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이 여러 날 계속되었다.
스모그는 훨씬 더 심해져서, 하늘이 지면에 바싹 붙어있는 것 같았다.
오후 두 시인데도 작은 광장에는 긴 채찍을 휘두르며 체력 단련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채찍은 족히 4~5 미터는 되어 보였고, "팍, 파박" 소리가 울렸다.
그것은 채찍이 울리는 소리가 아니라, 하늘이 아프다고 소리 지르는 것 같았다.
간행물 판매대 부근에 도시로 막노동 일을 구하러 온 농민들 한 떼가 모여들었다.
그들은 해머, 긴 톱, 전기 드릴, 흙손과 벽칠 롤러 같은 것을 메거나, 발 앞에 놓고 있었는데, 한참이 지나도록 일꾼을 찾는 고용주가 데려가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긴 채찍 휘두르는 사람들을 쓸데없이 힘써서 뭐햐냐고 비웃으면서, 한편으론 각종 먹을 것을 입에 쑤셔 넣었다.
이들은 일거리가 없을 때, 별의별 말을 다 지껄이며 괜히 서로 시비를 걸었다.
한 사람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기름 떡을 먹었는데, 기름을 또 마셔야 하려나?"
한 사람이 말했다. "난 기름이기만 하면 거기 데어 죽어도 좋겠어."
바로 이때, 루이커와 위번온이 묘지 구역에 직접 가 보고 돌아와, 찻집에 차를 마시러 왔다.
하이루오는 없었고, 위번온은 차를 한잔 마시더니 먼저 갔다.
루이커는 이와를 불러 그녀와 같이 이광에게 글씨를 써 달래러 가자고 했다.
마침 신치도 가게에 있었는데, 자기도 따라가겠다고 했다.
세 사람은 함께 문을 나섰다.
이광은 점심을 먹고 나면 꼭 한잠을 잤다.
그가 침대에서 막 일어나는데 환보셩이 왔다.
환보셩은 "진주(秦酒: 진나라 술)"라는 술의 출시 발표회에 참석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참석 조건으로 이십만원(삼천 팔백만원)을 주겠으니, 술에 대한 글을 하나 써주고, 발표회 현장에서 서예작품을 한폭 써 달라고 했다.
이광은 동의하지 않았고, 환보셩은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말이 길어지자 두 사람 모두 말이 거칠어졌다.
루이커네들이 들어가자 이광이 말했다. "아이고 웬일이야? 잘 왔어!"
그가 그녀들을 반갑게 맞아주면서, 담배도 꺼내고, 과일도 씻고 하니까 환보셩은 뻘쭘해서 한편에 서 있었다.
루이커는 담배를 피우지도, 과일을 들지도 않았고, 바로 시아즈화에게 만련을 다시 써줘야 하게 된 일을 말했다.
이광은 거절하지 않고, 바로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이와는 바나나 두 개를 집어, 한 개는 신치에게 주고 한개는 자기가 껍질을 벗겨 입에 넣었다.
그러면서 말했다. "루이커 언니는 참 안면도 넓어요!"
루이커가 말했다. "이건 내가 아니라 시아드화가 써주게 한 거야."
이때 환보셩이 손을 들고 자기 얼굴을 때렸다.
루이커가 말했다. " 왜 그러는 거예요?"
환보셩이 말했다. "나도 여자로 태어났어야 되는 건데!"
이광이 계단을 올라가다가 말고, 고개를 돌려 말했다. "내가 여자를 중시하고 친구를 경시해서 그러는 게 아니야. 일하는데 원칙을 지키려고 그러는 거지."
환보셩이 말했다. "이렇게 하자고. 글은 쓰지 마. 대 작가께서 광고성 글을 쓰면 안되지. 당신은 그저 출석만 하고, 글씨나 한폭 써주는 걸로 하자구.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을 거야. 차로 모셔오고, 모셔다 주고 할 거니까."
이광이 말했다. "이건 완전 영업활동이야. 그 사람들이 보나 마나 이걸 대대적으로 선전할 텐데, 진상을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수십만 원에서 백만 원이라도 돈을 받아먹은 줄 알 거 아니야?"
