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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十六, 찻집의 하이루오 (海若•茶庄 ). 3

하이루오는 이층에서 릴리 칼라 다듬기를 마쳤다.

잘라낸 한 무더기의 줄거리와 잎이 쌓였다.

그녀는 일어나서 기지개를 켰고, 바로 옌니엔추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에게, 마침 찻집이 조용하니 마주 앉아 이야기나 하자고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옌니엔추의 전화는 꺼져있었다.

그녀가 잘라낸 줄기와 잎을 모두 치우고 나서, 다시 몇 개의 화병에 나누어 꽂고 나니, 벌써 반 시간이 지나갔다.

그녀가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지만, 옌니엔추의 휴대폰은 여전히 꺼져 있었다.

7~8년 동안, 자기는 밤에 자기 전에, 가끔 휴대폰을 꺼놓곤 했지만, 옌니엔추는 자기 휴대폰은 24시간  막히지 않고 통한다고 자랑했었다. 그런데 어떻게 백주 대낮에 휴대폰이 꺼져 있을까?

하이루오는 혼잣말을 했다. "네가 골치 아픈 일이 많은가 보다. 그렇다고 휴대폰까지 꺼놔?!"

그녀는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칠현금을 꺼내어,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어주창완(渔舟唱晚)>을 연주했다. 이곡은 그녀에게 익숙하다고 할 수 있는 곡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한 번에 리듬을 잡지 못했다.

원래는 바람 잔잔한 한 밤중,  환한 달빛아래 쪽배를 저어가는 정취를 연주해야 하는데, 연주되는 배 젓는 소리는 자신이 생각해도 듣기 싫은 소리였다. 그것은 배 젓는 소리가 아니라 풍랑 속에서 배가 요동치는 소리였다.

그녀는 연주를 그만두고, 탁자 위에 있는  <개자원화보>를 제쳐보았다. 몇 페이지 제쳐보다가, 그것도 무료하여, 나한상을 진열한 대 위에 구슬과 소문선을 늘어놓으려고 하였다.

그러다가, 저도 모르게 '흥' 하며 냉소적인 웃음이 나왔다.

그녀는 점점 자기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게 되어, 괜히 근심하고, 괜히 어쩔 줄 몰라하고, 아무 것도 아닌 일에 화가 치밀었다.

이것이 갱년기가 너무 빨리 와서 생긴 변화일까?

이광은 좋은 여인은 깨끗하게 생기고, 성정이 안정되어 있다고 했는데,자기는 벌써 안정되기가 매우 힘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에게 생기는 일들이 너무 많고, 또 복잡하여 안정을 취할 방법이 없었다.

정신적으로 너무 많은 것을 추구하면서, 너무 많은 생활의 짐을 지고 있다보니 서로 조화를 이루기 어려웠다.

그것은 바로, 신장(肾脏)이 나쁘면, 살이 빠지는것과 같은 것이다.

신장을 치료하려면, 호르몬제를 써야하는데, 호르몬제를 쓰면 몸이 뚱뚱해진다.

그녀는 자기가 수박을 줏으려다가 깨를 잃어버리는 건지, 그렇지 않으면 깨를 줏으려다가 수박을 잃어버리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어쨌거나, 이런 곤경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녀는 비로소 부처님을 떠 올렸다. 그녀는 불교에 귀의한 후, 자주 오사장네 불당에 가서 여러 거사(居士: 속세에 있으면서 불교를 믿는 남자)들과 어울렸고, 활불(活佛: 티베트 불교의 수장)이 오면 자기가 접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여러 날이 지나도 활불은 계속 확실한 도착 날자도 없고, 아들놈은 쓸만한 인재가 되기는 글렀고, 시아즈화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으며, 잉리호우는 연니엔추가 계약을 변경한 것을 자기에게 성토하고 있다. 더욱 분명히 밝힐 수 없는 스트네스는 바로 시 위원회 서기가 연행되어 간 일이었다. 거기 치(齐) 사장도 연루되어 있었을까?

그녀는 자기 능력이 너무나 작고, 약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작은 우물 이었다. 퐁당퐁당 아무거나 던져 넣으면, 금세 꽉 막혀버리는.

