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수이가 말했다. "언니, 언니. 난 머릿속이 고민으로 꽉 차있어. 내 말 좀 들어 봐줘!
하이루오가 말했다. "내가 뭐 네 감정 들어주는 쓰레기통인 줄 아니?!"
시리수이가 말했다. "그럼 난 누구한테 얘기해? 이런 대도시에 나하고는 귀 닮은 사람마저 없는데. 도대체 누구한테 얘기하냐고? 언니는 내가 숨이 막혀 죽어도 좋다는 거야?!"
하이루오는 자세를 바로 하고 고추 앉더니, "흥" 하면서 말했다. "고민이 있으면, 집에서 술 한잔 한든가, 밖에 나가서 돌아다녀."
시리수이가 말했다. "그러지 않아도, 지금 나와서 돌아다니고 있어. 바로 찻집 밖에 있는데, 오늘 영업 안 해?"
하이루오가 말했다. "나 지금 이층에 있어."
시리수이가 말했다. "저런! 내 언니로 살려면, 내가 필요할 때, 인제나 나타나 줘야 하는 거 아니야?"
하이루오가 말했다. "아이고 내 팔자야! 어쩌다 나에게 너희 자매들이 생겨서 이 고생이냐?"
시리수이가 말했다. "기껏 몇 명 갖고 뭘 그래, 황제는 나라 전체 사람들을 먹여 살린다는데."
하이루오는 머리는 무거웠지만, 다리는 가볍게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 계단이 마치 솜으로 되어있는 것 같이, 폭신폭신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가게 문을 열었다. 과연 시리수이의 차가 문 앞에 정차해 있었다.
시리수이가 말했다. "문 잠그고 차에 타!"
하이루오는 영문도 모른 채, 가게 문을 잠그고, 차에 탄 후, 물었다. "너 어디 아프니?"
시리수이가 말했다. "언니가 약 아니야?"
차가 움직이자, 시리수이가 말했다. "술 먹었어? 혼자 술 먹으려면, 나라도 부르지!"
하이루오가 말했다. "넌 술 많이 먹으면 울지 않아. 눈물 콧물을 쏟을까 봐 안 부른 거야."
시리수이가 말했다. "그래, 좋아. 혼자서 실컷 먹어. 하지만, 내 차에 탄 이상, 언니는 도마 위에 오른 고기야. 자르든, 썰든 오늘은 내 맘대로야!"
시리수이는 차를 몰고 쇼핑몰에 물건을 사러 가는 것도 아니고, 음식점에 무얼 먹으러 가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아무 목적지도 없이 거리를 돌아다녔다.
골목에서 나와 큰 거리로 갔고, 또 큰 거리에 갔다가 골목으로 다시 들어갔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어딜 가는데?"
시리수이가 말했다. "어디긴, 어디야, 차바퀴 닿는 데로 가는 거지!"
시리수이는 그녀의 결혼에 대해서 결코 말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다만 신치(辛起)의 경우를 한번 설명했었을 뿐이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네가 아는 사람들을 보면, 다들 되게 총명해!"
시리수이가 말했다. "그 애도 총명하지."
하이루오가 말했다. "겁 많고 나약한 게, 총명이야. 흉악하고 잔인한 것도 총명이고."
시리수이가 말했다. "언니는 내가 홍콩에 갈 건지, 안 갈 건지 물었었지?"
하이루오가 말했다. "뭣 때문에, 너까지 간다는 거야?!"
앗차 하는 순간, 차의 잎가퀴가 길 가장자리 인도를 치고 올라갔다. 그녀는 급히 핸들을 꺾었고, 바퀴는 차도로 다시 내려왔다. 차는 두 번 크게 요동쳤다.
하이루오가 의자에서 튀어 오르며 소리쳤다. "너 운전 어떻게 하는 거야? 내가 네 차에 타니까, 감자 포대 취급하는 거야?"
시리수이가 씩 웃더니 말했다. "언니가 나긋나긋하니까, 차가 시기해서 투정을 부리나 보지.
내가 생각해도 내가 가면 안 될 것 같아. 안 갈 거야."
하이루오가 말했다. "네가 그 애에게도 갈 필요 없다고 말해 쥐라!"
시리수이가 말했다. "그 애는 첨부터 워낙 힘들게 살아왔어. 그 애가 이렇게 험한 일까지 벌이려는 걸 누가 알겠어? 나도 그런 애를 친구로 사귄 것이 후회되. 왕래를 끊어 버리려고 하면, 그 애가 나에게 달라붙어 울며 호소하고. 그러면 또 나는 그 애가 불쌍해 죽겠고.
