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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十四, 찻집의 하이루오 (海若•茶庄). 2

 

하이루오가 말했다. 향을 사르는 것은 부처님에게 경배드리는 것이고, 담배를 피우는 것은 나를 존중한다는 의미야."

잉리호우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사람들은 어려운 일이 생기면 부처님을 찾지. 부처님이라고 너의 욕망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건 아니야. 부처에게 비는 것은, 오직 자기에게 비는 거야. "

잉리호우가 말했다. "나  자신이 나를 구할 수 없는데 어떻게 해?"

그녀가 다급하게 담배를 빨기 시작하니 담배 끝이 빨갛게 빛났고, 담배 연기조차 내뿜지 않았다.

한 모금 한 모금할 때마다, 담배는 매우 빠르게 타 들어가서, 금세 절반까지 타들어 갔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무슨 일이 있구나. 그렇게 담배를 피우는 걸 보니! 무슨 일이 생겼어?"

잉리호우가 말했다. "아니, 아무 일도 없어. 그저 마음이 텅 비어서 그래."

하이루오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소문선을 나한을 모신 대 앞에 늘어놓고, 다시 불경을 뒤척였는데, 이광 선생에게 써 달라고 할, 네 글자의 말을 뽑기 위해서였다.

뽑은 말들은, 경계현전, 염정불이, 이병발치, 청풍재옥, 광야 무첨, 일거독상, 고상기사, 오학재인, 피갈회옥, 담란무극, 격물치지, 해의반박, 득대자재, 유부영부, 유한정정,이었다.

벽 모퉁이에서 '스르륵스르륵'하는 소리가 났다.

잉리호우가 말했다. "지금 귀뚜라미가 있어?"

하이루오가 말했다. "너는 사계절 채소를 다 먹는데, 어찌 집에 벌레가 없냐?!"

잉리호우가 말했다. "집 안에 있다고?"

하이루오가 말했다. "바깥 창틀에 있을 거야."

잉리호우가 말했다. "이층이 이렇게 높은데 어떻게 귀뚜라미가 올라올 수 있나?"

다시, 두 사람 모두 말이 없었다.

하이루오가 책장을 넘기는데, 펄럭펄럭 소리가 났다.

잉리호우가 담배 한 대를 다 피우고 나서 말했다. "내가 말할 게 있는데, 안 들어줄래?"

하이루오가 말했다. "너 말하고 싶지 않은 거 아니야?"

잉리호우가 비로소 한번 웃었다. 웃음은 매우 짧았고, 웃음소리가 나자마자 사라졌다. 그녀가 말했다. "책 좀 펄럭이지 말고, 내 말 좀 들어봐."

잉리호우는 말했다.

"옌니엔추는 부용 구강외과 의원의 왕원장이 친하대. 왕원장에게 후(胡) 사장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후 사장은 큰 사업을 하는 사장이며 신규 분양한 상가를 가지고 있어서 거기에 학원을 열었다고 했어.

옌니엔추는 그녀에게 왕원장, 후 사장 모두 좋은 사람이며, 둘 다 대단히 실력이 뛰어나고 경제력도 대단하다고 했어. 그들 두 사람은 함께한 지 10여 년이 넘었으며, 자기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하더군. 그런데 후사장의 상가가 수입이 들어오지 않고, 또 학원을 증축해야 해서, 일시적으로 자금을 돌릴 수 없게 되었다며, 이자를 매월 50만元(95백만 원)씩 줄 테니, 천만元(19억)을 빌려줄 수 있냐고 했어.

그래서 옌니엔추와 왕원장을 통해서 후 사장에게 일천만元을 빌려주었어. 처음 삼 개월은 이자가 제 날자에 착착 들어오더니 사 개월째는 들어오지 않았어. 나중에 알고 보니, 후사장은 자금  흐름이 끊기고, 외부에서 빌린 돈도 많아서 하루종일 돈 갚으라는 독촉에 시달리다가, 도망가 버렸대.

하이루오는 여전히 책을 뒤적여가며 이야기를 듣타가, 잉리호우가 흐느끼는 것을 보고, 얼른 책 뒤척이기를 그만두고 말했다. "아이고, 그런 큰일이 있었으면, 왜 모두와 의논하지 않았니? 이런 일은 사회에서 많이 일어나는 일인데 네가 이렇게 당할 줄은 몰랐네!"

잉리호우가 말했다. "난 높은 이자에 눈이 멀었고, 또 옌니엔추가 소개해서 믿은 거야."

하이루오가 말했다. "지금 어떻게 처리하고 있니?"

잉리호우가 말했다. "옌니엔추가 일이 터진 걸 말해주었는데, 이미 이자 받기는 글렀고, 당연히 원금이나 돌려받으려고 그래.

왕원장이 친구 대신 원금을 돌려주겠다고 하지만, 왕원장 본인이 그렇게 많은 돈은 얼마 없어서, 4년으로 나누어 다 갚겠다고 했어."

하이루오는 입을 다물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나서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넌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걱정하는 거니?"

잉리호우가 말했다. "난 생각만 해도 오장육부가 타들어가는 것 같아. 언니, 제발 좋은 아이디어 좀 말해줘!"

하이루오가 말했다. "돈 잘 벌 때는 나보고 언니라고 하지도 않더니?!"

잉리호우가 말했다. "오죽하면 내가 나를 죽이고 싶도록 미울까!"

그녀는 주먹을  쥐고 자기 머리를 때렸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때리지 마. 백치 머리는 때릴수록 더 백치가 되는 거야! 너희들 무슨 계약서 없어?"

잉리호우가 말했다. "처음 계약할 당시, 옌니엔추, 왕원장, 그리고 후  사장이 계약서에 서명했어. 현재 상황이 변했으니까, 새로 계악서를 쓰고 다시 서명했어."

