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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十五, 습운당의 이와 (伊娃•拾云堂). 3

단선

 

 

 

그녀의 빨갛게 칠했던 입술이 엉망이 되는 바람에, 입술이 두꺼워 보였다. 그녀는 서둘러 루주를 문질러 닦고는 다시 화장을 했다.

그녀는 나와서 이광과 사진을 찍었다.

가오원라이는 사진을 찍으면서  말했다. "이 선생님, 내가 이해가 안 가는 건, 선생님 책에는, 그렇게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그렇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놀랍게 논리 정연하고, 순서가 딱딱 맞고, 생동감이 넘쳐요! 어떻게 쓰시길래 그런 거죠?"

이광이 말했다. "나는 뭔가 쓰려고 할 때는, 눈을 감지. 그러면 그것이 내 앞에 모두 나타나는 거야. 나는 나타난 장면을 그대로 쓰기만 하면 되지.

너 구도에 신경쓰면서 사진을 찍어라."

가오원 라이는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면서, 어떤 때는 쭈그려 앉기도 하고, 어떤 때는 발돋움을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그는 사진을 찍으면서 말했다. "아이고, 선생님 말씀은 수많은 작가들을 열받게 하겠어요!"

이와가 말했다. "사진 다 찍었으면, 선생님 시간 뺏지 말고, 갑시다."

이광이 이와에게 말했다. "이와는 아직 글 쓰는 공간에 들어가 보지 못했지? 거기 너의 숨결을 남겨야 해."

그는 이와를  글 쓰는 작업 공간으로 데리고 가서, 거기 있는 골동품을 연대까지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그 문물의 가치와 예술적 가치, 그리고  그걸 사들일 때의 에피소드를 소개해 주었다.

그는 또 이와와 가오원라이를 데리고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가오원라이가 말했다. "건물 위에 이런 데도 있네요!"

다락방에 올라가자, 천정이 유리로 되어있어서 하늘이 보였고, 구름 하나가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다.

가오원라이가 감동해서, 길게 탄성을 질렀다.

이광이 말했다. "샤오 가오도 시인(詩人) 기질이 있어."

가오원라이가 말했다. "저도 시를 써요."

그는 품 안에서 종이 뭉치 하나를 꺼내며 말했다. "이광 선생님, 저를 좀 지도해 주세요. 저도 시를 쓸 수 있는 자질이 있나요?"

이광이 말했다. "시 쓸 수 있는 자질이 있으려면, 느낌이 있어야 해."

가오원라이가 말했다. "느낌이란 게 뭔가요?"

이광이 말했다. "모르는 사람이 손님으로 와서, 밥 한 공기를 갖다 줄 때, 그가 다 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 짐작이 갈 거야. 그런 게 느낌이야. 그렇다고 해도 결국은 갖다 줄 수밖에 없고, 그가 절반을 남기더라도 어쩔 수 없어."

가오원라이가 말했다. "그건 그래요."

그러면서 그는 시 원고를 이광에게 주었다.

이광이 말했다. "이와에게는 안 보여줬지?"

이와가 말했다. "본 적은 있어요. 보는 느낌이 늪 속을 걷는 것처럼 매우 피곤했어요."

가오원라이가 말했다. "아이고, 저걸 어째. 저걸 어째!

이와는 작품을 창작하는 큰 탁자에 관심이 있었다. 그녀는 탁자 위에 있는 모필, 문진, 대나무 칼, 인장과 물감 통 등을 들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는 허리를 굽혀 깨끗한 물을 가득 담아놓은 사기대접까지 들여다보았다.

이광은 시 원고를 아무렇게나 선반 위에 던져놓고 말했다. "그게 붓 빠는 그릇이야."

이와가 말했다. "붓 빠는 그릇이요?"

이광이 말했다. "바로 붓을 물에 흔들어 씻는 그릇이지."

이와는 벼루 옆에 있는 작은 자기 개구리를 들어 보았다. 작은  자기 개구리는 쪼그려 앉은 형상인데 긴 혀가 있었다.

이광이 말했다. "그건 뱃속에서 물이 떨어져 입으로 나오는 건데, 먹을 조절하는데 쓰지. 적수(滴水)라고 부르는 거야."

이와가 말했다. "그런데 저렇게 혀가 길다니, 징그럽네!"

이광이 말했다. "아 참! 이와. 오늘 여기 처음 왔으니, 내가 부채에 글을 써 줄게."

