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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十八, 티엔페이 가게의 옌니엔추(严念初•甜醅店). 2

티엔페이

 

옌니엔추가 말했다."언니는 어떤 게 맘에 들어?"

하이루오가 말했다. "응? "

옌니엔추가 말했다. "참!  아직 봉투 속을 보지 않았지? 그 안에 내가 산 백 두 개가  들어있는데, 하나는 프랑스제고 하나는 이태리제야. 언니가 고르면, 내가 선물할게."

하이루오는 종이봉투 안에서 백 두 개를 꺼냈는데, 과연 모두 명품이었다.

그녀가 말했다. "모두 맘에 든다. 하지만 나에게 선물할 건 없어. 그게 얼마가 되든지 나한테 괜히 공짜로 주지 마. 네가 먼저 고르면 남는 걸 내가 가질게"

옌니엔추가 말했다. "그렇다면 좋아.  나도 앞으로는 언니네 찻집에 가서 차를 마실 때, 꼬박꼬박 찻값을 내겠어."

그녀는 두 개의 종이봉투를 구분하기 위해, 이탈리아 것은 "이"라고 쓰고, 프랑스 것은 "프"라고 쓴 다음, 접어서 두 개의 뭉텅이를 만들었다. 그러고 나서 몸뒤로 손에 잡고는, 앞으로 뻗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하늘의 뜻이야."

하이루오는 오른손을 가리켰다.

오른손을 펴자, 종이 뭉텅이에 "프"라고 쓰여있었다.

하이루오는 바로 종이 뭉텅이를 풀고, 프랑스제 백안에 들어있던 영수증을 보고, 옌니엔추에게 돈을 주었는데, 돈은 끝전까지 있었다.

옌니엔추가 잔돈을 받지 않자, 하이루오가 말했지. "한 푼도 적게 주면 안 돼!"

그녀는 이야기를 하나 했다. 이 이야기는 이광에게서 들은 것이었다.

한 대학교수가 76세 되었는데, 회의에 참가했다.

그는 회의에 길 때는 택시를 타고 왔고, 돌아갈 때는 남의 차를 얻어 타고 갔다.

집에 가서 생각해 보니, 회의에 갈 때 택시비 15원을 정산해 주지 않았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래서 다시 택시를 타고 회의장으로 갔다.

옆에 있던 사람이 말했다. "당신은 계산을 어떻게 하는 거요? 왔다 가는데 30원이 드는데, 15원을 정산하러 온 거요?"

그는 그 15원은 당연히 정산해 주어야 하니까, 얼마가 들더라도 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옌니엔추가 말했다. "그건 우스개 소리도 아니지 않아?"

하이루오가 말했다. "이건 우스개 소리가 아니야."

그녀는 잔돈을 옌니엔추에게 주면서 말했다. "배고픈데 배나 채우러 가자."

옌니엔추가 말했다. "작은 골목 앞쪽에 이슬람 음식점이 있는데, 거기 가서 양내장탕 한 그릇 먹는 게 어때?"

하이루오가 말했다. "양내장탕 먹으러 가면 사람이 많을 텐데, 너 이렇게 꾸미고 가서 폼 잡으려고 그러니?"

옌니엔추가 말했다. "양내장탕을 안 먹는다면, 그 옆에 티엔페이(甜醅) 집도 괜찮아. 거긴 조용할 거야."

두 사람은 티엔페이 집으로 갔다. 티엔페이는 청커(青稞: 강족이 주식으로 먹는 보리)로 만드는 감주인데, 얼리면 확실히 달고 시원하며, 술맛도 약간 났다.

옌니엔추는 티엔페이를 2 인분 시키고, 닭발과 닭 날개를 2 인분 시켰다. 거기다 옆 음식점에 가서, 양내장탕을 두 그릇 사가지고 왔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봉황은 산속 샘물만 마시고 대나무 열매만 먹는다는데, 우린 봉황  되기는 틀렸다. 그저 좋아하는 건, 동물 내장뿐이니."

옌니엔추가 말했다. "우리가 봉황은 아니더라도, 닭발과 닭 날개는 구이(跪: 꿇어앉다)하고 훼이(飞: 날다)하는 것이니, 우리도 구이훼이(贵妃: 귀비- 황후 다음의 비빈 지위) 아니겠어?!"

하이루오는 옌니엔추가  양내장탕부터 훌쩍훌쩍 먹고 마시며,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스며 나오는 것을 보고, 갑자기 말했다. "너 보모를 구한다면서?"