하이루오는 구슬 한 줌을 꺼내서, 그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열개 골라냈다. 그녀는 그것을 실로 꿰려고 했으나, 구슬 구멍이 작아서 도무지 꿸 수 없었다. 그래서 획대경을 찾으려 하다가, 이번에는 팔로 구슬이 들어있는 상자를 툭 쳤다.

구슬이 바닥으로 쏫아지며 퐁퐁퐁퐁 튀었다. 모든 구슬은 바닥 위로 이리저리 굴러갔다.

이때, 창틈으로 꿀벌 두세마리가 비집고 들어와서, 웅웅 거리며 날아다녔다.

하이루오는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는 구술을 줍지도 않고, 벌을 잡지도 않았다.

그저 더듬더듬 담배를 한 가치 꺼내 불을 붙였다.

담배가 반쯤 타들어 갔을 때, 하이루오는 샹치위에게 전화를 걸었다. 샹치위는 병원에서 시아즈화를 돌보고 있었다.

상치위가 말했다. "아이고, 이렇게 일찍 전화를 했어?"

하이루오가 말했다. "상황이 어때?"

샹치위가 말했다. "시아즈화만 어떤지 묻는 거야? 내가 어제 잠을 잤는지, 오늘 아침을 먹었는지는 관심도 없고?."

하이루오가 말했다. "너 말하는 투로 보니, 시아즈화 상황이 나쁘진 않은 가 보다."

샹치위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좋지 않아. 며칠 전보다 나빠진 것 같아. 부축해서 앉히려고 해도, 앉을 생각을 안 하고, 그저 누워만 있어."

하이루오가 말했다. "정신이 났다가, 혼미해졌다가 그러는 거야?"

샹치위가 말했다. "그래, 어제는 한밤중에 정신이 났는데, 시아레이(夏磊. 아들)가 없는 것을 보고, 또 눈물을 흘렸어."

하이루오가 말했다. 늙은 마나님이 아이를 아이를 데려오지 않았어?"

샹치위가 말했다. "어제 오후에 왔었는데, 마나님 왔을 때는 정신이 혼미해 있어서, 그걸 보고 마나님이 우셨거든. 그래서 내가 들여보냈어.

시아즈화가 정신이 나니까, 라면이 먹고 싶대."

하이루오가 말했다. "어떻게 라면을 먹을 수 있니?"

샹치위가 말했다. "나도 먹을 수 없을 것 같았지만, 그 애가 먹고 싶대. 그것도 아주 먹고 싶댔어. 그래서 내가 한 그릇 끓여 주었더니, 기껏 국물만 몇 모금 먹었을 뿐이야."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걸 의사한테 말했지? 의사는 뭐래?"

샹치위가 말했다. "의사 말은 자기들은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했어. 현재 국내에서 나오는 최고의 약을 쓰고 있다면서도, 그저 기적이 일어나기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대."

하이루오는 침묵 했다.

하이루오는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문득 술이 먹고 싶었다. 왜 술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나는지는 모른다.

그녀는 급히 일층으로 내려와, 장에서 홍씨펑(红西风: 52도짜리 독주) 한 병을 꺼내 이층으로 가져왔다.,

가게에는, 차와 같이 먹는 과자와 말린 과일밖에 안주 거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아래층으로 가지러 갈 마음이 나지 않아, 그대로 병을 들고 한 모금, 한 모금 마셨다.

빠르게 한 병에서 반이 없어졌다.

하이루오는 머리가 무거워지기 시작했고, 눈동자는 끈적거렸으며, 얼굴  근육이 조금 뻣뻣해진 것 같았다.

그러다가 몸이 기우뚱하더니 나한상을 모신 대 위에 쓰러졌다.

술병이 손에서 빠져나가 아래로 떨어졌는데, 바닥에 떨어지지는 않고, 여전히, 나한을 모신 대 위 꼭대기 널판에 반대 방향으로 기울어져서, 술이 밖으로 흘러나왔다.

 

하이루오는 취한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술병마저 취했다. 거기서 흘러나온 것은 술이 아니라, 투명한 피(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