
성숙한 까마귀는 단단한 부리로 피살자의 눈을 쪼았고, 경험이 부족한 젊은 까마귀는 죽은 사람의 이마를 쪼았는데, 그때마다 '톡톡톡톡' 소리가 났다.
"산까치"는 채찍으로 그놈들을 후려쳤는데, 채찍마다 허탕을 치지는 않았고 몇 마리의 까마귀는 채찍을 맞고 떨어져 마차 바퀴에 깔려 다진 고기가 되었다.
대충 일곱여덟 마리의 솔개가 하늘 높이 선회하며 날고 있었다.
복잡한 기류가 어떤 때는 그들을 까마귀보다도 더 아래쪽에서 날도록 몰아붙였다.
솔개도 역시 시체에 흥미가 있었다. 그들 역시 썩은 고기를 삼키는 족속들이긴 하지만 그들은 까마귀와 합류하지 않았고, 허위의 오만한 태도를 견지했다.
태양이 구름 층 가운데서 얼굴을 드러냈다.
만 묘 (苗30평, 만 묘는 30만 평 추정)나 되는 잘 익은 밀밭이 찬란하게 빛났다.
태양이 얼굴을 드러내면서 바람 방향도 바로 바뀌었다.
바람이 방향을 바꾸는 과정에서 잠시 평온함이 있었는데, 바쁘게 쪼았고 쫏기던 밀의 물결이 전부 잠들었거나 혹은 죽은 것 같았다.
햇볕 아래, 그렇게나 넓은, 거의 하늘 끝에 닿을 듯한 황금벌판이 나타났다.
또 그렇게나 많은 잘 익은 단단한 밀의 수염은 짧고 가는 바늘 같았다. 반짝반짝, 끝없는 대지가 반짝거렸다.
바로 이때, 밀밭 가운데 좁은 지름길로 방향을 꺾었다.
마부는 오직 밀 줄기 한가운데로 갈 수밖에 없었다.
두 마리의 줄을 끄는 말은 살구색괘 담녹색 말이었다. 그들 둘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길을 갈 수 없게 되었고, 실구색 말이 밀대 사이 길을 가거나 벽록색 말이 황금벌판을 가거나 할 수밖에 없었다.
그놈들은 두 명의 삐친 남자아이들처럼, 한번 네가 너를 밀밭으로 밀어붙이고, 한번 네가 나를 밀어붙이고 했다.
속도는 자연히 늦어졌고 까마귀들은 더욱 극성을 부렸다.
몇십 마리의 까마귀들이 대놓고 시체 위에 앉아 날개를 늘어뜨린 채 연속해서 시체를 쪼아댔다.
"산까치" 마부도 더는 그들에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금년, 밀은 자라기도 각별히 잘 자라서, 대는 굵고 실했으며 밀 이삭은 풍성했고, 낱알은 옹골졌다.
말의 배외 마찰한 밀 수염은 다시 마차의 고무바퀴와 적재함의 칸막이와 부딪치며 전신을 근질근질하게 하는 소리를 냈다.
밀밭 가운데 노출된 개들의 머리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했는데, 그놈들은 눈을 질끈 감고 감히 뜨지 않았다. 그러지 않았다면 보리 수염에 눈을 찔려서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놈들은 오직 후각에 의지해서 정확한 방향을 유지했다.
밀밭에 들어온 후, 좁은 길은 우리들의 대형을 길게 늘어지게 했다.
모두들 진작부터 곡을 멈추었고, 낮은 목소리로 훌쩍이는 사람조차 없었다.
한 번은 어떤 아이가 넋을 놓고 있다가 마차에서 떨어졌는데, 옆에 있던 사람이 친척은 아니었지만 바로 사랑의 팔을 뻗어 구해주었다.
이렇게 엄숙 경건한 분위기 속이라선지, 아이는 입술이 깨졌어도 울지 않았다,
밀밭은 여전히 정적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이런 정적은 긴장되고 불안했다.
때때로 자고새가 마차와 개들에 놀라서 푸드덕푸드덕 날아올랐으며, 낮게 날아가 먼 밀밭, 황금 바다로 사라졌다.
