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三十三, 주차장의 하이루오 (海若•停车场). 1

성덕대왕 신종 비천상

하이루오는 찻집으로 돌아와 이층으로 올라갔다.

전등을 켜니, 벽에 벽화가 보였고, 벽면 앞에 모셔져 있는 불상이 보였다.

그녀는 묵묵히 불상 앞으로 가서 향을 피우고 가져온 화선지를 자르기 시작했다.

한통이나 되는 네 자 전지를 반으로 잘라 쌓으니 거의 한 뼘 두께가 되었다.

그녀는 첫 장에 "저승에 있는 핑잉에게 보낸다."라는 문구를 썼다.

그러고 나서 큰 양은 대야를 가져다가, 대야 안에서 태우기 시작했다.

한 장, 한 장, 또 한 장, 그녀는 조심조심, 종이를 던져 태웠다.

하이루오는 더 이상 울지 않았고, 시종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속으로 이 소지(烧纸)가 관행에 따른 인쇄된 명폐(冥币  중국인들이 죽은 사람의 저승 가는 노자돈으로 불태우는 가짜 돈)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비록 인쇄된 명폐는 아니지만, 백 원 지폐로 쓰라고 백지를 앞뒤로 두드렸고, 그렇게 하면 저승 노잣돈으로 바뀔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백지를 태웠다.

핑잉은 일생동안 돈이 별로 없었다.

여러 자매 중에서 유독 그녀는 돈에 대해서 거의 아랑곳하지 않았고, 항상 주머니에 돈이 조금 생기면, 붓, 먹, 종이, 벼루(문방사우)를 사거나, 이곳저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핑잉은 그녀가 보내 준 화선지가 저승 돈은 아니지만 만족할 것이다.

불꽃이 솟으니, 마치 대야  속에서 끊임없이 밖을 향하여 꽃송이가 피어나는 것 같았다.

그때 하이루오는 기이한 광경을 보았다.

대야 안에서 선홍색 꽃들이 피어나고 있을 때, 대야 주위는 모두 남색이 되었다. 남색 빛줄기가 네 면의 벽과 바닥에 비추었고, 파도처럼 출렁댔다.

이것은 하나의 숙명일까? 핑잉은 생전에 남색을 좋아했다.

그녀가 갖고 있는 많은 옷들이 모두 남색이었고, 신발도 남색, 핸드백도 남색, 몰고 다니던 차도 남색이었다.

그녀는 최후에, 역시 남색 하늘과 남색 바다에 갔다.

화선지를 다 태우고 나니, 이층은 연기로 덮였다.

하이루오가 한쪽 창을 열자 연기가 창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방안에는 오직 남색의 흐름만 형성되었다.

흐름의 기원은 나한대 뒤의 벽화였다. 점점 연기가 희박해지자  벽화에 있는 비천상이 천계(天界)에서 급히 내려온 것 같아 보였다.

그 순간 하이루오는 황홀했고, 제일 꼭대기에 있는 비천상이 핑잉 같다고 생각했다.

그 비천상은 제일 삐쩍 말랐는데, 핑잉 역시 자매들 중 제일 말랐다.

또 그 비천상의 눈은 실눈을 하고 있었는데, 핑잉 역시 눈이 작았고 웃을 때면 늘 실눈이 되었다.

전에는 이런 느낌이 없었는데, 오늘 밤에는 어떻게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을까? 설마 이 모든 것이 하늘의 뜻이고 하늘의 비밀이었을까?!

자세히 보니, 그 비천상은 가슴 앞에 두 손으로 꽃 한 다발을 들고 있었는데, 왜 하필이면 명치 부분일까?

핑잉은 몸이 계속 좋지 않았다. 위통(胃疼)이라 걸핏하면 손으로 명치를 가렸다.

하이루오는 또 울음을 참기 힘들었다. 그녀는 콧물을 삼키며, 머리를 쳐들고 천정을 보았고, 그렇게 하니 조금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녀는 탁자  앞에 앉아, 손 가는 대로 경서(经书)를 뒤척였다.

이 경서들은 모두 그녀가 오사장네  불당에서 가져온 것으로, 이층에 놓아두고 자매들 중 누구라도 보고 싶으면 빌려 갔다가 읽고 나서 다시 갖다 놓았다.

하이루오는 한 권을 펼쳤는데, 핑잉과 왕지가 벽화를 그리러 왔을 때, 빌려갔다가 도로 가져온 <묘법연화경>이었다.

안에는 뜻밖에 종이가 한 장 끼어 있었고, 종이에 빽빽하게 글이 쓰여 있었다.

