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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三十五, 서경의 이와 (伊娃•西京城). 2 (끝)

 

 

이와는 마음이 산란했다.

그녀는 더는 가게 안에 있을 수 없어서, 밖으로 나와 신치를 찾아갔다.

이와는 이틀 전, 신치에게, 일어났던 일을 알렸고, 밖에 나갈 때는 꼭 조심하고, 특히 찻집 근처에는 얼씬도 말라고 했다.

이번에 또 가니, 신치는 셋방 안에서 흐느껴 울며, 그녀가 궁지에 몰린 짐승이라며 답답해 죽겠다고 했다.

이와가 말했다. "나도 답답해 죽겠어!"

신치가 말했다. "내 마음속으로 생각하기에, 하이루오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못 하는 것이 없어. 어째서 잡혀갔는지 모르지만, 왜 이렇게 오래 나오지 못할까?!"

이와가 말했다. "맞아! 하이루오 언니는 거미줄을 치는  사람인데, 이번에는 하이루오 언니가 거미줄에 걸린 사냥물이 되었어."

신치가 말했다. "하이루오 언니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최고로 좋은 사람."

이와가 말했다. "좋은 사람이지. 하지만 내 생각에는, 우리가 평소에 하이루오 언니가 하는 일마다 탄복해 왔는데, 지금은 우리가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의심스러워.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신치가 말했다. "네 말은 하이루오 언니가 실패자라는 거야?"

이와가 말했다. "아마, 몇 년 후에도 그녀는 한 여인, 한 어머니, 한 자매들의 총무, 잔주오 찻집을 열었던 사장일 거야."

신치가 말했다. "그럼 우린 어떡하지?"

이와가 말했다. "나도 몰라."

신치가 말했다. "우린 기분전환하러 어디 가는 게 좋을 거 같아."

이와가 말했다. "어디를 간다고? 난 기분 전환하러 서경에 왔던 거야. 그러니 돌아가야 해."

신치는 슬퍼서,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신치가 말했다. "네가 가버리면, 누가 나와 얘기하러 올까! 너 가려면 나도 데려 가."

이와가 말했다. "어라, 너 나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갈래?"

신치가 말했다. "그래. 나도 가고 싶어. 나는 기껏 시리수이 언니와 한국에 한번 간 적밖에 없어."

이와가 말했다. "그럼 같이 가자. 거기 가면 먹는 거, 자는 거는 내가 책임질게."

신치가 말했다. "네 말, 정말이지?"

이와가 말했다. "너 여권은 있지?"

신치가 말했다. "있어. 나도 그런 사람이야."

이와는 정말 그녀와 신치가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타고 길, 비행기 표를 샀다.

이일을 이와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나흘이 지났지만, 하이루오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고, 이광과 루이커 역시 돌아오지 않았다.

이와는 신치와 택시를 타고 비행장으로 갔다.

그날 저녁 무렵부터 공기는 점점 더 나빠졌다.

스모그는 사방에 가득 찼고,  며칠 전에는 보이지 않던 스모그가 여기  한 무더기, 저기 한 조각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또 거의 밀가루 반죽처럼 되더니, 이 도시를 가라앉히고, 이 도시를 침몰시켰다.

초조, 우울, 암을함, 이런 것 들에서 도망칠 곳은 아예 없었다.

그저 받아들이고, 그저 당하면서, 그 안에서 어쩔 줄 몰라하고, 그 안에서 공포에 질리고, 그 안에서 발버둥 칠 수밖에 없었다.

어둠은 빨리도 내렸다.

거리와 골목을 꽉 메운 차들은 전부 전조등과 미등을 켜고, 느릿느릿 이동했다.

마치 차들이  흙, 모래, 돌이 뒤섞인 물의 흐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저럼 느껴졌다.

번쩍 비치는 성곽의 돌출 부분, 다층집의 한 모서리,  도로변의 가로수들, 전봇대, 광고탑, 마스크를 쓰거나 쓰지 않고 왕래하는 사람들, 이런 것들이 전부 흐리멍덩하고 분명하게 보이지 않았다. 또 산산히 부수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성곽을 둘러싸고 있는 해자 언덕을 지나고, 주작 고가차도를 지나고, 풍양  터널을 지났다.

어디선가 함성 소리가 나고, 신음 소리도 났다. 그 소리는 끊어졌다 이어졌다 했다.

그것은 함성이나 신음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어떤 사람이 부르는 친창(秦腔: 중국 서북 지방메서 유행하는 지방극) 소리였다.

이와는 계속 차창에 엎디어 밖을 내다보았다.

그녀는 한 무더기 한 무더기 피어있는 꽃을 보고, 차가 남환로에 들어 선 것을 알았다.

남환로는 시에서 조성한 꽃길로  십여 리의 긴 길, 양편에 모두 장미, 월계수, 들장미를 심어 놓았다.

이 꽃들은 스모그와 어둠에 가려서 이미 그다지 주의를 끌지 못했다.

전조등이 비출 때만 어두운 곳은 어둡게 차단되었고, 밝은 곳은 환하게 빛났다.

하얀 것은 눈부신 흰색, 노란 것은 불교의 황색, 빨간 것은 그야말로 핏빛이었다.

신치가 말했다. "이 길이 더 계속될까?!"

이와가 말했다. "그럼."

갑자기 그녀의 얼굴 가득 눈물이 흘렀다.

신치가 말했다. "왜 우는 거야?"

이와가 말했다. "활불도 아직 안 오셨고, 하이루오 언니도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이광 선생님도 안 계시고, 그런데 나는 이 도시를 떠나고 있지 않아?"

신치는 무어라 대꾸할 말이 없었다.

이와가 말했다. "서경은 나의 서경이 아니었어. 그래서 나는 떠나야 해."

신치가 말했다. "내가 진작 말했었는데, 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여기를 오는 게 아니었어."

이와가 말했다. "나는 후회하지 않아. 너도 시골에서 도시로 온 걸 후회하지 않지 않아?"

신치가 말했다. "너는 스모그가 제일 심할 때 왔어. 보름만 지났어도, 그렇지 않으면 이십일만 지났어도, 바람이 많이 불어서  스모그가 적어졌을 거야. 그리고 스모그는 날이 더워지면 바로 사라져. "

그리고 또 말했다. "너 내 얘기한 거였지? 내가 모기라고 하지 않았어? 도시에 비린 것이 있어서 내가 도시로 왔다고 그런 거 아니야?"

이와는 대답하지 않고 혼자 중얼중얼했다. "난 여기 와서 얻은 것도 있지만 잃은 것도 많아. 그래서 돌아가는 거야."

신치가 말했다. "잃어버렸다면  네가 물건을 잃어버렸다는 거야?"

이와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신치를 꼭 껴안았다. 이미 훌쩍이면서.

훌쩍이다가 이와는 잠이 깼다.

방안은 텅텅 비어있었고, 창밖에 있는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연기는 하늘 높이 올라가 구름이 되었다.

비행기 한대가 날아가고 있었다.

2019년 9월 10일. 네 번째 원고 완성.

본문 번역 마칩니다

작자의 후기가 있는데 두 번에 걸쳐 올릴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