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즈화가 중환자실로 온 첫날밤이다.
환자가 일단 중환자실에 들어오면 가족은 병상 옆에 같이 있을 수 없고, 수시로 일이 있을 때만 들어갈 수 있다.
의사나 간호사가 "누구"하고 부르면 그 "누구"의 가족은 당연히 거기 있어야 하고 감히 떠나 있으면 안 된다.
이 사람들은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고, 늙은이 젊은이 모두 다 있다. 이들은 전부 복도에서 서성거리다가 이리저리 차이며, 적당히 아무 데나 앉아있기도 한다. 얼굴은 고생에 찌들어 흙빛이고, 소곤소곤 낮은 소리로 대화하며, 정신은 늘 딴 데 가있다.
하지만 환자에게 작은 움직임이라도 있으면, 바로 넘겨다 보는데, 눈은 눈곱만 빼고는 정말 근심하며 가슴 졸인다.
하이루오는 그런 인간 군상 가운데서 잉리호우를 발견했다.
잉리호우는 중환자실 오른쪽에 앉아있었는데, 엉덩이에 손수건을 깔고 앉았고, 손에는 물병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몸을 웅크리고, 머리를 숙여서 머리칼이 앞으로 헝클어져 있었다. 얼른 보면 꼭 자는 것 같았다.
하이루오는 그녀를 부르지 않고, 살그머니 그녀 옆으로 갔다.
어떤 남자가 계속 걸어 다녔는데, 앞으로 왔다, 뒤로 갔다 했다.
그건 꼭 정신 나간 송장이 걸어 다니는 것 같았고, 여러 사람들을 당황케 했다.
어떤 여자는 중환자실 문에 의지해서, 문틈에 눈을 붙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다가 한쪽 눈이 피곤해지면 다른 쪽 눈으로 바꿔 보고해서, 눈썹이 모두 닳아버릴 것 같았다. 그녀는 실상 아무것도 본 것이 없었지만, 그러고 나서 엉엉 소리 내며 울었다.
그녀가 울자,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따라 울었고, 울지 않는 사람들은 눈물을 훔쳤다.
어떤 사람이 큰 소리를 내며 복도 끝, 창가로 달려갔다.
창이 반쯤 열려있었는데, 그는 거기 기대어 서서, 모래사장에 말리려고 널어놓은 물고기 같이 입을 쩍 벌리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중환자실 문이 열리더니, 빼꼼히 열린 문틈으로 간호사가 상반신을 내밀며 소리쳤다. "장민생씨 가족! 장민생씨 가족 없어요?"
모든 사람이 고개를 쳐들었고, 일어서는 사람도 있었다.
곧바로 어떤 사람이 앞으로 뛰어가더니 말했다. "여기, 여기 있어요!"
간호사가 말했다. "가서 추가 치료비 내고 오세요!"
그러자 일곱여덟 명이 우르르 몰려가 자기 환자 이름을 대며, 상황이 어떤지 물으며, 들어가서 잠깐 봐도 되는지 물었다.
하지만 간호사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문을 홱 닫았다.
잉리호우는 그제야 하이루오가 옆에 와있는 것을 알았고, 나지막이 말했다. "언니, 언제 왔어? 어떻게 온 거야? 저녁에 나와 교대할 사람은 샹치위가 아니야?"
하이루오가 말했다. "궁금해서 보러 온 거야. 너도 아직 사람을 보지 못했지?"
잉리호우가 말했다. "내 생각엔 아무래도 우리가 그 애를 역서 빼내 와야 할 거 같아. 병이 위중한데 피붙이가 옆에 없으면 얼마나 처량하겠어?"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래도 의사 말을 들어야지."
잉리호우가 말했다. "방금 잠깐 졸았는데, 그 사이에 꿈을 꾸었어. 꿈이 이상하게 안 좋은 꿈이야."
