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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二十三, 가족원의 신치(辛起•家属院 ). 2

 

 

날이 거의 캄캄해졌다.

건물 안의 주민들 중 저녁밥을 먹을 사람들은, 벌써  다 먹고, 이빨 닦고 발 씻고, TV에 나오는 애정극을 보고 있었다.

모래 먼지가 심해서 단지의 담벼락 꼭대기에 몇 개의 등불이 켜지기는 했으나 빛나지는 않았다.

담장 안에는 십여 구루의 수양버들이 있었는데, 막 싸움을 끝내고 돌아앉아있는 머리를 풀어헤친 여인 같아 보였다.

고양이 한 마리가 소리 없이 걸어 나와, 기지개하듯 몸을 길게 뻗었다. 꼭 배 고픈 호랑이 같았다.

이와는 처음엔 깜짝 놀랐으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 휘파람을 불었다.

고양이는 의외로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가죽과 살의 스트레칭을 마치자 , 담장 아래 쓰레기통으로 향했다.

여기도 모든 단지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개는 사람들의 귀여움을 받으며 먹고 마시는 것을 집안에서 사람들과 함께 한다.

하지만 고양이는 정처 없이 유랑하는 신세다.

중국인들은 왜 개는 좋아하고, 고양이는 좋아하지 않을까?

이유는, 개는 사람에게 충성하지만, 고양이는 먹이를 주어도 친해지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개의 충성이란 개가 자기의 역할과 처지를 아는 것일 뿐이다. 개는 주인의 안색을 살필 줄 알고, 주인의 지시를 들을 줄 알기 때문에 노예처럼 종종걸음을 하기도 하고, 꼬리를 치며  아양도 떨 줄 안다.

하지만 고양이는 하필 이런 것들이 부족하여, 유랑하는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와는 자기의 이런 생각이 총명한 해석이라고 자처하며, 생각을 진척시켰다.

개, 고양이의가 살아가는 방법이 어찌 사람과 다르다고 할 것인가?

그녀 자신도 그렇지만, 그녀가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서경에서 알고 지내는 친구들 중에서 누가 사회관계에서 정당한 자기의 신분과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까?

누가 또 무형적인 것에 지배받는 노예나 노리개가 될 것인가?

누가 또 얼음같이 차가운 마음의 단단함을 갖고 있다가, 마음이 유리같이 깨어지면, 상심한 나머지 악의로 타이어를 밟아 바람을 빼놓을까?

이와는 모래 바람이 부는 단지 정원에 여전히 서있었다. 정신이 멍했다.

물건들은 건물 위에서 아래로 계속 날라져 왔다.

먼저 옷장이 하나, 다시 장이 하나, 이어서 의자, 상자, 탁자, 세탁기, 냉장고, TV, 소파 두 개, 그리고 침대 매트레스, 침대 틀, 침대 머리 함 등이 내려왔고, 매번 신치가 따라 내려왔다.

세 남자는 침대 머리 함은 이미 망가져서 서랍이 잠기지 않으니 버리자고 했으나 신치는 동의하지 않았고, 역시 차에 싣자고 했다.

그런 다음, 여섯 사람이 다시 위로 올라갔는데, 신치는 자질구네 한 물건들도 모두 종이 박스에 담아서 내려오게 했다.

이와는 여전히 차 앞에서 기다렸다.

이때, 어떤 할머니가 갑자기 나타났다.

할머니는 꼭 유령 같았다. 이와는 놀라서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할머니는 밥이 반쯤 든 그릇을 들고 쓰레기 통 앞으로 갔다.

그녀는 어찌 말랐는지, 마치 종이로 접은 사람 같이 바람 속에서 비틀비틀 흔들렸다.

유랑하는 고양이 세 마리가 얼른 달려갔다.

이와가 일부러 헛기침을 하자, 할머니는 고개를 들고 그녀를 보았고, 또가구를 가득 실은 투럭도 보았다.

할머니가 물었다. "이사를 가는 거야?" 이와가 말했다. "가구를 옮기는 거예요."

할머니가 말했다. "넌 어떻게 이렇게 키가 크니? 머리칼은 염색을 한 거야? 아니면 불빛  때문에 노랗게 보이는 거야?"

이와가 말했다. "키가 자란 거예요."

할머니가 가까이 다가와 이와를 보았다. 이때 고양이가 뛰어오르면서, 밥그릇을 낚아채었고, 남은 밥은 땅바닥에 쏟아졌다.

할머니가 말했다. "이놈들이 급하긴?!"

이와가 땅바닥에서 밥그릇을 집어 들었는데, 그건 사발이 아니라 플라스틱 그릇이었다.

