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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十三, 파오모관의 잉리호우(应丽后•泡馍馆). 2

양고기 파오머

 

잉리호우가 열강루에 들어가자, 옌니엔추와 왕원장이 웃는 얼굴로 그녀를 맞았다. 그들은 날씨, 주식, 시(市) 서기가 기율위에 잡혀 간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얼마 지나서, 왕원장이 손으로 수염을  만지자, 옌니엔추는 다시 잉리호우의 정장차람이 남색이 썩 어울리고, 우아하며 품위 있다고 하면서, 옷감이 무엇인지, 또 맞춤옷인지 기성품인지 물으며, 재단을 잘해서 어깨 라인이 말끔하다고 추켜세웠다.

그들은 꼭 얘기해야 할 말은 안 했다.

잉리후우가 몇 마디 더 보탰다. "아직도 덥네. 창을 열고 바깥 풍경 좀 봐. 황혼 녘 가까이 되었어. 산들바람이 지나가니, 유리 표면 같은 성하(城河) 수면이 잔잔히 부서지는군. 거기에 성벽이 굴절되어 비치니, 은회색과 인청색으로 바뀌면서, 여러 가지 신기한 그림이 되네."

성벽 꼭대기에서 어떤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었는데, 세 사람이 같이 타는 자전거였다. 만약 성벽을 둘러싼 길을 한 바퀴 돌려면, 네 시간쯤 걸리는데, 운동을  하려고 나온 것이 아닌지, 장난치며 놀았다. 그러다가 자전거를 내려서, 거기서 사진을 찍고 머리를 성벽 밖으로 빼고 내려다보며 시끌벅적 떠들었다. 그들이 그렇게 하자 성밖 언덕 위를 걷던 행인들이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들에게 관심을 쏫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았고, 머리 그림자만 물 위로 어른 거러서, 낚시하던 사람들에게는 무수한 머리들이 성벽 위에 걸려있는 것처럼 보였다.

제법 많은 소년들이 성벽을 오르고 있었는데, 그건 한층 한층 쌓인 벽돌 위를 오르는 것이었고, 튀어나온 부분이래야 겨우 세 손가락 굵기밖에 되지 않았다. 이건 그야말로 무모하기 짝이 없는 시합으로, 일 미터, 이미터 기어오르다가 떨어지곤 했는데, 떨어지면 다시 기어오르고 해서, 제일 높이 오른 사람은 4미터까지 오르기도 했다.

어떤 노인이 풀밭 사이로 난 길을 천천히 걸어서 건물 앞까지 왔다. 그는 입을 움직였으나, 수염이 없어 마치 아기 똥구멍같이 우물어들었고, 우물  우물 하는 것이, 무얼 말하는지 알 수 없었다. 풀밭 사이 길의 풀들은 키가 낮았고, 작은 꽃이 피어 있었다. 그것은 밤중에 무수한 별이 지상에 떨어져 펼쳐져 있는 듯, 푸른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건울 앞을 지나가자, 거기엔 울창한 수풀이 있었는데, 어떤 사람은 거기 조용히 앉아서  수면의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강 맞은편언덕의 차들의 시끄러움과 사람들의 소란스러운 움직임을 피하려는 것이기도 했다.

먼 곳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거기 있는 팔각정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서북지방의 지방극을 노래하는 소리였다.

매일 이 사람들은 여기서 시간을 정하고 하거나 혹은 시간을 정하지 않고 노래했다.

퇴직한 배우든가 혹은 아마추어 동호인이든가, 노래하는 습관은 수십 년 이어져 왔는데 노래를 안 하면 답답해 병이 날 지경이었다.

자연스레, 땅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아서 듣는 사람이 생겼으며, 이들은 대체로 노래를 잘하는 사람에게는 돈을 냈는데, 한번 낼 때 10元이었다.

안짱다리 노인이 돈을 걷었고, 돈을 걷으면 이 일을 창 하는 사람에게 알렸다. 그러면 창  하는 사람이 무대에 나와 허리 숙여 인사를 하고, 다시 창을 했다.