옌니엔추는 순간 얼굴색이 확 변하면서 말했다. "쉬치가 그래?"

하이루오가 말했다. "쉬치가 현청을 떠난 지 오래되었는데, 보모를 구할 수 있겠니? 또 거기서 한 사람 구했다 치더라도, 훈련이 안되었을 텐데, 일이나 제대로 하겠어?! 내가 전에 우리 집에서 쓰던 보모를 잘 아는데, 비록 6~7년 되기는 했지만, 이 도시에 살고, 또 연락도 되니, 네가 원하면 말해줄 수 있어. 내가 연락하면 좋다고 올 거야. 만약 자기가 못 오게 되면 대신 믿을만한 사람을 추천해 주겠지."

옌니엔추가 말했다. "아이고, 나는 언니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데."

하이루오가 말했다. "너는 여전히 나한테 작은 폐를 끼치고 있는 거야. 이번에 그걸 깨달아야 해! 네 어머니한테 구해 달래려고?"

옌니엔추가 말했다. "응."

그녀는 고개를 들고 창밖을 보았다. 창밖 거리에 어떤 사람이 기구를 들고 가고 있었다. 가구는 하늘로 불끈불끈 솟았지만, 줄에 매달려 있었다. 사람과 기구가 창 앞을 지나갔다.

옌니엔추가 갑자기 말했다. "딸이 돌아왔어."

하이루오가 말했다. "딸이 돌아오다니? 네 딸이 돌아왔다는 거야?!"

옌니엔추가 말했다. "내가 딸을 그 사람에게서 데려온 거야. 애 아빠가 나이가 많고, 남자 혼자 애를 데리고 있으면 아이에게 좋지 않으니까."

하이루오가 말했다. "처음부터 내가 너에게 아이 양육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지 않았니? 어렸을 때부터 데리고 있지 않으면, 향후 모녀간에 소원한 감정이 생기기 쉬워. 지금이라도 아이가 돌아왔으니 다행이다."

옌니엔추가 말했다. "그 애가 돌아왔지만, 난 그 애를 데리고 우리 엄마네로 데려다줄 시간도 없어. 할머니와 손녀  둘인데, 한 사람은 늙고 하나는 어리고 해서 반드시 보모가 필요해. 보모는 또 단번에 적당한 사람을 구할 수 없을 테니, 이게 번거롭고 골치 아픈 거야. 나는 이런 심란한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휴대폰을 꺼 놓았던 거야."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래서 며칠 동안, 밤낮으로 꺼져있었구나! 하지만 네가 생각하지 못한 게 있어. 네가 적당히 눈을 감기만 하면, 너도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고, 다른 사람도  너를 볼 수 없는 거 아니겠니?"

옌니엔추는 선글라스가 내려오는 것을 들어 올리고, 무언가 얘기하려고, 입을 벌렸으나 말은 하지는 않았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릇이나 깡통을 만들 때, 만약에 갈라진 틈이 있으면, 나중에 필연코 물이 새게 되어있어."

옌니엔추가 말했다. "아, 내 결혼은 정말 실패였어."

하이루오가 말했다. "우리 자매 중 누가 결혼 잘한 사람이 있니?  마늘은 껍질을 까면 반짝반짝 윤이 나지만, 씹어보이야, 스스로 맵고 냄새난다는 걸 알게 되는 거야. 이런 이치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정말로 당해보면 누구나 허둥지둥하며 어쩔 줄 모르지. 보모 일은 내가 연락해 줄 테니까 우리 더 이상 얘기하지 말자.

그것보다  내가 물어보고 싶은 것은 너와 잉리호우의 일이야. 잉리호우가 상황을 나에게 말했는데, 당연히 그 애 생각만 말한 거지. 일이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나는 네 말도 듣고 싶어."

옌니엔추는 잠시 끙끙거리더니, 고개를 들고 하이루오를 보면서 말했다. "언니는 백을 사러 온 게 아니고, 고름을 터뜨리려고 온 거로군."

하이루오가 말했다. "고름을 짜내지 않으면, 상처가 낫지 않아."

옌니엔추가 말했다. "이건 바로 탈주범이 오래 도망 다니다 보면, 끝내는 무섭고 불안해서 오히려 경찰에 잡히기를 기다리는 거나 같은 거야. 그래야 벗어날 수 있으니까."

