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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대룩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2장 (1/2)

마르크 샤갈 the birth day

 

상관뤼스(上官吕氏)는 쓰레받기에 담아 온 보드라운 흙을 벗겨진  앉는 자리, 건초를 말아놓은 방구들에 뿌리고, 온돌 가장자리를 손으로 짚고 낮은 목소리로 신음소리를 내뱉고 있는 상관 루스(上官鲁氏)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양손으로 흙을 평평하게 펴면서 며느리에게 말했다. "올라 가거거라."

그녀의 온화한 시선 아래, 상관루스는 온몸을 떨었다.

그녀는 처량하게 시어머니의 자애로운 얼굴을 보았고, 창백해진 입술을  떨었는데 마치 무슨 말인가 하려는 것 같았다

상관뤼스가 큰 소리로 말했다. " 아하, 새벽에 총을 쏘다니!  쓰마 영감이 또 엉뚱한 일을 일을 저질렀어!"

상관 루스가 말했디. "어머니...."

상관뤼스는 손에 뭍은 흙을 털면서 가볍게 중얼거렸다. "우리 착한 며느리, 힘을 내거라! 또 여자아이를 낳으면 나도 더 이상 창피하여 너를 감싸줄 수 없단다!"

두줄기 눈물이 상관루스의 눈에서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꼭 깨물고, 있는 힘을 다해서 무거운 배를 들어 올려 벽돌이 드러난 온돌 위로 올라갔다.

"누워서 떡먹기 일 테지만, 알아서 천천히 낳거라."상관뤼스는 흰 천 한 두루마리와 가위 한 개를 온돌에 놓고, 눈살을 찌푸리며 성가시다는 듯 말했다. "네 시아버지와 라이디(큰 딸) 아빠는 서쪽 사랑채 방에서 검정 나귀가 새끼를 낳는데, 새끼를 받고 있다. 그놈이 처음 새끼를 낳는 것이라 내가 가서 돌봐줘야 한다."

상관루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높은 공중에서 다시 총소리가 난 것을 들었다.

겁먹은 개 몇 마라가 따라 짖었고, 쓰마팅의 고함소리가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면서 들려왔다. "여러분, 빨리 도망가세요. 늦게 도망가면 목숨이 위태로워요...."

마치 쓰마팅의 고함 소리에 호응하듯, 그녀의 배 속에서 아기가 주먹을 내지르고 발길 질을 했다.

그녀의 격렬한 고통은 돌태(탈곡할 때  쓰는 농기구)로 태질하는 것 같았고, 모든 모공에서 땀이 흘러나왔으며, 옅은 생선 비린내가 퍼졌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큰 소리가 입에서 새어나가지 않도록 했다. 

몽롱한 눈물을 통해, 그녀는 머리가 전부 흑발인 시머머니가 대청에 있는 위패 장 앞에 꿇어앉아  관음보살 향로에 세 개의 자홍색 단향을 꽂아 놓는 것을 보았다. 향연은 하늘하늘 올라갔고 향내가 실내에 가득했다.

"대자대비하시고, 고난에서 우리를 구원해 주시는 관세음보살님.

저를 보우하시고,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저에게 남자 이이를 낳게 해 주시옵고...."

상관루스는 두 손으로 높이 솟아오른 서늘한 뱃가죽을 누르며, 위패 장 안에 모셔있는 백자(白瓷) 관음보살의 신비하고 매끈매끈한 얼굴을 보며 묵묵히 기도했다.

눈물이 다시 한번 눈에 넘쳐흘렀다.

그녀는 온통 축축해진 바지를 벗고, 홑적삼을 할 수 있는 대로 말아 올려 복부와 유방을 드러냈다. 그녀는 손으로 온돌을 짚고, 시어머니가 정리해 놓은 부드러운 흙 위에 몸을 단정히 올려놓았다.

한바탕씩 진통이 오는 사이사이에  그녀는 헝클어진 머리칼을 손으로 대충 빗고,  등허리를 말아 올린 온돌 돗자리와 밀짚에 기댔다.

창살에 붙어있는 수은이 얼룩얼룩한 깨진 거울에 얼굴 옆모습이 비쳤다.

땀에 젖은 살쩍, 가늘고 긴 어둡고 광택  없는 눈동자, 높이 솟은 하얀 콧날, 끊임없이 떨리는 입술, 바짝 마른 거친 입.