하이루오가 말했다. "계약서 갖고 있니?"

잉리호우는 계약서를 꺼내 하이루오에게 주었다.

하이루오는 계약서를 한 구절 한 구절, 글씨까지 하나하나 꼼꼼히 들여다보더니, 중얼거렸다. "이렇게 높은 이자가 가당키나 하냐? 하늘에서 정말 공짜로 떡이 떨어지겠어?"

그러면서 물었다. 돈을 빌려줄 당시, 왕원장이 직접 보증인이었니?"

잉리호우가 말했다. "왕원장, 옌니엔추 모두 직접 보증인이었어."

하이루오가 말했다. "이 계약서 상에는 왕원장은 직접 보증인이지만, 옌니엔추는 연대 보증인인데?"

잉리호우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뭐라고? 그 애가 연대 보증인이라고?!"

그녀는 고개 숙여 들여다보았다. 과연 옌니엔추의 이름 앞에는 연대 보증인이라고 쓰여 있었다.

잉리호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이 계약서를 누가 기초한 거냐?"

잉리호우가 말했다. "옌니엔추. 바로 옌니엔추가 했어."

하이루오가 말했다. "너는 어쩌자고 읽어 보지도 않고  서명했니?"

잉리호우가 말했다. "나도 보긴 봤어. 후 사장이 도망갔다니까,  너무 당황해서 오직 '어떻게 원금을 회수하느냐'만 신경 쓰다 보니 몰랐지. 신 계약서 상에 내가 주의한 건, 오직 '매 일 년마다 얼마나 돈을 돌려받나' 하는 것뿐이었어."

그녀는 말을 마치고는 분노로 부르르 떨더니, 욕을 했다. "옌니엔추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그 애가 아니었으면, 내가 왕원장이 누군지나 알겠어? 후 사장이 누군지나 알겠느냐고?

나는 그 애를 믿었기 때문에 돈을 빌려준 거야. 그런데 이렇게 되니까 발을 빼?

언니, 언니, 그 애가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일이 터졌어도, 나는 그 애 마음만 믿고, 원금만 받기로 동의해 주 있고, 또 4년에 걸쳐 회수하기로 동의해 준 거야. 그런데 그 애가 이렇게  뒤통수를 치다니! 언니, 어떻게 이럴 수 있어?"

그녀는 소리 없이 흐느껴 울었다.

잉리호우가 우는데도, 하이루오는 아무런 위로의 말을 하지 않고, 연거푸 담배를 세대 피웠다.

잉니호우는 울다가 욕을 했고, 또 욕을 하다가 울었다.

족히 30분이 지나갔다.

그녀는 갑자기 탁자 위의 휴대폰을 집더니  일어섰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너 왜 그래?"

잉리호우가 말했다. "옌니엔추를 찾아갈 거야. 지금 바로 옌니엔추를 찾아갈 거야!"

하이루오가 말했다. "너 휴대폰 잘 못 집었어."

잉리호우가 손에 쥔 휴대폰을 보니, 하이루오의 휴대폰이었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네가 그 애를 찾아가서 무얼 할 건데? 욕을 하고, 때려? 그 애를 죽여? 그 애를 죽인다고, 돈이 회수되겠어?!"

잉리호우는 다시 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손을 들어, 자기 얼굴을 때리면서 말했다. "언니, 난 어쩌면 그렇게 멍청할까? 내가 팔려가면서도 인신매매범을 도와 돈을 세어 주는 격이야! 언니, 제발 나를 도와줘. 언니가 도와주면, 그 돈을 저축해 놓을 거야. 그놈들이 이렇게 간계를 꾸며 나에게 올가미를 씌우지 못하게.

이것들이 나에게 돌려줄 돈이 없다고 하면 어쩌나? 그럼 난 살 수도 없어! 자매들  중에 내가 누구라도 성심껏 하지 않은 사람이 있어?

옌니엔추에게도 언제라도 속옷을 벗어 달라면, 외투까지 벗어 주지 않았어? 그 나쁜 년이 나를 절벽 위로 유인해서 내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걸 보고는, 몸을 돌려 가버린 거야. 거기다 나뭇가지로 자기 발자국을 지워버린 것 아니야?!"

하이루오가 말 쌨다. "연니엔추가 설마 너를 함정에 빠뜨리고 해치려고 했겠어? 그 애도 본능적으로 겁이 나니까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그랬을 테지.

이번에 내가 그 애를 만나, 얘기해 볼게. 만날 때, 어쨌든 너의 이익을 지켜주어야 하니, 왕원장을 독촉해서 돈을 갚게 하라고 할게."

잉리호우가 말했다. "돈을 안 갚을 거라고 하면?"

하이루오가 말했다. "우정을 믿어야 해."

잉리호우가 말했다. "나보고 우정을 믿으라고?"

하이루오가 말했다. "우리 옌니엔추를 믿어 보자."

잉리호우의 흐느낌 소리는 천천히 조용해졌다.

한 시간 후, 하이루오는 잉리호우를 보냈다. 헤어지면서 잉리호우가 말했다. "언니, 잉리호우를 꼭 찾아서, 내가 몹시 다급하다고 그래."

하이루오가 말했다. "내가 너보다 더 급해! 천만 원 사건뿐만 아니라,  우리 자매에서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안 돼."

잉리호우가 하이루오를 포옹하자,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래, 되었어. 집에 가서, 바로 문에 거울을 하나 걸어 놔."

잉리호우가 말했다. "그걸 거는 것은, 나쁜 기운을 억눌러서 액 막이를 하라는 거지?"

하이루오가 말했다. "그게 아니라, 스스로를 자주 비춰 보라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