환보셩이 말했다. "출장비가 좀 적긴하지만, 사장도 이제 갓 창업한데다가, 당신 말고도 시에서 유명인사를 다수 초청했는데 그들에게 주는 사례비는 기껏 오만에서 십만이야. 당신에게 주는 사례비가 제일 높아. 이렇게 하면 어떨까? 당신이 가서 여러 폭의 글씨를 쓴다면, 당신 기준 가격 수준에 맞춰 사례비를 주는 걸로 방법을 바꾸는 건 어때?"
이광이 말했다. "내 서예 작품은 그 자체가 바로 돈이야!"
환보셩이 말했다. "아무도 사는 사람이 없으면, 그냥 종이지 뭐!"
이광은 홱 돌아서서 계단을 올라갔다.
환보셩이 말했다. "아참! 당신에게 해줄 말을 잊을 뻔했군. 인터넷에 글이 하나 올라왔는데 당신도 봤는지 모르겠군."
이광이 다시 멈춰 서서 말했다. "무슨 글인데?"
환보셩이 말했다. "당신은 작가면서도 글씨를 판다는 거야. 그건 서예가의 밥그릇을 뺐는 거래."
이광이 말했다. "옛날에는 글씨 쓸 줄 아는 사람은 모두 문인이었어. 거기 전문 서예가가 어디 있어? 그 작자들이 오히려 내 접시에서 반찬을 주워 먹는 거지!"
환보셩이 말했다. "그건 부러움, 질투, 원한이야. 부러움이 질투로 변하게 되면, 그런 사람들은 심리가 불안정해져 그것이 원한으로 발전하게 되고, 어떤 상해라도 다 저지를 수 있는 거야."
이광이 말했다. "세상에 상과 벌이 없다면, 오직 인과응보 밖에 안 남는다고 하는데, 그럼 그들보고 나를 위해 다 폐업하라고 해야겠네."
환보셩이 말했다. "당신이 반격하는 글을 하나 썼으면 좋겠어."
이광은 계단에서 다시 아래로 내려왔다.
다락방에서, 루이커가 화선지를 자르고 있는데 이와가 말했다. "루이커 언니와 환선생은 잘 아는 사이예요?"
루이커가 말했다. "그냥 아는 사이야."
이와가 말했다. "그와 자주 만나는 사이는 아니죠?"
루이커가 말했다. "별 볼일 없는 관계야."
이와가 말했다. "그는 언제나 이광 선생님을 이용해서 이익을 보려고 하는 것 같아요."
루이커가 말했다. "큰 동물의 몸에는 언제나 기생충이 붙어있기 마련이지."
계단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광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거센 바람은 큰 나무를 뽑을 수 있지만, 작은 풀을 꺾을 수 없고,
호미로 잡초를 없앨 수 있지만, 큰 나무를 자를 수는 없다.
호언장담은 작은 분별을 헤아리지 않으며, 잔머리를 굴려서 대도(大道)를 추구할 수는 없다."
환보셩이 말했다. "이 고문(古文)은 당신이 설명해 줘야 할 것 같은데."
이광이 말했다. "나는 분명히 쓰지 않을 거야."
환보셩이 말했다. "그럼 내가 한편 쓰지 뭐."
이광이 말했다. "당신이 써."
환보셩이 말했다. "발표회 참석하는 건 동의하는 거지?"
두 사람이 올라왔으나, 아무 말이 없었다.
루이커, 이와, 신치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이광은 만련을 쓰기 시작했는데, 전에 썼던 내용을 되풀이하며 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글귀가 바로 떠오르지 않아 물었다. "묘비에 조각할 거라고 했는데, 묘지는 선택했어?"
루이커가 말했다.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 오늘 오전에 제가 위번온과 같이 세 군데 묘역을 모두 돌아보았는데, 경어구(鯨鱼沟: 고래 골짜기)는 풍경은 좋지만, 길이 너무 좁아요. 소문에는 매년 청명절마다 제서 지내러 오는 사람이 많아서 차가 많이 막힌다고 그래요.