옌니엔추는 일의 경위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말하고는, 마지막으로 손을 펴보이면서 말했다. "이 일은 나도 억울하기 짝이 없어. 사실 언니에게 얘기하려고 했는데, 언니가 무조건 화부터 낼까 봐 겁이 났어. 그 애가 먼저 언니에게 말한 줄은 생각도 못했지! 나는 순전히 호의로 그 애가 높은 이자를 받게 할 마음뿐이었고, 그 애도 처음 삼 개월은 높은 이자를 받았어. 그래서 그 애가 나한테 밥도 샀고, 한국 화장품 세트도 선물로 주고 그랬지. 하늘에는 예측할 수 없는 바람과 구름이 있는 거야. 내가 어떻게 나중에 일어날 변화까지 예상하겠어?"

하이루오가 말했다. "잉리호우가 처음부터 스스로 나한테 얘기한 건 아니야. 그 애는 어느 순간, 삐쩍 마르고, 머리에 백발이 많아졌는데 염색을 하지 않아서, 내가 어떻게 된 건지 물어보았지. 그 애가 그제야 나한테 이 일을 말한 거야.  그 애도 처음에는 너의 호의를 고마워했는데, 일이 이렇게 되자 더 이상은 이자도 필요 없고, 원금만 돌려받는데 동의하게 된 거지.

하지만 그애가 화가 난 건 너희가 새로 계약서를 쓸 때, 전에는 네가 직접보증인이었는데, 나중엔 간접 보증인으로 바뀐데 있어. 네가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그 애의 이익을 전혀 모른 체한다고 여긴 거야.

우린 여러 해 동안 어렵게 마음이 가까워졌어. 이 일도 당연히 그 애가 쉽게 돈을 벌려다가 생긴 일인데, 세상 일이 란게, 쉽게 돈을 벌려고 하면 필연적으로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야. 거기다, 그 애는 분명히, 성격이 단순하고 계산을 따지는 사람이 아니야. 새 계약서에서 직접보증인이 간접보증인으로 바뀐 것을 발견하면, 어느 누구라도 기분 좋을 리 없지."

옌니엔추가 말했다. "언니,  나도 지나서 생각해 보니까 아마 조금 이기적이었고, 조금 겁도 나고 해서 그랬어. 그래도 잔머리를 굴리면 안 되는 건데. 내가 전화를 하니까, 그 애는 매우 초조해하며, 나에게 욕을 하며 전화를 끊었어. 다시는 나를 안 보겠다며."

하이루오가 말했다. "네가 직접보증인이든, 간접 보증인이든 상관없어. 너는 어쨌든 보증한 거야. 네가 보증할 수 없다면, 모두 힘을 합쳐서 그 애를 보호할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해. 그 돈이 어디 적은 돈이냐? 그 돈이 헛되이 사라지게 할 수는 없는 거야."

옌니엔추가 말했다. "잉리호우의 돈이 없어진다면 내가 어찌 맘이 편하겠어? 이 일로 친구도 잃는데, 내가 그걸 어찌 받아들일 수 있겠어?"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럼 좋아. 나도 그 점 때문에 널 찾은 거야."

옌니엔추가 말했다. "내가 왕원장에게 이  돈은 꼭 갚아야 한다고 거듭 말하니까 그도 그러겠다고 했어."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가 돈을 빌려서 그의 친구에게 준 거니?"

옌니엔추가 말했다. "맞아. 잉리호우가 돈을 그에게 빌려주고, 그가 다시 자기 친구에게 빌려준 거야."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가 돈을 빌려서 자기 친구에게 빌려주었는데 그 친구가 도망을 갔다면, 너 생각해 봐라. 잉리호우가 왕원장이 돈을 안 갚을 거라곤 의심하지 않을 거 아니니? "

옌니엔추가 말했다. "그는 안 갚으면 안 돼. 이자 중에는 그가 먹는 몫도 있어."

하이루오가 말했다. "알고 보니 그는 잉리호우의 돈으로 자기가 돈을 버는 거였구나!"

옌니엔추는 잠시 말이 없었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너 사실대로 말해라. 너도 중간에서 나눠 먹는 게 있냐?"

옌니엔추가 말했다. "난 없어. 내가 그중에서 한 푼이라도 먹는다면, 내가 문을 나가자마자, 자에 치여 죽을 거야!"

하이루오가 말했다. "너는 잉리호우와 왕원장이 서로 알게, 소개해 주었는데, 그건 네가 왕원장에게 잘 보여서 너의 의료기구를 더 많이 사게 하려고 그런 거 아니냐?! 다시 하나 물어볼게."