그는 탁자 밑에서 단선(团扇: 둥근 부채)을 하나 꺼냈다.

이와가 말했다. "나 필요 없어요."

가오원라이가 말했다. "필요 없다고? 이 선생님 글씨는 값이 많이 나가. 네 자 전지 한 장에 10여 만원, 부채 면에 쓴 것도 2~3만은 나가!

이광이 말했다. "4만(7백만 원)."

이와가 말했다. "그래요? 그렇게나 비싼 거면, 난 더더욱 필요 없어요."

이광이 말했다. "허, 허! 필요 없다니까 더욱 주고 싶네."

그는 붓을 꺼내 먹을 적셔서 부채에 한 줄의 작은 글자들을 썼다.

"복사꽃 향기 속에 미인이 오네."라고 썼다.

이와가 말했다. "이게 무슨 뜻이죠?"

이광이 말했다. "류루(柳如: 5대 10국 시기, 서촉 문인 유승반의 작품에서 여주인공의 용모를 묘사한 글)를 알아?"

이와가 말했다. "사람 이름이에요?"

가오원라이가 말했다. "난 알아요. 옛날 유명한 가희(歌姬)예요."

이광이 그를 흘끗 바리보고 말했다.  "이건 '봄날 미인이 복사꽃 숲을 걸는다'는 걸 묘사한 글이지. 혹은 미인이 오니까 복사꽃이 전부 활짝 피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이와가 말했다. "이게 저를 묘사한 거예요?"

이광이 말했다. "바로 맞았어."

이와는 단선을 집어 들고, 가오원라이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였다.

세 사람이 다시 거실로 가려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가오원라이가 앞에서 가고, 이와가 중간, 그리고 이광이 뒤에서 따라갔다.

이와는 부채를 보다가,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선물 고맙습니다."

이광은 얼른 몸을 숙이고 다시 키스 늘 하려고 했지만 이와는 벌써 한 계단을 내려가 키스를 하지 못했다.

헤어지기 전, 이광은 신문지로 단선을 쌌고, 다시 종이봉투를 찾아 집어넣었다.

그가 말했다. "이와, 이 단선을 찻집에 가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안 돼."

이와가 말했다. "왜요? 내가 얻은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건데!"

이광이 말했다. "그렇게 하면, 그들이 날 원망할 거야. 내가 그들에게는 글씨를 써주지 않았거든."

이와가 물었다. "하이루오 언니에게도 안 써주었어요?"

이광이 말했다.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써 주었지."

이와가 말했다. "처음 알게 된 때라니요? 바로 오늘, 나처럼이요?"

이광이 말했다. "무슨 생각하는 거야?!"

가오원라이가 말했다. "무슨 시구를 썼나요? 내 생각으로는 "풍서 상군일, 학몽부리운(바람은 태양과 가까이하려 하고, 학은 구름이 떠나지 않기를 꿈꾼다) 또는 백일요청춘, 시우정비진(한낮에 청춘이 빛나지만, 때맞춰 내리는 비에 조용히 먼지만 날린다)."

이광이 말했다. "너 고시도 적지 않게 외우고 있구나! 맞다. 젊은이가 중늙은이가 되니, 아름다은 여인은 중년 부인이 되어 있었네."

가오원라이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 "참 좋은 말이네요. 누구의 시구죠?"

이광이 말했다. "내 것."

이와가 말했다. "이건 또 무슨 뜻이죠?"

이광은 웃으면 대답하지 않았다.

문에 다다르자, 이광이 이와에게 말했다. "이와, 내가 너에게 꼭 받고 싶은 게 있는데, 줄 거야, 안 줄 거야?"

이와는 의혹에 차서 말했다."저는 오늘 빈 손으로 왔는데요."

이광이 말했다. "너 자신이 갖고 있는 것. 난 네 머리카락 한 가닥이 필요해."

이와가 말했다. "머리카락이요?"

이광이 말했다. "기념으로 남기려고."

이와는 바로 얼굴 앞, 머리카락을 뽑았다.

이광은 머리카락을 공중에 비춰보고는, 손기락으로 둘둘 감더니, 작은 자기 병에 넣고 수납장  문을 열고 안에 집어넣었다.

건물을 내려와서, 가오원라이가 말했다."이광 선생님은 낭만파야!"

이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오원라이가 다시 말했다. "부드러운 남자지!"

이와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