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후루는 나귀 앞에서 하리를 구부리고, 그의 아들과 똑같은 섬세하고 작은 손을 내밀어,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검은 나귀의 뱃가죽을 주물렀다.
그는 나귀를 가운데 두고 아들과 마주 하게 되었다.
부자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며, 모두 입을 벌리고, 모두 이빨을 드러내는 것이 서로 난형난제였다.
그들은 아버지가 나귀 뱃가죽을 밀어 올리면 이들이 내렸고, 아버지가 내리면 아들이 밀어 올렸다. 그들이 기세를 올리자 마치 시소의 양끝에 앉아 있는 두 아이 같았다.
그들이 몸을 올리고 내림에 따라서 나귀 뱃가죽이 거칠게 주물러졌다.
부지 두 사람 모두, 힘이 없어서, 휘청휘청했고, 허약한 갈대, 못 쓰게 된 이불솜 같았다. 그늘은 재료를 빼먹고 엉터리로 일하는 것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들 뒤에 서있던 상관뤼스는 낙담하여 머리를 흔들며, 집게같은 손을 뻗어 남편의 목을 꼬집어, 일으켜 세우더니, 몇 마디 야단을 쳤다. "저리 가! 한쪽으로 가있어!"
그런 다음 가볍게 한번 밀었다. 세상을 속이고 헛 이름만 날리던 대장장이 상관후루는 비틀비틀 벽 모퉁이로 밀려가더니, 풀을 담은 마대에 엎어졌다.
"일어 나!"상관루스가 이들에게도 큰 소리로 꾸짖었다. "여기서 걸리적거리지 말아. 밥도 많이 먹고, 물도 많이 마시면서 일하는 게 왜 그 모양이야? 아이고 내 팔자야!"
상관쇼우씨는 대사면이라도 받은 것처럼 벌떡 일어나 벽 구석으로 가서 부친과 합류했다.
부자 두 사람의 까만 눈동자가 반짝이며 깜박였는데, 얼굴 표정은 교활하고, 또 어눌해 보였다.
이때, 쓰마팅의 고함 소리가 다시 한번 사랑채에 밀려들어왔다.
부자 두 사람은 모두 불안해서 몸을 꼬았는데, 마치 대변이 나오거나, 소변이 급한 것 같았다.
상관뤼스는 나귀 배 앞에 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녀는 땅바닥에 널러있는 더러운 것들을 전혀 피하지 않았다.
엄숙한 표정이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
그녀는 소매를 걷어올리고 큰 손으로 나귀 배를 문질렀다.
문지르는 소리가 투박하게 귀를 자극했다. 흡사 두 짝의 신발 바닥을 비비는 것 같았다. 그녀는 얼굴의 거의 절반을 나귀 배에 붙이고,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들었다.
이어서 그녀는 나귀의 얼굴을 주물러 주면서 동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나귀야, 나귀야. 얼른 쑥 낳거라. 우리네 여자들은 이런 어려움을 벗어날 수 없단다."
그런 다음, 그녀는 나귀 목을 사이에 두고, 두 다리를 벌리고 서서, 허리를 구부리고 나귀 배에 두 손을 올려놓더니, 대패를 밀듯 힘주어 앞으로 밀었다.
나귀는 구슬픈 비명을 지르며, 웅크렸던 네 다리를 맹렬히 내뻗었다.
나귀는 네 발굽을 부들부들 떨었는데, 마치 동서남북 형태가 없는 큰 북을 빠르게 두드리는 것 같았다.
무질서한 북소리가 상관집안의 사랑채에서 메아리쳤다.
나귀가 목을 구부려 들어 올려 공중에 머물게 했다가, 무겁게 떨어뜨리자, 축축하고 끈적끈적힌 고기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나귀야, 조금만 더 참이리. 누가 우리를 여자로 만들었냐? 이를 악물고 힘을 줘.... 힘을 주라고.... 나귀야...."
그녀는 낮은 소리로 되풀이해 말하며,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아 힘을 모으고 나서, 호흡을 죽이고 천천히 힘껏 앞으로 밀었다.
나귀는 버둥거리며, 콧구멍에서 누런 액체를 뿜어냈다.
나귀가 머리를 휘적휘적 흔들어 대더니, 뒤에서 양수와 오줌똥이 뒤섞인 액체가 한 무더기 튀어나왔다
상관 부자(父子)는 너무 놀라서 눈을 가렸다.