책을 읽을 때, 다른 사람이 이 책이 어떤 책이라고 말하는 것을 믿지 마라. 그보다는 네 스스로 이 책이 어떤 과정을  쓴 것인지, 무엇을 어떻게 썼는지 알아야 한다.

우리는 현재 너무 많은 겉치레와 명분을 내세우며 속으로는 악착같이 먹고살 궁리를 한다.

고통이란 무엇인가? 욕망이 좌절과 실패를 만나는 것이 바로 고통인가? 그럴 때 너에게 꼭 필요한 것이 사랑이다. 사랑이 있으면 고통이 장애가 되지 않는다. 사랑은 고통과 교류하게 하고, 너의 욕망을 인식하게 하여, 천천히 너의 욕망을 끝내게 한다.

고난을 확인하고 받아들여라. 그러고 나서 고난의 성질을 깊이 이해하여 그것을 바꾸어라. 좌선을 수련하고, 선(禅)을 행하라. 호흡에 전념하고, 부복(엎드림)에 전념하라. 모든 것을 긴장을 풀고 기다려라.

이 모든 것이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서이다.

절박하게 다른 사람을 뒤쫏으며, 남이 비호해 주기를 바라지 마라. 이런 비호는 나중에 너에게 어둠과 궤멸을 가져다준다.

너는 많은 생활을 경험했기 때문에, 생활의 모든 단계를 경험했다. 예를 들어 부자와 가난뱅이, 성공과 실패, 득의와 낙담, 이런 것들이 너에게 생활을 알게 하고, 더 좋은 생활을 하게 해 준다.

행복은 지위, 명망, 권력, 금전같이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어떤 의뢰도 존재할 수 없는 상태이다. 의뢰할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두려움이 될 것이다.

행복은  자유로움에 있고, 자유로움 가운데 인식되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혼란도 아니고  곤혹도 아니다.

 

욕망이 없다면 바로 신(神)이요, 천사다.

욕망은 자기를 독특하게 살게 하고, 삶은  여러 가지 색의 꽃이 된다.

그게 바로 정상인이고 보통 사람이다.

만약 나의 예지가 굳게 잠기고, 협소하며, 한정된다면, 그건 다른 사람도 갖고 있는 똑같은 형편이다.

생활은 각종 관계이고, 관계의 과정인데 그것은 다른 사람과 두 사람 혹은 열사람과, 그리고 사회와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공동으로 대면해야 한다.

병마용은 채색되어 있었다. 하지만 파내는 순간 퇴색되어 단순한 진흙 인형이 되어 버렸다.

이 세상도 퇴색하고 있다. 사람도 퇴색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사물에 대한 경탄, 일을 하는 정열, 노인에 대한 존경, 어린아이에 대한 보살핌과 사랑의 낭만 같은 것 들이다.

현재는 과학 기술이 바로 신(神) 아닌가? 바로 종교 아닌가?

스모그가 이렇게 심한데, 정신 오염은 원한, 편집, 탐욕, 질투, 내지 권력, 재산, 지위, 명성에 대한 획득과  추구 같은 것이다.

모든 전진은 언제나 일종의 탐색과 추궁이 아닌가,

닭 울음소리 들은 지 오래나 , 그 사이에 이끼는 길게 자랐다.

이것은 분명 핑잉이 책을 읽고 쓴 글이다.

하이루오는 어떤 것이 경서나 명저 가운데 혹은 어떤 철학 명언에서 직접 따온 것이고 어떤 것이 그녀가 책을 읽었을 때의 느낌인지 알 수 없었다.

모든 글은 번쩍, 밝은 빛을 던지는 것 같았고, 다리가 달렸을 리 없는데, 그녀의 가슴으로 걸어 들어왔으며, 그녀의 뇌리에 걸어 들어왔다.

하이루오는 감동한 나머지 자기가 이전에 핑잉을 경시했다는 것을 깊이 느꼈다.

핑잉은 사실 자신보다 독서가 훨씬 풍부했고, 사고가 훨씬 깊었다.

알고 보니 자기가 제 딴에 옳다고 인식하고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천박하고 심지어 틀리기도 했다.

그녀는 이 예사롭지 않은 종이가 어떻게 경서에 끼워져 있는지 궁금했다

일부러 꽂아 놓았을까? 아니면 모르고 그냥 꽂아 놓은 것일까?

뜻밖에 이런 중요한 밤, 중요한 시간에 그녀가 들척여 보게 하려고 그렀을까?!

하이루오는 탁자  위에 엎드려 계속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것은 마치 신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