언니,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누구 누구는 도화살이 끼었다'라고 하는데, 내가 하필 그런 애를 만난 거야. 그 애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
하이루오가 말했다. "기왕 너하고 친구가 되었고, 너에게 달라붙는다는 건, 너 역시 그 애가 달라붙을 수 있게 했기 때문이야."
시리수이가 말했다. " 나도 언니에게 똑 같이 달라붙고 있다는 거야?"
하이루오가 말했다. "너는 나한테 골치 아픈 일을 말하러 온 거니, 이니면 시끄러운 걸 즐기러 온 거니? 그럼 안돼!"
시리수이가 말했다. "안 될게 뮈 있어? 한번 말해봐."
하이루오가 말했다. "내가 그런 예를 말해줄게. 내가 전에 한 사람을 알게 되었는데, 그는 학교 졸업 후, 취직을 하려 했으나, 잘 안되어 임시로 취후(曲湖)에 명승지 해설사로 들어갔지. 그가 어디서 들었는지 내가 취후 신 구역 주임과 안다는 말을 들었나 봐. 그러자 하루가 멀다 하고 나를 찾아와, 자기를 주임에게 추천해 달라는 거야. 그래서 추천해 주었더니 주임은 그를 계약직 노동자로 뽑아줬어.
그렇게 일 년이나 지났나? 그는 또 부시장을 하나 안 거야. 그는 이번에도 끊임없이 부시장을 찾아가더니, 명승지 관리자에서 시(市) 여유국(旅游局)으로 자리를 옮긴 거야.
그는 이때부터, 오직 한번 마음먹고 끝까지 하면 뭐든지 성공한다고 믿게 되었지. 그리고 이번에는 지도자를 찾아갔지.
그는 나중에 과장이 되고, 부처장이 되더니 사무실 주임까지 되었어. 그러자 또 여유국장을 찾아가 한편으론 국장에게 뇌물을 주면서, 한편으론 익명으로 경쟁 상대를 모함했지. 결국 국장은 부패혐의로 잡혀갔고, 그도 조사를 받고 공직에서 쫏겨났어.
이 친구가 그렇게 한 것은 아마도 생존을 위해서였을 거야.
생존을 위해서라면, 그 애도 홍콩 영감을 수단으로 삼을 수도 있어. 하지만 이런 생각에 빠지면, 무슨 일을 하든,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게 되는 거야. 이게 정말 무서운 거지.
만약 어떤 일이든 오직 자기만 생각한다는 것은, 바로 자기가 약자라고 생각해서야. 그렇게 되면 일생 동안 아무것도 발전하는 게 없지."
시리수이가 말했다. "맞아,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언니처럼 근사하게 말을 못 했을 뿐이지. 적당한 때, 그 애를 데리고 와서 언니와 자매들 모두를 만나게 해도 될까? 언니가 좋은 말도 해주고."
하이루오가 말했다. " 그러자. 너 홍콩 영감을 본 적은 있냐?"
시리수이가 말했다. "본 적이 없어."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럼 그 애 남편은 본 적이 있어?"
시리수이가 말했다. "오히려 그는 한번 본 적이 있어. 잘 생기지도 않았고, 능력은 없으면서 성질이 난폭해."
하이루오가 말했다. "가정 폭력도 있었니?"
시리수이가 말했다. "몇 차례, 그 애가 코에 시퍼렇게 멍이 들고, 얼굴이 팅팅 부은 것을 보았지."
하이루오가 말했다. "어쩜, 펑잉과 똑같은 팔자냐?"
시리수이가 말했다. "나도 그 애에게 그 남자와 이혼하라고 했어. 지금 둘이 별거 중이야. 그런데 살던 집에서 물건들을 실어 오려고 한다면서, 나에게 도와 달래. 아이고, 만약 정말 물건들을 실어 오겠다면, 언니가 트럭 한 대 부르고, 힘쓰는 사람 몇 명 구해 줄 수 있어? 언니네 소 구역에 짐 갖다 놓을 작은 월세 방도 구할 수 있어?"
하이루오가 말했다. "방을 뭐 하러 또 구하니? 쓰이난네 가구점 창고에 갖다 놓으면 되지. 짐 옮길 때, 내가 사람도 보내고, 차도 보내줄게."
그러면서 말했다. "너 혹시 무슨 채권추심회사에 아는 사람 있니?"
쓰이난이 말했다. "없어. 누가 빚지고 안 갚아?"
하이루오가 말했다. "없으면 됐다."
두 사람은 거의 12시까지 돌아다니다가, 어느 작은 음식점에 가서 수타국수를 먹었다.
식사 후, 시리수이는 하이루오를 병원에 데려다주었다.
그때, 어느 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는지, 소방차가 사이렌 소리를 길게 끌면서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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