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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二十六, 병원의 사이즈화(夏自花•医院). 1

 

일기예보는 비가 온다고 했다.

하지만 비는 몇 방울 떨어졌을 뿐이고, 소리만 요란했다.

빗방울은 땅을 때리고 튀어 올라 동전 크기만 한 습기가 되었다.

그것은 마치 빗방울이 일부러 와서 떨어져 죽은 것 같았다.

다시 태양이 생겨난 것 같았는데, 태양은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스모그만 밝게 빛나게 하기 시작했고, 점점 밝아질수록 사람들이 보기에 일종의 오렌지색 공기 같아 보였다.

거리엔 여전히 차가 막혔다. 교통규칙에 크랙션에 대해 나와 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역시 크랙션 소리는 요란했다.

한 사람이 울리면, 하품이 전염되듯 십여 개의 크랙션이 일제히 울렸다. 소리가 나면 바로 옆에서 잇달아 소리를 냈다.

그 원인은 앞쪽에 있는 고가 차도 때문이었다. 차도로 올라가는 길 입구는 너무 붐볐는데, 세 줄로 있어야 되는 차들이 현재 다섯 줄로 변해서 거기서는 행여 늦을세라 앞을 다투었다.

빨간 차 한 대가 잠깐 머뭇거리다가 다른 차가 끼어들었다.

뒤이어 바짝 붙어서 한대 또 한 대, 그 바람에 꼼짝도 못 하게 되었고, 그 차 뒤에 서 크랙션 소리만 자지러지게 된 것이다.

결국 뒤에 있던 차들이  흐름에 끼어들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그 빨간 차는 여전히 거기 서있었다. 운전하는 사람은 여자였다. 보아하니 어느 부자가 그녀에게 차를 선물한 것 같았다. 뒤차 운전자는 멸시하는 듯 침을 내뱉었다.

또다시 차 한 대가 끼어들어왔는데, 뒷창문이 열리며, 개 머리가 쑥 나왔다. 사피견(沙皮: 중국 광둥 성 대리진의 명견)의 머리였다. 그 개는 성질이 좋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거리의 난폭자는 아니어서, 한가로이 차도 꼭대기의 가로등 기둥을 보고 있었다. 가로등 기둥에는 광고판이 걸려 있었다. 운전기사는 이 거리의 가로등 기둥  모두에 광고판이 걸려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건 시에서 경제무역협의회를 개최한다는 광고였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언제나 경제무역 협의회가 열리는데, 신문과 TV에서는 모두 이번에 수백수천억의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선전했다.

"흥, 만약 정말 그랬다면, 어떻게 서경에서 십몇 년 동안 인민폐가 씨가 마를 수 있느냐? 또 공공시설은 형편없이 낙후되고, 교통은 꽉 막혀있지 않느냐?"

하이루오는 은행에 가서 하이통에게 수 천 원의 돈을 송금한 다음 잉리호우, 옌니엔추, 왕 원장과 함께 어느 일식집에서 식사를 했다.

그녀가 일 얘기를 막 끝냈을 때, 그녀는 쓰이난의 전화를 받았다.

쓰이난은 시아즈 화의 임종이 가까웠다고 말했다.

하이루외, 잉리호우, 옌니엔추는 젓가락을 놓고, 바로 차를 몰고 병원으로 갔다.

처음에는 세 대의 차가 바짝 붙어서 갔는데, 차들의 물결이 끼어들고, 급히 꺾고 하다 보니 나중에는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꽉 막힌 교통 정체를 만나,잉리호우와 옌니엔추가 그 속에 갇혀 꼼짝도 못 하고 있는 사이에, 하이루오는 유턴을 하여, 근처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차가 아직 골목에서 빠져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차가 갑자기 시동이 꺼졌다. 그녀가 두 번 세 번 시동을 걸어 보았으나 시동은 걸리지 않았다.

하이루오가 욕을 내뱉었다. "이런 똥차 같으니. 너 이제 죽었나?!"

