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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十八, 티엔페이 가게의 옌니엔추(严念初•甜醅店).1

 

날이 흐렸다. 날이 흐려서 스모가 생겼을까, 아니면 스모그가 생겨서 날이 흐려졌을까?

하이루오가 병원으로 가니, 쉬치가 시아즈화를 돌보고 있었다.

쉬치는 어제 당번인데,  오늘까지 당번을 하고 있자, 하이루오가 어떻게 된 건지 물었다.

쉬치가 말했다. "원래 다음 차례는 위번원(虞本温)인데, 위번원에게 화가 와서, 옌니엔추가 자진해서 위번원과 순서를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오늘 아침 옌니엔추가 오지 않아서, 위번원에게 어떻게 된 것인지 묻자 위번원은  자기는 다른 현에 가서 고추와 산초를 사고 있는 중이라 했고, 옌니엔추에게 전화하니 휴대폰이 꺼져있어, 연락이 안 되어서, 하는 수 없이 병원에 남아 있는 것이에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옌니엔추는 스스로 오겠다고 했다면서, 어떻게 안 올 수 있는 거지? 거기다 휴대폰도 꺼놓고."

쉬치가 말했다. "그래요. 무슨 일이 생겼나 보죠?"

하이루오가 말했다.  "요 며칠 사이에 너도 그 애를 본 적이 없지?"

쉬치가 말했다. "그저께, 이른 새벽에 그녀가 나 있는 데로 와서, 우리 고향에서 보모를 한 명 구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보모를 구한다고? 그 애는 혼자 살면서, 온종일 밖에 싸돌아 다녀서 집에 있지도 않은데, 뭐 하러 보모를 구하지?"

쉬치가 말했다. "내가 시골 현청을 떠나온 지 너무 오래되어, 구할 수 없다고 했더니, 나중에 자기가 가 보겠다고 했어요. 혹시 우리 엄마에게 보모를 구해달라고 그러려는지도 몰라요. 지금 우리 엄마는 7~80세인데, 혼자 살고 있어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 애가 그 정도 가지고 휴대폰을 꺼놨을까?!"

시아즈화는 여전히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하이루오가 시아즈화 병상에 고개를 숙이고, 몇 마디 했으나, 눈을 크게 뜨기만 했지 움직임이 없어서, 알아 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알 수 없었고, 그녀는 다시 눈을 감았다.

하이루오는 눈썹을 찡그리더니, 쉬치를 상대로 하고 있던 말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하이루오는 잠시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때 갑자기 샹치위가 들어왔다.

샹치위는 세무서에 가야 하는데, 시간이 일러 시아즈화를 보러 왔다고 했다.

그녀는 먹을 것, 마실 것을 한 자루 가지고 왔다.

자루 안에는, 용과, 건포도, 콜라, 요쿠루트가 들어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친척이 어젯밤, 칭하이에서 가져온 야크 젖  요구르트인데, 영양가가 대단히 높지."

수치가 말했다. "언니는 환자가 혼수상태에 빠져있다는 말도 못 들었어? 이렇게 먹을 것을 많이 가져오다니!"

샹치위가 말했다. "만약 병세가 위중하면, 집중치료실에 줄 생각이었어. 집중 치료실에 안 갔으면, 지금은 의식이 조금 뚜렷하지 않더라도, 깨어나면 먹고 마셔야 하니, 놔두면 금방 없어질 거야"

쉬치가 말했다. "어젯밤에도 정신이 잠깐 들었는데, 챠오량펀(炒凉粉: 콩, 쌀, 고구마 가루로 만든 한족 고유 간식)이 먹고 싶다는 거야. 바로 뛰어 나가서 야시장에 가서 한 갑 사 왔는데, 한 모금 먹더니 토하더라고. 이런 건 안 먹여야 했어."

샹치위가 말했다. "그 애가 먹을 수 없다면, 너와 하이루오 언니가 먹으면 되지 뭐. 그녀는 바로 빵과 요구르트를 꺼내더니, 간호사에게 가서 칼이 있는지 물었다. 그녀는 칼을 얻어와 용과를 잘랐다.