옆에서 어떤 사람이 그들을 보고 있었는데,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이루오는 잉리호우를 잡아끌고 계단 꺾이는 곳으로 갔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꿈은 언제나 반대야."
잉리호우가 말했다. "꿈에서도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걸 알았는데, 내가 스스로 꿈은 반대라고 말했어."
하이루오가 말했다. "아무리 나쁜 꿈이라도, 말해 버리면 그걸로 끝나는 거야. 마음에 두지 마. 너 아직 밥 안 먹었지? 내가 살 테니까 나가서 밥이나 먹자."
잉리호우가 말했다. "샹치위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온 다음에 가서 먹지 뭐. 늙은 마나님은 괜찮으셔?"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런대로야. 여기서 일어난 여러 가지 일들을 말하지 않고, 며칠간은 할머니와 아이가 병원에 올 필요가 없다고 했어. 오후에 루이커가 그들을 비지니스 빌딩에 데려가서 옷을 사 주었어."
잉리호우가 말했다. "야, 루이커 참 착해."
하이루오가 말했다. "우리 모두 다 좋은 사람들이지 뭐."
잉리호우가 말했다. "평상시에는 너도 좋고, 나도 좋고, 모두 다 좋지만 일이 생기면 사람의 본성을 알 수 있는거야. 옌니엔추만 봐도 안 좋지 않아."
하이루오가 말했다. "너는 왜 이직도 그 애를 미워하냐?"
잉리호우가 말했다. "미워하지 않아. 미워하지 않게 되었다고. 단지 내 마음속에서 없어진 거지."
하이루오가 말했다. "요 며칠 사이에 장화이가 너에게 연락 없었니?"
잉리호우가 말했다. "언니가 안 왔으면 내가 전화하려고 했어. 바로 두 시간 전에, 왕원장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내가 사람을 시켜서 자기를 위협했냐는 거야. 그래서 그에게 그 돈은 내 목숨이나 같은 돈이라, 돌려받지 못하면 나는 살 길이 막막하다고 그랬어! 왕원장은 채권추심회사 사람이 매일같이 가게 앞으로 찾아와서, 장사를 할 수 없다고 하며, 그의 마누라도 도망가서 서경에 없대. 그 추심회사 사람이 결국 협박장까지 보냈는데,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첫째 병원에 와서 행패를 부리겠고, 둘째, 아이를 납치하겠다고 했대. 그러면서 애 이름이 뭔지, 몇 살인지,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줄줄 외더래.
그가 나한테 하는 말을 들으니 나까지 겁이 나."
하이루오가 말했다. "루이커가 오늘 오후에 알려주었는데, 환보셩도 이일을 알고 있대. 우리가 재삼 장화이에게 비밀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는데도 환보셩한테까지 알려진 거야. 채권 추심회사 사람들이 일을 바르게 처리하지 않았다는 건데, 내가 걱정하던 일이 터진 거야. 오, 내 잘 못이야. 어쩌자고 그들에게 일을 맡겼을까!"
잉리호우가 말했다. "언니 그런 말 하지 마. 언니가 나를 도와 주려다 그런 거니까. 그들이 그 사람네 애까지 납치하겠다고 한건 그냥 으름장으로 그런 게 아닐까?"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렇게 급할까?"
잉리호우가 말했다. "나도 생각할수록 겁이 나. 그래서 또 옌니엔추에게 욕이 나가는 거야."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 애를 욕해서 뭐 하겠니? 루이커는 우리에게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이 어떤지 제안했어. 우리가 그때 너무 당황해서 그저 한꺼번에 돈을 돌려받을 생각만 헜던 거야."
잉리호우가 말했다. "그럼 채권 추심을 그만하게 할까?"
하이루오가 말했다. "나도 그런 생각이 들어서 너하고 의논하려고 했지. 네가 동의하면, 내가 옌니엔추를 찾아가 얘기해 볼 테니, 그러고 나서 다시 결정하자."
그때 하이루오의 휴대폰이 연달아 울렸다.
