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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二十一, 습운당의 이와 (伊娃•拾云堂). 1

 

 

이와가 들어가자, 이광은 직접 그녀를 데리고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그림 작업대에는 이미 화선지가 깔려있었고, 그 옆에는 각종 물감이 들어있는 자기 접시가 빼곡히 줄지어 놓여 있었다.

그림 작업대 앞의 작은 네모난 탁자에는 커다란 빨간 양초가 켜져 있었고, 과일, 과자, 와인  그밖에 작은 케이크도 있었다.

이와는 어리둥절해서, 어깨를 으쓱하고, 두 손을 펼쳐  보이고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이광이 박수를 치고 나서  말했다. "생일 축하 해!"

이와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오늘이 21일이에요, "

이광이 말했다. "21일 맞아!"

이와는 그제야 자기 생일인 것을 일았다. 오늘이 생일인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중국에 와 있는데, 이광이 그녀에게 이렇게 축하까지 해 주다니!

건물을 올라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녀는 습운당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하여 상상해 보았고, 그 모든 상황에 대해 대응할 대비책을 생각해 두었다.

하지만 지금 머릿속이 단번에 텅 비어버렸다. 마치 엄동설한에 코와 입에서 나오는 하얀 김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촛불에서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았다. 촛농이 아래로 부드럽게 흘러내렸고, 왠지 모르게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녀가 말했다. "어떻게 제 생일인 걸 아셨어요?!"

이광이 말했다. "그날 찻집에 모였을 때, 내가 러시아 어느 도시에서 왔느냐고 물으니, 네가 여권을 꺼내서 보여주었지 않아? 여권위쪽에 출생 연월일이 쓰여있었던 거야."

이와가 앞으로 다가가 이광의 뺨에 뽀뽀했다.

이광은 웃음을 터뜨렸지만, 이와를 껴안지도, 키스하지도 않았고 뺨에 묻은 빨간 루주 자국을 문질러 닦아내지도 않았다.

이와가 말했다. "정말 대단하세요. 여권 한번 보고 내 생일까지 기억하시다니!"

이광이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여인에 대해서라면, 무엇에나 관심을 두지."

이와가 말했다. "나를 좋아한다고요? 나를 정말 좋아해요?!"

이광미 말했다. "좋아하지!"

이와가 말했다. "알 수가 없네요. 나는 서경에 잠시 머물렀다 떠날 외국인인데 선생님이 좋아한다고요?"

이광이 말했다. "맞아! 세상 사람들은 비슷하면서, 다른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거야. 예천(醴泉:  산시성의 현)의 예를 들면, 물이 맛있는 것 같으니, 사람들이 천하제일의 맛있는 물이라고 하지만, 혼자서만 마시지 못하는 걸 한스러워하는 사람도 있는 거야."

이와가 말했다. "말씀하시는 것이 고문(古文)에 나오는 말인가요, 이해가 좀 안 되네요."

이광이 말했다. "이해가 안되면, 이해할 필요 없어. 하여간 너를 좋아한다는 의미니까. 이리 와. 오늘 너의 생일을 축하하고, 중국에서 행복하기 바라!"

이와는 연신 고맙다고 했다. 그녀는 중국에서도 다른 사람의 생일을 축하해 주는 풍속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녀가 케이크에 작은 양초를 세 개 꽂고 불을 붙이자, 이광이 <해피 버스데이>를 흥얼거렸다. 그녀는 두 손을 모으고, 마음속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빌고, "후"하고 불어 단번에 촛불을 걷다.

이광은 케이크를 자르고, 잔을 가져와 술을 따랐다.

두 사람은  마시기 시작했다.

이와는 결코 와인의 상표에 신경을 쓰지 않는데, 맛이 이상했다.

하지만 그녀와 이광은 잔을 부딪히며, 한 병을 마신 뒤에 또 한 병을 마셨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귀까지 빨개지고, 두 눈이 흐릿해져서 탁자 위의 양초 심지 불이 초 꼭대기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꼭대기에서 떨어져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또 가까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떨어져 있는 것 같기도 했으며, 갑자기 크게 보이기도 하고 갑자기 작게 보이기도 했다.

그녀는 손바닥으로 자기 이마를 치면서 말했다. "니 조금 어지러워요!"

그녀는 탁자 뒤에 있는 소파에 옆으로 누웠다.

이광이 말했다. "좋아. 움직이지 마. 지금 모습이 너무 아름답구먼!"