나무에서 매미가 울어댔는데, 올해의 매미는 지난해보다 일찍 나왔다. 이놈들은 창을 할 때는 잠잠해졌다가, 창 소리가 잠시 멈추면 또다시 우는데, 우는 소리는 점점 요란해졌다.

한쪽이 조용하면 한쪽이 들고일어나는 식이었다.

얼마 지나서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에워싸고 구경하던 사람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는데, 창 하는 사람은 여전히 창을 했다. 그러다가 바람이 입 속으로 들어오면, 목이 메어서 리듬이 난조가 되었다.

청중하나가 여전히 거기 앉아있었지만, 머리를 계속 앞으로 숙이고 있었고, 하늘은 완전히 캄컴해 졌다. 돈을 걷던 노인의 안짱다리 마저 확실히 보이지 않게 되자, 그제야 말했다. "어이, 이렇게 바람이 부는데 여기서 졸고 있는 거야?!"

잉리호우는 평소 때처럼, 입을 열고 말을 하면 바로 웃지 않았다. 그렇다고 침울한 얼굴도 아니었다. 오직 눈동자가 빛을 무서워하는 것 같았고, 실눈을 뜨고 깜빡깜빡하며 빛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그녀는 투오투오모(시안 회족의 대표 간식 빵)가 나오자, 그릇을 다리 위에 놓고 두 손으로 자르면서도 여전히 수시로 고개를 돌리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왕원장은 바로 말을 묻기 시작했다. "대미녀(大美女)님, 몇 마디 물어볼게요."

잉리호우가  말했다."나 대미녀 아니에요."

왕원장이 말했다. "어찌 대미녀가 아닙니까? 만약 아름다운 걸 강조하려고 한다면, 눈이 크다든지, 앵두 같은 입술이라든지, 매끄럽게 흘러내린 어깨와 초승달 같은 눈썹, 혹은 풍만한 가금과 통통한 엉덩이를 강조하는데, 그런 것은 모두 출산과 관련된 기준이고 농민들의 의식이에요. 하지만 당신을 보면, 오관이 잘 어울리니 정말 수준 높은 용모입니다! 당신과 옌니엔추는 똑 같이 수준이 높아요. 나는 당신이 한 번도 하이힐을 신은 걸 본 적이 없는데, 이건 어깨 폭이 넓고, 목이 길고, 또 다리가 길기 때문인데, 바로 옷걸이가 좋은 거죠."

잉리호우가 말했다. "그냥 옷걸이라니, 뇌가 없단 말이군요."

왕원장은 말이 막히자, 옌니엔추를 보면서, 헤헤 웃었다. 그는 무엇이 잘 못 되었는지 알지 못했다.

옌니엔추가 말했다. "이 언니는 원래 맘에 있는 얘기를 시원시원하게 얘기해요."

왕원장이 말했다. "나도 솔직 담백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또 덧붙였다. "대미녀님, 전국 시대에 우리 진나라(산시 성 사람들은 그곳이 진나라의 옛땅이었던 만큼 스스로를  진나라 사람으로 생각한다)가 어떻게 육국을  패퇴시켰는지 아십니까?"

잉리호우가 말했다. "모르겠는데요."

왕원장이 말했다. "첫째는 진나라의 전마(戰馬)가 좋았기 때문이고, 둘째는 음식이 좋았기 때문이에요. 출정할 때, 양고기와  투오투오모 빵을 들고나가서, 야외에서 양고기를 끓여 빵과 곁들여 먹으면, 몸도 따듯해지고 배고픔도 잊게 되지요. 우리가 적진으로 돌격할 때, 적들은 시간과 힘을 들여 쌀을 일어 밥을 짓고, 야채를 씻어 반찬을 만드느라 아직 밥이 입에 들어가지도 못했으니, 당연히 진용을 갖추지 못했을 테고, 그대로 참패당했던 거죠."

잉리호우가 말했다. "아이고, 그렀군요."