백록파(白鹿坡: 흰 사슴 언덕) 역시 시에서 비교적 먼데, 주변환경이 별로였어요. 서봉산(栖风山: 봉황이 깃든 산)은 활발한 지역으로, 나와 위번온 모두 맘에 들었지만, 팔려고 내놓은 사람이 없었어요."
이광이 말했다. "뭣 때문에 내놓지 않을까? 환선생이 거기 아는 사람이 있다던데."
환보셩이 말했다. "거기 아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거기 관리소에 있는 사람과 잘 알아요."
이 말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이광이 말했다. "귀신이야, 귀신. 당신과 친한 사람이 거기 꽤 많이 죽어있다는 게 아니고, 모두 거기서 장례와 관계된 사람이란 거지?"
환보셩이 말했다."그렇긴 그래."
루이커가 말했다. "환 선생님이 연락 한번 해 주실래요?"
환보셩이 말했다. "그런데 당신들 중 누가 세상을 떠난 거요?"
루이커가 말했다. "한 자매예요."
환보셩이 말했다. "당신 자매들 중 한 사람인데, 내가 모르는 사람인가 보죠? 난 계속 언젠가는 당신 자매들을 모두 알아야겠다고 말해왔는데, 지금 유감스럽게도 한 사람이 줄었네요! 이 일은 내가 꼭 도울게요. 며칠 있다가, 내가 그쪽에 연락해서 당신들이 갈 거라고 통지할게요."
루이커가 말했다. "며칠 기다릴게 뭐 있어요? 오늘이라도 시간이 되면 우리 같이 갑시다. 빨리 묘소를 정해서 매장해야죠. 죽은 사람은 흙에 들어가야 편해진다고 하잖아요?"
환보셩이 말했다. "오늘은 이광 선생님과 말할 게 있어요!"
이광이 말했다. "더 할 말이 뭐 있어?!"
환보셩은 손뼉을 한번 치고, 말했다. "우리 바로 결정합시다."
그는 루이커에게 말했다. "좋습니다. 우리 함께 갑시다!"
루이커가 말했다. "고맙습니다. 환선생님. 저녁때 돌아와서 제가 밥 살게요."
환보셩이 말했다. "오늘 저녁은 잉리호우, 샹치위와 약속이 있어요."
루이커가 말했다. "잘 나가시네요! 그럼 모두 함께 식사하죠 뭐."
이광이 붓을 들고 써 내려갔다.
"나는 느낀다. 다시 태어나는 밝은 빛과 열반의 숭엄한 소리를.
나는 탄식한다. 반생을 살고 죽은 오동나무 두 구루와 날다가 가라앉은 두 자루의 검(剑: 칼)을."
루이커가 보더니 말했다. "대련의 전편은 알겠는데, 후편의 오동나무 두 구루와 두 자루의 검은 무얼 가리키는 건가요?"
이광이 말했다. "시아즈화, 그녀는 알아."
모두들 궁금해서 이광을 바라보았으나, 이광은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대련을 잘 접어서 종이봉투에 담았다.
루이커는 이와를 시켜, 쓰이난에게전화를 걸어, 위번온네 식당에는 일이 있어서 못 가니, 빨리 이리로 와서 함께 서봉산 묘지를 보러 가자고 하였다.
환보셩이 말했다. "쓰이난도 함께 가나요?"
루이커가 말했다. "환선생도 쓰이난을 아나요?"
환선생이 말했다. "들은 적 있어요. 만나보고 싶네요."
'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카테고리의 다른 글
二十九, 훠궈점의 루이커(陆以可•火锅店). 3 (1) | 2024.09.17 |
---|---|
二十九, 훠궈점의 루이커(陆以可•火锅店). 2 (1) | 2024.09.13 |
二十八, 찻집의 샤오 쑤 (小苏•茶庄). 3 (5) | 2024.09.06 |
二十八, 찻집의 샤오 쑤 (小苏•茶庄). 2 (10) | 2024.09.02 |
二十八, 찻집의 샤오 쑤 (小苏•茶庄). 1 (1) | 2024.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