받아보니, 쓰이난이 신치의 가구를 옮기는 중이라는 전화가 아니라, 루이커가 늙은 마나님 집에서 나와, 돌아오는 길에 왕원장의 건축자재상을 보았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고 했다. 게다가 채권추심하는 사람들이 이웃 음식점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는데. 원인은 그 사람들이 계속 며칠 동안 음식점에 와서 네 테이블이나 차지하고 밥만 시키고 요리는 시키지 않아서 음식점 사람이 그들에게 나가라고 했다가 서로 주먹다짐이 일어났다고 했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알았어."
잉리호우가 말했다."무슨 전화가 그렇게 많이 와?!"
휴대전화가 또 "뚜우뚜우" 소리가 나더니 문자가 왔다.
하이루오가 손짓을 하니 잉리호우도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문자는 아들 하이동(海董)이 보낸 것인데, 위쪽에 아무 언급 없이 오직 계산서였다. 방세 삼천, 식사 이천, 학습 재료 천, 주유비 천이백, 신발 구입 오백, 컴퓨터 수리 오백, 부동신 천오백, 잃어버린 지갑에 있던 돈 이천, 안경다리가 부러져 다시 고침 이천, 다리가 삐어서 치료 팔백, 고양이 밥 사백, 휴대폰 요금 천, 치약, 삼프, 화장지 삼백, 전기요금 오백, 수도요금 삼백, 커피 기게 망가져서 새로 구입오백,.
하이루오는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그녀는 바로 회신을 보냈다. "이거 왜 보냈냐? 궁하다고 징징 거리는 거냐? 아니면 항의하는 거냐?!"
하이동이 회신했다. "아들이 아르바이트하면서 접시를 닦고 있어!'
하이루오가 회신했다. "닥쳐라. 너는 진작부터 알바 체험을 해서 돈 버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 알아야 해."
하이동이 회신했다. "엄마. 나에게 모질게 대하는데, 나 필요 없으면 그냥 보내버려. 홍콩의 리카싱(홍콩 재벌)이나 마원(马云)에게. "
하이루오가 회신했다. "하이동, 너한테 말하겠는데, 나한테 멋있는 척하지 마라! 네가 멋있는 게 뭐가 있니? 내 돈 쓸 때나 멋있냐?!"
하이동이 회신했다. "엄마 돈 이라니? 난 지금 내 돈 쓰는 거야!"
하이루오가 회신했다. "네가 쓰는 게 네 돈이라고?!"
하이동이 회신했다. "나는 엄마의 유일한 아들 아니야? 집안에 있는 모든 것이 결국 내 것이 아니냐고? 그러니까 엄마도 지금 내 돈을 쓰고 있는 거라고. 그걸 알아야지 엄마!"
하이루오는 화가 나면서도 우스워서, 욕을 한마디 했다. "저런 개자식!"
잉리호우가 말했다. "누구 문자야? 옌니엔추 아니야?"
하이루오가 말했다. "아니야."
잉리호우가 말했다. "내가 눈이 삐었지. 저런 인간을 친구라고 사귀고!"
하이루오가 말했다. "너 그 애를 욕하는 건 나까지 욕하는 거야. 처음에 옌니엔추가 나에게 너를 소개해서 알게 되지 않았니?"
잉리호우는 하이루오를 포옹하며 말했다.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은 언니밖에 없어!"
'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카테고리의 다른 글
二十三, 가족원의 신치(辛起•家属院 ). 1 (0) | 2024.07.21 |
---|---|
二十二, 커피점의 잉리호우 (应丽后•咖啡吧). 3 (0) | 2024.07.17 |
二十二, 커피점의 잉리호우 (应丽后•咖啡吧). 1 (1) | 2024.07.12 |
二十一, 습운당의 이와 (伊娃•拾云堂). 2 (0) | 2024.07.08 |
二十一, 습운당의 이와 (伊娃•拾云堂). 1 (0) | 2024.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