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았니?" 그녀는 시어머니가 큰 소리로 묻는 것을 들었다.
그녀는 다소 미안해하며 고개를 저었다.
시어머니의 머리칼이 햇살 가운데 눈부시게 흔들렸다. 그녀는 놀랍고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시어머니의 머리가 갑자기 희끗희끗해진 것이다.
"나는 네가 벌써 낳은 줄 알았어." 시어머니가 말했다.
시어머니의 두 손이 자기를 향하여 뻗어왔다.
그 두 손의 손가락 마디는 거칠고, 컸으며, 손톱은 단단했고, 손등은 모두 굳은살 같은 단단단 피부로 덮여있었다.
그녀는 공포를 느꼈고, 이 쇠를 때리는 여인의 나귀 피에 흠뻑 젖은 두 손을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힘이 없었다
시어머니의 두 손은 전혀 거리낌 없이 그녀의 뱃가죽을 눌렀고, 그녀는 순간 자기의 심장이 뛰는 것을 멈췄다고 느꼈다. 차가운 느낌이 오장육부를 뚫고 들어왔다.
그녀는 자기 입에서 연달아 고함소리가 터져 니오는 것을 억제하지 못했다.
그것은 고통 때문이 아니라, 공포 때문이멌다.
시어머니의 손은 우악스럽게 그녀의 뱃가죽을 더듬으며, 눌러보더니, 마지막에는 수박이 익은 정도를 알아보는 것처럼 몇 차례 "탁탁" 두드렸다.
그것은 꼭 수박을 살 때, 걱정하고 낙담하는 것과 똑같았다.
결국 두 손이 거두어지자, 햇살아래 무겁고 활기 없는 정적이 드리워졌다.
그녀의 눈에 시어머니는 하늘하늘하는 큰 그림자였다.
오직 그 두 개의 손만이 진실이며, 마음대로 하려 하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위엄이었다.
그녀는 아주 먼 데서 들려오는 시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주 깊은 저수지의 진흙 냄새와 게 거품도 함께 전해져 왔다.
".... 과일이 익으면 저절로 떨어지는 거야.... 때가 되면 막을래도 막을 수 없어.... 조금만 더 참아, 소리소리 질러.... 딴 사람이 웃건 말건. 설마 네 일곱 공주를 비웃는다 해도 겁내지 마...."
그녀는 그 두 손 중 하나가 이번에는 힘을 빼고 아래로 내려와, 귀찮다는 듯, 볼록 나온 자기 배를 두드리는 것을 보았다.
마치 습기 찬 양가죽 북을 두드리는 것 같이 무거운 소리가 났다.,
" 요즘여자들은 약해 빠졌어. 내가 네 남편을 낳을 때는 애를 낳으면서 신발 밑창을 꿰맸어."
그 한 손은 마침내 두드리기를 멈추고, 거둬들여지더니, 어두운 그림자 속으로 숨었다. 야수가 발톱을 감춘 것처럼.
시어머니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가물가물 들러왔다.
홰나무 꽃 향기가 이따금 엄습해 왔다.
"네 배를 보니 이상하게 크구나. 뱃살 갈라진 것도 특이해. 남자아이 태 같아. 이건 네 복이고, 내 복이고, 상관 집안의 복이야. 관세음보살님이 현신하시고, 하느님이 도와주신 거야. 아들이 없으면, 네 일생은 노예인 거야. 아들이 생기면 너는 바로 주인인 거야. 내가 하는 말 너도 믿지? 네가 믿든 안 믿든 , 사실 네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지만...."
"어머니, 저는 믿어요. 믿고 말고요!"
상관루스는 그 말이 무슨 신앙이라도 되는 양, 경건하게 되뇌었다.
그녀의 눈은 맞은편 벽의 암갈색 얼룩을 보았고, 마음속으로 무한한 슬픔을 느꼈다.
그것은 삼 년 전, 일곱 번째 딸 상관치우디(上官求弟)를 낳았을 때, 남편 상관쇼우씨(上官寿喜)가 화가 나 길길이 날뛰면서 나무 방망이를 던지는 바람에 그녀의 머리가 터져 피가 튀어, 벽에 남은 얼룩이었다.
시어머니는 소쿠리를 하나 들고 와 그녀 옆에 놓았다.
시어머니의 목소리는 어둠 속에서 화염이 타오르는 것 같이, 아름다운,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나를 따라 하거라. '내 뱃속의 아이는 천금같이 귀한 아들이다'. 빨리 따라 해!"
소쿠리에는 껍질 채인 땅콩이 담겨있었다.
시어머니의 자애로운 얼굴, 엄숙한 목소리, 그것은 반은 천신(天神)이고 반은 친엄마였다.
상관루스는 격하게 감동이 몰려와 울면서 말했다. "내 뱃속에 밴 아이는 천금같이 귀한 이들이다. 내 뱃속에 밴 귀한 아들.... 나의 아들...."
시어머니는 땅콩 몇 개를 그녀의 손에 쑤셔 넣고는 그녀에게 설교했다.
"땅콩 땅콩 땅땅콩, 유남 유녀 음양평(有男有女阴阳平: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고, 음양은 고르다)"
상관루스는 고개를 돌려,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말하는 시어머니를 보았다.
"관세음보살님이 현신하시고, 하느님이 보우하셔서 상관집안에 겹 경사가 나게 해 주시옵소서!
라이디 에미야, 땅콩 껍질을 까면서 때를 기다려라. 우리 집 검은 나귀가 새끼를 새끼를 곧 낳을 테니, 나는 너를 돌볼 수 없다!"
상관루스는 감동해서 말했다.
"어머니, 빨리 가보세요. 하느님이 우리 집 검은 나귀가 첫 새끼 낳는 데 순산하도록 보우해 주실...."
상관뤼스는 한번 탄식을 하더니, 황망히 방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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