한줄기 눅눅한 햇살이 창틀을 뚫고 들어와, 비스듬히 그녀의 뱃살을 비쳤다.

그러자 구불구불 이어진 푸른 혈관과 온통 들쑥날쑥하고 평평하지 않은 하얀 줄무늬가 흉측하다 못해 공포스럽기 끼지 했다.

자기 배를 주시하고 있으니까, 마음속에 암울함과 환함이 교대로 나타났다. 마치 한여름 가오미(高密) 현 동북향에 이따금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이따금 파랗고 투명한 하늘이 나타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기이하게 크고, 기이하게 굳고 단단한 뱃가죽을 감히 내려다보지 못했다.

한 번은 그녀는 자기가 차가운 쇳덩이를 임신한 꿈을 꾸었다.

한 번은 그녀가 평평하고 얼룩덜룩한 반점이 있는 두꺼비를 임신한 꿈을 꾸었다.

쇳덩이 형상을 임신한 것은 억지로라도 참을 수 있었으나, 얼룩덜룩한 두꺼비 형상이 머릿속에 불현듯 떠오를 때마다 그녀는 언제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관세음보살님 저를 보우해 주세요.... 조상님 저를 보우해 주세요.... 모든 신령님, 모든 귀신님들 저를 보우해 주시고 용서해 주시고, 제가 씩씩한 남자아이를 낳게 해 주세요.....

내 귀여운 아들,  어서 나오너라.... 천지신명, 신선 요정님들 저를 도와주세요....."

그녀는 이렇게 축복을 빌고 간구하면서, 한바탕 또 한바탕 간이 뜯겨나가고 폐가 찢어지는 것 같은 극심한 고통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두 손으로 몸 뒤에 있는 온돌에 까는 돗자리를 꽉 잡고 있었는데, 몸에 있는 모든 근육이 덜덜 떨리며 경련을 일으켰다.

그녀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눈앞이 온통 붉은빛이 되었고, 다시 붉은빛 중에서 하얀 그물 같은 것이 생겨나더니 금세 구부러져 수축되었다. 마치 은실(銀絲)이 화롯불에 녹는 것 같았다.

결국 참지 못하고, 그녀의 입에서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소리는 창살을 뚫고 날아가 큰 거리와 작은 골목을 넘실넘실 지나가더니, 쓰마팅의 고함 소리와 한데 어울려 짜여, 한 가닥 밧줄이 되었다.

기다란 뱀 같은 그 밧줄은 키 크고 덩치 큰, 허리를 구부린, 붉은 털을 늘어뜨린, 사람 좋고, 귓구멍에 두 무더기의 흰털이 난 스웨덴 국적의 목사, 말로야의 귀속으로 뚫고 들어갔다.

종루(钟楼)로 올라가는 낡어빠진 나무 판때기 계단에서 말로야 목사는 잠시 어리둥절했다.

짙푸른, 길 잃은 어린양같이 언제나 눈물이 그렁그렁한, 언제나 마음을 감동시키는 상냥한 눈동자 속에 놀랍고 기쁜 빛이 반짝였다.

그는 진홍색 굵은 손가락을 뻗어 가슴에 열십자를 그었다.

그리고는 완전 가오미 동북향 사투리 억양으로 한마디 했다. "전능하신 하나님...."

그는 계속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원래 어느 사찰에 걸려있된 퍼런 녹이 얼룩얼룩한 동종(铜钟)을 쳤다.

처량한 종소리가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장밋빛 새벽에 퍼져나갔다.

첫 번째 종소리와 더불어, 일본 놈이 곧 마을에 들어온다는 경고와 더불어 한줄기 세차게 터져 나온 양수가 상관루스의 두 다리사이로 흘러내렸다.

그녀는 젖산양의 노린내를 맡았다

그것은 이따금은 강열했고, 이따금은 단아한 홰나무 꽃 향 같기도 했다.

문득, 작년에 말로야와 홰나무 숲에서 희열 속에 사랑을 나누던 정경이 이상스럽게 또렷하게 눈앞에 재현되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녀가 그런 정경에 빠져있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시어머니 상관뤼스가 피로 얼룩진 두 손을 쳐들고 방 안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공포스럽게 시어머니의 피 뭍은  손에서 초록색  화성(火星 )  아이가 반짝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