이 독일제 아우디차는 벌써 운전한 지 십 년이 넘었고, 바꿀 때도 되었다. 하이루오도 시리수이에게 여러 번 차를 새로 한대 장만하겠다고 말해오던 끝이다. 이 낡은 차는 비록 잔 고장이 그치지 않았지만, 결코 큰 고장은 나지 않았다.

그런데 당연히 나지 말아야 할 골치 아픈 일이, 하필 이때 터진 것이다.하이루오는 다급한 나머지 눈에서 불이 번쩍 났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냉정해지려고 애썼다. 그녀는 '이 차에게 욕을 할게 아니라 오히려 좋은 말을 해야 된다'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운전대를 두드리며 말했다. "야. 야. 너 나를 위해 힘 한번 써봐 줘라. 나도 네 나이가 많은 걸 알지만, 고쳐가면서 쓰는 거지, 내가 널 포기할 리 있겠니? 다시 한번 노력해 봐라. 우린 빨리 병원에 가야 해. 시아즈화가 기다린단 말이야!"

다시 시동을 걸자, 뜻밖에도 시동이 걸렸다.

하이루오는 오는 내내 차에 대해 좋은 말을 되풀이하여 중얼거렸다. 다시  수리점에 가서 점검하고, 수리도 해주고, 거기다 시리수이네 점포에 가서 예쁘게 꾸며주겠다고도 했다.

병원에 도착해 보니 잉리호우와 옌니엔추 모두 아직 오지 않았다.

병원 안에서는 쓰이난이 복도에서 늙은 마나님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마나님은 하이루오를 보자 울음을 터뜨렸다.

쓰이난이 하이루오에게 말하기를, 그녀는 쉬치와 교대했는데, 오니까 왜 그런지 모르지만 늙은 마나님과 시아레이가 각별히 맞아주더라고 했다. 이상했던 것이 또 있었는데  시아레이가 계속 울고불고 난리를 피우면서, 누가 주의를 돌리려고 시끄럽게 해도 응하지 않다가, 쉬치가 영화를 보러 데려간다고 하니까 시아레이가 울음을 뚝 그치고 쉬치를 따라갔다고 했다.

그들이 가고 나자, 의사가 바로 시아즈화가 임종이 가까웠다고 통지했는데, 뇌는 이미 죽었고, 호흡만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부착해 놓은 산소 호흡기를 언제 뽑을지 가족들에게 물으려고 한다고 했다.

늙은 마나님은 바로 혼절했고 한참만에 겨우 깨어났다고 했다.

하이루오는 그러냐고 하고는 바로 의사를 만나러 가서, 한참 있다가 나오더니, 쓰이난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우리 자매들과 언제 호흡기를 뗄지 의논해야 되니, 휴대폰으로 자매들에게 통지해라."

이때 잉리호우와 옌니엔추가 막 도착했다.

하이루오가 상황을 설명하자, 잉리호우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녀의 이 울음은 늙은  마나님의 목구멍에  걱걱하는 울림을 주었고, 몸이 아래로 비틀거리게 했다. 쓰이난이 부축해 안으려 했으나  쉽게 안을 수 없었다. 그녀가 얼른 간호사에게 소리쳐서 도와달라고 하자, 간호사는 빈 병실을 열고, 마나님이 들어가 눕게 했다.

옌니엔추가 중환자실 문을 두드렸더니 문틈이 조금 열렸다.

그녀는 안에 있는 간호사에게, 가족들이 환자를 보러 들어가도 되느냐 묻자 바로 문이 닫혔다.

옌니엔추가 오자, 루이커, 시리수이, 샹치위, 위번온이 도착했는데 벌써 눈물범벅이 되어있었다.

옌니엔추가 말했다. "사람이 이지경이 되었는데, 보지도 못하게 하고, 이런 게 무슨 인도주의야?!"

하이루오가 그녀를 제지하며 말했다. "호흡기를 아직 떼지 않았으니  아직도 그들 환자야."