"고향 어르신 여러분, 일본 기마대가 벌써 현성을 출발했대요. 이건 확실한 정보예요. 허풍이 아니에요. 도망치세요. 지금 도망치지 않으면 제시간에 못 기요...."
쓰마팅의 성실한 고함소리는 각별히 사람들 귀에 파고들었다.
상관 부자는 눈을 크게 뜨고, 상관뤼스가 앉아있는 나귀 머리 쪽을 보았다.
머리를 낮게 내리고 숨을 헐떡이던 검은 나귀의 엉덩이 뒤에는 한 무더기의 검붉은 피가 고였고, 한 개의 가늘고 섬세한 노새 다리가 나귀의 산도(产道)에서 삐죽 나와있었다.
노새 다리는 특히 거짓깉았는데, 꼭 사람이 장난 삼아 만들어 일부러 안에 찔러 놓은 것 같았다.
상관뤼스는 심하게 실룩거리며, 반쪽 얼굴을 다시 나귀 배에 붙이고 오랫동안 세심하게 소리를 들었다.
상관쇼우씨는 모친의 얼굴이 잘 익은 살구 같다고 생각했다. 그 색은 젊잖은 황금색이었다.
쓰마팅의 열성적인 고함소리는 날려오기도 하고 날려 기기도 했는데, 마치 비린 냄새를 찾아다니는 파리같이 벽에 붙어있다가 나귀의 몸 위로 날아가기도 했다.
그는 그때마다 확확 공포와 불안을 느꼈다. 큰 화가 임박한 것 같았다.
그는 사랑채를 나가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었다.
그는, 집 문을 나가면, 반드시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몸집이 작고, 사지가 굵고 짧으며, 주먹코에 방울눈, 사람 간을 빼먹고 사람의 선혈을 마신다는 일본 놈들 수중에 들어가 그들에게 먹혀버려서 뼛조각 하나 남지 않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현재 그들은 반드시, 골목 안에서 사람들과 무리를 이루어 바삐 도망쳐야 했고, 부녀자들과 이이들을 쫓아가야 했으며, 마음껏 뛰노는 망아지처럼 뒷발질도 하고, 코를 흥흥거려야 했다.
그는 위안과 자신감을 찾으려고, 곁눈질로 부친을 찾았다.
그는, 가짜의 질이 나쁜 대장장이 상관후루가 얼굴이 흙빛이 되어 두 손으로 무릎을 짚고 벽 모서리 마대에 앉아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몸을 앞뒤로 흔들고, 등과 뒤통수를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벽 모서리에 부딪치고 있었다.
상관쇼우씨의 코는 왠지 시큰거렸고, 두 줄기의 탁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상관뤼스는 기침을 하면서 천천히 머리를 쳐들었다.
그녀는 나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탄식했다.
"나귀야, 이게 어떻게 된 거냐? 어떻게 다리부터 나올 수 있어? 네가 아무리 어리석어도 아이를 낳을 때는 당연히 머리부터 나와야 하는 거야...."
나귀의 광채를 잃은 눈동자에 눈물이 솟구쳤다.
그녀는 손으로 나귀의 눈과 얼굴에 있는 눈물을 닦아주고, 소리 나게 코를 푼다음, 뒤로 돌아서서 아들에게 말했다.
"너는 가서 환(樊) 씨네 셋째 아저씨를 모셔오너라. 아껴두었던 술 두병과 돼지 머리도 이젠 아끼지 말고 써야 되겠다. 어서 가거라!"
상관쇼우씨는 담 모퉁이로 뒷걸음치면서 , 두 눈으로 공포스럽게 골목으로 통하는 대문을 바라보았다.
그는 입을 벌린 채, 차마 말은 못 하고 우물거렸다.
"골목 안이 전부 일본인 이면 어쩌지? 전부 일본인이면...."
상관루스는 노기가 충천하여 벌떡 일어나더니, 마당을 연결하는 통로를 지나서, 대문을 열어젖혔다.
잘 익은 밀 향기가 초여름의 서남풍과 함께 맹렬히 불어 들어왔다.
골목 안은 조용했고, 사람이라곤 그림자도 없었다.
있는 것이라곤 오직 거짓말처럼 한 떼의 검은색 나비가 종이를 태운 재처럼 춤추며 날고 있었다.
상관쇼우씨의 머리에는 조각조각 빙글빙글 돌고 있는, 머리가 어질어질한 검은색의 불길한 인상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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