보리뱀(麦梢蛇)은 가오미현 동북향 특산의 빨간색 맹독의 작은 뱀인데, 밀의 수염 위를 번개같이 돌아다녔다.
말들은 밀의 수염 위에서 번갯불을 보면 온몸을 부르르 떨었고, 개들은 밀 이랑 사이로 기면서 감히 고개도 들지 못했다.
태양이 반쯤 검은 구름 속으로 들어가자 나머지 반의 태양 볕은 더욱 강렬해 보였다.
밀밭 하늘 위, 거대한 검은 구름의 그림자가 급하게 달려들었다.
햇볕에 비친 부분의 밀은 노랗게 빛나서 마치 불타고 있는 것 같았다.
풍향이 바뀌는 짧은 틈에 억만 개 밀의 수염이 공기를 움직였다.
밀은 소곤소곤 자기들끼리의 말을 나누었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중얼 끔찍한 소식을 전했다.
처음에는 한줄기 따뜻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북동쪽에서 밀 끝으로 불어왔다.
바람의 형상은 천만 구루의 흔들리는 밀 이삭으로 표현되었다.
조용한 밀의 바닷속에 졸졸 흐르는 작은 시냇물들이 나타났다.
계속 불어오는 바람은 재빠르고도 힘이 있었으며, 밀의 바다를 분할했다.
제일 앞에 가는 사람이 두 손으로 들고 가는, 붉은 헝겊 띠를 맨 높다란 장대가 바람에 나부끼기 시작했고, 말하는 소리처럼 드렁드렁 울렸다.
북동쪽 하늘가에 구불구불한 금빛 뱀이 어른거렸고, 구름은 핏빛으로 물들었다.
우르릉 우르릉하는 우레소리가 음울하게 전해져 왔다.
다시 잠깐동안의 조용한 시간, 선회하던 솔개들은 높은 하늘에서 내려와 밀 이랑 속으로 사라졌다.
까마귀 쪽은 폭탄이 터진 파편처럼 높은 곳으로 날아오르며 왝왝 놀라 울었다.
그런 다음 광풍(俇风)이 크게 일면서 밀의 파도가 요동쳤다.
어떤 것은 북쪽에서 서쪽으로 소용돌이쳤고, 어떤 것은 동쪽에서 남쪽으로 소용돌이쳤다.
긴 파도도 있었고 짧은 파도도 있었으며, 바글바글 대는 것도 있었고, 밀치락 달치락 대는 것도 있어서 여러 가지 노란빛 소용돌이들을 만들었다.
밀의 바다가 끓고 있다고 하는 편이 오히려 맞았다.
까마귀 떼가 흩어졌다.
듬성듬성하고 희끗희끗한 커다란 빗방울들이 다다다닥 떨어졌다.
빗방울 속에는 살구씨만큼 큰, 단단한 우박들이 섞여있었다.
일순간에 뼛속까지 싸늘해졌다.
우박은 드물게 섞여있기는 했지만, 보리 이삭과 보리 수염을 때렸고, 말 엉덩이와 말 귀를 때렸으며, 죽은 자의 뱃가죽과 산 자의 머리를 때렸다.
몇 마리의 우박에 맞아 머리가 깨진 까마귀가 우리 앞에 돌멩이처럼 떨어졌다.
모친은 두 팔로 나를 꼭 껴안았고, 나의 허약한 머리를 그녀의 따뜻한 두 유방 골짜기 속에 감춰 주었다.
모친은 일생을 통해, 쓸데없는 인간이었던 여덟 누나들을 온돌 위에서 보실 피며, 그녀들과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상관 뤼스를 벗하며 살았다.
상관뤼스는 스스로 서쪽 사랑채에 기어들어가 나귀 똥을 덥썩덤썩 집어 먹었다.
누나들은 윗도리를 벗어 머리에 얹고 빗물과 우박을 가렸다.
큰 누나 상관라이디의 두 개의 파란 사과같이 딴딴한 유방이 처음으로 그들의 아름다운 윤곽을 선명하게 돌출시켰다.
오직 그녀만이 옷을 벗지 않았다.
그녀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가렸고, 빗방울은 그녀를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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