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은 자기들의 방안에 흡족해했다.
하이루오는 기분이 좋아서 "너희 둘에게 좋은 차를 대접하겠다"라고 하며, 종이 포장에 운남다익칠자(云南大益七子)라고 쓰인 차병(茶饼: 차를 원형으로 만들어 굳힌 것)을 꺼내더니, 우리려고 했다.
루이커가 입이 찌푸려지면서 말했다. "애개, 기껏 다익칠자 차야?!"
하이루오가 말했다. "이건 배추야. 넌 그것도 몰라?"
위번온이 말했다. "배추라고? 채소 잎이란 말이야?"
하이루오가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 "고집 센 나귀와 게으른 말이 좋은 안장을 모른다더니, 내가 오늘 루이커와 위번온 너희에게 차에 대한 교육 좀 시켜야겠다.
운남다익칠자에서 왜 칠자(七子)라고 하는 줄 아니? 한번 만들 때 차병(차떡) 일곱 개를 만들고, 차떡 하나가 칠 량(两: 중국의 형량 단위, 보통 37g 상당)이야. 그것들은 일반적으로 옛 차나무 산지의 이름을 따서, 예를 들어 반장에서 나오는 차는 반장차라 하고, 만전에서 나오는 차는 만전차라고 하지. 거기다 십 년 이상 오래된 차는 포장지 도안의 색깔로 부르기도 하는데, 자(紫) 색이면 자다익, 홍색이면 홍다익, 녹색이면 녹다익이라고 해. 연대가 가장 오래되고, 맛이 최고라고 공인된, 시중 에서 가격이 제일 비싼 것이 포장지에 배추가 그려진 건데, 그걸 배추라고 하는 거야."
루이커와 위번온이 감탄하며 말을 이었다. " 많이 배웠네. 우리 언니 대단해! 우린 대추를 공짜로 얻어먹으면서 대추씨가 크다고 불평한 셈이고, 멀쩡한 사람에게 죄를 덮어 씌운 격이야. 눈먼 개가 신선을 물어버린 꼴이지!"
하이루오가 나무랐다. "너희가 언제나 고급스러운 맛을 알려나?!"
차를 다섯 번 우려 마시자, 세 사람 모두 몸에서 땀이 났고, 뺨이 볼그스레해졌다.
위번온이 말했다. "차가 정말 좋은 차인가 봐. 바로 오줌이 나오는 길 보니."
그녀는 일어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위빈온이 화장실에서 나오며 하늘을 보니 이미 저녁이 되어있었다.
샤오 쩐, 샤오 황, 가오원라이와 장 씨 아줌마가 커튼을 닫고, 의자, 탁자, 긴 의자들을 정리하며, 문을 닫고 퇴근할 준비를 하고있있다.
그녀는 갑자기 어떤 생각이 나서 샤오 쩐에게 물었다. "샤오 쑤는 늙은 마나님 댁에 있니?"
샤오 쩐이 말했다. "네. 거기 있어요. 언니, 무슨 시키실 일이 있어요?"
위번온이 말했다. "내가 그 애한테 전화할게."
그녀는 그 자리에서 휴대폰으로 샤오 쑤에게 알렸다. 내일 그녀들이 시아즈화의 묘지를 선택하러 가는데, 때가 되면 묘비에 새겨 놓으려 하니, 이광선생님이 쓴 만련을 찾아놓으라고 했다.
샤오 쑤가 대답하기를 그녀는 그 만련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녀는 '그날 하이루오 언니가 남아서 집을 보라고 했지만, 시아즈화 언니가 생전에 잘 대해주었던 걸 생각하고, 장례식에 꼭 가겠다고 했고, 하이루오 언니는 대신 장씨 아줌마에게 남아서 집을 보라고 했다. 장씨 아줌마가 만련을 어디에 치워 놓았는지는 모른다'라고 했다.
위번온은 바로 장 씨아줌마를 불러서 물었다. "늙은 마나님 댁에서 출상 하던날, 이광 신생님 글씨를 어디에 치워놓았어요?"
장씨 아줌마가 말했다. "글씨라뇨? 무슨 글씨요?"
위번온이 말했다. "빈소에 붙여놓았던 그 만련 말이에요."
장 씨 아줌마가 말했다. "태워버렸는데요."
위번온이 말했다. "태웠다고요? 방금 태웠다고 했어요? 이 선생님의 만련이 얼마나 진귀한 건데... 당연히 아이에게 물려주어서 엄마를 회상하게 해야 하는 데... 그 애 엄마가 생전에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었는지 알게 해줘야 하는데, 그리고 시아즈화의 묘비에 만련을 새겨 놓을 건데! 아줌마, 어떻게 그걸 태울 수 있어요?!"
장 씨 아줌마가 말했다. "우리 고향에서는 언제나 관이 나가면, 빈소에 있던 것들을 하나도 남겨두지 않아요."
위번온이 말했다. "여긴 도시예요. 도시! 그건 태우면 안 되는 거예요. 이선생님 글씨, 한 폭 값이 십만 원(19백만 원)인 거 알아요?"
장 씨 이줌마는 순간 혀가 굳어져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어, 어. 아무도 내게 분부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녀는 겁이 나서 울기 시작했다.
위번온은 화가 나서, 식식거리며 이층으로 올라왔다.
그녀가 하이루오와 루이커에게 장씨 아줌마가 만련을 태운 일을 말하자, 그녀들은 모두 얼굴색이 하얗게 변했다.
