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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二十三, 가족원의 신치(辛起•家属院 ). 1

 

이와는 그날밤, 습운당의 소파에서 잤다.

그녀가 잠에서 깨니, 다락방에 이광이 보이지 않았다. 거실에 내려와 뒷방까지 찾아보았으나 어디에도 이광은 없었다.

그녀는 다락방으로 다시 돌아와 앉았고, 비로소 탁자 위에 쪽지가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회의에 가니까, 떠날 때, 문 꼭 닫고 가라."

그녀는 다시 자려고 했으나, 어지러움증에서 쉽게 깨어나지지 않았고, 그런 상태는 하늘이 어두워질 때까지 지속되었다.

그녀는 몸을 뒤척이면서, 가능한 한 팔다리를 편안하게 놓을 수 있는 자세를 잡았다. 팔다리가 편안해지자 이번에는 머릿속이 안정되지 않았다.

어젯밤의 일이 떠올랐다.  그것은 분명한 것 같다가 또 아리송해졌다가  해서, 거의 모든 것이 꿈같기도 하고 환상 같기도 했다.

그녀는 머리를 돌려 다락방을 보았다. 천정 유리에 비둘기 두 마리가 서있었는데, 비둘기는 햇살을 분산시켜서, 햇살은 마치 한 무더기의 화살이 빗발치듯 바닥으로 날아 들어오는 것 같았다.

바닥에 서너개의 구겨진 종이 뭉치가 떨어져 있었다.

그녀는 결코 그곳을 만지지 않았고, 무슨 고통이나 불편했던 체험도 없었다.

그녀는 이광과 과거의 남자친구를 비교해 보았다.

이광 은 확실히 조금 늙었고, 배가 올챙이처럼 볼록 나왔으며, 목덜미의 살 가죽이 늘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재능이 출중하고, 말투가 재미있고, 이 도시의 유명인사여서, 자기가 손해 보는 느낌은 조금도 없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어떻게 발생했을까?

그녀는 이번에 두 번째 오면서 여러 가지 대비책을 마련하고 왔었다.  하지만  자기가 만들어 놓았다는  울타리는 부실하기 짝이 없어서 한번 미니 바로 쓰러져 버렸다.

이와의 눈 앞에, 하이루오와 그녀의 자매들이 하나하나 나타나 보였다. 그녀는 이광과 그녀들도 이런 관계가 있었을까 세심하게 따져보았다.

그가 자기에게 했던 행위에 비추어 보아, 어쩌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들이 평소그와 교환하는 시선을 생각해 보면, 어쩌면 없었을 것도 같다.

그렇다면 이광은 외국에서 온 사람을, 그것도 안 지도 얼마 안 되는 그녀를 기어코 기 지려 한 것일까?

이와는 결국 얼마 안 큼 의혹이 남았고, 얼마만큼 놀랍기도 했고, 또 한가닥 득의양양한 기분도 들었다.

그녀는 일어나 샤워를 했다.

그녀는 하수구에 모인 머리카락들을 주워서 변기에 던져 넣었다.

그녀는 변기에 한 시간이나 앉아있었다. 그러면서, 그녀의 몸은 때와 땀과 분변과 여러 가지 쓸데없는 생각들을 배설하였다.

그녀는 다시는 어젯밤 같은 일에는 휘말리지 않을 것이다.

오전을 다 보내도록 이와는 문을 나서지 않았다.

그녀는 먼저 하이루오에게 문자를 쳤는데, 집주인아주머니가 몸이 아직도 안 좋아 보여서, 같이 있으면서 교자만투도 만들어 주고 해야 하니까 오후에나 출근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런 다음, 방을 청소하고,  남아있는 케이크, 술병, 해바라기 씨 껍데기, 과일 껍데기, 잔들, 더러운 종이들을 깨끗이 치웠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정성껏 화장을 고쳤다.

그때, 어떤 사람이 노래하기 시작했다. 노래는 꼭 자기 귀에 대고 부르는 것 같이 들렸다.

이광은 계속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부엌에 가서, 말린 국수, 계란, 채소 한 묶음, 마늘종이 있는 것을 보고, 바로 물을 끓여서 계란 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그녀가 건물 아래로 내려왔을 때는 거의 황혼 녘이었다.

바람이  불어 스모그를 몰아내었다.

여러 날에 걸쳐, 휴대폰에 배포된 일기예보에는 언제나 바람이 불 것이다라고 예보했었지만, 그동안 바람이 부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정말 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뜻밖에 신장 위구르 사막에서 불어오면서 스모그를 흩트려버렸고, 대신 모래 먼치를 쓸고 왔다.

온 공간이 어슴푸레해졌다.

모래 알갱이와 흙먼지는 매우 빠르게 옷을 더럽혔고, 머리칼과 얼굴을 더럽혔다.

그녀는 몸을 옆으로 돌리고 목을 잔뜩 움츠린 채 찻집으로 왔다.

찻집 문  앞에는 작은 차가 한대 서있었고, 또 트럭도 한대 서있었다.

트럭은 벌써 시동 이 걸려있었는데, 운전하고 와서 시동을 끄지 않은 건지, 부릉부릉 울렸다. 그 소리는 성질을 부리면서, 와글와글 하면서 욕 하는 것 같이 들렸다.

시리수이, 신치, 샤오 탕, 가오원라이가 가게 문에서 나오고 있었다. 가오원라이는 나오다가 다시 들어 가 장갑을 한 켤레 들고 나왔다.

신치가 그녀를 보고 소리쳤다. "이와, 이와! 사람들이 네가 출근 안 했다고 하던데, 지금 왔구나!"