옌니엔추가 말했다. "언니, 언니 마음속에 있던 내 이미지가 완전히 무너졌군. 언니는 나를 심문하고 있는 거야!"

하이루오가 말했다. "만약 그게 무너졌다면, 나도 더 이상 너와 만나지 않았을 거야. 이건 심문 아니라, 단지 내가 일의 내막을 명확히 알려고 그러는 거야. 왕원장은 국영 병원의 원장이라 월급 장이인데, 그가 돈을 갚는다니 어떻게 갚는다는 거야?"

옌니엔추가 말했다. "그도 수중에 돈이 있어. 거기다 가게도 하나 있는데, 전문 건축재료상이고 그의 처가 경영하고 있지."

하이루오가 말했다. "만약 내가 이런 일을 당했으면, 난 먼저 가게부터 팔이서 한 번에 다 갚으려고 할 거야. 우리가 돈을 벌더라도, 사람들에게 이유 없이 손해를 보게 하면 되겠어?"

옌니엔추가 말했다. "그가 가게를 팔지 않는 이유는, 하나는 자기도 살아야 하니까 그러는 거고, 둘은 돈을 벌어서 잉리호우의 빚을 갚으려고 하기 때문이야."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가 만약, 자기 말에 신용이 없거나, 자기도 장사가 안되어 갚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하니?"

옌니엔추는 다시 아무 소리도 못했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기왕에 전 계약서가 작용을 못하는데, 신 계약서라고 크게 믿을 게 있겠니? 그래도 꽉 부둥켜안고 있어야 하겠지만."

옌니엔추가 말했다. "이건 내가 그에게 독촉해야 돼"

하이루오가 말했다. "나는 네가 그에게 독촉하리라는 걸 믿지만, 정작 너는 그가 돈을 다 갚으리라는 믿음이 부족하니까, 너의 직접 보증책임을 간접보증 책임으로 슬쩍 변경해 놓은 것 아니냐? 그렇지 않아?"

옌니엔추는 얼굴이 빌게 졌고, 콧잔등에 송골송골 땀이 났다.

"종업원!"옌니엔추가 종업원을 불렀지.

종업원이 오자 그녀가 말했다. "라페이(拉菲: 와인의  한 종류) 있어?"

종업원이 말했다. "라페이는 없는데요."

옌니엔추가 말했다. "영업을 하면서 라페이도 없단 말이야? 그럼 어떤 와인이 있어?"

종업원이 말했다. "장성(长城)과 안삼만(安森漫)이  있어요."

옌니엔추가 말했다. "안삼만은 어디 거지?"

종업원이 말했다. "우리 성(省) 거예요."

옌니엔추가 말했다. "두 잔 가져와."

술이 나오자 옌니엔추가 말했다. "언니, 그럼 어떻게 할 건지 말해줘."

하이루오가 말했다. "이 일은 그에게 스트레스를 줘야 해. 사람은 현재 빚진 액수가 클수록 점점 갚기 싫어지는 거야. 너와 잉리호우에게 맡겨놨다간 다시 찾아오기 힘들겠다. 너 혹시 채권추심회사 사람, 아는 사람 있니?"

옌니엔추가 말했다. "그건 잉리호우 명의로 해야 되지 않을까?"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야 당연하지."

옌니엔추가 말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내 사촌동생이 다른 사람과 채권추심회사를 차렸어. 내가 전화번호를 주어서 잉리호우와  연락하게 할게."

하이루오가 말했다."너 전화번호 나한테 줘. 내가 가서 연락해 볼게"

옌니엔추가 말했다. "언니, 이일에 또  언니를 끌어들이게 됐군."

하이루오가 말했다. "우리 자매들 일이니, 좋다 먼 좋고, 나쁘다면 나쁜 거지."

옌니엔추는 그녀의 사촌동생 전화번호를 하이루오에게 주었다.

음식 값 계산을 할 때, 하이루오가 돈을 꺼내자 옌니엔추가 완강하게 막았고, 두 사람은 거기서 승강이를 했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여기서 이러고 있으니 사람들이 웃는다. 이게 뭐 얼마나 된다고? 다음에 한턱 크게 먹을 때, 네가 내."

옌니엔추가 말했다. "우리야 맨날 밥만 먹지 크게 한턱 먹을 때가 있었어?"

하이루오는 이미 돈을 종업원에게 주었다.

옌니엔추는 하이루오를 도우려고 백이 든 종이봉투를 들다가, 생각지 않게 찻잔을 쳐서 엎었다. 그것은 아직 반이나 남은 찻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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