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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十四, 찻집의 하이루오 (海若•茶庄).1

 

 

잉리호우는 열강루에서 일행과 헤어져, 집으로 와서 한잠 늘어지게 잤다. 깨어나보니 그다음 날 정오였다.

그녀는 잠이 깨었지만, 일어날 기분이 나지 않아, 침대에 그대로 누운 채 걱정거리들을 생각했다.

어렸을 적,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한 남자를 생각했고, 그것이 그녀의 연애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가 기장 바라지 않는 그 계약이 떠올랐다. 그것도 하필이면 머리 가득 계약 생각으로 꽉 찼다.

그녀는 이러다가는 우울증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생각을 다른 데로 돌리려고, 마치 TV를 보면서 채널을 돌리듯, 일부러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오늘 날씨는 어떨까? 미세먼지가 있다면 약할까, 심할까?

침대에서 일어나 무얼 좀 먹어야 할 텐데, 녹두  율무를 끓인 죽을 먹을까 아니면 계란 프라이와 우유를 한잔 먹을까?

나갈 때, 흰새 티셔츠와 거기 어울리는 짙은 남색 짧은 치마를 입을까? 아니야, 그 치마는 날염이 되어 있어서 촌스럽게 보일 거야. 티셔츠엔 시원한 바지가 어울리거나 , 박하 녹색 치마가 어울릴 거야.

그렇게 입으면, 신은 꼭 흰  신발을 신는 게 맞아.

흰 신발은 계악서에 처음 서명하고 나서, 옌니엔추와 같이 경무빌딩에 가서 산 거야. 어떻게 또 계약서 생각이 나지? 잊어버렸었는데... 아니 그걸 어찌 잊을 수 있겠나?

생각하지 말자! 어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어?

문위에 콩알만 한 구멍이 있으면, 그리로 바람이 비집고 들어가 소쿠리만 한 바람이 되고, 한 대야의 물에 먹물 한 방울 떨어뜨리면 햔 대야 물 전부가 까맣게 된다.

잉리호우는 식은땀이 났다. 또 화가 치밀어 오르며, 가슴에 묵직한 돌 덩어리가 얹힌 것 같았다.

원래, 돈을 빌려준 것은 높은 이자를 받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그 이자로 다시 도로에 면한 집을 한채 사려고 계획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 이자가 없는 것은 고사하고, 원금마저 4년 후에나 회수할까 말까 해졌으니, 이게 무슨 멍청한 짓인가! 또 누구한테 말해야 하나?!

잉리호우는 디이상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녀는 일어나 샤워를 했다. 씻고 또 씻으면서 생각했다.

왕원장의 친구가 도망갔는데, 왕원장은 정말 4년 안에 원금을 돌려주려고 할까? 더 많이 받을 수는 없을까?

먼저번 계약서에 서명할 때도 잘한 거라고, 왕원장이 그의 친구와 맞장구를 치면서, 굳게 맹세했는데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지금 계약한 것도 장래에 의외의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그녀는 마음이 다시 불안해졌다.

오랜 세월 동안, 잉리호우는 마음이 심란할 때는 언제나 부처님을 찾아가 예불을 드렸다. 부처님에게 향을 피우고 머리를 조아리면, 기도가 통하는지, 마음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법문사(法门寺)는 너무 멀고, 흥룡사도 성동에 있다.

잉리호우는 찻집 이층에 있는 부처님께 향을 피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잉리호우는 하이루오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 있느냐고 물었고, 하이루오는 가게 안에 있다고 말했다.

잉리호우가 나가지 않을 거냐고 묻자, 하이루오는 영문을 몰라하며, 물었다. "너는 내가 가게에 있기를  바라니, 없기를 바라니?"

잉리호우는 대답을 얼버무렸다. 마음속으로는 하이루오가 가게에 있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자기가 얼결에 계약 일을 하이루오에게 말해서 체면을 구기면 어쩌나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이루오가 그렇게 묻자, 그녀는 하이루오에게 나가지 말고 가게에 있으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럼 내가 소문선을 사놓았으니 기다리면 갖다 주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바로 차를 운전하고, 찻집으로 갔다.

찻집은 이른 시간임에도 매우 시끌벅적했다.