위번온이 말했다. "이런 무식한! 언니는 어떻게 저런 종업원을 뒀어?"
하이루오는 끙끙 앓는 소리를 내다가 말했다. "장 씨 아줌마는 시골 사람이야. 무식한 건 맞아. 아들이 여기서 거주지를 속이고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아줌마가 데리고 있는 거야. 아들이 대학에 들어가면 원래 본적지 고향으로 돌아갈 거야. 방세를 한꺼번에 선불했기 때문에 집주인도 나가라고 못해. 겨우 거주지가 생겨서 임시 일자리를 찾다가 우리 찻집에 왔지."
이때, 장 씨 아줌마가 소리 내어 울면서 이층으로 올라오더니, 하이루오에게 잘 못했다고 하면서 '십만 원이나 되는 돈을 물어낼 수 없다'며, 자기 손으로 자기 얼굴을 마구 때렸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물어내기는 무슨! 어차피 태운건 태운 거야. 시아즈화도 아마 이광 선생님이 그 대련을 써준 걸 기뻐하고, 어둠의 세계를 거쳐 가면서, 아줌마에게 그걸 태우게 해서 가지고 갔을 거예요. 괜찮아요. 괜찮아."
그녀는 장 씨 아줌마에게 걱정 말라고 하며 안심시켰다.
위번온이 말했다. "말이야 그렇게 할 수 있지만, 묘비에 새기는 건 어쩔 거야?"
하이루오가 말했다. "이광 선생님에게 다시 하나 써 달래야지 뭐."
위번온이 말했다. "그런다고 써줄까? 이건 언니나 루이커가 가서 부탁해야 될 거야."
루이커가 말했다. "좋아, 좋아. 너는 우리에게 묘지 구역 결정할 책임을 지라고 하더니, 나한테는 글씨 구해오는 것까지 책임지라고 하는구나."
가게 사람들이 퇴근하자, 하이루오는 루이커와 위번온에게 밥을 먹고 가라고 하였다.
루이커와 위번온이 모두 말했다. "다이어트하는 중이라 저녁은 안 먹어. 계속 차나 마실께."
하이루오도 먹지 않고 다시 주전자에 "배추"를 우렸다.
차를 마시다 보니 밤이 깊어갔다.
루이커와 위번온은 간다고 했고, 하이루오는 그녀들이 찻집에서 나가는 것을 배웅했다.
이층으로 되돌아오자, 하이루오는 피곤함을 느꼈다.
그녀는 집에 갈 준비를 하지 않고, 가게에서 자기로 했다.
그녀는 우선 나한대를 정리하고, 불상 앞에 향 한대를 피웠다.
그녀는 이들과 영상통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옷을 입은 채 침대에 누웠다.
얼마나 오랜만인가? 그녀는 바쁜 나머지 하이통(海童)에게 전화하지 못했고, 하이통 역시 그녀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아들이 소학교에 들어갔을 때, 저녁에 그녀가 찻집에 있으면, 그 애가 바빴다. 혼자 집에서 숙제를 한다며, 세 번, 네 번 전화를 했다. 전화로 '언제 오느냐' 물었고, 말끝마다 "엄마, 엄마"가 붙었다. 그 애는 엄마 소리를 많이 하느라고 혀가 잘 돌아가지 않아 말까지 더듬었다. 또 통화가 끝날 때 쯤되면, 몇 번이나 연속해서 뽀뽀하는 소리를 냈다.
지금은 아들이 다 커서, 송금을 재촉할 때 빼놓고는, 그녀가 전화를 하지 않으면, 절대 자기가 먼저 전화를 하지 않았다.
하이루오는 허공을 향해 쓴웃음을 지었다.
이때 휴대폰이 울렸다. 그녀는 이렇게 늦은 시간에는 누가 전화를 했어도 받지 않으려고 하다가, 다시 생각했다.
그럴리 없지만, 텔레파시가 통해서 하이통이 전화했을까?!
휴대폰을 보니, 샤오 쑤의 전화여서 그녀는 바로 받았다.
샤오 쑤는 하이루오에게 '자고 있었느냐 , 전화 소리에 잠을 깨었냐'라고 물었다.
하이루오는 자지 않았다고 하며, 지금 찻집에 있는데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샤오 쑤는 무슨 일이 생기긴 생겼는데, 원래 내일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너무 걱정이 되어 내일까지 내버려 둘 수 없어서 전화한다고 했다.
하이루오는 '그럼 말해보라고 하면서, 말하고 빨리 자라'고 했다.
그러자 샤오 쑤는 이 일은 전화로 말할 수 없다면서, 분명하게 말하지 않고, 자기가 갈 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하이루오는 아들과 영상통화 하려던 생각이 싹 없어졌다.
그녀는 자러 가지 않고, 거기 그대로 앉아서 기다렸다.
향이 반쯤 탔을 때, 그녀는 마음이 매우 심란했다.
샤오 쑤는 평소에 그녀에게 전화한 적이 없었다.
무슨 일이 생겼을까? 늙은 마나님이 집에서 너무 슬퍼하다가 몸에 문제가 생겼을까? 시아레이가 떼를 쓰며 울고불고할까? 그렇지 않으면 샤오 쑤가 거기서 늙은 마나님과 시아레이와 어긋나서 앞으로 더이상 같이 있지 못하겠다고 하는 걸까?
샤오 쑤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서 하이루오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가게 문을 열었다.
그녀는 문 입구에서, 공원 앞 거리를 두리번거리면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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