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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十六, 찻집의 하이루오 (海若•茶庄 ). 4

 

모든 사람은 술에 취하면, 친한 친구와 전화하기를 좋아한다.

하이루오도 그랬다. 그녀는 휴대폰을 움켜쥐었다. 휴대폰은 그녀가 유일하게 쥐고 있는 것이었으며, 그것은 물에 빠진 사람이 잡은 지푸라기였다.

그녀는 제일 먼저 사촌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촌 동생은 치(齐) 사장의 부하직원으로, 십여 일 전에 푸젠 성(省)으로 부동산 현지 조사차 출장을 갔는데, 가는 김에 적극적으로 찻집에서 구매할 차 잎도 알아보기로 했다.

사촌동생의 말은 자기는 여전히 복건 성에 있는데, 금년에는 4대 차 생산지의 산출량의 많지 않으나, 품질은 오히려 지난해에 비해서 좋다고 하였다. 그는 이미 30근의 백지관, 30근의 수금구, 50근의 철나한,  거기에 더해 100근의 대홍포를 구매했고, 모두 포장 탁송시켰으니 3일 후에는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녀는 또 물었다. "너네 사장님은? 사장님이 어째서 이렇게 여러 날연락도 없고, 휴대폰은 계속 꺼져있냐?"

사촌동생이 알려준 것은, 치 사장은 그가 푸젠 성에 간 첫날, 마카오로 갔고, 치 사장은 언제나, 마카오로 떠나면, 바로 쓰던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이루오는 치사장이 마카오에 여러 차례 도박하러 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매번 돈을 잃고 온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어떻게 가기만 하면 돈을 잃으면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또 갔단 말인가?

하이루오가 말했다. "너도 그가 아직까지 계속 마카오에 있다는 걸 알지?"

사촌 동생이 말했다. "어제 회사 직원과 통화했는데, 치 사장이 마카오에 있다고 그랬어."

하이루오가 말했다. "너 그가 빨리 돌아오도록 통지할 방법을 강구해 봐라!"

사촌동생이 물었다. "무슨 일이 있어?"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럼, 있고 말고."

그녀는 다시 술병을 줏어들고 한번 들이켰다.

그러자 바로 목이 잠겼고, 감탄조로 해야 할 말이, 힘없는 쉰 목소리로 변해버렸다.

사촌 동생과 전화한 다음, 하이루오는 나한을 모신 대 위에 올라섰다.

갑자기, 창에서 쏫아져 들어오는 햇볕 줄기 속에, 살아있는 곤충들이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가 앞으로 뛰어 잡으려 하자, 몸이 날아갈 것같이 느껴졌다.

너무나 신기했다. 이런 느낌은 그녀가 한 번도 체험해 보지 못했다.

하이루오는 즉시 이런 느낌을 여러 자매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되는대로 전화번호를 눌렀으나, 손가락 끝이 따라주지 않아서 매번 헛 눌러졌다. 어떤 때는 한꺼번에 두 개의 번호가 눌러졌고, 휴대폰에서 직직하는 소음이 들리기도 했다.

그녀는 시리수이를 욕하다가, 루이커를 욕했고, 위번온을 욕하다가 샹치위, 잉리호우, 펑잉, 옌니엔추, 쓰이난, 수치 그리고 이와까지 욕했다.

왜 전화를 안 받는 거야? 왜 모두 전화를 안 받지?!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휴대폰을 거의 얼굴에 붙이다시피 하고, 눈을 크게 뜨더니, 진지하게 하나 하나 번호를 눌렀다. 그녀의 입 속에서는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너희들이 나를 무시하면, 난 이광에게 전화를 걸 거야. 이광은 꼭 나와 얘기해 줄 테니까."

하이루오는 심난한 일이 생길 때마다, 이광과 이야기하려고 했다.

특히 술을 많이 마셨을 때, 이광은 기꺼이 그녀를 받이 주었다. 그녀와 얘기할 때는 두세 시간이라도 계속 얘기해 주었고, 몇 번은 그녀가 만취해서 끝내, 인사불성이 되어 그의 집 소파에 누워 있었던 적도 있었다.

여러 해 되었지만, 하이루오는 자기의 신제를 마주 대하면, 여인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그런 생각은 그녀가 밤에 집에서 침대에 있을 때를 제외하면, 욕실에서, 실물크기 옷 입는 거울 앞, 그리고 화장대를 마주하고 있을 때 떠오른다. 그것을 설명하자면, 바로 이광 앞에 앉아, 그의 말을 들으며 웃거나, 혹은 그가 야유를 하더라도 느긋하고 부드러워져서, 마치 작은 고양이같이 분명하지 않은 표정이 되고 하는, 그런 것이었다.

그것은 녹은 물엿같아서, 들어 올릴 수도 없고, 손에 붙어서 떨쳐버릴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광은 한번도 그녀에 대하여 과도한 동작을 한 일이 없었다.

없다. 그는 포옹을 한적도, 키스를 한 적도 없었다.

심지어 그를 알고 난 다음에는, 만나서 악수한 적도 없었다.