그러면서 물었다. "모두 다 왔어?"

루이커가 말했다. "쉬치는?"

쓰이난이 말했다. "내가 그 애와 순서를 바꿨어. 그 애는 지금 시아레이를 데리고 나갔어."

루이커가 말했다. "하이루오 언니. 이광선생에게도 알려야 하지 않을까? 찻집의 샤오 쩐, 샤오 쑤, 샤오 황, 샤오 가오도 오라고 해야지."

하이루오가 말했다. "네가 그들에게 전화해라."

하이루오가 일을 배분하기 시작했다. "시리수이와 옌니엔추는 가서 수의, 관에 넣는 요와 이불, 베개를 사와라. 루이커와 위번온은 늙은 마나님을 모시고 영정을 모실 방으로 가라. 샹치위와 쓰이난은 장의사에 가서 화장 절차를 알아봐라."

그리고 그녀와 잉리호우는 병원에 남아있기로 했다.

바로 그때 쉬치에게 전화가 왔다. 그녀는 늙은 마나님이 집으로 돌아가셨는지 묻고는, 시아레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면 되느냐고 물었다.

하이루오가 이쪽 상황을 설명하자, 쉬치는 바로 울음을 터뜨렸다.

하이루오는  생각을 바꾸어서 위번온에게 남아있으라 하고, 쉬치에게 시아레이를 데리고 바로 시아즈화네 집으로 가라고 했다.

일 분담을  마치고, 먼저 루이커가 늙은 마나님을 모시고 가라고 하자, 하이루오는 가서 시아즈화의 사진 중에서 잘 나온 것으로 확대해서 영정사진으로 쓸 사진을 골라오라고 당부했다. 또 조화, 꽃다발, 과일, 소지, 향촉 같은 것도 부족하지 않게 준비하라고 했다.

루이커가 말했다." 알았어. "

샹치위와 쓰이난이 장의사로 가려하자, 하이루오는 또 위번온을 쓰이난과 교대하라고 했다.

시리수이는 가지고 있는 현금이 없어서 옌니엔추에게 현금 가진 거 있냐고 물으니, 옌니엔추는 은행카드를 갖고 있다며, 오히려 하이루오에게 물었다. "몇 조각으로 된 걸 살까?"

시리수이가 말했다. "세 조각 짜리가 좋지 않을까?"

옌니엔추가 말했다. "스리 피스 옷을 입혀놓으면 어떤 모양일까?"

시리수이가 말했다. "이건 그 애가 저승에 가서 입을 옷이지 예쁘라고 입는 게 아니야."

옌니엔추가 말했다. "왜 예쁘지 않게 하려는 거야?"

시리수이가 말했다. "수의 가게에 가면 거기 있는 사람이 골라 주겠지  뭐."

옌니엔추가 말했다. "수의점에 간다고? 거기 있는 옷들은 모두 청조(清朝) 양식이야. 시아즈화는  일생동안 유행을 좇으며 살았는데 너는 왜 그 애에게 그런 구닥다리 장포 단괘(두루마기와 짧은 덧 저고리)를 입히려고 하니?"

하이루오가 말했다. "현대식으로 사라. 안에는 내의, 겉은 치마로 하고  외투를 입히자. 너희들이 최신 유행으로, 제일 비싼 것으로 사와라."

시리수이가 말했다. "그럼 신발은? 하이힐 가죽구두로 할까? 내가 듣기로는 시신에 가죽을 지니게 하면 안 된다던데. 가죽을 지니면 장래에 가축으로 환생한대."

옌니엔추가 말했다. "그런 게 어딨어! 그럼 그렇게 고귀하고 화려한 옷을 입히고, 발에는 평평한 운동화 짝을 신긴단 말이야?!"

하이루오가 말했다. "옌니엔추 말대로 하자."

이때 루이커가 늙은 마나님을 데리고 아래층으로 가려고 하자, 시리수이, 옌니엔추도 함께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