옌니엔추가 말했다. "언니는 투오투오모를 큼직하게 자르는데, 이렇게 잘라야 되는 거야. 우선 하나를 둘로 자르고, 다시 넷으로 자른 다음, 손톱으로 녹두일 크기로 끊어. 그리고 매 알갱이마다 빵 껍데기가 남아있어야 해."

잉리호우가 말했다. "빵 하나 먹는 게 뭐 별거냐? 크게 자르면 크게 자르는 거야.  나는 저녁을 먹으면 되는 거고, 너희들과 같이 몇 입 먹으면 그걸로 된 거야."

왕원장 이 말했다. "많이 먹든 적게 먹든  모두 사소한 일입니다. 옛날 서경에 나이 많은 노인이 있었는데, 파오머를 먹으러 와서 2인분을 시켰대요. 일 인분째 빵은 잘게 잘라서 끓여 오게 하고, 2인분 째 빵은 천천히 차르기 시작해서, 식사 후에 잘게 자른 빵을 면포에 싸가지고 집으로 갔대요. 하루 지나 다시 와서, 첫날 잘게 잘랐던 빵을 주방에 보내 끓여 오게 하고, 또다시 다른 일 인분 빵을 자르고, 이렇게 매일 와서 한번 먹고, 자른 빵은 빵을 또 다음날 교대하고."

잉리호우도 크게 자른 빵 조각을 골라 다시 한번 잘게 잘랐다. 모두 잘게 자르자, 종업원이 들고 주방으로 가져갔다.

*파오머는 손님이 빵을 잘게 자르면, 그것을 종업원이 주방으로 가져가 거기에 양고기나 혹은 다른 국물을 붓고 끓여다 주는 음식임.

잉리호우는 담배를 한 가치 꺼내 피웠다.

왕원장이 말했다. "당신도 담배 피워요?"

잉리호우가 말했다. "기분이 좋지 않으면 요."

왕원장이 말했다. "당신도 기분이 좋지 않겠지만, 나는 훨씬 더 기분이 좋지 않아요. 허구한 날 식은땀이 나고, 잠을 설쳐요. 느닷없이 이런 재앙이 닥치니 피할 데도 없고!"

잉리호우가 말했다.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난 이미 옌니엔추에게 이자는 안 받겠다고 동의했어요. 내가 돈을 빌려준 셈 치죠.

오늘 우리가 식사를 하는 것은, 이 일을 의논하려고 한 것 아니에요? 당신에게 하나 묻겠는데, 원금을 어떻게 나에게 돌려줄 거예요?"

왕원장이 벌떡 일어났다가 다시 앉았다. 그는 의자를 끌어당기더니 말했다. "잉리호우, 이왕 여기까지 말이 나왔는데, 나는 당신에게 감사해요! 후(胡) 사장이 이번에 도망간 걸 나는 계속 보고 있는데 그는 곧 돌아올 거예요. 난 꼭 그에게 원금에서 한 푼도 빼지 않고 당신에게 갚게 할 거예요. 그가 만약 반년, 일 년 혹은 칠 년 팔 년 종적도 없다면, 그건 그가 죽은 거예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원금은 내가 돌려드릴 거니까. 나는 보증인이니까 모른 척할 수 없어요!

하지만, 나는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서 한 번에 천만이라는 돈을 낼 수는 없다는 걸 이해해 주기 바라요. 내가 옌니엔추에게도 말했는데, 어쩌면 옌니엔추가 당신에게 얘기했는지 모르겠네요.

그건 첫해에 일백만, 둘째 해에 이백만, 셋째 해에 삼백만, 넷째 해에 사백만을 갚겠다는 거예요."

잉리호우가 말했다. "4년이나 걸린다고요. 소 한 마리를 잡아서 국자로 떠먹는 꼴이네요."

옌니엔추가 말했다. "언니, 분명 시간이 긴 건 맞아. 하지만 실제로 다른 방법이 없지 않아. 언니가 전에 150만의 이자를 받았으니, 이 150만이 천만에 대한 4년 치 이자인 거야. 언니가 은행에 예치한 돈도 이자가 높겠지만, 돈을 은행에 예치한 셈 쳐."