문을 연지 얼마 안 되어, 시리수이가 남자 하나를 데리고 왔다.

그녀는 샤오 탕, 샤오 쩐, 샤오 쑤 앞에서, 하이루오에게 그가 이광선생님이 그녀에게 소개해준 남자 친구라고 했다. 그러자, 하이루오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모두들 놀라서 소리쳤다. "시리수이 언니가 행복하면 우리 모두 행복해요!"

"짝 짝 짝" 우렁찬 박수 소리가 터졌다.

그 남자가 말했다. "시리수이는 항상 "잠시 앉았다 가는 찻집" 자랑을 했어요. 사장님과 여러 자매님들 안녕하세요. 종업원들도 안녕하세요. 여기 오니 모두 뵙게 되네요! "

시리수이가 말했다. "모두를 만난 건 아니에요. 모두 오라고 해서 당신을 만나게 해야겠어요. 각자 마음대로 평해도 좋아요!"

그 남자는 잘생겼다고 할 수도 없고, 네모난 얼굴에 허리는 굵고 배가 나왔다. 그는 선채로 미소를 지으며, 자기가 시 체육국에서 일하고 있으며, 거기는 테니스 코트도 있고, 배드민턴장, 수영장, 탁구장도 있으니 모두  와서 운동하기  바란다고 했다.

가오원라이가 물었다. "공짜예요? 아니면 할인해 주나요?"

그 남자가 말했다. "돈 받아요."

시리수이가 바로 말했다. "햐, 당신이 처장인데, 내 친구들이 가는데도 돈을 받아요?!"

샤오 당, 샤오 쩐, 샤오 쑤가 또 놀라서 소리쳤다. "와, 그것도 처장님이래!"

시리수이가 다섯 손가락을 펴더니 말했다. "새끼손가락, 새끼손가락!"(아무것도 아닌 일이라는 뜻이라고 추측)

그 남자가 말했다. "내가 제도가 나쁘다고 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내 주머니를 털어 표를 사 주거나, 뜨거운 음료를 사 줄 수는 있어요."

모두들 '와'하고 함성을 지르고, 시리수이를 놀렸다. "하하, 이번에 언니 손 안에서 박살 났네요."

그  남자가 말했다. "시리수이 한테는 못 당하겠어요."

하이루오는  그 남자를 자리에 앉히고, 샤오 탕에게빨리 차를 가져오라고 시키면서, 말했다."이분은 정부 일 하는 사람인데, 우리 같은 민간인들이 평소 장난치듯 그를 놀리면 안 돼."

시리수이가 말했다. "일어나요, 일어 나!"

그녀는 그 남자를 문 입구에서 차 진열대 앞으로 오게 하더니, 다시 진열대에서 문 입구로 걸어가게 했다.

그런 다음 말했다. "잘했어요. 그 모양, 그 걸음걸이 태도, 삼백육십도 사각지대 없이 보여줬네요. 이제 빨리 출근하세요. 나는 남아서 얘기 좀 더 하다 갈게요."

하이루오는 얼른 샤오 탕을 불러 섬서 남부 마오지엔(毛尖) 차를 두 갑 갖다 주게 했다.

그 남자가 돈을 대려고 하자, 시리수이가 말했다. "괜히 폼 잡지 마세요. 하이루오 언니가 주는 거니까, 그냥 받아가면 되요."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사장님보다 나이가 더 많은 것 같은데."

하이루오가 말했다. "나이가 많다 하더라도 시리수이가 나를 언니라고 부르니까 당신도 나를 누나로 불러야 해요!"

그녀는 그 남자의 등을 두드려 주면서, 문까지 배웅했다.

남자가 가자 시리수이가 물었다." 잘 심사했죠?"

모두들 다시 왁자지껄해졌다.

누구는 말했다."처장 같지는 않네. 정부 관리는 목에 잔뜩 힘을 주는데 어찌 네가 그에게 몇 발자국 걸으라면,  따라 걷고 꼭 개를 산보시키는 것 같으냐?"

또 누구는 말했다. "남자가 문을 나갈 때 머리와 발을 보니까, 머리도 깨끗이 빗고, 발에 신은 구두도 반짝반짝 광이 나고, 괜찮아! 하지만 어찌 그리 까마냐? 너는 그동안 자매들 중에서  제일 하얗다고 의기양양했는데, 하필  까만 사람이 걸렸냐? 정말 인과응보인가 봐."