쉬치가 말했다. "언니도 먹고 싶으면 먹어! 그런데, 언니 옷 입은 것 좀봐?!"

샹치위는 미황색 와일드 팬츠를 입고 있었는데, 흰색멜빵이 달린 블라우스와 잘 어울렸고, 가슴골이 많이 드러나 보였다.

샹치위가 말했다. "이게 어때서? 너 왜 나를 자세히 보니?"

쉬치가 말했다. "내가 뭘, 내가 눈이 좀 커서 그런 거지."

샹치위가 말했다. "나도 가슴이 좀 크지."

쉬치는 더 이상 말을 안 하고, 보온병을 들고, 입원환자 구역, 동쪽 끝에 있는 온수로에 끓는 물을 받으러 갔다.

샹치위가 하이루오에게 말했다. "저 애 때문에 난 깜짝깜짝 놀래!"

하이루오 언니는 저 애 하고 쓰이난의 일을 아는 거야, 모르는 거야?"

하이루오는 요구르트병에 스트로를 꽂고 입으로 빨며, 샹치위를 보았다.

샹치위가 말했다. "언니는 눈치채지 못했어?"

하이루오는 몇 모금 빨고 물었다. "뭘, 눈치챘다는 거야?"

샹치위가 말했다. "저 애들 둘이 정상이라고 생각해? 매번 모임 때마다, 언제나 둘이 같이 왔다가, 같이 가고, 서로 바라보는 시선도 느끼하기 짝이 없어! 난 그런 걸 볼 때마다 닭살이 돋아!"

하이루오가 말했다. "너는 어째 그렇게  생각이 많니? 난 이런 말은 듣고 싶지 않다!"

샹치위는 한번 '어'  하더니 말했다. "듣고 싶지 않다고? 그럼 듣고 싶은 말을 할게. 루이커 말로는, 언니가 옌니엔추를 찾는데, 그 애가 연락이 없다면서?"

하이루오가 말했다. "루이커가 너에게 말했니? 그 어떤 것도 너 모르게는 할 수 없구나?"

샹치위는 머리를 쭉 빼더니, 두텁고 빨간 칠을 한 입술을 뾰족 내밀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애가 휴대폰을 꺼놓은 건, 꺼놓지 않을 수 없어서 그렀던 거야! "

그녀는 신 씨가 했던 이야기를 전부 말해주었다.

하이루오는 계속 요구루트를 빨면서 이야기를 들었다. 요구르트가 바닥나서 쯥쯥쯥 소리가 났지만 그녀는 여전히 스트로를 빨았다.

쉬치는 끓는 물을 받고 나서도, 일부러 빨리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는 샹치위가 떠났으리라 짐작하고 병실로 들어섰다. 하지만,샹치위는 여전히 거기 있었다. 그녀는 하이루오를 똑바로 보며 말하고 있었고, 하이루오는 말 없이 앉아있었다.

샹치위가 말했다. "언니 화났어? 누가 듣든지, 듣는 사람마다 화낼 일이야. 연락을 끊은 건, 그 애도 창피하여 사람을 만나지 못하기 때문이야. 우린 그 애를 처음부터 몰랐던 셈 치면 돼."

하이루오가 말했다. "넌 세무서나 빨리 가라."

샹치위는 손목시계를 보고, '아이고' 하면서 숄더백을 챙겨서 문 입구로 가서는, 고개를 돌리고, 또 말했다. "우리 화내지 말자. 그 애한테도 화내지 말자."

하이루오는 일어서서, 다시 한번 옌니엔추에게 전화를 걸었다.

뜻밖에 통화가 되었다. 통화를 하는 중, 하이루오는 갑자기 옌니엔추의 음성을 듣는 데 대한 놀라움과 기쁨을 표하지도 않았고, 며칠 동안 밤낮으로 휴대폰을 꺼 놓은데 대한 불평도 하지 않았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말했고, 옌니엔추가 지금 중대국제빌딩에서 물건을 사고 있는 중이란 것을 알았다. 그래서 자기도 백을 한 개 사려고 한다고 말하고, 빌딩 2층,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기다리라고 하였다.

