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아래층 가게 문이 덜커덕 열리더니 장 씨 아줌마가 들어왔다.
하늘에서 비가 후두둑후두둑 내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계란을 담은작은 대나무 바구니를 들고, 우산을 받고 있었고, 입고 있는 옷은 등과 양 소매가 다 젖어있었다.
장 씨 아줌마는 오늘 첫 번째로 출근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점포 안으로 들어와, 이층에 불이 켜진 것을 보고, 어젯밤 퇴근할 때, 불 끄는 것을 잊었는 줄 알았다.
그녀는 작은 대 바구니를 그대로 들고, 우산도 접지 않은 채, 급히 이층으로 올라와, 하이루오가 큰 양은 대야를 옮기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가 말했다. "아이고, 사장님. 여기 계셨군요. 언제 나오셨어요? 내가 이번에 일찍 온다고 왔는데, 사장님은 나보다 훨씬 빨리 나오셨네요!"
하이루오는 대답하지 않고, 장 씨 아줌마를 보다가 다시 손목시계를 보더니, 말했다. "비 와요?"
장 씨 아줌마는 그제야 계란 바구니를 내려놓고, 우산을 접으며 말했다. "네, 비가 와요. 어제 다리가 쑤시길래 비가 올 거라는 걸 알았어요. 다리가 쑤시면 꼭 비가 오거든요. 일기예보보다 정확해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한밤중엔 비가 내리지 않다가, 날이 밝으면서 내리는 거지요?"
장 씨 아줌마가 말했다. "한밤중엔 자느라고 비가 내렸는지 어쩐지 몰랐어요. 문 열고 나올 때는 많이 내리지 않았는데, 비즈니스 센터 앞에 오니까 비가 커졌어요. 비즈니스 센터 앞 정자에서 어떤 사람이 비를 피하고 있었는데, 이 계란 바구니를 들고 있어서, 나는 그녀가 야채시장에 팔러 가는 걸로 알았어요. 그녀는 우산이 없어서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있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싸게 팔겠냐고 했더니, 어떻게 싸게야 팔겠냐고 하길래, 오십 원(9천 원)에 바구니까지 주고 가라고 했어요. 그 사람이 시큰둥하길래, 할 거냐 말 거냐 하면서 얼른 그녀에게 오십 원을 찔러주고 계란 바구니를 받아 들고 오는 거예요!"
장 씨 아줌마가 신이 나서 말하는데, 하이루오는 머리를 빗고 얼굴을 매만지더니, 아래층으로 내려가 밖으로 나가려고 하였다.
장 씨 아줌마가 말했다. "사장님, 외출하시는데, 이침은 드셨어요? 사장님 얼굴이 수척해 보여요. 밤에 잘 주무시지 못하면 누구나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 거예요. 가게 안에 로션 갖다 놓은 것도 없지 않아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아줌마도 식사 안했으면, 우리 둘이, 요 앞에 있는 콩국 집에 가요."
장 씨 아줌마가 말했다. "콩국이니, 요우티알이니 그런 거 모두 허바오단(荷包蛋: 끓는 물에 익힌 계란)만 못해요. 우리 계란 있어요. 계란을 먹는 게, 더 영양가 있어요. 내가 잘 끓여드릴게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럽시다. 아줌마는 바닥 청소하고, 계란은 내가 끓일게요."
그녀는 계란 바구니를 들고 계단 옆에 있는 칸막이 실로 갔다.
칸막이 실 공기가 약간 답답해서, 그녀는 동쪽 벽의 작은 창을 열었다.
창틈으로 빗방울이 튀어 들어왔는데, 때 마침, 한 사람의 머리가 창 밖에서 비껴 지나갔다.
하이루오는 그가 주차장 관리인인 줄 알고 이 말을 하려고 했다. "비가 내리는데도 쓰레기통 뒤지러 가세요?"
하지만 입 밖으로 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작은 솥의 물이 금세 끓었다. 하이루오는 바구니에서 계란 네 개를 꺼냈다.
그녀는 먼저 한 개를 솥 가생이에 두드려 깨서, 노른자 흰자를 솥에 부었다. 하지만 단번에 나오지 않아서 들여다보니, 계란 안에 검붉은 덩어리가 있었다.
계란이 상했나 보다 하고, 다시 한개를 두드려 깼더니, 안에서 여전히 검붉은 덩어리가 나왔다.
다시 한개를 두드려 깨니 안에 있는 것은 핏 덩이였다.
그녀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장 씨 아줌마, 장 씨 아줌마. 빨리 와 보세요!"
장 씨 아줌마가 들어와 보더니 말했다. "이거 병아리로 부화되던 계란 아니야?!"
그녀는 계란을 판 사람 욕을 하며, 돈을 도로 받아오려고 나가려 했다.
하이루오는 머리가 어찔해져서, 서둘러 남은 계란을 바구니째 쓰레기 통에 버리고, 손을 씻고 가스 불을 껐다.
그러고는 장 씨 아줌마를 만류했다."사람이 고의로 그런 게 아닐 수도 있어요. 집안에서 계란을 잘 못 집어왔을 수도 있지 않아요? 설령 일부러 부화 중인 계란을 가져와 속였다 하더라도, 아줌마에게 팔고 바로 갔겠지, 아줌마가 따지러 올 텐데 그 자리에 그냥 있겠어요?"
그러자 장 씨 아줌마는 이번에는 자신을 심하게 나무랐다.
"내가 눈이 삐었지, 어쩌자고 한 개라도 눈에 비춰보거나 흔들어 보지 않았을까? 그렇게만 했어도 좋은 계란인지 썩은 계란인지 알았을 거 아니야?!"
