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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十九, 찻집의 신치 (辛起•茶庄). 2

 

 

신치는 하이루오를 처음 만났다.

그녀는 양다리를 비스듬히 포개고, 두 손은 단정히 무릎에 얹은 채 이층 긴 이자에 앉았다. 그녀는 긴장해서 몸이 뻣뻣해졌고, 자기도 모르게 작은 입을 벌렸다 오므렸다 했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신치는 따뜻하고 부드러워 보여서, 난 보자마자 이광 선생의 소장품이 떠올랐어. 그 황화리목( 黄花梨木) 뿌리와 허텐(和田) 옥 덩어리, 하나는 연옥(软玉: 부드러운 옥)이라 하고, 하나는 온설(温雪: 따듯한 눈)이라고 하지. 그 두 가지 이름이 너 한 사람에게 동시에 어울리는 거야! 잠시 기다리고 있어라. 내가 너와 처음 만난 기념으로 선물을 줄게. 꼭 마음에 들 거야!"

신치는 순간 긴장이 풀어져서 말했다. "저는 너무 긴장해서, 손바닥에 땀이 났어요."

시리수이가 말했다. "너도 보다 싶아, 하이루오 언니는 관대하고 통이 큰 사람이야. 너무 어려워하지 마."

신치가 말했다. "미용실에 세 본 잉리호우도 언니 자매들 중 하나인가요?"

시리수이가ㅈ말했다. "맞아."

신치가 말했다. "우리에게 차를 타 준 사람은 요?"

시리수이가 말했다. "그 애는 샤오 쑤(小苏)야."

신치가 말했다. "그 사람도 자매 중 하나 아니에요?"

시리수이가 말했다. "그 애는 샤오 탕(小唐)과 같아."

신치가 말했다. "일층에 있는 외국인처럼 생긴 여자는 요?"

시리수이가 말했다. "그 앤 외국인이야. 하이루오 언니의 러시아 친구지."

신치가 말했다. "와! 모두 미녀들이에요! 언니 자매들 중 누가 제일 예뻐요?"

시리수이가 말했다. "누가 제일 예쁜지는 나도 한마디로 단언할 수 없어. 하지만 제일 못생긴 사람은 바로 나야."

신치는 웃으며, 작고 동그란 거울을 꺼내 비춰보며 화장을 고치려 하였다. 그러다가 말했다. "방금 하이루오 언니가 이광이 갖고 있다는 연옥, 온설을 말했는데, 이광은 누구죠?"

시리수이가 말했다. "너 이광도 모르니?!"

신치가 말했다. "뭐 하는 사람이에요?"

이때, 하이루오가 이층으로 올라오면서, 신치의 말을 들었다.

그녀는 기쁘게 웃으며 올라오더니 말했다. "하하하, 이광 모르는 사람도 있구나. 이 말을 이광이 들었어야 하는 건데!"

시리수이가 말했다. " 이광을 대작가야. 우리 시에서 유명한 사람이지.  뒤쪽에 있는 고층 건물에 사시는데, 우리와 아주 가까워."

신치는 순간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너는 이렇게 예쁘니, 그를 몰라도 돼."

그녀는 등 뒤에 감추고 있던 손에 들고 있던, 작은 단선(团扇: 둥근 부채)을 내보였다. 부채는 대나무 살이 정교하고, 베일이 평평했으며, 그 위에 버느나무가 한그루 그려져 있었다. 또 버들가지에는 매이가 한 마리 붙어있었다. 매미는 두 날개가 은 백색으로 투명하고 밝게 그려져 있었고, 머리는 작게, 꼬리는 위로 향하게 그려져 있어서 마치 "맴맴" 우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이건 핑잉(冯迎)이 우리 아들 출국할 때 준 선물인데, 너는 키도 늘씬하고, 생김새, 스타일이 이걸 지니고 있기에 썩 어울릴 것 같다."

신치는 두 손으로 받고 나서 말했다. "저도 맘에 들어요. 고맙습니다. 하이루오 사장님!"

하이루오가 말했다. "사장님은 무슨!"