하이루오는 의혹에 빠졌다. 이광과 사귀는 여인들이 너무 많아서, 그녀 역시 여러 여학생들 같은 연애상대로서, 하나하나씩 아름다움이 비교되고 있는 건 아닐까? 이광은 결코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닐까?

그녀는 그를 세세히 관찰했고, 또 느끼면서, 그녀의 관찰 능력과 느끼는 능력을  믿었다.

이광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이광은 '남녀가 한번 성애(性爱)를 하고 나면, 점점 더 가까워지든가, 다시는 왕래하지 않게 되어, 서먹한 사이가 되든가 한다'라고 했다.

이광도 혹시 그녀에 대하여 또는 그녀의 자매들에 대하여, 좋아하면서도, 오히려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을 바라지 않고, 이런 감정이 오래 지속되기 어렵게 만들려는 것이 아닐까?

하이루오는 이광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신호는 갔으나, 계속 받지 않았다.

오늘은 어떻게된 거야? 누구에게 전화를 해도, 전화기가 꺼져있거나, 신호는 가는데 받지를 않고.

무엇 때문에 받지 않는 거지? 그 사람이 이 시간에 벌써 집에서 나와 서재에 갔을까? 혹은 외부에서 열리는 회의에 가거나 무슨 활동에 참가하고 있나? 어쨌든 바쁘니까 전화를 못 받겠지.

혹시 서재에 젊은 아가씨가 있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자 하이루오는 마음이 이유 없이 다급해졌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전화를 걸고, 또 걸었다.

그가 귀찮아 한다면, 더 귀찮게 만들 거야!

그녀는 나한을 모신 대 아래에서 신을 찾아 신고, 직접 소구역에 있는, 건물 꼭대기, 다락방에 있는 그의 서재로 가려고 했다.

이때 휴대폰이 울렸다.

그 소리는 요리가 튀김 기름 솥 속으로 들어갈 때, 나는 날카로운 소리였다.

휴대폰이 탁자 위에서 요동을 치며 돌았다. 액정 회면 위에 번호가 나타났는데, 이광의 전화였다.

하이루오는 파닥거리는 물고기를 쥔 것처럼, 휴대폰을 쥐었으나 뜻밖에 한번 미끄러져 놓쳤다.

그런데 이광의 말투는 낮고, 느릿느릿했다. 그는 휴대폰을 계속 무음으로 해 놓아서, 방금 전까지도 전화 온 걸 몰랐다고 설명했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못 믿겠어요. 나에게 얼렁뚱땅 하려 거죠? 전에는 당신이 나에게 전화를 자주 하더니, 요새는 내가 전화하지 않으면, 당신도 나한테 전화가 없었어요. 그러더니 이젠 내 전화까지 안 받아요? 정말 이걸 어떡해야 돼! 뭘 하길래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놨어요?

이광은 웃고 있는 것 같았으나, 목소리는 더욱 낮고  느렸다. 그러면서 자기가 마작을 하고 있는데, 어제저녁부터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마작을 한다고요? 당신은 시간을 황금같이 아끼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마작을 할 수 있어요? 누구하고 마작을 하는 거예요?!"

이광이 설명하기를, 남자 셋과 하는데 그중에는 시 위원회 비서장도 있다고 했다.

하이루오가말했다. "정말이에요?  그럼 비서장 좀 바꿔주세요."

이광은 역시 설명했다. 비서장이 게임에 졌고, 지니까 마작패를 화라락 밀어버리고, 화를 내며 출근한다고 가버렸다고 했다.

다른 두 친구는, 하나는 화장실에 갔고, 하나는 세수하러 갔으며, 자기도 졌기 때문에 패인을 복기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하이루오가 듣기에 이광의 말은 사실인 것 같았다.

그 비서장은 총명하고 유능하며, 그녀를 제일 많이 도와주었지만, 성질이 조급하며 충동적이고, 심성은 이광만 못했다.

이광은 지니까 복기를 하지만, 지독한 사람은 여기서도 지독한 법이다

그녀가  말했다. "그럼 나, 거기 가도 돼요? 그리고, 비서장에게 루이커 일 부탁했어요?"

이광은 올 필요 없다고 했다. 그들 세 사람이 마작을 계속할 거라고 하며, 오면 불편할 거라고 했다. 이미 비서장한테는 얘기했지만, 사람들이 요새 매우 힘들어한다고 했다. 거물이 연행된 사건이 터지자, 그들 모두가 활에 놀란 새 꼴이 되었고, 이럴 때는 아무도 그런 일에 나서지 않는다고 했다.

하이루오는 술기운이 천천히 사라지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뭔가 할 말이 있었다.

이광은 자기가 복기하는 충이니, 그 일은 그렇게 놔두자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하이루오는 비로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통화 시간이 너무 짧았던 게  불만이었다. 그녀에게는 아직도 할 말이 많았고, 그의 설명하는 목소리도 더 오래 듣고 싶었다.

전화에서 다시 음악 소리가 울렸다. 그녀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회면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곧바로 말했다. "당신, 복기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또 전화했어요?!"

그런데  전화의 첫마디는 이랬다. "누구에게 해대는 거야?"

하이루오는 깜짝 놀라서 술이 완전히 깨었다.

그제야 휴대폰 화면을 보니, 시리수이의 번호가 찍혀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