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자마자, 하이루오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는 그녀의 표정은 여유로웠고, 어투는 부드러웠으며, 수시로 부르르 떨면서 웃었다.
가오원라이와 샤오 탕, 샤오 쩐, 사오 쑤는 감히 기척도 내지 못했다.
전화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한 구석에서 엿들었는데, "감사합니다"하는 말이 들리기도 하고, 분명하지는 않지만 "한번 찾아뵐게요"라는 말이 들리기도 했다.
가오원라이가 소곤소곤 말했다. " 누구 전화죠?"
샤오 탕이 말했다. "너 스파이야?!"
가오원라이가 말했다. "사장님 머리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거 같은데, 좋은 일이 있나 보죠?"
샤오 탕이 말했다. "당연히 좋은 일이 있어야지."
하이루오가 전화를 끝내더니, 말했다. "시(市)에서 투자유치 대회를 개최하는데, 200통의 후과차( 猴魁茶: 안휘성에서 생산되는 한족 전통 명차)가 필요하대."
가오원라이가 소리쳤다. "우아, 대박!"
샤오 탕이 말했다. "빨리 준비해."
모두들 급히 서둘러서, 후과차를 한 포 한 포, 정교하게 만든 종이 통 안에 넣었다. 샤오 쩐은 통마다 개인 차 레테르를 붙였고, 이어서 이와는 '잔 주오(暂坐) 찻집' 인장을 찍은 다음, 큰 박스 네 개에 담았다.
하이루오는 그것들을 모두 자기 차에 싣게 한 후, 자동차 키를 샤오 탕에게 주며, 투자유치 대회가 열리고 있는 해청 호텔에 갖다주라고 했다.
샤오 탕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지 사장님이 연락한 건가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아니."
샤오 탕이 말했다. "시 위원회 서기가 나서지 않았다면, 어떻게 투자 유치대회가 열렸을까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네가 어떻게 시 위원회 서기가 나섰다는 걸 아냐?"
샤오 탕이 말했다. "손님들이 말하는 것은 듣고, 정말 그런가 물어보는 거예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응. 그래."
샤오 탕이 말했다. "그럼 지 사장이 관련된 일이 아니겠네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나도 지 사장에게 전화했는데, 통화 못 했어. 그와 관련되었을 리 없어. 이번 투자유치 대회는 시 정부가 한 거야."
그녀는 샤오 탕에게 카드를 한 장 주었다.
샤오 탕이 말했다. "역시 닝(宁) 비서장님이군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분은 계속 우리를 돌보아 주시지."
샤오 탕이 말했다. "그러니까 이런 수량이? 이번에는 200 통이네요. 그럼 매 통마다 가격을 조금 올릴까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그녀는 샤오 탕을 손가락으로 찌르면서 말했다. "넌 정말 꼬치꼬치 알려고 하는구나!"
그녀는 가오원라이를 불러서 함께 가라 하고, 몇 통 더 가지고 가서, 오다가 오사장네 들러서 주고 오라고 하였다. 또 오사장이 묵언 수행을 끝냈는지는 모르지만, 활불이 오는 상항도 알아보라고 했다.
샤오 탕과 가오원라이가 여기저기 돌아다닌 지 반나절, 그들은 뜻밖에 열개의 작은 병에 든 된장과 한 자루의 찐빵을 가지고 돌아왔다.
하이루오는 외출 했다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었는데, 휴대폰을 켜서 그녀가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있는 중이었다.
사진은 햇볕 속에서, 길가에 일열로 늘어선 노송의 벽 위에 투사된 그림자를 찍은 것이었다.
가오원라이도 다가가 사진을 보고 말했다. "이 그림자는 뭐 하러 찍었어요?"
하이루오가 말했다."너는 그림자가 나뭇가지와 어울려 만드는 구성을 주목하지 않는구나. 명암 관계가 모두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니?"
가오원라이가 말했다. "어라, 그러네요."
샤오 탕이 하이루오에게 알려주었다. 오사장의 묵언 수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활불이 언제 오실지도 불확실하다. 하지만, 회사 사람이 그들의 진령 농업원에서 생산된 된장과 이스트로 만든 찐빵을 주어서 가지고 왔다고 했다.
가오원라이가 말했다. "이스트 찐빵 안에는 작은 구멍들이 있어, 속이 비었으면서도 쫄깃쫄깃해요. 거기에 된장을 넣으면 향이 그만이지요!"
하이루오는 찐빵을 모두에게 나누어 주었고, 모두들 그걸 잘라서 된장을 넣어 먹었다. 과연 대단히 맛있었다.
모두들 먹고 있는데, 가오원라이는 먹지 않고, 하이루오에게 물었다. "사장님, 어떻게 그걸 찍을 생각을 했어요?"
하이루오가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그림 그리는 걸 배웠는데, 나무를 마주 보고 그대로 그리면, 나무와 닮지 않게 그려지지. 그런데, 그 그림자를 보고 그리면 오히려 전체 조형을 알게 되어 더 잘 그릴 수 있는 거야."
샤오 탕이 말했다. "사장님은 화장실에 가서도 화장실 바닥에 깔린 대리석을 보고, 대리석 무늬에서 각종 인물의 형상을 구분해 내셔."
가오원라이가 말했다. "맞아요. 문학예술은 모두 눈에 보이는 형상과 상상 속의 형상 위에 세워지는 거예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어라, 그럴싸한데! 그럼 내가 너에게 하나 물어볼게. 너 성 동편 강 연안에 있는 홰나무 숲에 가봤지?"
가오원라이가 말했다. "한번 가봤는데, 연애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다시는 안 갔어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만약 거기서 땅바닥에는 줄기가 없는 풀들이 많은 걸 보았는데, 그 옆 땅에는 높게 자랄 해바라기가 서너 포기 심어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면, 넌 어떤 생각이 들겠니?"
가오원라이가 대답했다. "내가 보지는 못했지만, 그걸 보다면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요, 양이 풀을 뜯어먹었을까? 해바라기는 누가 심었나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아이고. 너 연해 못 해봤구나."
가오원라이가 말했다. "나도 연애해 봤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집도 있어야 하고, 차도 있어야 한다는데, 난 아무것도 없지 않아요. 그래서 관뒀죠."
샤오탕, 이와가 깔깔 웃었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너 한번 생각해 봐라. 연인 한쌍이 앉아있는데, 남자 쪽에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고, 여자 쪽에서도 부끄러워하고, 그래서 그들이 의식적으로 풀을 꺾는 거고, 풀들이 줄기가 없어진 거지. 게다가 그들은 할 말도 없고 계속 해바라기 씨를 까먹고 있을 테니, 이때 비바람이라도 친다면, 급히 일어나 갈 것 아니겠니? 비는 해바라기 씨를 땅 속으로 밀어 넣고, 해바라기 씨 중에는 까먹지 않은 씨도 있을 테고, 또 공교롭게 서너 개는 볶이지 않은 것도 있을 가야. 나중에 그것이 자라서 몇 개의 싹이 나는 거지."
가오원라이가 말했다. "사장님, 꼭 작품 쓰셨을 것 같아요!"
하이루오가 말했다. "작품 쓴 적은 없어. 그저 책 읽기만 좋아하지."
가오원라이가 말했다. "사장님은 글 쓰는 재능이 있어요!" 그는 탄복해 마지않았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찐빵을 다 먹지 않을 거면, 두 개 남겨 놓았다가 된장 한 병과 같이, 이와가 이광 선생님께 갖다 드려라."
이와가 그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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