시리수이가 말했다. "핑잉이 언니 아들에게 준 선물인데, 언니가 신치에게 넘겨주다니? 아쉽게도, 신치는 언니 아들보다 열 살 더 많거든. 혹시 며느리  될 사람이 알면 어쩌려고!"

신치는 부끄러워서, 잠시 눈을 깜박거렸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시리수이, 저 입에서는 언제 상아가 나려나?

*원문 吐出象牙: 개 입에서 상아가 날 수가 없다. 하찮은 인간은 품위 있는 말을 할 수 없다는 뜻.

그녀는 또 신치에게 말했다. "네가 좋다면, 앞으로 자주 와. 그리고 나를 하이루오 언니라고 불러."

신치가 말했다. "하이루오언니, 정말 앞으로 자주 올게요. 시리수이 언니가 자주 언니 자매들 얘기하는 것을 들었어요. 나는 그저 언니들을 욕되게 할까 봐 걱정되어 감히 올 생각을 못했어요."

시리수이가 말했다. "하이루오 언니가 승낙하셔서 너를 데리고 온 거야. 우리 여기 자매들은 사이가 정말 좋아. 적수도 없고, 그저 서로를 비춰보는 거울로 삼고, 자유롭고 즐겁게 사는 거야! 하이루오 언니, 내 말이 맞지?"

하이루오가 말했다. "우리 자매들을 너무 추켜세우지 마. 그저 의기가 투합해 같이 모일뿐이야. 자유롭고 즐겁게 살기를 바라는 것은, 인터넷에 뜨는 버그를 떼어내고 싶어도 점점 더 달라붙고, 태양 아래 서서 땀을 말릴 수 없는 것처럼, 어려운 거야. 모두 모일 때, 내가 자주 말하는데, 우리 모두는 땅이고, 또 우리 모두는 한 줄기 강이야.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을 변하게 하려 하면 안 돼. 강은 땅을 택해서 흐르고, 또 흐르면서 땅을 깨끗이 씻어내고, 땅을 비옥하게 하는 거야. 그러는 사이에 저도 모르게 천천히 변해가는 거지."

시리수이가 말했다. "신치, 너 들었지? 왜 하이루오 언니가 하이루오인지 알겠니?"

신치가 말했다. "나도 듣고 있어요."

시리수이가 말했다. "우리 자매들은 하이루오  언니를 따르고, 누구에게든 서로 배워. 나도 얼마나 변했는지 몰라. 나는 적어도, 내 분수를 알고, 부유해지고, 자유로워지고, 체면을 차리게 된 거야. 그래서, 내가 하려는 모든 것이, 예를 들어 마음속으로 큰 뜻을 품게 되고, 안정되게 일을 하고, 성실하고 착하게 남을 대하고, 기꺼이 남을 돕고, 설령 남에게 한번 웃어주더라도, 한마디 격식을 차리더라도  언제나 의미를 갖게 된 거야."

신치가 말했다. "그렇게 말하니까 우리 오빠 생각이 나네요. 어렸을 적에, 우리 집에는 오직 샤오빙(烧饼: 화덕에 구운 밀가루 빵) 한 개밖에 없었어요. 오빠와 나는 한 사람이 반씩 먹기로 하고, 오빠부터 먹었지요. 그는 손가락으로 샤오빙 위에 선을 가로막았는데, 먹으면서 손가락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더니, 반 이상을 먹었어요. 그러더니 마지막으로 크게  한입 더 먹으니까 샤오빙을 들고 있던 손가락 끝이 모두 있으나 마나가 되었지요."

시리수이가 말했다. "그게 바로 빈곤이 사람을 탐욕스럽고 잔인하게 만든 거야."

신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차를 마셨다. 그런데 차가 너무 뜨거워 입을 데었고, 얼결에 차를 뱉었다. 그리고는 미안해하며 하이루오를 보았다. 하이루오는 시리수이를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 "넌 어디 사람이냐? 옛날부터 서경에 살지 않았어?"

신치가 말했다. "언니에겐 웃길 거예요. 우리 고향집은 산시 성 동쪽 농촌이에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게 뭐 웃길 일이니? 농촌에서 온 사람도 좋아. 옌니엔추도 교외지역에서 왔고, 쓰이난과 쉬치도 시골 현성에서 왔어. 도시에서는 계절 개념이 없는데 쉬치에게는 있어. 그 애는 언제나 모두에게 24 절기를 알려주고, 그때마다 무슨 옷을 입어야 하고, 어떤 것을 먹으면 안 되는지 말해주지."