전화를 마치자 쉬치가 말했다. "옌니엔추군요. 우리 자매들 중에서 중대국제빌딩에서 물건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옌니엔추밖에 없어요! 언니가 백을 사려고 한다면, 그 애가 하나 주지 않을까요? 언니는 모르겠지만, 그 애는 집 한 칸이 전부 명품으로 가득 찼어요. 각종 하이힐만 해도 선반 세 개가 꽉 찼고, 명품 백만 해도 백개가  넘어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너 질투하니?"

쉬치가 말했다. "나 질투 안 해요. 사람마다 각자의 생활 태도가 있는데, 그 애는 돈을 전부 치장하는데 쓰지만, 나는 돈을 전부 먹는데 써요. 치장하는 쓰는 것은 남들 보라고 하는 거지만, 먹는데 쓰는 것은 자기에게 하는 거예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너는 먹는데 쓴다면서, 어째 이렇게 말랐냐?!"

쉬치는 깔깔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먹는 건 허투루 먹는 게 없어요. 나는 말라야 할 데는  말랐지만, 마르지 않아야  할 곳은 마르지 않았어요!"

말을 하는 중간에, 하이루오는 벌써 병실을 나갔다.

하이루오가 차를 몰고, 중대국제 빌딩 앞에 도착하자, 나란히 서 있는 차 두대가 보였다. 하이루오는 거기 서있는 랜드로버가 옌니엔추의 차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또 옆에서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도 낯이 익었다. 펑잉 말로 옌니엔추의 사촌동생이라고 전해 들은 사람이라는 것이 기억났다.

그녀는 가까이 가지 않고, 오히려 광장 한쪽 모서리로 가서, 이광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광은 잠에서 방금 깨었는지, 잠이 덜 깬 말투로, 지금 어디 있냐고 물었다.

하이루오가 병원에 있다고 하니, 이광은 시아즈화의 병세가 어떤지 묻고는, 자기도 문병을 가겠다고 했다.

하이루오는 그럴 필요 없다고 하면서, 시아즈화가 혼수상태에 빠졌다, 깨어났다 하니, 얼마쯤 기다렸지가, 병세가 호전되면 그때 오라고 했다.

이광은 전화로, 한참 탄식을 하며, 자기가 할 일이 있는지 묻고는 무슨 일이라도 할 테니 알려만 달라고 하였다.

하이루오는 감격했다. 그리고 말했다. "한 가지 물어볼게요. 펑잉에게 돈 빌렸어요?"

이광이 말했다. "15만 빌렸어. 그런데 이일을 당신이 어떻게 알아?    펑잉이 말했어?"

하이루오가 말했다."역시 사실이었군요! 주머니 사정이 여유 있으면, 그 15만을 잉리호우에게 주세요. 이유는 펑잉은 또 잉리호우에게 20만을 빌렸는데, 잉리호우가 지금 영업상 자금이 부족하거든요."

이광이 말했다. "이 일은 펑잉이 나한테 말해야 되는 건데, 지금 필리핀에 가지 않았어?"

하이루오가 말했다."펑잉은 나에게 전하라고, 다른 사람에게 말을 남겼어요."

이광이 말했다. "펑잉이 다른 사람에게 말했다고? 그녀가 왜  나한테 직접 말하지 않고? 그건 잘  못된 거야. 마치 내가 돈을 안 갚겠다는 것 같지 않아?"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러는 이유는 나도 모르겠어요."

이광은 다소 화가 나서 말했다. "이렇게 하지. 내가 며칠 안에 돈을 마련하여 당신에게 줄 테니, 당신이 그걸 잉리호우에게 주고, 나한테는 영수증을 써줘."