할머니가 말했다. "너는 외국인이냐?"

이와가 말했다. "맞아요. 서양 여자예요.."

할머니가 말했다. "넌 왜 이렇게 나를 놀라게 하냐? 외국인이 중국 말을 다 하고!"

이와는 재미를 느껴서 말을 더 하려고 했는데, 마침 샤오탕이 건물 현관에서 나왔다. 그녀는 이와를 보더니 돌아섰다.

할머니는 건물의 다른 쪽 현관으로 갔고, 금세 보이지 않았다.

샤오 탕은 마대를 하나 들고 있었는데, 짐 나르기가 너무 힘들었는지 숨을 헐떡였다. 이와가 짐 드는 것을 도와주려고 얼른 차 앞으로 갔다.

마대가 너무 커서, 두 사람이 차에 실을 수 없었다.

샤오 탕은 마대에서 알루미늄 냄비, 물 끓이는 주전자, 접는 의자를 꺼냈고, 그밖에 국자, 집게, 쇠망치, 전기 소켓, 충전기, 둘둘만 비닐 돗자리를 꺼냈다.

이와가 말했다. "이게 모두 무슨 물건들이야!"

샤오 탕이 입을 삐쭉대며 말했다. "내가 이런 쓰레기들은 가져가지 말자고 했지만, 굳이 가져가야 한다고 우기네."

이와가 말했다. "왜 모두 가져가려고 그러죠? 그 남자도 살아야 되지 않아요?"

샤오 탕이 말했다. "나는 전에는 신치를 좋은 사람으로 알았지만, 이번에 이삿짐을 나르면서 그 애를 다시 보게 되었어."

이와가 말했다. "그 애가 가난하다는 말인가요?"

샤오 탕이 말했다. "이건 가난한가 아닌가 가 문제가 아니라, 바로 가난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거야.  모든 건 가난한데 원인이 있어."

말을 마치고 나서 샤오 탕은 다시 건물로 올라가지 않았다.

결국 세 남자가 마지막으로 세 개의 커다란 종이 박스를 가지고 내려왔다.

시리수이는 쌀자루를 들었고, 가오원라이는 가스통을 메었다.

신치는 한 손에 대야를 들었는데 대야 안에는 한 무더기의 접시와 그릇들이 들어있었고, 다른 손에는 나무통을 들고 있었다.

이와가 위로 올려주며 물었다. "이 나무통은 밥 담는 거야?"

그녀는 음식점에서 나무통 안에 밥 담은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신치가 말했다. "발 씻는 거야." 이와는 더 말하고 싶지 않았다.

물건들을 모두 트럭에 싣자, 트럭은 떠났다.

이와도 시리수이와 신치가 탄 차에 올랐고, 차는 재빨리 떠났다.

신치가 말했다. "시리수이 언니. 내가 언니와 이와에게 저녁 살게요."

시리수이가 말했다. "이와, 넌 먹을 거야? 먹겠다면  내가 너하고 신치를 자오로에 있는 장기 햄버거 집에 데려다줄게. 거기 햄버가가 유명해. 또 양피, 훈툰, 탕웬과 완자탕도 있어. 난 다이어트 중이라 밤에는 먹지 않아."

이와가 말했다. "나 밥 먹는 건 아무래도 좋아요. 가다가 슈퍼가 있으면 잠깐 세워 주세요. 빵 하나 사면 되요."

신치가 말했다. "시리수이 언니가 안 먹는다면, 담에 내가 점심 살게요. 이와, 너는 왜 빵을 사려고 그러니?"

시리수이가 말했다. "인사 차릴 게 뭐 있어?! 이와, 너는 찻집으로 갈 거야, 집으로 갈 거야?"

이와가 말했다. "늦었으니 집으로 갈래요."

시리수이가 말했다. "그게 좋겠다. 먼저 신치네 집부터 갔다가, 널 데려다줄게."

차는 동쪽 거리를 거쳐, 다시 앞으로 이십 분을 더 가서, 도시 안의 시골 같은 허름한 골목입구에 섰다.

신치를 차에서 내려준 다음, 차는 다시 올드타운으로 가려고 했다.

이와가 말했다. 신치가 여기로 이사 왔어요?"

시리수이가 말했다. "맞아." 

이와가 말했다. "트럭이 벌써 왔을까요? 이렇게 골목이 좁은데 들어갈 수 있을까?"

시리수이가 말했다. "물건들은 여기로 나르는 게 아니야."

이와는 앞에 작은 슈퍼가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거기서 빵 두 개를 샀고, 또 소시지 세 개를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