또 누구는 말했다. "응, 신체는 건강해 보이는군!"

시리수이가 말했다. "질투하는구먼. 질투해. 내가 남자 하나 찾으니, 모두들 헐뜯지 못 해서 난리구먼. 내가 말을 말아야지!

너희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뺏었기라도 하려고?"

그녀는 말을 마치고, 샤오 탕을 껴안으면서 말했다.

모두들 따라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야, 아이고야.!"

하이루오는 마지막으로 시리수이를 이층으로 올라오라고 불렀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혼인은 인륜지 대사인데 너는 어쩌자고 이렇게 진지하지 못하냐? "

시리수이가 말했다. "난 진지해. 모두가 보도록 그를 데려왔고, 이건 정부에서 간부를 임면 할 때 하는 것과 똑같아."

하이루오가 말했다. "네가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또 장난 삼아 농담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 사람이 너와 안  맞으면 내가 널 어떻게 보겠니!"

시리수이가 말했다. "만약에 그가 문제를 알면서도 본질을 보지 못한다면, 그건 두말할 것도 없이 집어치워야지. 세상엔 아직 좋은 남자들이 많아."

하이루오가 말했다. "내가 보기에는 우리 자매들 중에서 네가 제일 마음속으로 방종하는 것 같아. 얼렁뚱땅 비비 꼬기나 하고. 기왕 눈이 맞았으면 그 사람과 진지하게 이야기해. 이광 선생님이 소개했다며?"

시리수이가 말했다. "그래."

하이루오가 말했다. "이광선생은 오히려 너한테 관심 있었는데! 그에게 줄 중매인에게 주는 신발은 샀어?"

시리수이가 말했다. "오늘 언니에게 그를 데려와 보여주고, 언니가 그를 좋다고 하면 언니도 중매인인 셈 치고, 이광 선생에게 줄 신을 살 때 언니 것도 한 켤레 살 거야!"

시리수이가 가고 나서, 하이루오가 마노로 만든 금강저를 닦고 있는데, 잉리호우에게서 전화가 왔다. 정말 공교롭게도 소문 옥죽선을 가져오겠다고 했다.

잉리호우가  온 후, 하이루오가 말했다. "너는 바쁘게 보내는 날이 많아서, 저녁 때나 여기로 차 마시러 올 줄 알았더니, 오늘은 오전인데도 한가하구나?"

잉리호우가 말했다. "언니 생각이 나서."

하이루오가 말했다. "말은 참 잘한다! 다른 사람들이 네가 EQ(감정지수)가 낮아서 말을 잘 못한다고들 하는데, 얼렁뚱땅 말만 잘하는구나!"

잉리호우가 웃으며 말했다. "부채를 갖다 주려고도 했고!"

그녀는 자루 가방에서 부채를 꺼냈다.

하이루오가 말했다. "다른 것은?"

잉리호우가 말했다. "없어."

하이루오는 그녀를 데리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안쪽의 진열에 또 조금 변화가 있었다. 북쪽 장식용 테이블 왼쪽에 수정으로 만든 작은 불탑이 있었고, 오른쪽에는 한 무더기의 옛 불경이 있었으며. 그 중간에 불좌상이 있었다.

테이블 앞, 얕은 탁자 위, 동쪽에는 꽃이 한 묶음, 등불 하나, 정화수 한 대접이 있었고, 서쪽에도 역시 꽃 한 묶음, 등불 하나, 정화수 한 대접이 있었으머, 그 앞에 향로가 하나 있었다.

잉리호우는 몹시 절박하게 향에 불을 붙여 항로에 꽂고, 제단 앞 네모난  부들 방석에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합장하고 부처님을 올려다보면서, 입으로는 중얼중얼 염불을 하였다.

하이루오가 차를 한 잔 타며 말했다. "이게  웬일이야? 오자마자 예불을 드리고!"

잉리호우가 말했다. "부처님이 나를 보우해 주시기를 바라서."

그녀는 염불을 마치고 일어나 하이루오 옆에 앉았다.

하이루오는 그녀에게 담배 한 가치를 건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