잉리호우가 말했다. "내가 뭘 더 말하겠니? 그렇게 하자."

왕원장이 말했다. "이전에 계약한 계약서 가지고 왔어요?"

잉리호우가 말했다. "요새 여러 날짜 갖고 다녀요."

왕원장이 말했다. "나와 옌니엔추도 갖고 왔어요. 우리 세 사람이 면전에서 구 계약서를 찢어 버리고 새로 신 계약서에 서명합시다."

3부의 구 계약서를 걷자, 왕윈장은 라이터로 불을 붙여 태워버리고, 발로 재를 뭉개 버렸다.

옌니엔추가 3부의 신계약서를 꺼내어, 잉리호우에게 보여 주었다.

잉리호우가 보더니 말했다. "방금 왕원장님이 말한 것이 모두 위에 적혀있네."

옌니엔추가 말했다. "왕원장님이 말한 것은 바로  내가 언니에게 말했던 것을 그대로 위에 써 놓은 거야. 언니가 보고 다른 의견이 없으면 우리 모두 각각 한부씩 서명하자고."

잉리호우가 다시 한번 들여다보더니 서명했다. 이어서 옌니엔추도 서명했다. 옌니엔추가 펜을 마지막으로 왕원장에게 주자, 왕원장이 서명을 마치고 말했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화장실에서 왕원장은 오줌을 누면서 휴우하고 한숨을 쉬었다. 오줌은 황하, 장강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는 화장실을 나와서, 펜을 창밖으로 던져버렸다.

분위기는 뜻밖에 좋아졌다.

왕원장은 의자에 반드시 앉아 담배를 피우며, 임리호우에게 한 가치, 옌니엔추에게 한 가치 주었다.

옌니엔추가 말했다. "난 굵은 담배는 피우지 않아요."

그녀는 자기의 가느다란 담배를 꺼냈다.

왕원장이 말했다. "가는 것은 확 당기지가 않아서, 나는 굵은 걸 피웁니다. 굵은 게 좋아요."

옌니엔추가 말했다. "난 가는 것이 좋아요."

두 사람은 서로 지지 않고, 한번 고성을 질렀다  한 번은 웃으며 얘기했다 하며, 각각 자기 것이 좋다고 했다.

잉리호우는 생각했다. 무엇이 좋은가?

상인은 이익이 좋다고 할 것이고, 관원은 권력이 좋다고 할 것이고, 개는 뼈다귀가 좋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내색하지 않았고, 머리는 무거웠다.

그녀는 거기 그대로 앉아 몇 모금 피우고는 바로 담배를 털었다.

담배꽁초에 이미 재가 없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그치지 않고 털었다. 마치 이렇게 털면 모든  어두움이 없어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세 그릇의 파오모(泡馍)가 나오자, 왕원장은 정성을 다했다.

종업원의 손에서 먼저 한 그릇을 받아 들고, 잉리호우 앞에 놓고, 종업원에게 독촉했다. "마늘장아찌, 고추 된장 절임, 샹차이 빨리 가져와! 냅킨도 없지 않아. 발리 가져와!"

잉리호우는 젓가락을 들고, 한 입 집어먹었다.

그것은 예상치 못하게 너무 뜨거웠고, 단번에 혀끝이 요동쳤고, 그대로 뱉을 수밖에 없었다.

왕원장이 말했다. "후후 불어서 드세요. 후후"

잉리호우는 미안한 생각이 들어, 몸을 구부리고 바닥에 뱉은 것을 닦았다. 그리고 젓가락으로 그릇 속을 저어서 뜨거운 것을 날리려고 하였다.

왕원장이 말했다. "저으면 안 돼요. 저으면 국물만 튀니까 그릇 가생이부터 집어서 드세요."

잉리호우의 입은 여전히 벌어진 채였으나, 천천히 입술, 혀끝, 목구멍과 위(胃)의 화끈거림이 가라앉아 갔다.

 

빵을 이렇게 잘게 잘라서 주방으로 보낸다

 

잘게 자른 빵에 국물을 붓고 끓이면 파오머기 완성된다