그는 그림 작업대에 가서 붓을 들고 먹을 찍은 다음, 마주하고 있는 이와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와도 순순히 움직이지 않고, 자세를 고정시키고 멍하니 이광을 바라보았다.

거의 6~7분이 지났을까, 이와가 말했다. "피곤해 죽겠어요."

이광이 말했다. "윤곽이 대충 나왔어. 지금은 좀 쉬어도 돼.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워."

이와가 말했다. "말을 해도 되나요?"

이광이 말했다. "그럼, 되지. 아, 앞 쪽에 있는 집방향을 봐. 됐어. 네 눈은 정알 맛있겠다."

이와가 말했다. 중국어는 정말 재미있어요. 눈으로 말할 수 있다고도 하고, 눈이 맛있다고 하기도 하니."

이광 이 말했다. "중국인들은 어떤 것이 좋은지 나쁜지, 먹어봐야 아는 거야."

이와가 말했다. "중국인들은 자주 누가 누구의 먹이라고 하는데 이게 무슨 뜻이어요?"

이광이 말했다. "맞아."

이와가 말했다. "그럼 나도 선생님 먹이인가요?

이광이 말했다. "너 뭐라고 하는 거야?"

이와가 말했다. "선생님의 먹이는 하도 많아서, 난 더 이상 선생님 먹이가 되지 않을래요!"

이광은 웃으면서, 손으로 얼굴을 만졌다.

이와가 말했다. "난 선생님 비밀 하나 발견했어요."

이광이 말했다. "뭘?"

이와가 말했다. "뛰어난 재능 말고, 선생님은 그렇게 나이가 많으면서도 말에 유머가 넘쳐요. 거기다 수줍음도 많이 타시고.

하이루오 언니 네들과 말할 때, 조금 겸연쩍으면 얼굴을 만지는데 꼭 고양이 같아요. 남지들이 수줍음을 탄다는 게 일종의 특수한 매력이란 거 아시죠?"

이광이 말했다. "그래? 난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야."

이와가 말했다. "바로 그런 무의식적인  수줍음이 저도 모르게 드러나서 선생님은 그녀들의 먹이가 된 거예요."

이광이 말했다. "헤헤, 그네들같이 많은 사람이 나 같은 먹이를 누구 코에 붙이겠어?!"

이와가 말했다. "선생님은 상트페테르의 어느 시인을 떠올리게 하네요. 그는 정이 많은 사람이라 애인이 많았어요. 그는 이 애인들이 서로 만나지 못하게 했는데,  언제나 밀회를 적절히 나누어서 했던 거죠.

하지만 일묘일이 되자, 그녀들이 모두 그와 만날 약속을  하려고 한다는 걸 알았죠. 그는 그녀들이 모두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또 탄로 나지 않게 하려고 그날 일찍부터 술을 마셔서 스스로 곤드레만드레 취해버린 거예요."

이광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했다. "하하 그거 기발한 방법이네!"

그는 그림을 그린 화선지를 들고, 한마디 했다. "비슷햔 거 같아?"

그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보더니 얼른 "쉿"하고 그림 그린 종이를 내려놓고, 창 앞에 가서 전화를 받았다.

이와도  더는 말하지 않고, 종이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이광이 전화하는 소리를 들었다.

"아, 지도자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늦은 시간에 쉬지도 못하시고! 좋습니다. 좋아요. 글씨를 쓰는 중인데, 글을 쓰는 것 말고도 글씨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있어요. 예 최근엔 판 적이 없어요. 아, 저도 알고 있어요. 말씀하세요. 저 혼자라고요? 말씀하세요. 저도 그가 죗값을 치를 거라고 알고 있습니다. 문제가 그렇게 엄중한가요?! 오오!"

그림은 그녀가 소파에 누워있는 모습이었는데, 매우 닮았고, 아름다웠다. 특히 측면의 살쩍과 뺨의 선, 그리고 뒷 목과 허리 뒷부분 그리고 내려뜨린 팔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원래  내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구나, 생각했다.

"어어, 네, 듣고 있어요. 그와 저는 잘 알아요.  하지만 기껏해야 그에게 업무보고를 하다 보니 잘 아는 그런 거죠. 그도 저에게 쓰는 글마다 우수하다며 관심을 표시했어요. 딩연히 한계는 명확했죠. 어, 어, 내일 회의에 참가하라고요? 제가 회의에 담가해도 되나요? 아이고, 병원 검진 예약이  되어있는데,  참가 안 하면 안 될까요? 아, 아, 그래야죠.