신치가 말했다. "나는 그런 것도 몰라요. 서경에 온 지 벌써 십여 년이나 됐거든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너는 금년에 스믈 두셋이냐?"

신치가 말했다. "무슨 말씀을, 곧 30이에요. 늙었어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삼십도 안 되었으면서 늙었다니? 나나 시리수이는 어쩌라고?"

신치가 말했다. "언니들은 모두 사장님이 이지만, 나는 아무것도 이룬 게 없어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사장님은 무슨! 사장님 아니야. 기껏 조그맣게 장사  하나 펼쳐놓은 거지. 우린 모두 한데 뭉쳐 서로 돕는데, 이광 선생님은 뱀 소굴이라고 하기도 해. 여긴 서로 분수를 생각지 않고, 나가서 음식점을 찾아다니기도 하지."

시리수이가 말했다. "이광 선생님은 우리가 모두 미인들이란 걸 인정 안 하는가 보지?!"

세 사람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하이루오가 이와를 소리쳐 불렀다.

이와는 막 시아레이를 끌고 돌아왔는지, 함께 이층으로 올라왔는데, 시아레이는 품에 작은 갈색곰을 안고 있었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아이고, 새끼 곰이구나!"

시아레이는 작은 곰을 들고 하이루오에게 오더니, 곰을  하이루오 몸에 찌르며 말했다. "물어, 물어!"

하이루오는 일부러 비틀거리는 척하며 말했다. "아야, 아야"

그녀는 이와에게 말했다. "다시 나가서 과일 좀 사와라."

그녀는 200원을 꺼내 주었으나, 이와는 받지 않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시아레이도 "통통통통" 쫏아 갔다.

이와가 과일가게에 가서 블루베리를 한 바구니 사서, 이층으로 돌아오니, 신치가 훌쩍훌쩍 울고 있었고, 하이루오와 시리수이가 한쪽에서 달래고 있었다.

하이루오가 딸기를 씻어 신치에게 건네며 말했다. "요새도 여전히 가정 폭력이 있어? 이젠 우리가 너를 구해줄게. 네가 사전에 언제 짐을 실어 올건지 말만 하면, 우리 가계획을 잡을 거야. 내가 여기서 사람도 보내고, 차도 보내줄게."

신치는 울음을 그치고, 딸기를 받아서 먹었다.

하이루오와 시리수이는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이와가 같이 있어 주려고 남았다.

신치는 갑자기 이와에게 친밀감을 느꼈다.

그녀는 이와가 예쁘다고 추켜세우고, 중국 말은 또 어쩌면 그렇게 잘하냐고 하였다.

이와가 말했다. "내가 중국인이 아니니까 더 중국인 같이 보이나 보지."

신치가 말했다. "그래 맞아. 내가 시골에서 도시로 왔을 때는, 모든 것이 도시사람 같지 않고 촌스러웠어."

그녀는 말을 마치고 깔깔 웃었다.

이와가 말했다. "네가 웃으니, 좋구나."

신치는 이와 가까이 자리를 옮겨 앉고, 그녀의 어깨를 껴안았다.

왜 너를 보면 이상하게 친밀감이 드는지 모르겠다. 혹시 너는 전생에 중국인이었는지도 몰라. 그것도 우리 고향의."

이와가 말했다. "나도 너를 보고 친한 느낌이 들었어. 혹시 네가 전생에 러시아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이루오와 시리수이가 다시 이층에 올라와, 두 사람이 신나서 얘기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너희 둘이 죽이 맞아 얘기하는구나! 시리수이, 얘네 둘이 얼굴 형이 닮은 거 같지 않아?"

시리수이가  말했다. "예쁜 사람은 모두 거의 비슷해. 나하고 쓰이난 같이 못생긴 사람만 각각 못 생긴 데가 다른 거지.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건 못 생긴 게 아니야. 모든 여인은 꽃이야. 각각 개성이 다른 여러 가지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