바로 그때 하이루오는 가게를 나갔다.
가게 밖에는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다.
공중에는 빽빽한 하얀 물줄기가 가득했다.
바람이 다시 불어오자 하얀 물줄기는 이리 기울어졌다 저리 기울어졌다 했다.
온 세상이 마치 겨울날 갈대같이 흔들거렸다.
작은 광장과 이직 차들이 없는 주차장에는 벌써 여기저기 웅덩이가 생겼다.
하이루오는 계란 안에 들어있는 핏덩이를 난생처음 보았다.
그 생명들은 아직 형성되지 않았을 때, 그렇게 징그럽고, 혐오감과 전율을 일으켰다.
장 씨 아줌마가 쫏아 나오며 말했다. "사장님, 죄송해요. 아침은 나가서 사 드실 거죠?"
하이루오가 말했다. "안 먹어요. 난 일이 있어서 나가는 거예요."
장 씨 아줌마가 말했다. "그럼 내 우산이라도 들고 가세요. 이 우산은 낡고 보기도 안 좋지만, 바람을 기리고 비를 막을 수는 있어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나는 차를 운전하고 가니까 우산이 필요 없어요."
장 씨 아줌마가 말했다. "차가 먼데 세워져 있으니, 차까지 가는 동안에라도 비 맞지 않게 들고 가세요!"
하이루오는 우산을 받아, 펴 들고 주차장으로 갔다.
신발이 금세 젖었다.
주차장 관리인이 쓰레기 통 있는 데서 다가왔다.
그는 우비를 입고 있었는데, 빈 플라스틱 병이나 깡통 같은 것을 줍지 않고, 인사했다. "하이루오 사장님, 어디 나가시나 보죠?"
하이루오가 대답했다. "비가 많이 오네요!"
영감이 말했다. "큰 비예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스모그니, 이렇게 큰 비니, 사람이 살 수가 없어요!"
영감이 말했다. "그렇다고 사람이 안 살아요?"
하이루오는 영감에게 할 적당한 말을 찾지 못했다. 영감의 말은 하이루오를 일순간 당황하게 했고, 그녀는 그 자리에 섰다.
영감은 자기가 하이루오를 거스르게 했다는 걸 알고, 급히 말투를 부드럽게 바꾸어 말했다. "헤헤, 어떤 환경에서도 사람은 살지요. 우리 고향 섬서 북부 황토 고원에는 나무도 없어요. 보리와 감자밖에 나는 게 없고, 땅굴 물만 먹고 사는데도, 마을 스물여덟 집, 누구도 손이 끊어진 집이 없고, 여자 애들은 인물이 뛰어나서 큰 호텔 후론트 직원이 된 나람도 다섯 명이나 돼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아, 그렇군요."
그때 휴대폰이 울리기 시자했다.
휴대폰은 바지 왼쪽 주머니에 들어있었다. 그녀는 왼손에 우산을 들고 있었기 때문에 우산을 오른손으로 옮기고, 핸드폰을 꺼내 보았는데 모르는 번호였다.
영감이 말했다. "내가 우산을 받쳐줄 테니 전화받으세요."
전화벨 소리가 마침 꺼졌다.
하이루오는 손을 내저었고, 영감은 갔다.
전화벨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는데, 역시 그 모르는 번호였다.
받아보니, 상대의 어투가 매우 거칠었다.
그는 다짜고짜 왜 전화를 받지 않느냐고 질책했다.
하이루오는 화가 났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그녀가 말했다. "누구세요?"
상대가 말했다. "시 기위(공산당 기율 검사 의원회) 요!"
하이루오는 멍해져서 말했다. "시 기위라고요?! 찰 못 전화하신 거 아니에요?"
상대가 말했다. "당신 짠주오(暂坐: 잠깐 쉬어 간다는 의미) 찻집 사람 아니요? 하이루오라고 하는?"
하이루오가 말했다."네 그래요."
상대가 말했다. "탕인인도 당신네 가게 사람이죠?"
하이루오가 말했다. "샤오 탕일 때문인가요? 그 애가 지금 어떻게 되었어요? 내가 보증하는데, 그 애는 기껏 지사장 밖에 몰라요. 지사장과 시 위원회 서기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알 리도 없어요. 그 애는 기껏 지사장을 도와 심부름을 해줬을 뿐이에요."
상대가 말했다. "그러니 당신 일인 거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내 일이라뇨?!"
상대가 말했다. "오면 바로 알게 될 거요!"
하이루오는 아무 소리도 못 냈다.
상대가 말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듣고 있어요."
상대가 말했다. "당신 왜 내가 직접 찻집에 가서 당신을 찾지 않고 전화로 하는지 그 뜻을 알아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내가 꼭 가야 되나요?"
상대가 말했다. "한 시간 후, 서원 호텔 일층에서 봅시다!"
하이루오는 핸드폰을 껐다.
핸드폰은 수류탄이었고, 다시는 어떤 움직임 소리도 듣고 싶지 않았다.
서있는 곳에서 주차된 차 앞까지는 불과 100미터 거리밖에 되지 않았지만, 하이루오는 멀고 먼 길처럼 느꼈다.
두 개의 바지 통이 전부 젖었고, 신발 속까지 물이 들어가 질컥질컥했다.
그녀는 계속 앞으로 걸어갔는데, 걷기가 너무 힘들고, 너무 피곤했다.
그녀는 결국 차 앞까지 와서, 천천히 우산을 접었다. 굵고 긴 물줄기가 우산 골을 타고 아래로 흘렀다.
하이루오는 그 물이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 아니라 자기 몸에서 짜낸 것이라고 생각했다.
짜낸 것은 모두 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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