이와가 입을 벌리자, 그 틈에 바람에 날린 모래가 입에 들어갔다.

이와는 얼른 뱉고 나서 말했다. "집주인아주머니에게 일이 생겨서 늦은 거야."

거짓말을 하려다 보니, 그녀는 괜히 차를 보면서 말했다. "어딜 가는 거야?"

시리수이가 말 쌨다. "신치네 짐을 실어 오려고 가는 거야. 너도 가지 않을래?"

가오원라이가 말했다. "이와는 키도 크고 힘도 있으니까  같이 가자!"

샤오 탕이 불렀다. "손이 많이 필요해! 차에 타!"

이와는 얼덜결에 시리수이와 신치가 탄 차에 올랐다.

샤오 탕, 가오원라이는 트럭에 탔다.

차 두대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려갔다.

작은 차는 시리수이가 운전했고, 신치와 이와는 뒷자리에 탔다.

시리수이는 계속 이와의 얼굴 얘기를 했는데, 탄력 있는 하얀 얼굴이 도자기처럼 매끈매끈하다고 했다.

신치는 손으로 이와의 얼굴을 만져 보고 말했다. "정말이네. 그리고 눈썹이 모두 잘 자랐네! "

이와가 말했다. "그건 그린 거야. 눈썹은 흩어져 자랐어."

시리수이가 말했다. "그건 정상이야. 여자는 결혼 안 했을 때는 눈썹이 한데 붙어있지만, 결혼하고 나면 모두 흩어진대."

이와는 마음이 조마조마해져서 머리를 숙이고 신발 끈을 맸다.

신치가 말했다. "이와는 이직 결혼 안 했는데!"

시리수이가 말했다. "결혼 안 했어?"

그러면서 고개를 돌리고 보았다.

신치가 말했다. "앞에 길이나 봐, 언니 길을 보라고!"

시리수이는 조금 허등대며 말했다. "어... 어..., 이 말은 외국인한테는 해당 안돼. 이와 너희 민족은 스하고 무슨 브자?

이와가 말했다. "슬라브"

신치가 말했다. "결혼 안 했다고  남자 도 없겠어? 지금 이십 대 초반 아가씨한테 무슨 눈썹이 한데 붙었느니 뭐니 그래?!"

그녀는 이와의 허리를 안아 보고 말했다. "너는 살결이 참 보드랍다. 너는 정말 우리 집 이사 가는데 부르면 안 되는데."

이와는 되물었다. "새 집으로 가는 거야?"

신치가 말했다. "가구만 좀 옮기는 거야."

차가 갑자기 요동쳤다. 바퀴가 쿵하고 도로 옆 연도를 치고 올라간 것 같았다. 이어서 바로 또 쿵하며 떨어졌다.

신치의 머리가 의자 등받이에  부딪쳤다. 그녀가 소리쳤다."언니 뭐 하는 거야?"

시리수이가 말했다. "너희 둘이서만 말하는 거야? 나는 제쳐두고? 담배 한 대 붙여줘라!"

신치는 얼른 담배를 꺼내서 한 가치는 불을 붙여 시리수이에게 주고, 한 가치는 자기가 피우기 시작했다.

이와가 말했다. "너도 담배 피우니?"

신치가 말했다. "요새 배웠어."

이와가 말했다. "담배는 건강에 해로워."

신치가 말했다. "해로워도 할 수 없지 뭐. 마음이 심란해서 그래."

몇 개의 거리를 지나왔는지 모르지만, 벌써 멀고 가까운 거리의 등불이 환하게 들어와 있었다.

차는 어느 작은 아파트 단지로 들어갔다.

신치가 말했다. "도착했어."

이와가 차창으로 내다보니, 단지가 매우 작았고, 단지 안에는 육 층 건물하나만 덩그러니 서 있었다.

건물 옆에 백양나무가 한 구루 서있었는데, 가지가 두 줄기로 갈라져서 한줄기는 건물 꼭대기만큼 높았고, 한 줄기는 공중으로 뻗어있었다.  바람이 부니 나뭇잎이 초록색으로 뒤집혔다 흰색으로 뒤집혔다 하며, 펄쩍펄쩍 소리가 났는데 꼭 귀신이 손뼉 치는 것 같았다.

건물은 전체가 푸른 든 사무 덩굴로 덮여있어서, 바람이 불면 꿈틀거리는 것 같이 보였고, 지진이라도 난 것같이 작은 창문과 그 창문에 등불이 연달아 노출되어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이와가 말했다. "여긴 무슨 단지야?"

신치가 말했다. "별것도 아닌 동네야. 그냥 가족원(家族院)이라고 해."

이와가 말했다. "가족원?"

신치는 대답하지 않고, 쓰레기봉투를 들고 차에서 내려 트럭으로 가서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리라고 손짓했다.

시리수이가 말했다. "가족원은 1980년 대 여러 회사에서 공원들 기숙사로 지은 거야. 벽돌과 콘크리트로 지었는데, 들어가면 복도가 가운데 있고, 양옆으로 방들이 있어. 그리고 매 층마다 공용화장실과 급수대가 있지."

시리수이는 작은 소리로 신치의 혼인과 이번에 가구를 실어 내오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는 놀라서 "어 어"하며, 무슨 말해야 좋을지 몰랐다.

트럭에 탔던 사람들이 모두 내렸는데, 마대 쪼가리와 밧줄을 들고 있었다.

신치는 쓰레기봉투에서 여러 켤레의 신발 위에 신는 덧신을 꺼내어 모두에게 신으라 했는데,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런 다음  다시 달려와, 이와에게 건물 아래에서 차를 보고 있으라 하고, 다른 사람들을 모두 데리고  건물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