하이루오는 이광이 과연 펑잉에게 15만을 빌렸다는 것을 실증했으니, 그 여자가 옌니에추의 사촌 동생이란 말 거짓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순간적으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옌니엔추의 사촌 동생에게 가서 인사하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의 용모, 복장, 얼굴 표정, 이런 것들이 모두 그녀의 구미에 안 맞았다.

그녀는 바로 빌딩으로 들어가 이층 엘리베이터 앞으로 갔다.

옌니엔추는 거기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야구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를 끼고, 갈색 윈드재킷을 입었는데 큰 가방과 작은 자루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어떤 마나님이 서 있었다.

하이루오는 그녀가 입고 있는 윈드 재킷이 빌딩 전체에서 제일 눈에 띈다고 칭찬해 주었다.

옌니엔추는 방금 사서 바로 입은 옷이라며, 다시 옅은 남색 허리띠가 있는 긴 바지를 꺼냈다. 그밖에 코끼리 회색  칠부바지도 있었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이거 초 미니 유행 상품 아니니?"

옌니엔추가 말했다. "와, 언니도 초미니 유행상품을 아네."

하이루오가 말했다. "넌 너는 젊고, 나는 늙었다고 생각하니?!"

두 사람은 말하고, 웃고 했다.

마나님이 계속 하이루오를 보았다. 그 마나님이 누군지 옌니엔추에게 물으니, 옌니엔추의 고모라고 하면서, 금년에 팔십이 되었고, 스믈세번 생일을 쇠었다고 했다.

사촌 동생이 자기 어머니에게 액세서리를 사드리려고, 옌니엔추를 조언해 달라고 부른 것이라 했다..

옌니엔추는 고모에게 금팔찌, 금 귀걸이, 그리고 금반지를 사 주었다.

하이루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금이구나! ".

옌니엔추가 말했다. "우리 고모는 계속 시골에 사셨는데, 십 년 전에 사촌 동생을 따라 도시로 왔어. 고모는 다른 것은  모두 필요 없고, 오직 금만 소중하다고 했어. 어렸을 적, 지주 집안의 노마님이 금을 차고 은을 걸친 것을 보았는데, 그녀가 늙자 며칠이라도 지주 노마님처럼 살아보고 싶다고 했지."

그녀는 말을 끝내자 다시 웃었다. "재작년 설날, 내가 인사 가서, 무엇이든 필요하면 사드리겠다고 하니, 골드바를 하나 사주면 좋겠다고 해서 삼천 원짜리 골드바를 사주었는데, 고모는 지금까지 베개밑에 깔아 두고 있지. 고모는 금이 귀중하다는 걸 아는 거야!"

하이루오가 말했다. "너 이런 말 하는 거, 고모 못 듣게 해라."

옌니엔추가 말했다."고모는 귀가 먹어서, 듣지 못해."

그녀는 마나님에게 다가가 귀에 대고  큰 소리로 말했다. "이 사람은 내 친군데, 하이루오라고 해요!"

마나님 역시 큰 소리로 말했다. "오라, 그렇구나. 이 처녀는 인상이 참 좋다. 은 쟁반 같이 얼굴도 크고, 복스럽게 생겼구나. 그런데 네 친구는 밥을 잘 못 먹고 다니냐? 어째 메뚜기같이 삐쩍 말랐어?"

하이루오와 옌니엔추는 모두 깔깔 웃기 시작했다.

옌니엔추는 손에 들고 있던 세 개의 종이봉투를 하이루오에게 주면서,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고모를 보내고 오겠다고 했다.

하이루오는 유리창을 통해서 건물 앞을 내다보았다. 마나님은 사촌 동생의 차를 탔고, 차는 바로 떠났다.

옌니엔추는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왔다.

옌니엔추 앞에  어떤 남자가 있었는데, 계속 고개를 돌려 옌니엔추를 보았다.옌니엔추는 고개를 빳빳이 들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꼭대기까지 올라왔다. 그 남자는 갑자기 바닥에 벌러덩 나가 자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