말씀하시는 대로 따를게요. 그럼 참가하겠습니다. 그런데 반드시 태도를 분명히 표명하는 발언을 해야 된다고요? 그건 무얼 말해야 되는데요? 알았습니다. 알았어요."

이와는 이광의 모습이 조직 속의 한 사람같이 느껴졌다. 그의 목소리는 놀랬다 가라앉았다, 놀랬다 가라앉았다 했고, 표정은 변화무쌍했다. 그녀는 하마터면,  당신은 표정 연기 중이냐고 물을 뻔했다.

하지만 이광의 안색을 보고는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전화가 끝나자, 이광은 기운 없이 돌아와 소파에 앉았다.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탄식하였다.

이와가 물었다. "누구 전화예요? 뭐라고 하는 거죠?"

이광이 말했다. "비서장 전화인데, 역시 시의윈회 서기의 쌍규(双规: 공산당 간부의 비위 조사에서 혐의자에게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진술하게 하는 것) 관련 일을 말한 거야."

이와가 말했다. "쌍규가 뭔데요?"

이광이 말했다. "잡혀가서, 유치장에 갇히고, 심문받는 거야!"

이와가 말했다. "어?!" 이광이 말했다. "내일 열 리는 회의에, 원래 나는 참가하지 않기로 되어있었는데, 갑자기 나보고 참가하라는군."

이와가 말했다. "뭣 때문에요? 선생님도 연루됐어요?"

이광이 말했다. "그의 부패는 그의 일인데, 내가 연루될 게 뭐 있어?!"

이와가 말했다. "그래도 내일 회의에 가야 되는 거예요?"

이광이 말했다. "그런 얘기  그만하자. 너 그린 거 봤어? 닮았어?"

이와가 말했다. "닮고 말고요. 나는  참 신기한 게, 선생님은 작가신데, 서화(书画; 글씨 쓰고 그림 그리는 것)를 어찌 이렇게 잘하시는 거예요?"

이광이 말했다. "글 쓰는 것과 서화는 경계가 모두 같아. 다만 각각 표현 언어가 다를 뿐이지."

이와가 말했다. "그 경계가 뭐예요? 어떻게 경계에 도달할 수 있는 거죠?""

이광은 이번에는 오히려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이와가 말했다. "내가 묻는 것이 우스운가요?"

이광이 말했다. "네가 질문한 것이 우스운 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야. 사실 오늘의 작가, 서화가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하면, 세상의 도(道)와 이치는 옛사람들이 모두 이미 통달하고 완성시킨 것을, 후세 사람들이 기껏 방법을 바꾸어 해석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내가 지금 무얼 할 수 있지만, 계략에 빠져 몰살당하지 않는 것이 없어. 편안한 시간, 장소에 가서 자연 그대로 살면서, 글도 쓰고, 서화도 그리면서 살아야 하는 거야. 순수라는 것은 자기 식대로 새를 키우려는 것이지, 새로서 새를 키우지 않는 거야. 하지만 왕왕 그렇게 안되지.."

이광은 머리를 다시 아래로 떨구었다.

이와는 진지하게 경청하다가, 그가 또 고문(古文)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들어보면 이해가 되는 것 같으면서도 이해되지 않았다.

그녀는 이광의 안색을 보았다. 그녀는 갑자기 그가 불쌍하다고 느껴서 말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천재예요. 절대 천재예요. 선생님이 나를 지도해 주실 수 있어요? 나도 천재 한번 되어보게."

이광이 이와를 보면서, 손가락으로 그녀의 코를 비틀었다.

그가 말했다. "여자가 천재는 되어서 뭐 하게? 여자는 예쁘기만 하면 그게 천재야."

이와가 말했다. "난 예쁘지 않아요. 이 두 다리 긴 것 좀 보세요. 난 어렸을 때 언니가 물려준 옷을 입었는데, 내가 너무 빨리 자라니까 바지는 언제나 짧았어요. 특히 신발이 작았는데 발을 억지로 끼우다가 지금까지 오른쪽 발 엄지발가락 관절이 혹 같이 튀어나왔어요."

이광이 말했다. "그건 나도 봤어. 방금 그릴 때, 너에게 한쪽 다리를 구부리게 한 것도 바로 오른쪽 발을 감추게 하려고 그렀던 거야. 하지만 너는 완전히 감추지 않더군."

이와는 그림을 다시 보더니,  수건으로 발을 가렸다. 그리고는 소파에 옆으로 누워 말했다. "다시 그리세요."

이광은 정말 그림 작업대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